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470)
첫날, 첫날, 첫날… 첫날!!!
피이잇!
정신이 돌아온다.
다시금 그 상황이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동료들을 둘러보았다.
여전히 오현석은 눈물을 닦으며 웃고 있었고, 김연 역시 숙연한 표정으로 얼굴의 백색 새가 그려진 상태.
전명훈은 기억이 떠오른 듯 몸을 떨고 있었으며, 서란은 본체로 돌아왔고, 홍범은 당황한 듯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어, 얼른!”
나는 인력과 선술을 통해 진마계로 가는 입구를 뚫고, 동료들을 던져 넣은 다음 진마계로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내 몸은 진마계로 진입하는 순간 튕겨 나가 버렸다.
동시에 내 모든 힘이 강제로 봉인된다.
: : 기다렸다. : :
이어지는 익숙한 의지.
“자, 잠깐! 수석판관장….”
푸콱!
내가 뭐라고 말을 할 틈도 없이 나는 그대로 으스러졌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혈음의 한마디뿐.
: : 다른 것은 몰라도, 벗의 안쪽으로 [그]를 부른 너만은 용서할 수 없다. : :
의식이 침잠한다.
그것이, 나의 스물네 번째 회귀(回歸)였다.
* * *
24회차의 첫 순간!
“헉!”
나는 벌벌 떨며 이를 악물었다.
다시 주위를 돌아본다.
여전히 똑같다.
내 회귀 시점이, 최악의 형태로 고정되어 버린 것이다!!!
“아, 안 돼….”
나는 머리가 하얘지는 느낌을 받으며 이를 악물었다.
‘시간이 고정됐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뭔가 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이 필요했다.
‘일단, 인력을 쓰지 말아 보자.’
나는 인력을 잠재우고 모든 법력과 영기를 봉인한 후, 동료들을 공허간 저 멀리로 밀쳐 버린 후 어둠 속에서 숨을 죽였다.
다음 순간.
: : 기다렸다. : :
“이런 씨….”
콰득!
그것이, 나의 스물다섯 번째 회귀(回歸)였다.
* * *
25회차의 첫 순간.
‘침착하자. 일단 회귀가 고정되었다는 걸 받아들여.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해.’
나는 태산이 내게 해 준 경고를 떠올렸다.
‘내 앞에 거흉이 도사린다.’
아마 그가 말한 거흉이란, 바로 이렇게 시간의 굴레에 빠져 버리는 것일 터였다.
‘그는 내게 운명을 능멸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태산의 말을 떠올려 보자.
: : 기다렸다. : :
“이 좆….”
그리고,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혈음이 찾아왔다.
콰득!
그것이, 나의 스물여섯 번째 회귀(回歸)였다.
* * *
26회차의 첫 순간.
‘빨리, 일단 빨리!’
태산상제의 말을 떠올렸다.
차근히 생각할 시간 따윈 없다!
-운명은 ‘반드시’ 실현된다는 것을 기억해라. 진선들이 예언한 운명은 ‘반드시 실현되어야만’ 하는 성질이 있다.
혈음은 ‘반드시 나와 재회하게 되는 운명’을 예언했다.
그렇기에 그 운명은 ‘반드시 실현되어야만’ 한다.
-너 역시 이 영역에 이르면 예언을 정면으로 깨부술 수 있지만, 아직 그건 불가능하니 편법을 알려 줘야겠지. 잘 들어라 아둔한 놈아. 운명을 능멸하는 법은 간단하다. 우주가 멸망하는 운명이 존재한다면, 그 운명을 뒤트는 방법은 ‘우주’라는 이름의 노예를 길러 그 ‘우주’를 죽여 버리면 된다. 그리되면 운명은 어찌 되었든 어거지로나마 실현된 것이고, 너는 이 세계에 네가 운명을 거스르지 않았음을 강요하며 운명의 절대성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운명을 조롱하고 능멸하는 법이다.
콰득!
나는 즉시 내 팔을 잘라, 저주의 짐승을 만들었다.
꿰룩?
저주의 짐승은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듯 눈알을 뒤룩거렸고, 나는 짐승에게 소리쳤다.
“너는 이제부터 혈음이다.”
“?”
“자 이제 만났구나! 그럼 됐지!? 난 간다!”
나는 동료들과 함께 진마계로 가는 문을 열었다.
동료들은 진마계에 도달했다.
그리고 나는 튕겨 나갔다.
투웅!
“헉, 헉… 허억….”
식은땀을 흘리며 뒤돌아본 곳에는.
: : 기다렸다. : :
또 놈이 있었다.
그것이, 나의 스물일곱 번째 회귀(回歸)였다.
* * *
27회차의 첫 순간.
나는 내가 병신이란 걸 알아챘다.
‘차근히 생각할 시간이 없으니 너무 성급하게 행동했어.’
하지만 시간은 없어도 실패는 어찌 됐든 성장을 만든다.
태산의 말이 더 떠올랐다.
-물론 진선쯤 되는 존재가 그따위로 허술한 빈틈을 허용할 리는 없지. 예컨대, ‘우주’라는 노예를 기를지언정, 그 노예가 우주와 동일한 것이 이름밖에 없다면 동일성이 용납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러니 그런 제물을 통해 운명을 비껴가려면, 최소한 ‘소우주’ 정도는 가져와야 할 터. 정말로 천역 전체와 동일한 본질을 가진 것이라면 운명을 어거지로 실현시킬 수는 있겠지.
: : 기다렸다. : :
“…과거 회상할 시간은 좀 내놔라. 이십팔….”
푸득!
그것이, 나의 스물여덟 번째 회귀(回歸)였다.
* * *
28회차.
나는 어쩔 수 없이 한정된 시간 속에서 더더욱 빠르게 태산의 ‘속삭임’을 떠올렸다.
-그러므로, 운명을 능멸하는 법은 그 운명을 소규모로라도 ‘완벽하게’ 실현시키면 된다. 그리하면 한 번 겪은 운명에는 내성이 생기기에 그 운명은 두 번 통하기가 쉽지 아니하지… 그것이 바로 네 수준에서 운명을 능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일종의 ‘액막이’인 것이다.
똥 밟아서 작은 불행에 빠져, 더 큰 불행에 빠질 뻔한 걸 막는 등의 ‘액땜’.
그리고 그런 액땜을 하면, 내가 어선을 보고, [윗 존재]들을 간접적으로 몇 번 접하며 ‘내성’이 생긴 것처럼 같은 운명에도 내성이 생기기에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단 것이었다.
신은 대홍수라는 예언으로는 세상을 두 번 멸망시키지 못하는 것과 같은 셈이었다.
-물론 그것도 성반기 정도의 실력은 있어야겠지만.
“…뭘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알려 줄 것은 전부 알려 줬다. 살아남아라. 그리고, 내 손에 죽어라.
그것을 끝으로 태산의 조언에 대한 기억은 끝났다.
“하….”
뭘 어쩌라는 걸까.
: : 기다렸다. : :
“잠깐 어르신….”
콰득!
‘완전히… 같은 본질… 소규모로… 운명을 실현….’
그것이, 나의 스물아홉 번째 회귀(回歸)였다.
* * *
29회차.
투웅!
나는 회차가 시작하자마자 동료들을 성계 쪽으로 날린 후, 내가 진마계로 이동해 왔다.
“하, 하하, 하하하하!!!”
난 희열에 차서 울부짖었다.
“성공이다!!!”
동료들과는 떨어졌지만, 어쨌든 회차가 시작하자마자 망설임 없이 내가 가장 먼저 진마계에 진입함으로써 진마계 도착해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백운의 설명에 의하면 진마계는 사실상 혈음과 동일한 존재.
‘혈음을 만났다’는 운명은 실현된….
“일단 이제 하계나 다른 중경계로 이동만 하면….”
그리고.
진마계의 하늘이 붉어졌다.
: : 재밌군. : :
사실상 원래부터 한 몸인 관계.
비록 떨어져 나갔다지만, 같은 존재이기에 ‘재회했다’는 운명이 실현된 줄 알았다.
‘…이름이 다르단 건가.’
이름엔 명이 담긴다.
유호덕이었던 존재는 ‘혈음’으로 개명당하며, 그 명 또한 달라졌다.
그러므로, 진마계는 혈음과 동일한 존재가 아니다.
: : 널 기다려 왔다. 네가 [그]를 불렀지. 너만은 용서할 수 없느니…. : :
‘하지만 그러면서도 ‘같은 존재였었’기에 개입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세계…인 건가.’
나는 아득한 절망을 느끼며, 이를 악물고 내가 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을 꺼내 들었다.
“수선은 곧 참오… 자그마한 소금….”
콰득!
그것이, 나의 서른 번째 회귀(回歸)였다.
* * *
30회차.
“히, 히히… 히히히…!”
나는 30회차부터 정신줄이 나가는 게 느껴졌다.
까마득하다.
답이 없다.
도대체 어떻게 여기에서 빠져나가야 한단 말인가.
우주 끝까지 도망쳐도 따라올 수 있는 존재란 것이 느껴진다.
‘멸법진언을 꺼내도 안 된다.’
발동하기 전에 죽는다.
아니, 발동해도 발동의 주체인 태산과 나의 수준 차이가 너무 커서, 천역은커녕 인족 영역과 그 일대 정도나 멸망시킬 수 있을 터였다.
“멸신겁천…!”
나는 운명을 비트는 또 다른 선술, 멸신겁천을 발동했다.
재액으로 된 먹구름이 하늘을 가려 운명을 틀어막는다!
: : 내가… 뇌선에게 몇 번을 당했는지는 아느뇨? : :
푸확!
먹구름을 뚫고 붉은 세계가 나를 덮쳐 온다.
: : 오래 기다렸다. : :
콰드드득!
그것이, 나의 서른한 번째 회귀(回歸)였다.
* * *
31회차.
“하…! 하, 하하! 하하하하하하!!!”
나는 미친 듯이 웃었다.
태산상제에게 모든 것이 멸망당했을 때처럼 모든 것이 절망스럽게 느껴진다.
영승에게 고문당했을 때는, ‘마지막 순간’에 기억을 찾긴 했지만 그래도 무수한 회귀 속에서 ‘나까지’ 기억을 잃었기에 이렇게까지 까마득하진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정말로 답이 없단 게 여실히 느껴졌다.
나는, 이 시간선에 갇혀 버렸다.
“흐하! 흐하하하하하!”
: : 기다렸다. : :
“흐아아아아아!!!”
콰득!
그것이, 나의 서른두 번째 회귀(回歸)였다.
* * *
32회차.
“흐아아아아아!!!”
내 모든 혼신의 힘을 짜내 혈음에게 달려들었다.
비명만 지르다가 죽었다.
그것이, 나의 서른세 번째 회귀(回歸)였다.
….
33회차.
34회차.
35회차.
“네 이놈! 내가 누군지 아느냐! 내가 바로 현 수석판관장의….”
빠드득, 빠드드드드드득!
강해진 죽음의 기운으로 저승의 존재들을 사칭해 보려 하자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고통스럽게 죽었다.
그것이, 나의 서른여섯 번째 회귀(回歸)였다.
….
62회차.
63회차.
64회차.
“정려정려정려! 영승! 영승! 영승! 이 xxx들아! 잠시 아무나 와 봐라! 어서!!! 제발!!!”
그것이, 나의 예순다섯 번째 회귀(回歸)였다.
….
222회차.
223회차.
224회차.
“후후, 혈 도우. 제가 누군지 아십니까? [가장 오래된 분]께서 보낸….”
: : 네가 감히 누구를 참칭(僭稱)하느냐. : :
지이이이잉!
치지지지직!
나는 인간의 몸으로 겪을 수 있는 모든 고통을 넘어, 광한계와 진마계, 혈음계 생령들의 몸으로 겪을 수 있는 모든 고통까지 함께 겪으며 죽었다.
그것이, 나의 이백스물다섯 번째 회귀(回歸)였다.
* * *
‘몇 번째 회귀였더라.’
아 생각났다.
지금이 벌써 500회차다.
나는 머리가 아픈 걸 느끼며 생각했다.
계속 죽어 가면서도 생각했다.
‘500번 모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계책과 힘을 발휘해서 모든 것을 시도해 봤다.’
정려를 부르짖기도 했고, 영승이나 시간의 천존, 심지어 백운이 불렀던 광명팔선을 불러 보기도 했다.
하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 짧았다.
무슨 짓을 해도 순식간에 죽어 버린다.
‘대적은 불가능하다.’
태산이 말해 준 ‘운명을 능멸하는 법’조차 성반기 수준이 되지 못하면 시도할 수도 없단다.
그러나 나는 성반기는 고사하고, 쇄성기조차 아니었다.
무공 경지는 허공분쇄였지만….
“…잠깐.”
나는 558번째 죽음을 맞이하며 떠올렸다.
‘할 수 있을까.’
나는 방금 떠오른 생각을 정리하며 이를 악물었다.
혈음에게 귀의하겠다고까지 한 적도 있었으나 그 역시 통하지 않고 조금 더 고통스럽게 죽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해선,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없다.
‘경지를 올려야 해.’
지금 당장.
천, 지족의 경지를 모두 합쳐 쇄성기에 이르러야 한다!
와드득!
612번째 죽음.
‘천지심을 쇄성기로 만들면 삼태극이 발휘된다.’
거기에, 내 영역 안쪽에는 일단 괴군이 만든 인공 별도 있었다.
‘쇄성기에 오르면 천지심괴를 맞출 수 있다!’
그리하면….
어쩌면 쇄성기의 경지로, 성반기 수준의 힘을 내는 건 가능할지도 몰랐다.
‘쇄성기에 올라, 성반기의 힘으로 운명을 능멸하고, 정면 돌파 한다.’
정면 돌파.
내게 남은 것은 오직 그것밖에 없었다.
나는 끝없는 죽음 속에서, 오직 정면 돌파를 위하여 단수기부터 쇄성기까지의 구결을 계속해서 참오하기 시작했다.
700회차!
나는 눈을 빛내며 수결을 맺었다.
‘지금부터….’
쇄성기 승급 의식을 시작하겠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