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420)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420화
대면 (3)
부르르-
나는 수계의 형태와 그것을 둘러싼 세계들의 위치에 몸을 떨며 머리를 비웠다.
‘지금 당장 생각해서 알 수 있는 건 없다.’
경각심을 가지되, 더 머릿속에 담고 있진 말자.
계속 생각하면 인력이 생기고, 인력이 생기면 어떤 존재가 내 머릿속을 들여다볼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소중한 정보 감사드립니다.”
[그래, 하면 이제 가 보아라.]백운 성사가 의식의 가속을 완전히 풀어준 후, 내가 언제라도 돌아갈 수 있게 허락한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차후에 몇 가지 의문을 풀러 찾아와도 되겠습니까?”
[흠…]그녀는 내 말에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말했다.
[쇄성기 이전에 나와 독대하려면 최소 저 재앙들을 안정시켜 보아라.]‘괴군, 그리고 강민희를 말하는 거군.’
나는 잠시 생각해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알겠습니다. 노력해보도록 하지요.”
[그래. 그럼 나중에 보도록 하지…]우웅-
그 말과 동시에, 나는 백운 성사가 거하는 천련대산에서 의식을 빠르게 회수하였다.
츠츠츳-
눈을 뜨자, 다시금 방금 전의 상황이었다.
쿠구구구구!
음기가 충천하며, 강민희가 강림하고 있었다.
‘전명훈과 김영훈이 힘을 합치면 쇄성기 수준의 속도는 낼 수 있다.’
나머지 동료들도 더불어 모두 한 사람 몫은 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거기에 백운 성사가 인증해준 내 힘의 체급만큼은 쇄성기라는 것 같았으니만큼, 지금 강림하는 강민희를 상대로 시간을 끄는 것 정도는 가능할 터였다.
스릉-
나는 영역을 통해 허공에서 무색유리검을 꺼내며 동료들의 앞으로 나아갔다.
쿠르릉-
암운이 하늘을 덮으며, 그 중심에서 공간이 외곡되며 잿빛의 구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명계의 외곽의 공간이 현실에 강제로 덧씌워지는 현상.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쿠웅-
소총이 격발되는 소리?
수류탄이 터지는 소리?
법술로 인해 산이 날아가는 소리?
그런 비슷한 폭음이 저 안쪽에서 들려온다.
쿠웅-
그러나 나는 본능적으로 저것이 단순한 폭음이 아닌, ‘고동소리’임을 눈치챘다.
그래, 저것은 누군가의 심장 고동소리나 다름없었다.
쿠웅-
세 번째 고동소리가 나자, 잿빛의 구체가 검게 물들었다.
츠아아아아-
검게 물든 구체에서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에 전신의 털이 곤두서는 기분이었다.
‘미친…’
저 연기처럼 보이는 것은 자그마한 먼지알갱이들이었다.
그리고 그 알갱이 하나하나가 최소 축기기급 귀신이었다.
쿠웅-
네 번째 고동소리가 울렸다.
구체에 금이 가며, 안쪽에서 뭔가가 튀어나오려는 듯한 기색이 느껴졌다.
나는 딱딱한 얼굴로 말했다.
“영훈 형님. 전명훈. 나머지 사람들 모두 섭명함에 먼저 가 있으십시오.”
아무래도 잘못 생각했다.
지금 우리가 상대할 쇄성기 강민희가, 막연히 이전 18회차때 나와 서립을 상대했던 그 강민희일 거라고.
그 당시 강민희는 쇄성기에 이른지 얼마되지 않아, 지금의 나 정도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내가 지금껏 봐왔던 강민희 중 가장 압도적이었던 것은, 오직 천년 이후 시점의 강민희.
진정한 쇄성기에 이르러 장익이 직접 상대하러 와야 했을 정도의 귀도성모가 가장 무서웠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천년 이후 시점이 아닌 500년 이후쯤의 시점인 지금.
나는 강민희를 감히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무슨 말이냐, 은현아. 어찌 동료를 버리고 간다는 거야?”
“우리도 각자 제 몫은 할 수 있…”
“당장 가란 말이다!!!”
나는 김영훈과 전명훈의 말을 끊고 버럭 외쳤다.
오히려 체급이 쇄성기에 달한 나였기에 알 수 있었고, 아직은 합체기 수준인 동료들은 알아채지 못한 모양.
그나마 의식이 폭발적으로 성장해 의식의 크기만큼은 탈 합체기급인 김연과은 그럭저럭 내 말의 의미를 이해했는지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고, 홍범은 뭔가를 느꼈는지 홀린듯한 멍한 눈으로 구체 안쪽을 보고 있었다.
“그, 그 말대로 해요. 모두…”
김연이 머리를 부여잡고 헛숨을 들이쉬며 말하자, 김영훈이나 전명훈 역시, 이전만큼 상황파악을 못할 수준은 아니었기에 눈빛을 교환하고는 어두운 얼굴로 물었다.
“넌 괜찮은 거냐?”
“너희만 없으면 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해서 버틸 순 있어.”
“…그래.”
전명훈은 고개를 끄덕인 후 김영훈과 힘을 공유하며, 황금빛 뇌전의 새로 변화해 흑색귀골곡의 섭명함이 떠난 쪽으로 날아갔다.
‘명계의 사신이 개입한 시점이었다는 걸 잊다니… 너는 병신이냐, 서은현?’
나는 미친듯이 나를 욕하며.
쿠웅-
콰칭!
마침내 구체를 깨고 나온, 길죽한 손을 바라보았다.
쿠구구구구!
아마 내가 짐작하기에.
이번 회차의 강민희는, 내가 지금까지 만났던 어떤 회차의 강민희보다 강력하리라.
왜냐하면 그녀는.
콰치직!
쩌어엉!
‘마침내 왔구나.’
명계 사신의 개입으로 인하여, 우리가 이 세계에 온 지 500년 된 지금 시점에서 이미, 천년 후 시점의 그녀의 힘을 웃돌기 때문이었다.
소곤소곤소곤소곤소곤…
무수한 귓속말이 귓가에서 아른거리는 듯 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읊조림.
원망, 통곡, 절규, 기도, 비명…
죽은 망자들이 내뱉는 언어들이, 모조리 한곳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수천, 수만, 수억, 수조의 귀신 무리를 이끌고 나타난 귀신들의 군주.
귀도성모(鬼導聖母) 강민희의 입에서 말이었다!
소곤소곤소곤…
쿠그극!
나는 그녀의 소곤거림만으로도 어마어마한 파장이 발생하며, 이 파장의 힘이 합체기 수사의 공격과 비슷하다는 걸 이해했다.
‘뇌성해에서 본 쇄성기 존자들의 웃음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나마 내가 그때 당시와 달리 강해졌기에 이렇게 서 있을 수라도 있는 것일 터였다.
무수한 소곤거림을 내뱉으며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는, 10장 길이의 몸체를 가진 검은 귀신.
그 머리는 수 리에 뻗쳐서 어둠과 동화되어 있고, 몸에는 어둠의 옷을 걸쳤으며, 눈에서는 푸른 눈물이 흐르는 여인, 귀모.
나는 귀도성모 강민희를 향해 외쳤다.
“여기다.”
훽!
내 말에, 그녀의 시선이 내게 꽂혔다.
쿠구구국!
그녀의 시선 하나로 내 주변에서 음기 때문에 대지가 썩어들어가며, 곳곳에서 귀신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의 시선을 마주하며 쓰디쓴 미소를 지었다.
스릉-
“…우리, 예전에 못다한 얘기가 좀 많지?”
나는 무색유리검을 들어올리며 검식을 잡았다.
“지금 나눠 보자.”
다음 순간.
강민희가 내 앞에 도착해 있었다.
꽈과과과광!
그녀가 팔을 내리친다.
예전에 나였다면 반응도 못하고 그대로 땅 깊숙한 곳에 파묻혔을 일격.
그러나 나는 부드럽게 검을 통해 그녀의 손길을 흘려낸 후, 발을 굴러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삽시간에 푸른 하늘이 가까워지고, 광대한 인족의 영토가 작아 보일 정도까지 올라왔다.
‘천련산이 보이는군.’
나는 저 멀리 내가 방금 전까지 있었던 백운 성사의 천련대산을 흘긋 보고는, 어느새 다시 내가 있는 곳까지 따라온 강민희에게 시선을 돌렸다.
쩌억!
그녀가 입을 벌렸다.
이미 괴물이 되어버린 그녀의 푸른 이빨은 마치 상어의 것마냥 삐죽거렸고 날카로웠다.
“여전히 이빨은 건강하네.”
콰득!
강민희가 내 무색유리검을 악무는 것을 보며 농담을 건냈다.
물론 그녀는 딱히 받아줄 생각이 없는 듯, 그대로 목 힘을 이용해 나를 아래 쪽으로 끌어내린 후 그대로 이 높이에서 나를 저 땅바닥으로 향해 꽂아넣으려 아래쪽으로 쇄도하였다.
화르르륵!
운석이 대기권에 진입하며 불타오르듯이, 나와 그녀의 주변이 불꽃으로 덮였다.
“좀 아플 거야. 미안.”
부웅!
나는 불타오르는 열기 속에서 그녀의 입에 물린 무색유리검을 비틀었다.
카각!
몇 번의 검명과 함께 입 안에서 비틀린 무색유리검의 방향이 변화했다.
동시에 그녀의 이빨 사이로 끼여간 무색유리검은 그대로 강민희의 머리통을 베어냈다.
[끼아아아아아아!!!]끔찍한 귀곡성이 인족 영역을 넘어 엽타족 영역까지 퍼지는 듯 했다.
울컥, 울컥!
그녀의 머리가 베여진 곳에서부터 검은 액체가 흐르는 듯 하더니 강민희의 머리가 두 개씩이나 자라났다.
재밌는 묘기였지만, 나는 20개나 만들 수 있었으므로 감탄 대신 그녀가 당황한 틈을 타 그녀의 몸 위로 올라탔다.
우극!
그녀가 꿈지럭거리며 내 몸을 떨쳐내려는 것 같았지만, 인간 형태의 그녀의 팔은 내가 전부 꽉 잡아놓은 상태에서 아래쪽으로 그녀를 내리누르고 있었기에 벗어나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끼야아아아아악!]그녀의 등에서 또 다른 상반신이 솟아났다.
또 다른 상반신은 나를 향해 귀조를 세웠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20개의 머리를 가진 본체를 꺼내며, 천근추의 묘리로, 내 영역의 질량을 더해 대륙 수준의 무게를 그녀에게 추가해 버렸다.
꽈아아아앙!
폐허가 된 인족 영역 전체에 빗금이 가며,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이웃인 엽타족에는 조금 미안한 일이었지만 그들의 영토에도 지금 지진해일이 잔뜩 일어나고 있을 터였다.
‘미안하다. 너희들까지 대피시킬 여력은 없었어.’
나는 비상경계태세를 내세우며, 이제서야 종족들을 대피시키기 시작한 엽타족과 인근 종족들에게 사소한 사과를 건낸 후, 내 발 아래에서 꿈지럭거리는 어둠을 향해 검을 들어올렸다.
높은 계위에서, 낮은 계위로.
높은 자세에서, 낮은 목표로.
일순간.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능광도의 속도마저 능가한 산심연후도의 일격이 귀도성모를 가격했다.
부웅!
약 50만리에 달하는 인족의 영역이 내 검기에 의해 반으로 다시금 잘려나갔다.
소리조차 이 속도를 따라오지 못해 직후에 들려온다.
그러나 나는 표정을 굳히며, 일격을 넣은 이후 망설임없이 귀도성모에게서 떨어져 나갔다.
오오오오오-
귀신들이 노래한다.
내가 귀도성모를 꽂아넣으면서 인족 영역 전체에 생긴 지각변동.
그 지각변동의 균열들에서, 음기와 귀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쿠구구구구!
“…이 개 같은…”
나는 그 음기의 정체를 파악하고 나지막히 욕설을 내뱉었다.
인간은 어째서 육대종 중 이악인가.
생령을 단약으로 만드는 건 굳이 인간만의 악행은 아니었고, 노예종족을 부리는 종족도 많았으며 침략과 수탈로 가득한 사고방식 역시 인간의 고유한 방식은 아니었다.
위선적으로는 장목족과 천익족이.
기괴함으로는 균해족이.
추악함으로는 부휴족이.
전투적으로는 투귀족이 인간보다 앞선다.
그런데도 인간족은 이악(二惡)이다.
어째서 그럴까?
진실은 바로 ‘양’이었다.
인간족은 무수한 천족 중, 일견 평범해 보이는 종족이었다.
하지만 인간족은 필요가 없어도 남의 것을 탐할 줄 아는 종족이었다.
인간은 필요가 없어도 남을 죽일 줄 알고, 필요 이상으로 편해지기를 원하며, 필요 이상으로 안락함만을 추구하는 종족이었다.
그들의 욕망이 가진 힘은, 투귀족의 전투력을 뛰어넘었다.
그들의 욕망이 가진 추악함은 부휴족을,
그들의 욕망이 가진 기괴함을 균해족을, 그들의 욕망이 가진 위선은 장목, 비익족을 뛰어넘었다.
무수한 종족이 인간족의 영토로 잡혀와 실험당하고 잡혀 단약이 되었다.
그렇다면, 그 ‘무수한 종족의 원혼’은 전부 어디로 갔을까?
쿠구구구구구!
인간족은 어째서 멀쩡한 땅을 내버려두고, 굳이 천공도를 만들어 그 위에서 고고한척 살아갔을까.
오오오오-
오오오오오-
아아아아!
흐어어어-
아파- 아파-
하지 마라, 하지 마라…
광한계가 창세되고 50만년.
그 50만년의 긴 세월 동안 무수한 종족을 학살하여 잡아먹은 인간족의 추악함이, 긴 시간을 넘어 마침내 드러나게 되었다.
구구구구구!
나는 인간족의 영토 밑바닥.
그 아래쪽에서 귀도성모를 만나 흘러나오는, 밑도 끝도 없는 원혼들을 보며 기가 차는 느낌이었다.
인간족들은 타 종족을 약탈하면, 그 종족의 내단과 요핵을 추출하여 단약으로 삼고, 피와 가죽은 부적으로, 뼈와 내장은 법기로 삼는다.
그리고 혼백마저 마도 수사들이 잔뜩 흡수하여 영기를 빨아먹고, 남은 찌꺼기 부분은 전부 음식물 쓰레기마냥 천공도 아래로 버리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기력을 잔뜩 잃은 혼은 아무리 원통해도 기력이 없어 원귀가 될 수 없었으니까.
나중에 천천히 기력을 보하려고 해도, 위쪽에서 끝없이 떨어져 내리는 다른 원혼들이 아귀가 되어 기력을 찾고자 서로의 기운을 먹어댄다.
원한 때문에 명계로도 가기 힘들고, 기력이 없어 명귀계로도 가기 힘든 원귀들이 서로의 기력을 빼대며 끊임없이 발버둥치는 대지.
천공도 아래쪽 대지는, 그야말로 인류의 음식물 쓰레기통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강민희로 인하여 인간족에게 핍박당하고 고문당해왔던 무수한 원귀들이 일제히 꺠어나며, 강민희의 힘에 의해 기력을 되찾는다.
아니 정확히는, 강민희는 통로일 뿐 어딘가 [깊은 곳]에서 그녀를 통해 힘을 끌어올려 원혼들에게 공급하는 게 느껴졌다.
[인간인간인간…] [죽인다죽인다죽인다죽인다…] [우리와함께하자함께하자함께하자…] [아팠어요아팠어요아팠어요.] [너희도똑같이만들어줄거야우리와똑같은걸느끼게해줄…]인류에게 희생당해왔던 원혼들이 힘을 찾으며, 일제히, 최소 축기 수준의 존재가 되었다.
나는 아연한 표정을 지으며, 순식간에 부릴 수 있는 원혼의 힘이 늘어난 강민희를 올려다 보았다.
쿠구구구구!
수조, 수경에 달하는 원혼들이 그녀에게로 흘러가며, 그녀의 크기가 더 커졌다.
처음에는 10장 크기였던 그녀의 몸통은 이제는 40장을 넘어, 4리에 달해 있었다.
나는 산만해진 그녀의 몸체를 보며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빌어먹을 인간들.”
꾸과과과광!
그녀의 거대한 손이 내가 있던 곳을 내리쳤다.
나는 그녀를 상대로 시간을 끌 생각은 완전히 버려버렸다.
‘도망쳐야 한다.’
20개의 머리를 가진 귀왕의 형태도, 무수한 귀신들을 통솔하는 그녀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처음에는 나를 보고 움찔거렸던 귀신들도 강민희가 산만큼 거대해진 이후로는 도리어 귀화를 불태우며 내게 미친듯이 손을 뻗어대었다.
하나가 되자는 듯.
[미안한데 너희 마님과는 같이다니면 불편한 사이라서 말이지.]츄와아아아악!
나는 하늘을 덮을 그물처럼 나를 덮쳐오는 검은 손들을 피하며, 이제 완전히 어둠에 휩싸여 명귀계처럼 변해버린 인족 영토를 보았다.
우우우웅!
조금 추하긴 했지만, 나는 삼태극의 기운을 모조리 그녀의 손길을 피하는 데 쓰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내 기운이 쇄성기 체급이라는 말은, 기운의 크기만큼은 쇄성기 초기 수준이라는 말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가지고도 그녀를 상대로 승산이 없었건만, 인류의 추잡함을 모조리 받아들인 그녀는 현재 쇄성기 중기 수준이나 다름없었다.
번쩍, 번쩍!
활공술, 비둔술, 축지법, 어검비행술 등 쓸 수 있는 수단은 전부 사용하며 도망쳤다.
그리고, 인족 영토를 뒤덮은 어둠이 나를 쫓아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장익도 못 막는 거 아닌가, 저거.’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타 종족의 영토를 집어삼키는 귀도성모의 어둠을 올려다보았다.
우르릉, 우릉!
검은 번개가 번뜩이는 듯하며, 안쪽에서 검푸른 귀화가 쏟아져 나와 인족의 이웃 종족 중 하나인 백각족을 쓸어버렸다.
쿠구구구구!
무수한 수선계의 수도자들.
그리고 심족들을 탄생하게 한 천족들이 늘 그렇듯.
인족이 유달리 심하긴 했지만, 다른 천족들 역시 무고한 종족은 없었다.
그들 종족 역시 학살한 종족이 있고, 침략한 종족이 있었다.
그리고, 저들이 침략해 왔던 이들의 무수한 원혼들이 또 다시 귀도성모의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가 힘을 얻는다.
쿠르르릉!
나는 검은 벼락소리와 함께, 귀도성모의 기운이 점차 거대해지는 걸 보았다.
‘미친…’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다.
종족 하나를 집어삼키며 올 때마다, 점차 어둠의 크기가 거대해지고 있었다.
인간족의 원혼을 집어삼킬 때처럼 급격한 변화가 있진 않았지만, 한 종족과 그들이 핍박한 원혼을 삼킬 때마다 확실히 강해지는 것이 육안으로 보였다.
괜히 강민희가 천년 이후 시점에 광한계의 50분의 1을 집어삼킨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의 강민희는 수석판관장을 만나 폭주 초기 시점에 이미 천년 이후 시점 이상의 힘을 손에 넣은 상태였다.
‘백운 성사… 장익 분체가 아니라 본체를 불러야 할 것 같은데 말입니다.’
나는 아연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바로 그때, 어둠의 안쪽에서 거대한 손이 공간을 뛰어넘어 나를 향해 뻗어왔다.
“…!”
미처 반응을 하기도 전.
쇄성기의 공간 조작에 의해, 그녀의 손이 내게 도달했고, 나는 그대로 그녀의 손을 맞고 천족 중 한 개의 영토를 가로질러 굴러버렸다.
“커헉… 허억…”
뚝, 뚜둑…
칠공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금방 낫기는 했지만, 반응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귀도성모와 나의 차이가 지대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보다는 저 멀리서 아직도 이쪽을 향해 다가오는 거대한 어둠의 폭풍을 바라보았다.
“…강민희…”
방금 전 그녀의 손에 얻어맞을 당시, 똑똑히 들었다.
-구해줘.
오직 천족이자, 지족이자, 심족인 나였기에 들을 수 있던 의지였다.
“……”
정신을 차렸으면 바로 도망가야 했건만.
나는 눈을 부릅뜨며, 조금은 멍한 눈으로 강민희 쪽을 바라보았다.
휘오오오오-
또 다시 강민희가 천족 중 하나를 멸하며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마 100초 정도면 충분히 이곳에 도달하리라.
“…강민희…”
나는 그녀를 부르며, 바싹 마른 입술을 붙였다 뗐다.
그리고, 대답은 내 옆에서 들려왔다.
[후후, 그게 저 존재의 이름인가 보군요 서 도우.]단악검법.
제이십이초.
나는 듣기 싫은 목소리를 향해서 바로 여지없이 단악(斷岳)의 초식을 사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