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459)
열쇠(2)
경창의 불시풍우(不時風雨)
유연의 풍정낭식(風定浪息)
려화의 무궁한창(無窮寒窓)
….
나는 재빠르게 손을 놀렸다.
보인다.
저 먼 곳에, 무기들이 가득히 차 있다.
그 무구들의 주인은 이 자리에 없다.
그러나….
나는 가까이 다기가 무구들을 잡으며, 그 주인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유화의 환람연하
백염의 척산편
김영훈의 능광도!
번쩍, 번쩍!
광채가 휘몰아치며, 내 손에 잡힌 무구들이 계속해서 눈앞의 거대존재에게 휘둘러졌다.
벤다, 으스러트린다, 뚫는다, 때린다, 부순다, 밀친다, 튕겨 낸다….
이 모든 것이 바로 무(武).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방법이다.내가 상대해야 하는 것은 개인이나 단체 따위가 아닌, 이치(理致) 그 자체.
선좌(仙座)의 영역에서 중경계를 열어 내고 권능을 사역하는, 혈음계 그 장본인.
혈음이었다.
일만에 달하는 심족들의 구현이 내 손에서 터져나왔다.
피이잇!
나는 혼의 계위에서 [위]를 향해 총천검을 올려 베었다.
빛으로 가득찬 세계.
그 세계에 거하는 혈음의 본체를 향해!
촤라라라라락!
혈음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꾸득, 꾸드득.
내 몸에서 산호가 돋아난다.
: : 내 심판을 시작하노니…. : :
쿠르르릉!
천겁을 날리고 있는 내 뇌리로 혈음의 진언이 들려왔다.
: : 네 덕에 셀 수 없이 많은 생령들이 거대한 존재에 휘말려 소멸해 버린 죄업이 보이는구나. : :
뿌드득….
녀석은 곧장 나의 치부를 그대로 공격해 왔다.
: : 그것은 너의 과인즉, 그대 책임질지어라! : :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늘 가슴에 얹고 살아가던 나의 책임.
이것으로 인해 죽으면 그 또한 내 죄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산호들이 자라나 나를 빨아 먹는 걸 예상하고 있을 때였다.
“…?”
치지지지-
내 몸에서 자라나던 산호들은 그대로 쪼그라들더니 급격히 타서 사라져 버렸다.
‘뭐지…?’
일전 쇄령 존자의 왼발과 합체했던 현음이 발휘했던 권능이 생각났다.
그때는 내게 무지막지할 정도의 죄는 없었던 것인지 산호들이 자라다 말고 말라서 죽어 버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라비틀어지다 못해 불타 버리는 것이었다.
그때였다.
: : 놈…. : :
혈음이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 : 어찌 산 자가 심판을 미리 받은 것이냐. 누가 너를 먼저 심판했느냐. 어찌 네게서 내 업화의 힘이 느껴지는 것이냐! : :
그가 눈을 떨었다.
: : 지난번 느꼈던 업화의 대상이 너였느냐! 그런데 어찌 지금은 업화가 꺼져 있는 것이냐. 업화가 꺼지는 조건은 오로지 판관장이 죄를 사면하고 꺼 주거나, 자기 자신의 양심이 업화의 고통보다 더 아프게 스스로를 찔렀을 때밖에 없거늘! : :
드드드드드!
천지가 울리기 시작했다.
: : 필멸자의 양심과 가책이 업화의 고통보다 클 리는 없다. 그렇다면 너는… 판관장 중 어떤 존재와 미리 만났다는 것이냐? 너는 그렇다면 판관장의… 저승의 의지를 받들고 내 앞에 나타난 것이냐? 저승의 의지는 내가 복권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단 말이냐!!! : :
그의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했다.
: : 나는 유호덕이다. 내가 바로 수석판관장 명마진군 유호덕이란 말이다! 적덕법왕이자 [가장 오래된 분]의 오른팔이 나다! 저승의 정점이 나였단 말이다!!! 그런데 왜! 나의 주인이시여! 어찌 제 앞에 이런 의지를 보여 주시나이까!!! : :
혈음이 절규하기 시작했다.
드드드드!
광한계 곳곳에 지진해일이 일어났고, 땅 밑에서 피와 뇌수들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혈음이 절규하고 있었다.
‘…그렇군. 그는 내가 이 자리에 나타나 자신을 막아서는 이 상황 자체가 저승 사신들의 의지라 생각한 것인가.’
확실히 그렇게 생각할 만했다.
나 역시 혈음의 입으로 ‘업화가 꺼지는 조건’을 듣지 못했다면 내 자신의 운명이 사신들에 의해 조종되고 있다 착각했을 터였다.
‘이제야 이해되는군.’
태산을 만난 직후에 꺼진 것은, 태산이 꺼 준 것 따위가 아니었다.
내 교도들이 몰살당한 직후에 내 마음속의 고통과 가책이….
업화의 고통을 뛰어넘을 정도로 방대해졌기 때문이리라.
수도자는 의식영역을 가지게 된 순간부터 범인보다 많은 것을 느끼고 많은 것을 사고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범인보다 우월하지만, 동시에 범인들보다 많은 감정을 더더욱 세심하게 느끼기도 한다.
그것은 쾌락일 경우에는 우월하다고 할 수 있지만….
고통일 경우에는 범인들의 고통 같은 것은 따위로 취급할 만큼 더더욱 고통스럽다.
나는 눈앞에서 절규하는 혈음을 보며 웃었다.
콰르르르릉!
내 손에 녹빛의 박도가 잡혔다.
예전에는 장익이 직접 박아 준 박도가 없다면, 이 파괴의 힘을 구현하는 게 불가능했었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연의 연이 있는 이상, 장익의 일격은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었다.
“함선!”
쿠르르르르!
오로지 약자를 억압하는 강자를 파괴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익의 투혼!
그 의지가 내 손에서 터져 나왔다.
“멸천!”
콰르르르릉!
천겁과도 같은 소리가 울리며, 광한계에서 가장 높은 천련산이 그대로 반으로 쪼개진다!
치이이이이!
나는 붉은 기운의 구체가 반으로 쪼개지고, 그 안쪽에서 험한 꼴로 혈마기에 오염된 백운을 보았다.
백운이 손을 부르르 떨며 양손을 모아 합장 자세를 취했다.
[오소서….] [뭔가]를 부르려는 모양!그리고 장내에 남아 있는 혈음의 의지가 급격하게 백운의 몸을 다시 장악하기 시작했다.
마치 그녀의 소환 행위를 막아 내려는 듯이!
나는 백운을 향해 낮게 읊조렸다.
“아프시겠지만… 조금만 참아 주십시오.”
이제 모든 것을 날렸다.
남은 것은….
“전명훈!”
콰르르르릉!
혈음의 힘을 빼고 완전히 쫓아내는 것뿐!
적뢰가 일렁이며 전명훈의 손에 뇌창이 만들어졌다.
[하아아아아아아아!]콰지지지직!
어마어마한 뇌성벽력이 울리며 백운의 배에 전명훈의 뇌창이 꽂혔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체내에 숨어 있던 양수진의 일곱 뇌창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양수진의 뇌창으로부터 천겁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천겁은 무수히 많은 색을 지니고 있었다.
단순히 양수진의 일곱 색 천겁이 아닌, 내가 흩뿌린 일만여 개의 천겁이 모조리 튀어나온다!
백운이 기도하려다 말고 비명을 질렀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그녀와 연결된 혈음이 함께 고통스러워하는 게 느껴졌다.
천겁이 명의 계위 위쪽으로도 뇌광을 뿜어내며 혈음마저 제대로 충격을 입는다!
동시에, 점차 백운의 몸에 연결된 혈음의 힘이 사그라드는 게 보였다.
백운의 몸을 침식한 혈음이 점차 물러가기 시작한다.
만 가지 종류를 넘는 천겁이 끊임없이 내리치자, 혈음은 꽤나 고통스러워하는 듯하면서도 힘을 더더욱 불어넣어 버티기 시작했다.
다시금 백운의 몸이 촉수 같은 붉은 기운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주변으로 검붉은 빛의 안개가 나타나 그녀를 감쌌다.
혈음이 직접 권능을 내려보내며 힘을 쓰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늘에서 내리치는 뇌우는 끝을 보일 줄을 몰랐다.
나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빛의 기둥을 보며 한 발 물러섰다.
뒤를 돌아보자, 동료들이 있었다.
정신을 차린 김영훈과 오현석, 서란과 시호 등이 보였다.
나는 서휼이 은근슬쩍 서란에게 다가가려 했기에 아심검을 먹여 줘 서휼의 분체를 터트려 버린 다음 웃었다.
“자… 이제 끝내자.”
오현석의 등에서 아홉 쌍의 날개가 펼쳐졌다.
김영훈의 등 뒤에 거대한 금시조의 형상이 나타난다.
전명훈이 다시금 뇌전의 거인이 되었고, 서란이 귀도공법을 사용했으며 시호가 공격을 준비했다.
그리고, 가장 뒤에 있던 김연이 모든 심천마들을 터트려 죽인 후.
이쪽을 향해 최후 절초를 준비했다.
파앗!
내 손에 무색유리검이 들린다.
나는 검을 잡고, 눈앞의 천겁기둥 속.
백운과 연결된 혈음을 노렸다.
다음 순간, 총공격이 시작되었다.
황금빛, 보랏빛, 붉은빛, 연분홍빛, 그리고 희뿌연 빛의 적진성산이 일거에 몰아치며 눈앞의 천겁기둥을 박살 냈다.
그리고, 이어진 연분홍빛의 모과꽃이 그대로 천겁기둥 속의 존재를 광한계에서 추방해 낸다.
콰르르르릉!
: : 놈 !!! : :
혈음이 분개해 했지만, 어차피 지금 놈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우리의 공세가 합쳐지며, 그렇게 혈음의 마지막 쐐기는 광한계에서 튕겨 나가게 되었다.
퍼버버벙!
백운의 사지가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고, 그녀의 몸에 붙어 있던 혈음의 의지는 완전히 쫓겨났다.
“후우….”
나는 다 무너져 버린 천련산의 잔해 위에서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해냈다.”
우리가, 혈음을 몰아내는 데에 성공한 것이었다.
김영훈은 자리에 벌렁 드러누웠고, 전명훈은 털썩 주저앉았다.
오현석은 숨을 몰아쉬며 웃었고, 김연은 가만히 웃었다.
바로 그때, 나는 허공에서 휘몰아치던 꽃잎이 김연 주변으로 나타나더니, 그녀의 얼굴에 스며드는 걸 보았다.
츠츠츳!
순간, 그녀의 얼굴에 조연의 얼굴에 떠올랐던 문양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문양이 떠올랐다가 바로 사라졌다.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연분홍빛 새의 문양이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나중에 천천히 알아가면 될 터였다.
나 역시 근처 돌무더기에 걸터앉으며 숨을 조절했다.
“다 끝났다. 이제….”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쿠웅!
뒤쪽에서 거대한 굉음이 울렸다.
‘아냐… 이건.’
굉음이 아니다.
‘진동’이다.
차원 전체가 울리며, 차원 위에 서 있는 우리의 혼 전체가 징징 울려온다.
진동과 함께 무지막지한 불길함이 뇌리를 엄습했다.
쩌어억….
그리고, 허공이 ‘열리기’ 시작한다.
오싹!
나는 전신에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흉악한 불길함.
공포스러운 존재감!
이것은….
혈음 본체!
“허, 허억….”
무슨 일인지 이해되었다.
천천히 광한계를 잠식하려던 혈음이, 아예 직접 광한계의 차원을 찢고 본체를 안에 들이밀려는 것이었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존재감에 저항하려 해 보았다.
쿠궁!
“커헉!”
그러나, 피를 토하며 알 수 있었다.
‘이건… 막을 수 없어.’
: : 내…. : :
몸이 터져 나갈 것 같다.
: : 네놈들만은…. : :
이것이….
진선.
진정 명의 계위 위쪽에 올라간 위대한 존재.
: : 잡아가겠노라…. : :
위대한 운명의 주인들!
: : 나의 대계를… 산산이 조각 낸… 너희들만은…! : :
광한의 힘이 광한계에 활성화된 탓에 혈음이 이 안에 들어올 수는 없다.
그러나, 광한계를 찢고 우리를 잡아갈 수는 있다는 것이었다.
: : 반드시 잡아가 영겁토록 고통을 받게 해 줄 것이니라! : :
쿠구구구!
아마어마한 인력이 우리를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나는 김연의 연의 연과 연계하며 장익의 사보멸천도를 잔뜩 날렸고, 동료들도 각자 저항을 시작했다.
김연은 역시 광한계의 힘을 빌려 기묘성채를 쏘아 댔다.
그러나 차원 바깥에서 본체로 우리를 당기는 혈음을 막을 순 없었다.
‘아, 안 돼. 이대로면 혈음에게….’
우리가 점차 붉은 세계 안쪽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오현석은 동료들이 끌려가는 걸 막기 위해 자신의 영역에 홍범이나 시호, 서란, 창호자 등을 집어넣었지만 본인이 그대로 끌려가니 오히려 악수가 되었다.
모든 것이 다 끝났다고 생각할 때였다.
푸콱!
천련산의 잔해 아래에서, 새하얀 손이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 손 아래로 왼팔이 끊어져 버린 백운이 한쪽 손이 없는 채로 반장(半掌)을 하며 외쳤다.
기온이 떨어지며 거대한 존재가 이곳을 굽어살피는 장엄하고도 흉험한 느낌.
나는 이 느낌을 예전에 느낀 적 있었다.
-수석판관장 납시오!
[오소서…! 광명팔선(光明八仙)이시여!]오싹!
위기감이 경종을 올렸다.
태산의 투영체를 직관했을 때조차 느낀 적 없는 두려움과 공포감이 엄습했다.
이건….
위험하다!
광한계의 하늘이 밝아지며 혈음의 인력이 대뜸 사그라들었다.
혈음은 나를 보며 공포에 질린 듯 소리를 쳐 댔다.
: : 그렇군. 네가 조건을 충족했구나! 네가 그를 불렀어! 네가! 네가…!!! : :
그러나 나 역시 머리가 새하얘지는 공포를 느끼며 몸을 떨었다.
느껴진다.
광한계의 하늘이 완전히 밝아지면 [위대한 존재]들이 강림하고, 우리는 어쩌면 가장 오래된 분에 의해 박제되는 것만 못한 결말을 맞으리라!
내 머리가 하얗게 변했을 때였다.
파아아아앗!
“…!?”
염정의 노리개가 새하얗게 빛났다.
순백의 빛은 황금빛으로 타오르는 광한계의 빛에 저항하여 우리를 지켜 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예전에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봉래국의 여왕과 얘기를 나눴던 밀실.
그 밀실 안에서, 빛을 뿜었던 소금….
소금산의 주가 가져온 그만의 빛!
순백의 빛이 ‘빛의 주인’의 빛에 반응하며 강력한 인력을 발동시키기 시작했다.
‘이, 이건….’
인력이 발동한다.
그와 동시에 연의 연과 노리개가 공명하며 ‘뭔가’가 일어나고 있었다.
애당초 내가 계획했던 ‘소금산의 영역을 이 자리에 소환하자’는 계획이 실행되는 것이었다!
‘지금 발동한다고…!? 갑자기? 빛에 닿은 것 때문인가!’
내가 황당해할 때.
뭔가가 이 자리에 ‘소환’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거대한 산이었다.
새하얀 소금산이 이 자리에 나타난다.
‘아….’
난 이 소금산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저것이, 꿈속으로 향하는 입구인가….’
우리는 일제히 소금산 안쪽으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연의 연으로 ‘저쪽 세계’를 이 세상으로 끌어내고자 했지만, 힘이 부족해 반대로 ‘우리가’ 끌려가는 것이었다.
: : 본 판관장을 능멸하고 감히 꿈속으로 도망치는 것이냐! : :
저 멀리서 혈음의 노호성이 들려왔다.
동시에 나는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 : 진선(眞仙)의 권한으로 예언(豫言)하나니…. : :
오싹!
: : 그대들, 100년 안에 반드시 나와 다시 마주치게 될지어라. : :
쿠웅!
하늘 전체에 커다란 소리가 울리는 듯 하더니, 어마어마한 압박이 우리 어깨에 잠시 깃들다 사라졌다.
그리고 허공분쇄에 도달한 나는 알 수 있었다.
혈음이, 우리에게 ‘100년 안에 언젠가 다시 그를 만나게 되는’ 운명을 부여하였다!
언젠가 우리는, ‘어떻게든’ 운명의 인력에 의해 혈음과 다시 마주하게 되리라….
우리는 광한계를 구했으나, 혈음과 백운, 빛의 강림 사이 속에서 소금산의 꿈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쿠구구구구!
저 멀리 그림자가 일어나며, ‘눈을 감은’ 탁혼만천의 서휼들이 그림자 속에서 이쪽으로 손을 뻗는다.
놈의 의도는 뻔했다.
이제 ‘이번 사태’는 진정됐으니 즉시 나를 배신하려는 것!
그러나 예상외로 서휼의 그림자는 나를 지나치고, 서란을 자신의 영역 내로 들인 오현석을 향해 간절하게 손을 뻗었다.
슈칵!
그러나 다음 순간 서휼의 탁혼만천은 내 아심검에 의해 다시 잘려 나갔다.
[후후… 그리운 가족과의 재회를 하려는 차인데 왜 그러시는지요….]“미안하지만, 서란은 네놈 가족이 아니라… 내 벗이다.”
[벗… 벗…? 하, 하하, 아하하하하하!]봉래의 꿈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나는 서휼을 튕겨 내 버렸고, 서휼은 못 들을 소리를 들었다는 듯 미친 듯이 웃어젖혔다.
나는 다시 한번 서휼을 향해 아심검을 날려 준 후, 동료들과 함께 저 너머의 세계로 빠르게 날아갔다.
모든 사태는 끝났다.
그리고 우리는, 빛과 혈음을 피하며….
그리운 이들을 만나 가게 될 터였다.
* * *
쿠구구구구구!
광한계에 드리운 여덟 빛의 존재가 아래에서 기도하는 백운을 내려다보았다.
백운은 공손하게 여덟 존재를 향해 무릎을 꿇었고, 여덟 빛 중 첫 번째의 빛이 백운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백운은 그 존재의 손짓에 바로 성사의 수행을 완전히 회복하였다.
잠시 무언가 백운과 의지를 교신하던 여덟 빛은, 광한계 바깥.
그곳에서 안절부절하는 혈음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혈음은 공포에 질려 어둠 속 어딘가로 도망쳤고, 여덟 빛은 서로 의지를 교신한 후 혈음을 신경 쓰지 않은 채 다시 돌아가 버렸다.
[…후유….]백운은 고목 같은 몸에, 일곱 개의 뇌창이 박힌 성사의 몸으로 돌아온 상태에서 눈앞에 생겨난 커다란 소금산을 바라보았다.
소금산은 불어오는 바람에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광명팔선의 빛에 의해 반응하며 순간 다른 세계와의 통로가 되긴 했지만 이제는 평범한 소금 덩어리일 뿐이었다.
그녀는 손을 휘저어 소금산을 전부 흩어 버렸다.
소금산의 중심에는 백색의 노리개가 새하얀 빛을 뿜고 있었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광한계 너머, 차원 바깥의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수계를 근원으로 하는 불길한 광석… 봉인된 고력계도 아니고 이곳에 놓아두면 안 되겠지.]따악!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염정 노리개는 그대로 광한계 바깥으로 배출되어 성계로 날아갔다.
그녀는 더 이상 노리개는 신경 쓰지 않은 채 천련산을 복구하고, 방금 전의 사태로 상처 입은 광한계 곳곳을 수복하기 시작했다.
광한계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만 같이 평화로웠다.
* * *
깜빡-
선선한 바람.
나는 눈을 떴다.
‘여기는….’
“서 대리.”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다. 혈음과의 싸움 끝에 염정 노리개를 통해 봉래의 꿈속으로 들어온 것까진 기억이 난다만….’
“서 대리.”
‘눈부시군. 그 ‘빛’들 때문인지 앞이 잘 보이지 않아. 공기가 맑고, 천지영기는… 뭐지? 천지영기가 안 느껴지잖아? 여긴 도대체 어디….’
“서 대리 이 새끼야!”
짜악!
나는 갑자기 내 뺨을 때린 손바닥에 어안이 벙벙해져 눈을 비볐다.
점차 시야와 감각이 익숙해졌다.
항상 의식영역으로 전지에 가까운 감각을 느끼고 있었고, 수도자의 권능으로 전능에 가까운 힘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몸이 익숙하지 않아 방금의 따귀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
나는 정신을 차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빽빽한 삼림이 가득하다.
공기는 맑았고, 눈앞에는 사원복을 대충 입은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전명훈? 이게 어떻게 된 거냐?”
“뭐? 이 미친 새끼가… 지금 네가 졸음운전 해서 이 꼴 된 거 몰라서 그러는 거냐? 그리고 뭐? 전명훈? 내가 네 친구냐???”
“…???”
나는 눈을 비비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김영훈, 전명훈, 오현석, 김연… 그리고 서란 등이 보였다.
강민희와 오혜서는 없었다.
그리고… 서란은 어처구니가 없게도 강민희의 지구 시절 옷과 비슷한 옷을 입고 머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뭐…? 잠깐, 이게 무슨 상황….”
“뭘 무슨 상황이야! 너 때문에 지금 싹 다 망했다고! 서란 대리는 지금 너 때문에 머리를 부딪혀서 기억 상실까지 걸렸는데 지금 이 새끼가….”
“잠깐, 잠깐! 닥쳐 봐라!”
파밧!
나는 전명훈을 비롯한 이곳에 있는 인간들 전원의 혈을 찔러 기절시키고, 빠르게 주변 나무로 올라갔다.
내가 매번 회귀할 때마다 올라갔던 ‘그’ 나무였다.
나는 나무의 꼭대기에서 끝없이 펼쳐진 수해를 바라보았다.
그랬다.
이곳은 등선향.
그리고, 현 상황은 내 첫 회귀 지점이었다.
===
작가의 말: 에피소드가 끝났습니다!
내일부터는 주 6일제기 때문에, 수요일은 쉬겠습니다.
모두모두 사랑하옵니다 독자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