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424)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424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1)
휘오오오오-
빠르게 광한계를 가로질러 가며, 나는 김연과 의식을 이었다.
나와 그녀는 기묘성심전으로 의식을 이어 놓았기에 유사시 연락하는 것이 가능했다.
‘현 상황은?’
그녀의 의식을 통해 섭명함이 심족 영역으로 차원도약을 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단 설명이 들려왔다.
난계 지역까지 무사히 차원도약을 하려면 아무리 무한에 가까운 힘을 가진 섭명함의 동력장치라도 얼마간은 힘을 축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난계 지역은 말이 난계지역이지, 사실상 이차원이나 다를 바 없을 정도로 광한계 안계 지역과 달랐다.
황폐한 것을 넘어, 안계 지역에서 멀어질수록 공간 폭풍이 끊임없이 불어닥치고, 무시무시한 천기현상이 심심하면 일어나는 곳이 난계지역이었다.
심족 영역은 그 난계 지역에서도 꽤나 깊은 곳에 있기에 지금까지 본진이 소탕당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일전 교염이 심족 영역에 상대 천족이 원하는 것이 있다고 했을 때 괜히 두 천족 수사가 그의 말에 화낸 것이 아니었다.
심족 고수에게 걸렸을 때도 문제였지만 거기까지 가는 데에만도 어마어마한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었다.
‘이왕 이리되었으니, 아예 섭명함의 힘을 빌려서 괴군과 함께 강민희를 성계로 밀어내야겠군.’
괴군이라면 필히 섭명함의 힘을 더더욱 끌어낼 방법을 알고 있을 터였다.
“괴군은 현재 어디쯤 있지?”
나는 서휼에게 질문했다.
그라면 탁혼만천을 통해 괴군의 위치를 나보다는 더 정확히 알고 있을 터였다.
[음, 현재 지족 영역 동쪽에서 대기하며 재료를 모으고 있는 것 같습니다.]‘지족 영역 동쪽이라….’
지족 영역은 크게 동쪽과 서쪽으로 나뉘었다.
서쪽에는 진룡맹의 본단.
증룡진인의 사체가 있었고, 동쪽에는 딱히 개발되지 않은 끝없는 만황이 이어져 온갖 요수들이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었다.
‘만황 지역은 나도 처음 가 보는데 말이지… 서휼 놈에게 길 안내를 하라 해도, 이놈은 지금 장님이라 괴군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을 뿐 제대로 된 안내는 불가능하고….’
나는 뒤쪽을 흘긋 보았다.
그곳에는 헌원이 눈을 부릅뜨고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이봐 헌원. 지족 영토의 동방. 만황에 가 본 적 있나?”
“있다.”
“그럼 안내해라. 곧 그곳으로 갈 터니.”
“거기엔 왜 가려는 거지?”
“그곳으로 가서 설득시켜야 할 사람이 하나 있다.”
“흠….”
그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말했다.
“내게 안내를 시킬 거면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군.”
“그건 또 무슨 소리지?”
“그건… 쿨럭!”
헌원은 말을 하려다 말고 피를 한 움큼 토했다.
“제길… 건곤중역을 떠나니 발작을 시작하는군.”
“그건….”
“태극진뢰신. 음탈양복(陰奪陽伏)의 비술. 음기를 경로에서 이탈시키고 양기를 강제로 억눌러 폭발하게 하는 저주다. 금위 그 악랄한 것이 4만 년 전 음혼귀시문의 신물, 역수(曆數)를 사용하여 내게 씌운 저주지. 그 대가로 나는 4만 년에 달하는 긴 시간 동안 저주를 앓아야 했고, 금위는 합체기 승급이 막혔으며 음혼귀시문의 신물은 머나먼 이공간으로 튕겨 나갔지.”
“….”
나는 그리 말하는 헌원을 보며 문득 그에게 물었다.
“헌원. 너는… 연위, 그러니까 금위에게 아무 생각이 안 드나?”
그는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
“무슨 생각이 들어야 한다는 거냐. 처음부터 정략결혼이었을 뿐. 그것과는 아무 감정이 없었다. 내가 마음을 준 것은 오직, 그녀뿐이었어….”
그의 눈이 뭔가를 떠올리는 듯 아련해졌다.
“금위에게 뭔가를 받았던 기억은 없는 거냐?”
내 질문에 그는 콧웃음을 쳤다.
“하! 그것에게? 천라가 없는 존재라느니, 환상을 붙잡고 지랄하지 말라느니 하는 독설과 함께 눈알이 파였던 기억은 있긴 하지.”
그는 서슬 퍼런 눈빛을 하며 이를 갈았다.
“그것은 언제나 내게서 뭔가를 뺏어 가기만 했다. 내 천라를, 내 경지를, 내 눈알을! 그것한테 받은 것이 없냐고? 오직 고통밖엔 받은 것이 없어!”
“….”
나는 잠시 헌원을 보았다.
그의 감정은 거짓을 말하고 있지 않았다.
정말로 연위에게 안 좋은 기억만 남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상하다고 느꼈다.
‘어찌되었든, 천라라는 존재가 등장하기 이전의 연위는 헌원에게 헌신적이었다.’
심지어 고력계에서 분탕을 잔뜩 친 이유도, 나중에 물어보면 헌원을 위해서 친 것이 반 이상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연위에 대해 안 좋은 기억만 남아 있었다.
그것이 뜻하는 건 무엇일까.
‘놈의 기억은 뭔가 완전히 왜곡되어 있군.’
그랬다.
그는 현재 [천라]라는 것으로 인하여 뭔가가 잔뜩 왜곡되고 비틀린 기억을 가진 것이었다.
당장 정려로 인해 금신천뢰문 사람들이 수 년 동안 깃발에 집착하도록 세뇌당하는 광경이나, 영승으로 인해 내가 세뇌되기도 한 기억마저 있었기에 헌원이 진선격 이상의 존재와 엮여 세뇌되었다는 사실은 충분히 있을 법했다.
‘19회차의 초반. 헌원의 안쪽에서 [천라]라는 이름을 보았을 때 느낀 힘과 기운은 분명, [태산의 주인]과 소름 끼칠 정도로 닮아있었다. 뭔가 다른 부분이 있긴 했지만… 헌원은 태산의 주인에 의해, 평생을 꼭두각시로 살아왔던 것일 수도 있겠지.’
과연 헌원의 정신은 치료될 수가 있을까.
과연 그 포학하고 거만한 존재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가 있을까.
나는 최소한 연위를 위하여 언젠가는 헌원조차 치료되기를 빌며, 그와 대화를 끊고 빠르게 날아갔다.
* * *
우우웅!
쿠구구구구!
나는 반나절 만에 지족의 영토인 만황 지역에 도착하였다.
“자, 이제 동료들도 전부 합류했으니 괴군에게 가도록 하지.”
나는 헌원에게 안내하라는 말을 했고, 그는 우리를 데리고 만황 지역을 향해 날아갔다.
서휼은 의아한 듯이 내게 질문했다.
“…그나저나 서 도우. 분명 동료분들과 합류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제 의식 내에는 도우의 동료분들이 잡히지 않는군요.”
“합류했다. 자세한 건 몰라도 되니 괴군의 정신을 차리게 할 방도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이나 해 봐라.”
나는 이동하는 동안 시간을 들여, 김연과 더더욱 긴밀하게 의식을 연결했다.
김연은 자신의 기묘성심전을 통해 자신의 의식을 다른 동료들과 연결했고, 그 결과 우리는 몸은 떨어져 있을지언정 혼의 계위를 통해 전부 함께 움직이는 것과 마찬가지인 상태가 되었다.
여차하면 총천검의 능력을 통해 동료들의 힘 정도는 이쪽으로 전부 소환하는 것도 할 수 있으리라.
“후후, 뭐 도우께서 그러시다면… 그럼 보다 자세하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일단 괴군의 기묘성심전을 통해 저희가 괴군의 정신으로 진입할 것입니다. 그런 후 제 부인의 능력을 통해 괴군의 과거 기억을 불러낼 것이지요. 마지막으로는 제 탁론만천으로 괴군의 과거 기억 중 어떤 장면을 물들여 칠해 버리면 괴군은 잠시 동안이지만 정신을 찾을 겁니다. 물론 아주 잠시일 뿐이겠지만 말이지요.”
“내가 할 일은 뭐지?”
“서 도우께서 하실 일은 괴군의 정신으로 저희가 진입할 동안 잠시 괴군을 붙들어 주시면 된답니다.”
“흠… 알겠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제안을 수락했다.
얼마 후.
저 멀리, 익숙한 성채가 보이기 시작했다.
“후후, 자 그럼 계획대로 헌 도우가 기묘성채의 괴뢰들을 좀 잡아 주시고 서 도우가 [그녀] 및 괴군을, 저와 서 도우의 동료가 괴군의 정신으로 침입을 하는 것으로 하겠습….”
그리고 서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
괴군의 기묘성채에서 거대한 광선이 우리를 향해 날아왔다.
“…!”
나는 그 광선을 보며 눈을 부릅뜨고 손을 뻗어 튕겨 냈다.
꾸과과과광!
“….”
나는 미간을 찌뿌리며 내 손을 바라보았다.
저릿저릿했다.
이 힘은 분명, 이전에 맞아 보았던 힘이었다.
육린의 것과도 어느 정도 비슷한, 용들의 숨결.
용파!
나는 딱딱히 굳은 얼굴로 기묘성채를 바라보았다.
쿠구구구구구!
기묘성채에서 무수한 괴뢰가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그 중에서도 특별히 강력한 힘을 가진 두 개의 기세를 보며 긴장을 했다.
[흐, 흐히! 흐하히히히히히!!! 이게 누구신가! 우리 사갈왕이 아니신가? 어찌 대단하신 사갈왕께서 내 앞에 강림하셨는가? 그리고 옆에는 또 누구지? 우리 귀염둥이 제자를 납치해 간 납치범이 아니냐!!!]두 개의 괴뢰 뒤쪽으로 괴군이 떠올랐다.
서휼은 괴군의 [그녀] 옆에서, [그녀]와 비슷한 기운을 흘리는 또 다른 괴뢰를 보며 살짝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 무슨… 후… 후후, 노야 일단….”
[알았다 서가 놈들! 둘 다 서 장군으로 만들어 주도록 하지. 목이 두 개인 괴뢰를 만들어 보려 하는데, 왼쪽에는 서가 놈을, 오른쪽에는 서가 놈을 박아 넣으면 볼 만하겠군!]그는 미친 듯이 웃으며 다시 기묘성채로 들어갔고, 유난히 강력한 기세를 내뿜는 두 개의 괴뢰가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나는 익히 아는 [그녀]였고,
나머지 하나는 흑룡왕 현음.
분명 이전에 존자의 신체 말단과 융합하여 선술에 가까운 능력을 선보이기도 했던 괴물이자, 혈음계와 모종의 관계가 있을 확률이 높은 괴물 딱지였다.
인간형인 현음은 기묘성채 쪽에서 동작명령이 내려오자, 순식간에 체내에서 압축되어 있는 몸을 꺼내며 용형 괴뢰로 변화해 버렸다.
신나는 괴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래, 그래 정했다! 이번에 서가 놈을 잡으면 ‘흑 제후’와 합체시켜 거룡변신기능을 가진 ‘대(大) 삼두 서 장군’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철컹!
현음 괴뢰의 입이 열리며, 안쪽에서 어마어마한 음기가 휘몰아쳤다.
번쩍!
다시금 놈의 용파가 이쪽으로 뿜어져 나왔고, 나는 이를 악물며 용파를 다시 튕겨 내었다.
찌릿, 찌릿….
‘힘이… 더 강해졌다.’
“이봐 서휼. 현음이란 놈이 원래 괴군에게 잡힐 정도로 약한 놈인 거냐?”
나는 혈음계 존자와 합체했을 당시의 현음을 떠올리며 서휼에게 질문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껍데기는 버리고 도망쳤나 보군요. 어차피 정보만 가지고 있으면 다시 다른 용족의 몸에서 더욱더 뛰어난 자질로 부활하는 게 가능한 것이 현음이니 말이지요.”
“….”
나는 그 말에 뭔가 집히는 것이 있었다.
‘더 뛰어난 자질로 부활한다고…?’
시간이 지날수록, 수도자와 수도자를 거쳐 점차 강해지고 우월해지는 비술.
자혼만천.
‘역시… 현음도 익히고 있었나.’
괴군과 싸우다 못해 자혼만천으로 도망친 게 아닌가 싶었다.
‘그나저나 서휼 이 녀석.’
나는 서휼을 흘긋 보며 생각했다.
그는 웃고 있었지만, 그 표정은 답지않게 꽤나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서휼이 내보이는 떨림에서 경계심을 읽어 냈다.
‘괴군을 경계하는 건가? 아냐. 다르다. 이건 차라리….’
그리고 문득, 나는 내게 달려드는 현음 괴뢰를 쳐 내며 서휼이 무엇을 경계하는지 알아챘다.
‘그렇군. 현음 괴뢰에 체내에, 아직도 자혼만천의 구결이 남아 있어!’
괴군이 남겨 둔 건지 현음이 남겨 둔 건지는 몰랐지만, 서휼은 자혼만천을 경계하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그제서야 괴군이 왜 이번 생에는 뜬끔 없이 현음을 잡아다가 개조했는지를 이해했다.
‘내가 괴군에게 준 정보 때문이다. 서휼의 탁혼만천에 대한 정보!’
괴군은 어쩌면 서휼의 탁혼만천을 제압하기 위하여 돌아다니던 중 현음을 만나 그의 안에 있는 자혼만천을 느끼며, 그것이 탁혼만천을 상대할 방법이라고 여겼을 터였다.
그리고 그 결과 현음을 자신의 괴뢰로 개조하여, 자신만만하게 서휼의 앞에서 굳이 꺼내 들며, 굳이 서휼을 현음과 합체시키겠단 한 것일 터였다
‘아니, 서휼과 나를 대 삼두 서 장군으로 개조하겠단 건 그냥 취향일 수도 있지만….’
여하튼.
나는 현음 괴뢰를 살펴보며 눈을 빛냈다.
‘서휼에겐, 자혼만천이 예상외로 효험을 보일지도 모르겠어!’
동맹이 깨지는 날.
그날이 서휼의 입에 자혼만천을 먹여 줄 날이 될 것이다
현음 괴뢰를 상대하던 나는 총천검의 예기를 없앤 후, 둔탁하게 놈의 머리통을 내리쳤다.
쾨과과광!!
삼태극의 힘에 의해 현음 괴뢰는 그대로 아래쪽에 처박혔다.
‘조종자의 수준이 낮아서 다행이다.’
난 현음과 [그녀]를 바라보았다.
놈의 체내에 흐르는 액체.
그것은 현음의 영역에 있던 [검은 물]이었고, 그녀의 심장에 있는 것은 [섭명함의 동력장치]였다.
검은 바닷물과 동력장치는 서로 공명하며 점차 힘이 강해지고 있었기에, 시간을 더 끌었거나 괴군의 경지가 더 높아서 두 괴뢰를 더더욱 잘 조작했다면 어쩌면 나조차 꽤 고전했을 터였다.
파아앗!
극순의 시간.
나는 [그녀]를 뛰어넘어 기묘성채에 침입해 괴군의 머리통을 쥐었다.
괴군이 격노하는 표정이 되었으나 나는 강하게 기묘성심전으로 나와 김연의 의식을 연결하고, 나와 김연은 힘을 합쳐 괴군의 의식 속으로 침투했다.
[네 차례다. 서휼.]나는 서휼이 김연의 의식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조치하며 서휼과 내 의식을 기묘성심전으로 연결했다.
[후후, 자아 그렇다면. 괴군의 과거. 그의 광증의 원인이 되는 가장 끔찍한 기억을 잠시 지워 보도록 하겠습니다.]츠츠츠-
녀석이 내 의식을 통해 괴군의 의식으로 접속했다.
서휼 너머에서 탁혼만천으로 오혜서의 기운이 느껴졌다.
사락, 사락-
책장이 거꾸로 넘어가는 듯한 소리.
그리고, 나와 서휼, 김연과 오혜서는 마침내 괴군의 기억 속으로 진입하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