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417)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417화
삼대 재앙 (3)
준제는 침을 삼켰다.
느껴진다.
분명 사축기였을 때도 태수 연합을 상대로 분전하고 인질까지 잡았던 괴물이었다.
그 정도만 해도 충분히 합체기 대원만 수준이라 할 법한 자질!
그런 괴물이, 합도영역까지 달고 왔다.
얼마나 강해졌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꿀꺽-
그는 침을 삼키며 눈앞의 괴물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했다.
그리고, 삼태극의 망령이 검을 치켜들었다.
“긴장하지 말라! 아무리 강해졌어도 고작해야 합체 초기….”
물론 자신이 없더라도 동료들의 사기를 일깨우는 것 또한 우두머리의 책무.
준제는 가장 앞으로 나서며, 황금색 비늘로 뒤덮인 몸을 앞세웠다.
다음 순간.
준제의 미래예지에 반으로 갈라진 인족 영역이 눈에 들어왔다.
“허, 허억!”
번쩍!
섬광 한 줄기.
소리는 뒤늦게 들려왔다.
그러나 준제는, 아니 준제를 포함한 모두는 알 수 있었다.
‘이런 미친….’
준제는 아연해진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그의 눈에서 생기가 빠져나갔다.
공황이 올 것 같았다.
합체기 태수들의 공격은 일격 일격이 직경 3만 리를 증발시켜 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그러나 보라.
삼태극의 괴물, 서은현이 날린 일격에 의해, 직경 30만 리의 대지와 운해, 경로에 있던 모든 천공도가 잘려 나갔다.
오히려 합체기 대원만이 그였기에 알 수 있었다.
눈앞의 존재는, 작은 부해계 정도는 일격에 멸망시킬 수 있는 괴물이라는 걸.
물론 그도 역시 합체기 대원만이었기에, 부해계 하나의 ‘생태계’ 정도는 종말시킬 수 있다.
적당히 지진을 일으켜 모든 생명체가 살 수 없도록 지각을 완전히 뒤틀어 버리면, 그날로 부해계 내부의 생명은 멸종이었으니까.
그러나, 부해계 내부의 생명을 멸종시키는 것과, 부해계 ‘자체’를 멸망시키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합체기 대원만이었기에, 준제는 서은현의 일격을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놈… 이 힘은, 합체기 따위가 아니다.’
덜, 덜덜덜덜-
서은현이 가진 힘의 수준을 짐작하자마자 알 수 있었다.
눈앞의 존재가 어떤 수준에 도달한 존재인지.
‘준쇄성기… 까지는 아니지만, 탈 합체기 수준의 존재….’
꾸욱….
그러나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이 인족의 영역은 그의 선조들이 목숨을 걸고 얻어 낸 소중한 영역이었다.
결코, 구성원 한 명의 독단에 의해 함부로 옮겨질 수 없는 소중한 터전이었다.
“모두 무색검귀에게 달려들어라!”
무색검귀 서은현.
지난번 태수회와 한판 붙은 이후에 생겨난 서은현의 별호였다.
말 그대로, 검을 들고 휘두르는 귀신 그 자체라고 하여 붙여진 별호.
“얌전히 있어라 검귀 놈!”
“아무리 힘이 강해도 우리 전부를 이길 수 있을 성싶으냐!”
개진과 응연 등.
아직 어리거나 경험이 짧은 합체기 태수들은 신이 나서 서은현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위령선과 위수.
경험이 많거나 머리가 비상한 자.
준제 본인이나 헌원처럼 경지가 높은 자들은 멈칫거리며 후방에서 서은현을 요격하였다.
그러나 뒤에 있을지언정 준제의 얼굴은 침착했다.
‘어느 정도 쇄성기에 근접한 일격을 낼 수 있는 합체기… 하지만 그것뿐이다.’
그는 진중한 얼굴로 서은현에게 공격을 집중시켰고, 태수회의 소집령에 응한 문파들에게 전명훈 등의 다른 합체기 수준 동료들을 공격하게 하며 생각했다.
‘합체기. 그것도 초기 주제에 저런 무식한 공격은 절대로 많이 쓸 수 없다. 기껏해야 세 번 정도가 최대일 터. 앞으로 두 번 정도만 공격을 조심하면 된다. 그다음부터는 평범한 합체기 대원만 수준으로 힘이 떨어질 터. 그때 나와 골맥이 힘을 합쳐 제압하면 될 것이야.’
준제는 그가 알고 있는 상식선에서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완료하며 눈을 빛냈다.
“계속 공격을 퍼부어라! 우리의 총공격을 맞고 있을 동안은 쉽사리 움직이지 못할 터!”
위령선이 화염선을 부치며 불꽃을 뿜었고, 위수는 바람을 불어넣어 화력을 높였다.
개진은 불꽃 속에서 포자와 균사를 피워 내 서은현의 몸을 덮었고, 응연은 준 연허법보인 그의 보탑을 꺼내 서은현을 짓눌렀다.
골맥은 양손에서 기를 모아 보랏빛 광채를 피워 올려 서은현에게 쏘아 냈고, 준제는 자석으로 된 그의 법보들을 꺼내 서은현의 몸을 압박했다.
동시에 그들은 하나같이 뇌전 신통으로 천겁마냥 서은현을 지지는 것도 잊지 않았다.
‘됐다, 놈이 못 움직이고 있어! 이대로 시간을 끌다, 놈의 공격 두 번만 피하면 우리의 승리다!’
그러나 승기를 잡았음에도 준제는 불안한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콰르르르릉!
인족육대종문 중 흑린어령문.
개진문, 연천궁.
삼대 문파가, 전명훈 하나를 잡아 두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었다.
전명훈은 여섯 개의 팔을 사방으로 휘두르며 번개의 창을 휘둘렀고, 그의 번개의 창이 휘둘러질 때마다 각 문파의 무력 부대들이 종잇장처럼 스러지고 있었다.
[그아아아아아!]전명훈이 함성을 지르자, 그의 주변으로 태극의 형상이 떠오르며 인근에 뇌전의 영역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콰르르르릉!
그가 영역을 열자, 무수한 붉은 뇌전의 빗줄기가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합체 중, 후기 수준의 전력… 심지어 지금 경지 자체는 초기로 보이는데도 저 정도라면 합체 후기까지 올라온 후에는 얼마나 성장할지 무섭군….’
준제는 다른 곳을 보았다.
인족육대종문 중 봉래도는 홍범과 김연, 북향화 셋이 상대하고 있었다.
거대한 지네 요괴가 흩뿌리는 독기에, 봉래도의 호법들은 하나같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고, 그 틈새를 타 북향화의 괴뢰를 김연이 조작하며 봉래도를 상대 중이었다.
봉래도에서는 이전 서은현에게 빼앗은 서 장군을 출격시켰지만, 대략 눈 세 번 깜빡일 시간에 김연에게 장악당해 버렸다.
봉래도 문도들의 태산열제공에 의해 홍범과 괴뢰들이 밀리는 듯하다가도, 괴뢰의 안쪽에 있는 북향화가 실시간으로 괴뢰들을 개조하며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었다.
‘아니 그것보다도 저 녀석은… 어떻게 높은 경지 수사들의 공격을 저리 태연하게 피하고 파훼하는 거지…?’
준제는 김연을 쳐다보았다.
분명 천인기에 불과한 여인.
그러나, 그녀의 움직임은 기이할 정도로 빨랐다.
우우웅-
“…?”
준제는 김연의 주변을 떠다니는 5개의 환(丸) 같은 것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그 환이 그녀의 체내로 들어갈 때마다 괴뢰 조작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었다.
단순히 빠른 수준도 아니었다.
저 속도는, 합체기 태수의 비둔술에 맞먹는 속도였다.
‘저 여인도 태수급의 요인이다.’
그는 서은현이 데려온 이들의 면면을 살피며 전력을 분석했다.
흑색귀골곡은 시호와 서란과 전투하고 있었다.
서란의 섭명함 위에서 시호가 6개의 꼬리를 펼치고 으르렁거리는 중이었고, 흑색귀골곡 측은 2개의 섭명함과 수 명의 사축기 귀왕들, 그리고 허곽과 허령 등이 나서서 둘을 압박하고 있었다.
다만….
‘아니 이런 젠장, 저건 또 뭐야!’
오현석.
오현석이, 최근 인족육대종문의 말석에 오른 창천개벽문과 합류하여 흑색귀골곡과 전투하고 있었다.
[으하하하하하!] [흐하하하하하!]창호자 청문선우.
그리고 오현석은, 똑같은 공법의 기운을 흘리며 흑색귀골곡의 귀왕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이놈들! 지금 뭣 하는 것이더냐, 지금 인족을 배신하겠다는 것이냐!]준제가 창천개벽문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창호자의 호탕한 웃음소리뿐이었다.
[하하하! 인족이란 종 이전에, 우리는 동문(同門)이오!] [그자들은 인족의 배신자다!] [배신자 이전에 내 제자요!]창호자는 오현석 앞에서 가슴을 펴고 외쳤다.
[내 제자를 구속하려면 잘못된 스승인 나부터 구속하시오!]준제는 할 말을 잃고 어안이 벙벙해졌다.
‘저… 법보 때문에 준합체기 수준이라 인족육대종문에 받아 준 것을 모르고….’
그는 이를 악물며 눈을 빛냈다.
[하나같이 안 되겠군. 전부 뭔가가 잘못된 것이야….]쿠구구구구!
준제부터 시작해서, 태수회의 태수들의 체내에서 영역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우우웅!
태수들의 영역이, 이미 갇혀 있는 서은현을 더더욱 오밀조밀하게 감쌌다.
그들의 영역은 서로 겹치며, 전투가 벌어지는 일대를 뒤덮었다.
본래 영역이 겹치면 겹친 영역 간에 충돌이 일어나며 서로 밀려난다.
하지만 영역의 주인이 서로를 허락해 주면 영역은 오히려 겹치며, 기운이 더더욱 증폭된다.
쿠구구구구!
준제의 눈이 준엄하게 빛났다.
그는 전신이 황금빛 비늘로 뒤덮인 거인이 되었다.
골맥은 전신이 알 수 없는 뼈로 잔뜩 뒤덮인 거인 형상이 되었다.
개진은 전신에서 버섯과 균사가 자라는 덩어리, 응연은 자신의 법보들과 하나 된 황금빛 용, 위령선은 불꽃의 나비, 위수는 바람의 날개를 가진 나비가 되며, 모두가 본체를 드러냈다.
[이제 끝이다, 네놈들! 이제 그만 인류의 권위 앞에 무릎을….]모든 힘을 드러낸 황금 비늘의 거인, 준제가 한 손을 치켜들었을 때였다.
콰득!
준제는, 문득 그의 뒤쪽에서 울리는 소름 끼치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쿠그극!
음풍이 몰아닥치며, 화염의 감옥 안쪽에서 시커먼 손이 치솟아 올랐다.
그리고, 안쪽에서 20개의 머리를 가진 귀왕이 무색의 검을 들고 빠져나왔다.
[이, 이런 제길! 막아라!]준제의 고함에 모든 태수들이 힘을 합쳐, 더욱더 귀왕의 봉인을 강화하며,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러나 귀왕은 무수한 공격을 맞으면서도 태연하게 누군가와 대화할 뿐이었다.
[왜 또 혼자만 안에 계시는 겁니까?]“아직 결단기의 의식영역이니 법력이니 등이 별로 익숙하지 않아서 말이다….”
[오히려 힘이 더 강해진 거 아닙니까?]“더 완벽하게 힘을 제어할 수 있을 때까진 조금 사리려고 한다.”
[뭐… 마음대로 하십시오.]준제는 그 모습을 보며 알 수 없는 오한을 느꼈다.
츠츠츠츳!
그의 눈에 수많은 미래가 비쳤다.
합체기 태수가 되면 이제는 단순한 하나의 미래만이 비치는 것이 아닌, 여럿의 미래의 가능성이 비쳤다.
가만히 앉아서 수년 동안 집중하면 머나먼 미래의 가능성도 예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준제의 눈에 오직 한 가지 경우의 미래밖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모두 피해라!!!]콰과과광!
불의 감옥이 스러져 버렸다.
그 충격파에 의해 서은현 주변의 영역들이 모조리 우그러져 버렸다.
그리고, 서은현이 검을 다시 잡았다.
준제는 이를 악물고 외쳤다.
[빠져나올 때 상당히 기력이 빠졌을 거다! 저것만 피해라!]쿠구구구구!
그리고, 서은현의 일격이 다시금 인족 영역 전체를 반으로 갈랐다.
준제는 소름이 돋는 것이 느껴졌다.
위력도 위력이었지만, 저 거대한 참격이 인족 영역 전체를 훑고 지나갔지만 지형지물이 파괴되었을지언정, 살아 있는 것은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
목표가 아닌 것을 지날 때는 그대로 투과하고, 자신이 목표로 하는 것만 베고 지나가는 일격.
끔찍한 수준의 정밀도였다.
그러나 준제는 안심했다.
‘이제 힘은 다 썼을 터.’
더 이상 저런 묘기는 더 보여 줄 수 없을 터였다.
그리고, 서은현이 검을 휘둘렀다.
부웅!
[…!!]준제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서은현의 일검을 다시 피했다.
다시금 그의 검이 천지를 분단시켰다.
인족 구역의 천공도 중 8할이 서은현의 검에 의해 잘려 나갔다.
그는 설마설마하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 그래. 내 판단에 조금 착오가 있었소. 하지만 저것이 정밀로 마지막….]다시 서은현이 검식을 잡았다.
그리고 그가 태수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또다시 태수들은 안간힘을 다해 피했고, 준제의 표정이 새하얘졌다.
[뭔가 특수한 비술을 익혀 기운을 보전한 모양이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기력이….]서은현이 또다시 검을 휘둘렀다.
쿠구구구구!
인족 영역 전체에 참격이 흩뿌려지며, 천공들이 점차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인류의 터전이, 멸망하고 있었다.
[…아 …그렇군.]‘저건 단순한 탈합체기가 아니야….’
그제야 준제는 깨달을 수 있었다.
눈앞의 서은현은 처음부터 그들과 싸운 적 없었다.
눈앞의 존재에게, 이미 태수들이란 날파리나 다름없는 미물들.
그는 그저 처음에 말한 대로, 인류를 그들의 터전에서 쫓아내기 위해 그들의 터전을 공격할 뿐이었다.
부웅, 부웅, 부웅!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천공도의 부유진이 박살 나며, 천공도들이 아래로 내려간다.
[하, 하지 마라….]검광이 번뜩인다.
무형의 검광이 인족 영역의 진법들을 모조리 으스러트린다.
[그만해라…!]준제가 허망한 눈으로 외쳤다.
인족 영역의 구름이 걷히며, 서은현의 만행에 그들의 터전이 박살 난다.
[그만두란 말이다!]인류의 선조가 대대로 지켜 왔던 대지가, 그렇게 무너지고 있었다.
[당장 그만두란 말이다!!!]준제는 피눈물을 흘리며 검을 휘두르는 괴물에게 소리쳤다.
그리고 서은현과 준제의 눈이 마주쳤다.
준제는 인류의 영토를 위해 눈앞의 괴물에게 덤벼들었다.
누구라도 막아야 했다.
이 괴물에 의해, 인간의 시대가 저무는 것을!
콰아앙!
다음 순간, 준제는 서은현의 일격을 맞고 전신의 황금 비늘이 으스러져 튕겨 나가 버렸다.
그의 영역이 반으로 갈라져 버렸다.
바로 알 수 있었다.
여태껏 서은현은, 언제든 그들을 짓밟아 죽여 버릴 수 있었다는 것을.
[노옴!]골맥이 격노하며 몸집을 부풀려 서은현에게 날아갔다.
위령선과 위수, 개진과 응연 역시 서은현을 향해 다시금 총공세를 퍼부었다.
그리고, 위령선의 지휘에 의해 서은현의 동료들과 싸우던 육대종문.
아니, 창천개벽문을 제한 오대종문이 일제히 서은현에게 달려들었다.
[인류의 터전을 위협하지 마라, 배신자 놈!]개진의 외침과 함께 무수한 인족들이 서은현을 향해 법보와 법술을 폭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40개의 안광을 빛내며 서은현이 소름 끼치는 기세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계속 놀아 줬더니, 주제를 모르는군.]여지껏 한 번도 삼태극의 힘을 제대로 뽑아내지 않던 서은현이 안광에서 귀화를 피워 올렸다.
[오냐, 제대로 붙어 보자.]다음 순간, 서은현은 사라졌다.
그리고 다음 찰나.
제대로 반응한 것은 오직 골맥뿐이었다.
퍼벙, 퍼엉!
개진과 응연의 몸이 반으로 갈라지고, 서은현의 검이 양팔로 교차된 골맥의 팔을 파고들어 그녀의 양팔을 잘라 내었다.
서은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둔술과 어검비행, 활공술을 사용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처음부터 눈앞의 인족 대군을 상대할 생각은 없었다.
전명훈의 말대로 다 죽여 버린다고는 했지만, 어차피 인류 전체를 상대로 누구도 죽이지 않고 제압할 자신이 있었으니 인족 전체는 어차피 다음 순위였다.
그의 목표는, 압도적인 공포를 보여 줘 인류를 터전에서 쫓아내는 것.
그랬기에 범위가 큰 공격들만 쓰며 인류의 영토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누구도.
인류의 어떤 일원도 서은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경악하기는 하지만 그뿐.
그들 모두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전의를 불태우는 것이었다.
‘이래서 투귀족과 함께 이악인가.’
전투하며 발정하기에 끊임없이 투지를 불태우는 투귀족.
지킬 것이 있다면 목숨이 닳아 없어져도 투지를 불태우는 인간족.
둘 다 절대로 투지가 꺾이지 않는 부분이 있기에, 한데 엮여 수라족이라 불리우는 것이었다.
‘잘못 생각했다. 나도 인간이거늘….’
서은현은 마침내 마음을 고쳐 잡았다.
‘어중간한 각오로는, 인간을 무릎 꿇릴 수 없어.’
그는 검세를 고쳐잡았다.
적당히 상대를 겁주기 위한 것에서, 제대로 상대를 죽이기 위한 검세였다.
그는 흉험한 살광을 눈에 담으며 입을 열었다.
[얕보아서 미안하다. 그렇다면, 지금부터….]그리고, 그가 살초(殺招)를 펼치기 시작했다.
[제대로 상대해 주마.]지금 그가 상대하는 것은 인류.
이 드넓은 광한계에서, 절대로 꺾이지 않는 두 종족 중 하나였다.
실 같은 검기가 그의 손에서 뿜어졌다.
아니, 그것은 검기 따위가 아니었다.
그것은 검기 따위라 칭하기엔 너무나 흉험했고, 검강이라 칭하기엔 너무나 패도적이었으며, 검환이라 칭하기엔 너무나 날카로웠다.
그것은, 그래.
능히 월도(越道)라 불려야 할 것이었다.
단악검법 전반부의 마지막 초식은 일출봉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봉우리를 넘어, 햇살이 들어오듯.
초식을 넘어 쏟아지는 무수한 찌르기가 마치 일출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서은현이 펼치는 것은 결코 일출 따위가 아니었다.
일출이 아니다.
이것은, 개벽(開闢)이었다.
단악검법
제십이초
[피, 피해라!!!] [몰살당한다!]육억광개벽봉(六䖁光開闢峯)
실낱같은 검의 의지가 천지사방을 꿰뚫었다.
그리고, 그것은 꿰뚫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쿠광, 쿠과과과광!
폭발한다.
실 같은 찌르기가 적중한 곳에서, 검기의 폭풍이 일어나며 주변을 초토화시켰다.
사방 곳곳에서 참격의 폭풍이 일어났다.
인류의 터전이 모조리 무너져 땅으로 추락한다.
위대한 여섯 천족 중 한 곳의 영토가 무너져 내렸다.
골맥은 아연한 표정으로 눈앞의 괴물을 바라보았다.
[검… 검… 귀….]눈앞에 있는 것은 유명한 검귀.
그러나, 그녀는 도저히 ‘검귀’라는 이름으로 저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검귀라는 이름 따위론 저것을 담기에 너무나 부족하다.
그리고, 그런 느낌은 태수회 모두가 받은 듯했다.
위령선의 입에서, 멸망해 가는 인류의 터전을 보며 새로운 이름이 튀어나왔다.
“…검마(劍魔). 검마로군.”
쿠구구구구!
참격의 폭풍이 한차례 지나가고, 그들은 침을 삼키며 눈앞의 존재를 바라보았다.
인류의 영역을 모조리 초토화시킨 검마는, 아직도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웅, 우웅, 우우우웅!
천지영기가 눈앞의 존재에게 몰려들어 간다.
검마가, 다음 초식을 준비한다.
[모조리 멸하라…!]위령선은 눈물을 흘렸다.
[모두 도망쳐라!]그의 의지가 인류 전체에게로 퍼졌다.
위령선이 가진 수천의 분신들이, 수만의 문파들에게 지령을 내렸다.
[태수회가 패했다! 검의 마귀가, 우리 인류를 짓밟고자 한다!]그는 서은현의 살의를 마주하며 소리쳤다.
[도망쳐라! 살고자 한다면, 저 검마(劍魔)의 공격권에서 도망쳐라!]인류는 패배했다.
그리고 그들은 20개의 머리를 가진 검의 마귀에 의해 삶의 터전을 뺏기고, 기약 없는 피난을 떠나야 했다.
그날 이후로 서은현은 새로운 악명을 얻었다.
무형의 검을 휘두르는 악귀.
무형검마(無形劍魔) 서은현.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광한계의 모든 종족들은 광한계를 본격적으로 휩쓸기 시작한 삼대 재앙을 마주해야 했다.
기묘성채를 ‘본격적으로’ 성장시키기 시작한 미치광이 괴뢰사.
괴군 조연.
천족 육대종이자, 이악 중 하나인 인간족을 터전에서 쫓아낸 미치광이, 무형검마 서은현.
그리고 귀신들을 이끌고 나타나 세계를 삼키기 시작한 이성 없는 귀물.
귀도성모 강민희.
괴군(怪君).
귀모(鬼母).
검마(劍魔).
광한계는 이 셋을 통틀어, 삼대 재앙(災殃)이라 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