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422)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422화
망가진 자들 (2)
쿠구구구구!
뒤쪽에서는 강민희가 쫓아오고 있었고, 옆쪽에서는 뱀이 혀를 낼름거리며 수상해 보이는 제안을 내놓는다.
나는 서휼을 바라보았다.
난 이 녀석을 잘 알고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허언만 입에 내놓는 거짓말쟁이.
그것이 서휼이란 자의 정체성이었다.
‘하지만….’
도무지 거부할 수가 없다.
서휼의 본체에 대한 정보.
그리고 강민희를 광한계 바깥으로 내보내서 얻을 수 있는 유예 기간.
어느 것 하나 무시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사기라고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가치가 큰 것들.
‘그렇군, 괴군이 항상 서휼이 입을 열면 말을 끊으며 공격했던 것은, 어쩌면 서휼의 제안을 들으면 그 괴군조차도 그의 의도에 끌려갈 수 있기 때문이었나.’
나는 침음성을 흘리며 녀석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녀석은 장님이었기에, 나와 녀석 간의 눈싸움 같은 건 성립되진 않았다.
나는 잠시 고민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일단 받아들여 보마.”
[이거 감사드립니다, 도우.]“하지만 조건이 있다.”
나는 서휼을 노려보며 말했다.
“일단 네 말대로라면 우리가 힘을 합쳐 괴군의 정신을 차리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지? 그 과정에서 너는 내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원격으로만 행동해라.”
만약 놈이 내 동료들과 만나, 그 더러운 탁혼만천으로 동료들을 세뇌한다면 굉장히 격노할 것 같았다.
만약 동료들이 서휼에 의해 서휼화되어 버린다?
뿌드득-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이가 갈렸다.
더 이상 동료들을 함부로 잃을 수는 없었다.
만약 그런 일이 생겨 버린다면 나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이성을 잃어서 또 무슨 짓을 할지 나 자신마저 몰랐다.
‘어쩌면 이성을 잃어서 태산의 주인이 강림할 때까지 올바른 멸법진언을 외워 댈지도 모르겠군.’
내 말에 서휼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필요한 일이라면 따르겠습니다. 걱정하시진 마시지요. 어차피 제 본체를 찾기 전까진, 부인과 서 도우에게 무조건 의지해야 하니 말입니다.]“….”
애당초 선택지가 둘이라는 것부터 우리 사이에 신뢰는 없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굉장히 미심쩍고 수상한 동맹.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필요한 일이었다.
“알았다. 그렇다면… 너와 임시적으로라도 동맹을 맺겠다.”
그는 빙긋 웃으며 기쁘다는 듯 예를 취했다.
“…그나저나….”
[아아아아아아-]나는 우리를 쫓아오는 강민희를 보며 눈을 찌푸렸다.
“괴군에게 도달하려면 일단 귀도성모부터 떼어 내야 할 것 같은데. 방법 없나?”
강민희를 계면 밖으로 방출하려면 괴군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괴군을 만나서 설득하려면 우선 강민희와 떨어져 나, 서휼, 김연, 오혜서가 힘을 합쳐야 한다.
하지만 강민희는 나를 미친 듯이 쫓아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동맹이고 뭐고 시작도 못 할 판이었다.
‘아무래도 내 몸에서 풍기는 죽음의 기운 및 준쇄성기급의 전력인 내 힘을 느끼면서 나를 잡아 귀왕화시키려고 쫓아오는 것일 확률이 크다.’
특히나 강력한 귀물인 그녀에게 내 죽음의 기운은 어마어마하게 눈에 띌 터였다.
‘한 번에 쇄성기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끝없이 쫓아올 터.’
나는 이왕 이리된 것, 서휼의 계교를 시험해 보기 위해 녀석에게 계책을 구했다.
그는 빙긋 웃는 듯하더니 말했다.
[동료분들과 만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은 벌 만한 계획이 있는데 들어 보시겠습니까?]“빨리 말해 봐라.”
[건곤성으로 가십시오.]“…네놈.”
나는 서휼이 뭘 말하려는지 이해하고 눈을 부릅떴다.
그는 빙긋 웃으며 설명을 이었다.
[건곤성으로 가셔서, 저것을 유인하여 비선대. 그러니까… 공령지 아래로 빠뜨려 버리십시오. 지성이 없는 듯하니 어렵진 않을 겁니다. 공허간의 시들은 큰 기운을 가진 존재에게 더더욱 반응하니, 쇄성기급 시들마저 한둘쯤은 저것에게 달려들 것입니다. 물론 공령지는 열려 있는 문이오, 뚫려 있는 구멍이니 금세 다시 튀어나오겠지만 공허간의 시들이 시간을 벌어 줄 겁니다.]“…건곤성에 있는 이들은 전부 귀도성모의 뱃속으로 넘기라는 거냐.”
[흠….]서휼은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되물었다.
[오히려 좋지 않습니까? 건곤성주인 태수 헌원과는 사이가 좋지 않은 걸로 압니다만.]“….”
나는 서휼의 말에 휘둘리는 대신 놈을 힐긋 보며 눈을 찌푸렸다.
“요사스러운 혀는 그만 놀리고, 나를 도와라. 네놈 능력과 욕심에 건곤중역에 사는 생령들에게 탁혼만천을 걸어 놓지 않았을 리가 없지. 네 능력으로 당장 건곤중역에 있는 이들 모두를 다른 곳으로 대피시키거나 해라.”
[후후….]내 말에 서휼은 빙긋 웃더니 어깨를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역시 서 도우는 못 당하겠군요. 하지만 ‘모두’를 대피시키는 건 불가능합니다.]“그건 또 무슨 헛소리지?”
[건곤성주 헌원. 그자만큼은… 그자만큼은 의식 속에 위험한 것이 깃들어 있었기에 탁혼만천을 흘려 넣기만 했을 뿐 세뇌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니 그자는 도우께서 직접 설득해 주시지요.]“….”
나는 헌원을 떠올렸다.
헌원의 안쪽에 있는 천라라는 [이름]!
‘제길….’
벌써부터 공포스러운 느낌이었다.
그 이름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정확히 몰랐다.
하지만, 삼척동자라도 내 상황이라면 그 이름이 태산의 주인과 관련된 것이라는 건 알 수 있을 터였다.
어쩌면 산의 신의 선보가 천라일 수도 있었다.
그런 위험한 것은 서휼에게 떠넘기려 했지만, 아무래도 내가 마주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알겠다.”
나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서휼과 함께 건곤성을 향해 날아갔다.
헌원은 불안하다.
놈의 눈에 달린 감(監) 자부터 시작해서, 녀석이 익힌 태산열제공까지.
어쩌면 놈을 통해, 태산의 주인이 나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더 놈에 대해 알아 둬야 한다.
나는 헌원의 현 상태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그리고 서휼의 계책대로 강민희의 발을 묶기 위해 건곤성으로 향하였다.
* * *
쿠구구구구!
약 반나절을 날았을까.
저 멀리 건곤중역이 눈에 보였다.
‘새삼 빨라졌군.’
이전에는 태수 정도의 속도로도 며칠은 걸려야 인족 영역에서 건곤중역까지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준쇄성기급이 된 지금.
축지법과 비둔술, 활공술, 어검비행 등 모든 것을 합치자 반나절 만에 인족 영역에서 건곤중역까지 온 것이었다.
물론….
‘강민희도 마찬가지지만 말이지.’
강민희는 일직선으로 나를 쫓아오며, 일직선상에 있는 모든 종족의 원혼들을 받아들여 힘을 부여하고 자신의 권속으로 삼으며 왔다.
인족 영토에 있었을 때만큼의 원혼은 아직도 흡수하지 못했으나, 그래도 계속해서 크기가 일정하게 커지는 강민희였다.
구구구구구!
크기뿐일까.
속도도 조금씩이지만 오르는 게 느껴졌다.
난 뒤쪽에서 나를 쫓아오는 어둠의 폭풍을 흘긋 보며 건곤성을 향해 더욱더 빨리 갔다.
반나절 동안 정말 미친 듯이, 강민희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건곤성에 도착하는 걸 목표로 삼은 결과.
나는 건곤성에 그녀보다 조금 더 빠르게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제 약 일각 후면 강민희가 들이닥칠 터.’
헌원과의 대면은 일각 안에 끝내야 했다.
휘오오오오-
서휼의 탁혼만천으로 인해 모두가 피난을 갔기 때문일까.
건곤성은 조용했다.
그러나 나는 건곤성 중앙.
그곳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존재감을 느끼며 눈을 찌푸렸다.
서휼의 탁혼만천들이 헌원을 설득했음에도 그는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었다.
부웅!
쩌어어어엉!
내 손짓에 광대한 검기가 일어나며, 성벽을 가르고 헌원이 있는 곳까지 짓쳐 들어갔다.
쿠구구구구!
건곤성이 무너지며, 나는 헌원의 연공실이 있는 곳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이전에 만났을 때와 똑같은 차림이었다.
이전과 같은 자주색 용포에, 망건 바깥으로 삐죽삐죽 튀어나온 머리칼, 정리되지 않은 상투 등 피폐해 보이는 모습.
그러나 이전과는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었다.
스윽-
그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그를 내려다보며 혀를 찼다.
“…어쩌다 그런 꼴이 되었는가, 건곤성주.”
헌원의 눈은, 이전과 달리 빛을 잃은 상태였다.
밝게 빛나던 감(監) 자의 표식은 완전히 빛을 잃고 어둠만이 남아 있었다.
아마 태산의 주인이 빛에게 잡혀간 것과 관련이 있는 듯했다.
아예 시력을 잃은 듯 나를 보는 초점이 맞지 않았다.
그러나 합체기들은 시력을 잃어도 의식영역이 있었기에, 그는 멍한 눈으로 나를 보는 듯해도 나를 인지하고 있었다.
“…모르겠군. 얼마 전 갑자기 눈이 빛을 잃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어.”
“부하들에게 못 들었나. 곧 무시무시한 귀물이 건곤성으로 온다.”
그러나 헌원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뭘 어쩌라는 거냐. 그것이 나보다 강하면 내가 죽는 거고, 내가 그것보다 강하면 내가 잡는 것이지.”
“절대 네가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빨리 대피해라.”
“…싫다.”
그는 음울한 눈으로 비릿하게 웃었다.
“어차피 너와 금명훈이라는 놈들이 제대로 지키지 못한 금신천뢰문… 그 금신천뢰문이 인족 영역에서 사라진 순간부터. 나는 솔직히 더 살아야 될 이유를 못 느끼겠더군. 그래… 오래 살 만큼 살기도 했지. 합체기 대원만 이상의 태수들은 암암리에 들어 알고 있다. 1만 년 뒤면 이 세상이 멸망한다는 걸… 어차피 살아야 할 이유도 없고, 1만 년 뒤면 다 끝나는데 더 살아서 무엇을 하겠느냐.”
그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나는 여기 앉아서 요양하며, 혹시라도 금신천뢰문 제자들이 올라오는 기적이라도 생기지 않을지 지킬 것이다. 하러 온 얘기가 대피하라는 것뿐이면 썩 꺼져라. 네놈과는 별로 대면하고 싶지 않으니….”
“….”
나는 얼마간 놈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후우….”
나는 헌원의 앞으로 내려갔다.
“듣자 듣자 하니 못 참겠군.”
나는 으르렁거리며 헌원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금신천뢰문이 멸문했느니, 그게 나나 전명훈 때문이라느니, 살아야 될 이유를 못 느끼겠느니… 정말 거슬리는 소리만 골라 하는구나.”
“못 놓느냐.”
“일각밖에 시간은 없지만, 그 정도면 충분할 것 같군. 지금부터 일각 동안, 네 썩어 빠진 정신머리를 고쳐 주마… 죽음에 가까운 고통을 느껴 보면 생존 의지가 돋겠지.”
“푸흐흐… 1만 살도 안 된 애송이 놈이… 네가 상실의 고통이라는 걸 제대로 알기라도 하느냐…?”
그가 비릿하게 웃으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운 좋게 뛰어난 재능으로, 500년 안에 합체기가 되었다고 착각하는 모양이구나. 네놈이 세상의 주인공인 것 같느냐? 네놈이 세상의 불행이란 불행은, 고통이란 고통은 다 안다고 착각하며 감히 나를 설교하려는 거냐? 착각하지 마라! 너는 내 십 분지 일도 살아 보지 않은 애송이일 뿐이야! 네깟 것이 겪은 고통은 내가 아는 고통에 비하면 손톱만도 못한 것이다!”
“….”
꾸국, 꾸구구구국!
점차 헌원의 무게가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내게 잡혀 있던 놈의 기세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나를 놓고 꺼져라. 죽든 말든 내 알아서 할 터니.”
“…눈이 아니라, 혀가 없어져야 했을 놈이로군.”
나는 헌원을 서슬 퍼렇게 노려보며 놈의 멱살을 놓았다.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너는 정말로 죽음조차 자비라 여겨질 고통을 맛볼 것이야.”
“애송이 놈, 그때 당시 내 몸 상태가 안 좋았을 때의 실력을 내 실력이라….”
헌원이 태산의 열제공을 끌어 올리며 내게 손을 뻗었다.
다음 순간, 나는 놈의 태산열제공을 말 그대로 박살 내 버린 후, 놈의 얼굴을 붙잡고 패대기쳤다.
건곤성 전역이 일격에 산산조각이 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