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408)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408화
엎드려 절하라. (3)
단 한 자루의 검.
그러나 서은현은 실망하지 않았다.
츠츠츠츠-
단 한 자루의 검이었으나, 일단 형태를 잡았다는 것이 중요했다.
무색유리검 위로 희뿌연 안개가 피어올라왔다.
서은현은 자기 자신의 전반적인 기억에 대한 만상인연도를 복원하였다.
서은현이라는 큰 줄기를 이루는 만상인연도.
우웅-
그는 윙윙 우는 만상인연도의 힘이 가리키는 인력을 느꼈다.
이전보다도 훨씬 인력이 명확해졌다.
이제 더더욱 무색유리검 조각을 찾기 쉬울 터였다.
잠시 인력을 느끼던 서은현은 자신이 묘비를 만들어두는 행성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그는 영기를 들이쉬며 눈을 반개했다.
그의 머리 뒤로 천원이, 그의 사방으로 사축이 떠올랐다.
쿠르르르릉-
그가 무얼 하려는지 알아챈 듯, 하늘에서 먹장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랬다.
3만여년의 시간.
이제 서은현도 수명을 다 써가고 있었다.
부의 축과 유호덕의 축으로 각각 얻은 1만년.
그리고 사축기에 오를 때 얻은 1만년.
수와 강녕의 축은 사축기때 얻은 1만년을 바쳤기에 없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랬기에, 더 살아서 무색유리검을 계속 찾으려면, 이젠 그도 합체기에 올라야 했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놓은 묘역이 망가지지 않게 보호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보통 편하게 앉아서 맞아도 되는 여타의 천겁들과 달리, 합체기 승급천겁은 반드시 하늘에 떠올라서 맞아야 했다.
전명훈의 경우의 천상금뢰지체의 힘으로 천겁을 변형시켜 맞는 게 가능한 말도안되는 존재였지만, 서은현은 나름 일반적인 재능을 가졌기에 그런 것은 불가능했다.
‘일단, 재료부터 전부 갖춰볼까.’
서은현은 아래쪽의 용맥을 향해 의지를 내렸다.
그의 손에서 인력이 뿜어져 나왔다.
쿠구구구구!
별에서 끓어넘치던 용맥이 서은현의 의지에 의해 끌려나와 서은현의 손아귀 안에서 제련되기 시작했다.
서은현은 그 자신이 무림인 시절 익혔던 내공심법인 ‘용맥기공’을 운용하였다.
서은현의 몸은 일순간 용맥이 모이는 용혈과 다름없게 변화하였고, 강력한 용맥의 기운이 노도처럼 용맥기공의 운공법에 따라 움직였다.
서은현은 용맥기공을 용맥과 연결시킨 상태로, 용맥기공을 통하여 지족의 방식으로 또 다른 원영(元靈)을 제련해 냈다.
용맥기공의 기운은 토(土) 속성이었고, 서은현이 방금 제련한 원영은 토 속성을 머금어 황금빛을 띄었다.
우웅-
서은현의 눈 앞에 토 속성의 원영이 떠올랐다.
그는 끌어올린 용맥을 통하여, 토 속성 원영의 ‘속성’을 제외한 원영의 ‘인격’을 지워나갔다.
그런 후.
우득 우드드득-
원영을 압축하기 시작했다.
얼마 후, 원영은 완전히 토(土)의 속성을 대표하는 오행기축이 되어버렸다.
서은현은 용맥기공으로 제련한 오행기축을 손 위에 올린 후, 팔괘에 대응하여 오행기축의 속성에 변화를 주었다.
오행의 화는 팔괘의 불줄기.
오행의 수는 팔괘의 물줄기.
오행의 목은 팔괘의 ‘바람’과 ‘번개’.
오행의 금은 팔괘의 ‘하늘’과 ‘연못’.
오행의 토는 팔괘의 ‘땅’과 ‘산’.
점차 오행기축의 성질이 변하며, 토(土)의 기축이었던 것이 간(艮). 즉 산(山)의 기축으로 변화하였다.
‘애당초 내 심상부터 시작해서, 주요공법이라할 수 있는 것이 산(山)과 관련된 게 많으니 산의 기축을 준비하는 게 더 낫겠지.’
물론 그렇다면 애당초 용맥기공이 아니라 태산열제공으로 산의 축을 바로 쌓으면 될 문제긴 했다.
그러나 서은현은 현재 태산열제공이 진선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너무나도 뼈저리게 이해했기에, 진선에게서 유래된 공법이 아닌, 김영훈에게서 유래된 용맥기공으로 기축을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서은현의 합체기 승급이 시작되었다.
위이이이잉-
서은현의 원영이 그의 백회를 통해 빠져나와 허공에서 가부좌를 틀었다.
동시에 광한천원의 원(圓)이 원영의 머리 뒤편에서 후광을.
수, 부, 강녕, 유호덕의 오복사축이 원영의 단전어림에서 지방(地方)을 형성했다.
본래라면 우선 ‘천지합일’이라는 과정을 통해 천원과 지방의 거리를 가깝게 만들어, 아예 ‘붙인’ 후에 그것을 소세계로 진화시키는 것이 합체기 승급 방식이었다.
그러나 서은현은 두 눈을 반개했다.
그의 아래에서 여섯 개의 그림자가 삐져나왔다.
유호덕의 축을 불어넣은 이후, 그의 육극음뢰신은 소멸해버렸다.
아니, 정확히는 서은현의 육극음뢰신은 육극(六極) 그 자체가 되었다.
그의 주변으로 총 여섯 개의 축이 더 생겨났다.
서은현은 성계의 행성 위쪽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이전에 떠올렸던 의문 중 하나를 종식시킬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외법오행기축. 정통오행기축.
그리고 그냥 오복기축과,
오복을 받고 수명을 돌려주어 육극을 느끼는 오복육극기축 등.
사축기.
아니, 지축기(地軸期)는 굉장히 그 방식이 많다.
그렇다면 과연 그 방식들 중 제대로 된 방식은 무엇일까?
라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었다.
오행축은 자신의 원영이 익힌 속성을 중앙으로 삼고, 나머지 네 개의 오행축으로 중앙의 축을 강화하는 것이었고,
오복축은 속성의 강화가 아닌 기축장막 자체의 강화에 더 가까웠다.
어느 쪽이 정말 제대로 된 지축기 수행방식인가?
그리고, 합체기 승급 의식을 할 수 있게 된 오늘날에서야 그는 그 정답을 알 수 있었다.
‘…애초에 전부 하나였어.’
원래 하나였던 기축수행의 방식을,
누군가가 ‘쪼개놓은’것이었다.
본래 오복축은 수, 부, 강녕, 유호덕.
그리고 ‘고종명’에 해당하는 본인의 천원을 축으로 하여 기축장막을 진화시켜 합체기에 이른다.
이런 오복축의 방식으로는 천원인 고종명과 지방인 수, 부, 강녕, 유호덕을 결합하기가 굉장히 쉬워지기 때문에 합체기 승급의 난도가 굉장히 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 만약 육극축이 더해진다면 어찌되는가?
천원 고종명과 수, 부, 강녕, 유호덕.
그리고 육극.
일단 숫자가 안 맞는다.
천원은 그 자체로 완벽하기에 숫자가 필요 없다지만, 육극은 지방의 어디에다가 가져다 붙여야 하는가.
물론 적당히 요령껏 붙일 수 있고, 그래도 본인이 균형을 맞출 수 있는 감각이 있다면 합체기 승급에 문제는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합체기가 되면 오복육극을 더 완벽하게 갖췄으므로 인력 및 기타 등에 있어서 이득을 받는다.
그러나 오복육극축은 그 자체로 굉장히 애매한 축이긴 했다.
‘애초에 생각을 잘못했던 거지.’
그는 마침내 쪼개져 있던 사축기 수행 방식을 통합시키는 법을 깨달았다.
‘오행축과 오복축을 나눌 생각을 했던 것부터 잘못되었어.’
우우웅!
서은현의 원영 상단전에 있는 광한 천원이 그의 원영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리고 원영의 하반전에 있는 네 개의 오복축이 그의 원영에서 떨어져 나왔다.
광한 천원과 나머지 사복을 합쳐 5개의 축.
여기에 육극축이 더해지면 6개의 축.
총 11개의 애매한 숫자였다.
그러나 서은현은 그가 미리 준비해둔 산의 기축을 들어올렸다.
산의 축이, 11개의 축들 사이로 끼어들어간다!
12개의 축이 형성된다.
이제야 지축기는 완전해진 것이었다.
오행축, 오복축, 육극축이 모두 필요한 것이 지축기였던 셈이었다.
‘애초에 천원지방을 형성할 때 중요한 건 [하늘]과 [땅]이지. 굳이 사방(四方)이 필요한 게 아니었던 거야.’
서은현은 지지(地支)로써 지방을 완성하였다.
우우웅!
서은현의 원영을 중심으로, 12개의 축들의 인력이 연결되더니 각각의 방위를 잡았다.
그러자 서은현의 원영의 체내에 있던 음양이기가 회전하며 주야(晝夜)의 바퀴를 돌렸다.
그리고 한 번의 낮과 밤이 바뀔때마다 원영의 그림자와 빛이 각각 순차적으로 12개의 축들을 훑고갔다.
점차 주야의 회전은 빨라졌고, 12개의 축들을 빛과 그림자가 훑고가는 속도도 빨라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파아아아앗!
12개의 축들이 환하게 빛나며, 원(圓)을 그렸다.
서은현은 자신의 인력을 원의 중심으로 몰며 승급을 준비하였다.
12개의 축들이 만들어낸 원의 안쪽으로, 서은현의 기축장막 풍경이 비춰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기축장막 내의 정경에 따라 원이 점차 입체화되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사축기 수사들과는 꽤나 다른 방식의 승급법이었지만 그는 망설임없이 승급을 진행하였다.
우우우웅!
입체화되던 기축장막은 어느 순간, 완전히 구(球) 형태가 되었고, 서은현의 원영은 구의 크기에 맞춰 거대해져 자신의 단전에 구체를 넣었다.
그리고, 그 형태는 마치 서은현의 아래쪽에 있는 행성과 너무나도 흡사해보였다.
“이것이 지방(地方).”
그러나 서은현은 천원의 축을 지방과 합일하였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천원을 이뤄야 하는가.
답은 간단했다.
우우우웅-
그의 원영의 체내에 있는 지방을 중심으로, 서은현의 원영이 점차 녹아내렸다.
그의 원영은 지방의 세계를 감싸는 대기권이며, 동시에 음양이 순환하는 낮과 밤이기도, 별자리이기도, 혹은… 사계의 순환이기도 하였다.
서은현은 그의 발아래에 있는 행성과, 자신의 원영을 점차 닮게 만들었다.
그의 인력이 지방의 인력을 형성하고, 남과 북의 개념이 생겨나며, 낮과 밤의 작용으로 동서가 생기니, 마침내 구체에 사방(四方)의 개념이 생겨났다.
하늘의 천원과, 땅의 지방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천지합일(天地合一)의 소세계(小世界)를 형성하였다!
그와 동시에.
쿠구구구구구!
하늘에서 먹장구름이 일기 시작했다.
서은현이, 합체기 승급을 시작하였다.
콰르르르르릉!
하늘에서 그와 동시에 청색의 일반적인 천뢰.
일반적인 승급 의식때 내리꽂히는 금빛의 천뢰.
그리고 하늘을 상징하는 현색(玄色)의 천뢰.
이 세 가지 색의 천뢰가 ‘각각’ 200줄기씩 서은현을 향해 내리꽂혔다.
콰드드드드드!
그리고 동시에 서은현의 발 아래에 있던 대지의 용맥이 마구 움틀거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대지 근처에 자욱한 안개가 끼는 듯 하더니, 땅에서부터 하늘로 번개가 솟구쳤다.
역시 서은현과 종명자들에게 같이 내리꽂히던 청색의 번개.
일반적인 승급 천겁때의 금빛 번개.
그리고 대지를 상징하는 황색(黃色)의 번개가 ‘각각’ 200줄기씩 땅에서 하늘로 솟구쳐 서은현을 강타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별의 동쪽에서부터 먹장구름이 맺히기 시작하더니, 쪽빛 천겁, 금빛 천겁에 더하여, 동(東)을 상징하는 청색(靑色)의 천겁이 각각 200줄기씩 동쪽에서 서은현에게로.
별의 서쪽에서부터 먹장구름이 맺히더니, 쪽빛, 금빛, 그리고 서(西)를 상징하는 백색(白色)의 천겁이 200줄기가 서쪽에서 서은현에게로.
남쪽에서는 남(南)을 상징하는 적색(赤色) 천겁과 금, 청의 천겁 200줄기가.
북쪽에서는 북(北)을 상징하는 흑색(黑色) 천겁과 금, 청의 천겁 200줄기가 전부 서은현에게로 내리꽂혔다.
총 3600줄기의 천뢰였다.
합체기 승급 천뢰는 육뢰(六雷)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우며, 천지사방 육합(六合)의 방위를 메우는 강력한 천겁이었다.
서은현 역시 이제까지처럼 적당히 한 번에 구름째로 으스러트릴 수는 없었다.
[그아아아아아!]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합체기 승급 의식은 지금부터가 진짜였다.
합체기 승급 때 몰아치는 육뢰에서 천(天)의 기운을.
그리고 인근의 용맥에서 지(地)의 기운을 얻어, 자신이 얻어낸 소세계 안쪽에 용맥(龍脈)을 새겨야 했다.
육뢰를 맞는 와중에!
이러한 용맥은 소세계 내부의 생명력을 만들어주고, ‘세계’ 나름의 기경팔맥이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작업이었다.
쿠그그그극!
서은현은 용맥을 가져와서 그의 소세계 내부.
‘땅’의 영역의 중간 부분.
그러니까 지구로 비유하자면 ‘적도’부근에 용맥의 길을 깔았다. 그런 후 남극과 북극을 잇는 지축.
그리고 적도에 깔린 용맥과 남북극을 잇는 길을 깔아낸 후, 육뢰를 통하여 이번에는 하늘에 길을 새겼다.
하늘에 새겨진 것은 그가 지금껏 금단에 새겨왔던 3원 28수의 별자리와 별들의 움직임, 낮과 밤에 대한 해와 달의 경로였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끝내고 얼마간 더 육뢰를 견뎠을까.
콰르르릉!
마침내 천겁의 장대비는 그쳤고, 남은 것은 행성의 상공에서 연기를 모락모락 피워올리는 서은현의 육신이었다.
그가 서서히 눈을 반개하였다.
서은현은 자신의 체내에 자리잡은 하나의 ‘세계(世界)’를 인지할 수 있었다.
그 세계는 서은현에게 이전 사축기 수준과는 차원이 다른 인력을 선물해주고 있었고, 이전과는 또 다른 어떠한 전능감을 선사해 주었다.
비록 작은 세계이지만, 그 세계 안에서라면 그는 자연(自然) 그 자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천지합일의 도(道)를 통하여 얻은 영역.
서은현은 정신을 집중하며 합장을 한 채 그의 소세계를 자극하여, 소세계를 그의 신체 바깥으로 부풀렸다.
“합도영역(合道領域)!”
파아아앗!
일순간 서은현의 몸 위로 차원장막이 튀어나오더니, 끊임없이 몸을 부풀렸다.
서은현은 퍽퍽한 잿빛의 사막인 본인의 영역의 북극에서 합장을 하며 눈을 감았다.
* * *
이곳은 오로지 나의 영역이다.
그렇다는 건, 내 허락 없이는 누구도 함부로 들여다볼 수 없다는 뜻.
나는 영역 내에서 권능을 부려, 혹시나 싶어 영역 내의 모든 ‘빛’을 차단하였다.
삽시간에 영역이 어둠으로 뒤덮였다.
털썩-
나는 사막에 홀로 주저앉아, 어두컴컴한 세계 속에서 입을 열었다.
“…여러분, 제가 합체기에 도달했습니다.”
어둠을 보며 다른 이들의 상상을 해 보았다.
“영훈 형님, 전명훈, 강민희, 현석 형님, 연아… 북향화. 서란, 시호, 홍범, 연위…”
나는 생각나는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전부 불렀다.
내 목소리는 어둠 속에서 울려퍼졌다.
“…축하, 해 주실 겁니까…?”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누구도 엿보지 못하는 어둠 속에서,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댔다.
퍽퍽한 모래 위로 뭔가가 떨어진다.
연위가 맞았다.
내가 틀렸다.
이 세계는 절망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