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480)
성해(3)
쿠구구구구!
눈앞에 차원장막으로 뒤덮인 거대한 약지가 나타났다.
‘오래간만에 오는군. 아니, 직접 오는 건 처음이지 아마?’
사실 지난번 왔을 때는 본체가 아닌 의식체만 보낸 것이라 별로 실감이 잘 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본체로 온 탓일까, 아니면 쇄성기에 오른 탓일까.
‘뇌선 양수진이… 마치 눈앞에 있는 것 같다.’
나는 어쩐지 찌릿거리는 전신을 다스리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우우웅-
의식을 뻗어 권능을 발휘하자 다시금 의식영역이 인력으로 변하는 게 느껴졌다.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아마 다시 인력으로 변할 터였다.
물론….
의식의 인력화는 이미 답을 찾았으니 적정한 때에 조치만 취해 주면 언제든 인력은 의념으로 돌릴 수 있을 터였다.
‘그럼, 뇌성해에 진입해 볼까.’
양수진의 유해에서 고생하고 있을 존자들을 찾아가 보도록 하자!
나는 양수진의 유해 안쪽으로 천천히 진입을 시작하였다.
쿠구구구구!
우천대성이 점차 뇌성해의 차원장막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내 본체가 뇌성해 안쪽으로 막 들어갔을 때였다.
콰지지직!
“…!”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는….’
위아래는 오직 먹구름으로 이뤄졌고, 곳곳에 황금빛 번개가 비처럼 떨어지는 세계였다.
일전 장익과 처음 들어왔을 땐 목욕탕처럼 보이는 세계였었기에 나는 살짝 당황하며 인근을 감지했다.
‘딱히 걸리는 건 없다.’
그리고 특이 사항이라면, 이전과 똑같이 기(氣)와 혼(魂)의 힘을 쓸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예전과 다르다.]이 세계에도, 역시 인력은 존재한다.
꾸구구국!
존자부터는 의식이 인력으로 변화한다. 사축기나 합체기처럼 단순히 인력을 다루는 정도가 아닌, 인력이 영혼의 일부가 되는 경지!
그러므로 생각만으로 인력을 통해 공간을 우그러뜨리거나, 시공간에 구멍을 내는 건 숨 쉬는 것보다 쉽다!
꽈아아앙!
나는 먹구름으로 이뤄진 공간을 뚫었다.
해당 공간이 사라지는 듯하더니, 나는 새로운 공간에 도착해 있었다.
‘여긴….’
방금 전보다 더더욱 뇌운(雷雲)으로 가득 찬 세계였다.
구름이 더더욱 많고, 더더욱 많은 전하가 구름 사이에서 우릉거렸다.
꽈아앙!
나는 다시금 인력으로 공간을 뚫어 버리고 나아갔다.
그러나 다음에 도달한 공간은 역시나 뇌운의 세계!
‘뭐지,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다만.’
나는 당황하다가 문득 구름의 움직임과 흐름을 보았다.
‘이 구름의 흐름… 이 뇌전의 반응… 이건…!’
난 눈을 부릅뜨며 미소 지었다.
‘그렇군! 뇌도공법! 이 구름의 세계는 하나하나가 금신천뢰문의 뇌도공법을 표현한 거야! 그러니 무작정 뚫기만 해서는 나갈 수 없는 거로군.’
나는 내 지표면에서 생성되는 천지영기를 통해 뇌도공법의 구결을 따라 운용했다.
멸신겁천을 통해 금신천뢰문 모든 공법을 익힌 나에게, 뇌도공법의 구결을 흉내 내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콰지지직!
내 본체의 행성표면에서 뇌전이 튀기자, 아주 자연스럽게 주변의 구름이 걷혔다.
다만, 다시금 순식간에 주변은 구름으로 가득 찼다.
‘역시. 이곳을 나가는 건 이 구름과 뇌전의 흐름에 맞춰 뇌도공법의 구결을 운용하는 거야.’
콰르릉!
나는 정신을 집중하며, 본격적으로 뇌도공법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콰지지지직!
번개가 춤을 춘다.
형형색색의 번개는 주변을 울긋불긋 물들이며 구름을 몰아냈다.
몰아낸 만큼 구름은 다시 몰려왔지만, 한번 몰아낸 구결의 구름은 다시는 이쪽으로 흘러오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금신천뢰문 모든 뇌도공법의 구결에 따라 내 본체에 흐르는 천지영기 흐름을 조율했다.
콰지지지지직!
그와 함께, 뇌운으로 가득하던 세계는 갑자기 벼락이 미친 듯이 내리치며 온 세상이 황금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쇄성기 승급 당시 성겁이 내리치는 것만 같은 광경이었다.
일반적인 쇄성기라면 혼신을 다해 이 뇌전에 저항해야겠으나, 나는 그 뇌전의 흐름을 보며 이것이 마지막 시련임을 눈치챘다.
‘적뢰천겁공을 익힌 본인의 후예라면 이 뇌전을 모조리 먹어 치울 것이고… 그게 아니라 금신천뢰문의 제자라면 본인이 익힌 구결에 맞는 뇌전을 흡수하며 축복을 받을 것이며….’
마지막의 경우.
금신천뢰문의 모든 뇌도공법을 대성하여, 멸신겁천을 얻어 낸 존재라면…!
쿠르르르릉!
뇌전들이 서로 섞이며 무화(無化)되기 시작했다!
마치 금신천뢰문의 모든 뇌도공법을 합하면, 공법의 법력과 기력이 사라지고 오직 멸신겁천이라는 선술만 남듯이.
뇌전들이 무화되며, 그 자리에는 다시 먹장구름만이 남았다.
쿠구구구구!
방금 전까지 뇌전으로 가득 찼던 세계는 순식간에 먹장구름만 남은 세계가 되었다.
인근의 먹장구름들은 더 이상 뇌전을 뿜어내지 않았고, 내 주변으로 몰려들지도 않았다.
그저, 내가 내뿜는 인력에 따라 내 주변을 회전할 뿐이었다.
그렇게 얼마간 기다릴 때였다.
콰지지지지직!
갑자기 먹장구름들 속에서 총천연색의 뇌전들이 끓어오르더니, 내 본체를 타격했다.
‘자, 잠깐 이거…!’
나는 총천연색 뇌전들의 효과를 알고서 까무러칠 듯 놀랐다.
‘영혼을 직접 타격한다고?’
다음 순간.
나는 진선 양수진이 남긴 유물의 힘에 의해,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 * *
웅성웅성웅성-
무수한 군중이 웅성이는 듯한 소리가 뇌리를 울렸다.
‘여긴 어디지. 그리고 나는 무슨….’
나는 마치 정신이 가루처럼 쪼개져서 곳곳으로 흩어진 듯한 느낌을 느꼈다.
쪼개진 정신들이 각기 수십, 수백, 수천 수억 수조 개의 목소리들을 듣고 있었다.
그 목소리들은 너무나도 많고 광대하여 도무지 전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의식이 먼지처럼 쪼개지는 건 쇄성기 승급의식 때 질리도록 겪어 봤던 일인지라, 나는 가장 익숙한 느낌이 드는 목소리가 들리는 의식을 향해 정신을 집중시켰다.
파아아앗!
그러자 나는 그 목소리를 제외하고 다른 모든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으며, 그 목소리가 울리는 곳에 정신이 또렷하게 집중되는 걸 느꼈다.
“핫!”
그리고, 내가 정신을 차리자 보인 것은 김연이었다.
“음?”
“으응?”
나는 이 황당한 상황에 조금 당황스러워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얼마간 내 앞에서 무슨 법기 같은 걸 들고 시연하는 것 같던 김연의 눈이 점점 커졌다.
“음…! 음음음!”
“어, 어? 김연? 왜 그러는… 헛!”
나는 문득 내 목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
‘이, 이건…!’
아직 의식이 전부 응집되진 않아서 그런지 감각이 조금 불안정했다.
나는 더더욱 의식을 강하게 응집하며 내 몸을 관조했다.
그리고 나는 헛웃음을 터트리며 내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를 이해했다.
나는, 광한계에서 수련중인 전명훈의 몸에 강신(降神)한 것이었다.
“음음음!”
아무래도 김연은 내 정신이 전명훈의 몸에 깃든 걸 알아보는 듯하며 눈을 빛냈다.
“어… 그래 연아. 지금 난 뇌성해에 도착했고, 어쩌다 보니 전명훈 몸에 빙의했어. 그리고….”
나는 점차 감각이 돌아오는 걸 느끼며, 주변에서 연진, 연위의 기척이 느껴지는 걸 인지했다.
난 눈을 감았다.
파직, 파지직….
느껴졌다.
금신천뢰문 제자들의 위치가, 뇌혼(雷魂)의 형태로 내게 감지되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지금의 내가 ‘금신천뢰문의 제자라면 이유를 불문하고 빙의할 수 있음’을 알아챘다.
‘아니, 그것뿐이 아냐.’
멸신겁천을 통해, 연위나 연진의 수행을 모두 빼앗는다거나, 혹은 뇌성해의 기운을 불어넣어 증폭시킨다거나 하는 건 물론이고 그들에게 얼마든지 명령을 내릴 수 있음을 눈치챘다.
‘그렇군. 멸신겁천을 익힌 자가 뇌성해에 도착하게 되면 금신천뢰문… 아니. 양수진의 모든 제자를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되는 건가.’
지금 이 순간, 나는 금신천뢰문의 시조령을 천뢰번 없이도 마음껏 찍어 낼 수 있는 위치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전명훈. 들리냐?”
나는 갑자기 전명훈의 몸을 빼앗게 된 데에 미안함을 느끼며 녀석에게 질문했다.
그러나 딱히 대답을 들려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뇌성해를 통해 빙의하게 된 제자는 완전히 의식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잠드는 모양이었다.
‘조금 위험할 수도 있군.’
내가 멸신겁천을 익히고 뇌성해에 들어가서 망정이지, 오혜서 같은 게 멸신겁천을 익히고 뇌성해에 들어갔다면 그날 수계에서는 뇌수가 탄생할지도 몰랐다.
나는 일단 당황하는 김연에게 지금 상황을 상세히 설명해 준 후, 지금 상황을 물었다.
김연은 음음거리며 열심히 손짓 발짓으로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니까, 말 못 하니까 너 말고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라고?”
“음!”
“…그래. 미안해.”
“으음….”
나는 김연을 뒤로하고 전명훈의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나는 전명훈의 몸을 움직이며 알 수 있었다.
‘이, 이건….’
뇌성해를 통해 강신한 탓일까?
나는 전명훈의 모든 공법을 아주 자연스럽게 쓰는 게 가능하단 걸 느꼈다.
콰지직!
금신천뢰문은 비둔술 역시 번개의 속도로 이동하기로 유명했다.
금신천뢰문의 비둔술은 번갯불의 잔영을 남기고 이동한다 하여 뇌영비둔술이라고 불리기도 하였는데, 나 역시 일전 금신천뢰문에서 멸신겁천을 완성하기 전에는 뇌영비둔술을 쓸 수 있었다.
‘이거 꽤 멋있어 보여서 가끔 뇌영비둔술로 이동해 보곤 했는데, 멸신겁천을 완성한 이후론 못 써서 시무룩했다만… 아주 좋군!’
나는 뇌영비둔술을 펼치며, 번갯불과 함께 동료들이 있는 구역.
삼목총을 빠르게 한 바퀴 돌아보았다.
파지직!
삼목총은 이전과 같이 평화로웠다.
‘딱히 광한계에 큰 이상은 없었으려나.’
나는 전명훈의 몸을 차지한 상태에서, 내 본래의 의식영역을 전명훈의 몸을 통해 꺼냈다.
쿠르릉!
전명훈의 몸을 중심으로 폭풍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녀석의 몸을 매개체로 의식영역을 일으켜 빠르게 천련산 정상.
백운에게 접촉하였다.
번쩍!
백운의 백옥 누각 안쪽.
나는 전명훈의 투영체를 통해 백운 앞에 나타났다.
그녀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갑자기 내 터전에 쳐들어오길래 인족 합체기 놈이 미쳤나 싶었다만… 양수진 후예 놈이 아니라 네놈이었구나. 서은현.] [무례를 사과드립니다, 성사. 몸은 좀 괜찮으신지요?] [미친 새끼… 네놈 입에서 안부의 말이 나오느냐?]그녀는 나를 노려보며 씹어먹을 듯 으르렁거렸다.
아무래도 그녀를 전기 고문 하고, 그 여파로 혈음을 불러냈던 일이 그녀에게 있어 꽤나 좋지 못한 기억이었던 것 같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일전의 불미스러운 일은 정말 진심을 다해 사과드립니다. 하오나 그래도, 나름대로 저 역시도 제가 벌인 일을 수습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흥! 네가 한 게 아니라 위대하신 분들께서 힘을 쓰신 것이겠지! 네놈 어깨가 아니었다면 당장에 네가 강신한 투영과 네 동료 녀석을 일수에 쳐 죽였을 것이다.]아무래도 전명훈에게도 앙금이 남아 있는 듯 그녀는 험한 말을 내뱉었다.
‘내 어깨라….’
나는 슬쩍 전명훈에게 빌린 몸으로 왼쪽 어깨를 짚었다.
썩어도 성사인 것인지.
그녀는 그 아득한 거리에서 내가 검극천군에게 간택을 받았단 사실을 어찌어찌 알아낸 것 같았다.
[뭐 어쨌든. 저는 성사와 그리 나쁘게 지내고 싶진 않습니다. 저는 현재 뇌성해에 본체가 도달한 상태입니다. 제가 뇌성해에 도달하여 중경계의 [이름의 상징]들을 가지고 돌아온다면… 조금 화해하실 생각은 있으신지요.]어찌 되었든 백운과의 감정은 푸는 것이 맞았다.
그녀가 뼛속까지 악인은 아닌 것도 있었고, 그녀가 광한계의 성사인 이상 내 동료들의 목숨은 사실상 그녀가 쥐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내가 이렇게까지 나오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자발적으로 뇌성해 원정대에 참여해 주겠다니… 정말로 상징들을 되찾아 오면 용서 수준이 아니라 적절한 보상도 주도록 하마. 어쨌든 금신이 훔쳐 간 신물들은 중경계들에 있어 중요한 것이니까.] [그렇군요. 성사와의 앙금을 풀 수 있어 정말 다행….] [단!]백운의 눈빛이 불타올랐다.
나는 순식간에 천기에 대흉이 서린 걸 확인하며 움찔했다.
[아무리 그래도 네놈이 나를 전기로 지지고, 고문하고, 혈음을 불러들여 광한계를 개판 내놓은 걸 완전히 아무 일도 없이 넘어갈 순 없겠구나.] [….]나는 할 말이 없어져 헛기침을 했다.
[…무얼 원하십니까.]그녀가 비릿하게 웃었다.
[내 진심 어린 일격을 네게 날리겠다. 그걸 맞아 주면 지난 일은 완전히 잊겠다.] [음, 그러면 광한계로 다시 비승해서 뵙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아니. 기다릴 필요 없다. 기왕 네가 금신의 후예에게 빙의한 것, 너희 둘의 앙금을 한 번에 풀 겸 이 상태에서 일격을 맞아라.] [예!?]나는 당황해서 그녀를 쳐다보았다.
백운은 눈빛을 밝히며 내 대답 따윈 듣지 않고 천지영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정말로 내게 일격을 날릴 생각이야.’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빠르게 투영을 거두고 삼목총에 있는 전명훈의 몸으로 의식을 회수했다.
쿠궁, 쿠구구궁!
삼목총 상공.
하늘의 기운이 크게 일그러지는 듯하더니, 하늘 위로 새하얀 구름이 모였다.
새하얀 구름은 단아한 소복을 입은 백운의 형태로 뭉치더니, 그대로 끝없이 거대화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어지간한 행성 크기만큼 거대해진 백운의 형상이 하늘로 손을 들어 올렸다.
당장 삼목총의 하늘이 백운의 발바닥 하나에 모조리 가려져 어두컴컴해진 것 같았다.
나는 아연한 표정으로 그녀를 올려다보며 침음성을 흘렸다.
쿠르르르릉!
‘앙금이 얼마나 쌓인 건가….’
하긴, 솔직히 혈음을 불러서 광한계 전체를 뒤집는 데 일조한 죗값을 이 정도로 치르는 건 싼값이긴 했다.
[수극(樹戟).]쇄성기의 의식영역에, 행성만큼 거대해진 백운의 몸이 잡혔다.
동시에 그녀의 화신의 손에 화신체의 몸집보다 열댓 배는 더 거대한 목창(木槍)이 잡혔다.
쿠르르르릉!
구름으로 된 그녀의 몸체가, 천상금뢰지체인 전명훈의 몸에서 오히려 뇌전을 빼앗아 간다.
동시에 광한계 전체가 나를 억류하며 본체의 권능을 끌어오지 못하게 틀어막는 것 같았다.
‘전명훈을 죽이려는가. 죽어도 부활하기야 하겠다만… 그래도 전명훈의 목숨을 이런 일로 깎아 먹을 순 없지.’
우웅-
나는 기검(氣劍)을 형성하며 검을 쥔 후, 자세를 잡고 검무(劍舞)를 추기 시작했다.
[그거 아십니까, 성사?] [그냥 죽어 버려라, 악종 놈!]순식간에 내 의식이 드높은 영역으로 올라갔다.
중경계 안쪽에선 사실상의 진선이나 다름없다는 성사의 진심 어린 일격!
지난번 나와 상대했을 때처럼 설렁설렁 상대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 짓이겨 버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권능!
[저는, 혈음의 앞에서 그의 일격을 한 번은 막아 냈나이다.]강신(降神)의 검무가 내 손에서 펼쳐진다.
검무에 세계가 깃든다.
그와 동시에, 나는 광한계 전체의 힘이 검무에 깃드는 것을 느꼈다.
광한계 전역에 섞여, 세계의 흐름을 조율하는 백운의 감정이 실낱같이 느껴진다.
그녀는 경악하고 있었다.
[어찌! 광한계의 성사는 나다! 내가 곧 광한계의 관리자란 말이다!]드드드드드드!
나는 전명훈의 몸으로 원을 그렸다.
평시에는 그저 내 능력과 세계의 힘만이 수미검무에 깃든다.
그러나 전명훈의 몸에 뇌성해의 힘을 빌어 강신한 지금.
콰르르릉!
나는 수미검무에, 저 머나먼 곳에 있는 뇌성해의 힘마저 깃드는 걸 느꼈다.
단악검법
제삼십삼초
수미
변형기
수미광한뇌도(須彌光寒雷道)!
천뢰(天雷)가 복사꽃잎과 함께 하늘로 치솟으며 용의 포효와도 같은 우렛소리를 터트렸다.
광한계의 힘까지 빌린 백운의 진심 어린 일격이 그대로 터져 나가며, 나는 그녀의 화신체를 그대로 뚫어 버리고 구름을 흩으며 천공으로 치솟았다.
: : 부디. : :
일순간 가속을 통해 진선의 영역에 도달한 나의 의지가, 광한계 전체 온 누리에 울려 퍼졌다.
: : 앙금이 풀리기를 바라겠소. : :
내 의지를 전해들은 생령들 중 연약한 생령들은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렸고, 천인기 이상은 심장에 큰 무리가 왔으며, 사축기 이상부터는 고막이 터져 나간다.
합체기 태수와 요왕들 역시 내 의지를 전해 들은 후 부들부들 떨며 그 자리에 떨어져 버렸다.
백운의 형상을 한 구름은 그대로 흩어지며 말했다.
[…천군의 선택을 받으려면, 너 정도의 천재는 되어야 하는가….]어쩐지 한탄이 서린 듯한 말투.
[앙금은 이것으로 풀겠다. 그대의 태양과도 같은 재능에 찬사를.]백운은 나를 찬탄하며 의식을 거두었고, 나는 전명훈의 몸으로 삼목총에 내려왔다.
삼목총의 심족들과, 동료들. 그리고 삼목총에 얹혀사는 태수 중 몇몇이 전부 모였다.
[소란을 일으켜서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일단 저는 지금 전명훈의 몸에 강신한 서은현입니다. 제 본체는 현재 뇌성해에 있으며….]내가 차근히 상황을 설명하려 할 때였다.
동료들의 틈에서, 연진의 몸에 빙의한 연위가 튀어나왔다.
그녀는 나를 보며 물었다.
“…전명훈의 몸에 빙의했다고?”
[예. 저는 일단 심족이기도 해서, 함천존자와 같이 심족의 특성으로….]“장익도 뇌성해에서 광한계의 심족에게 바로 빙의하진 못했는데.”
[일단… 뇌성해에서 멸신겁천의 구결을 발동해 보니 빙의가 되더군요.]“…전명훈에게?”
[예. 그렇습니다만…?]“…금신천뢰문 고문서에 남아 있는 뇌성해의 기록 중… 뇌성해의 그러한 강신 특성을 사용했던 건 오직 시조님 본인. 그리고… 시조님의 직계 제자인 진선 몇몇밖에 없었다. 애당초 그런 강신을 하려면… 정신이 진선과도 같이, 다섯 영역에 걸쳐 있어야 한다는 전승이 내려온다.”
[오해가 조금 있는 것 같습니다. 연위 어르신. 일단 제 정신이 다섯 영역에 아마 걸쳐 있긴 할 겁니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편법. 그리고 제가 지금까지 몇 번을 말씀드렸지만….]“…할 말이 있다. 조금 이따가 전명훈의 방에서 보자꾸나.”
그녀는 말을 마치고 전명훈의 처소로 날아가 버렸다.
난 그녀의 심란한 의념을 느끼며, 당황하는 심족들에게 간단하게 설명을 해 준 후 연위를 찾아 물러갔다.
“아, 그나저나 서 존자. 김영훈 대인이 찾으십니다.”
“형님도 곧 찾아뵙겠다 전해 드리시게. 지금은 할 일이 좀 있어서 말이지….”
난 연위의 오해를 풀어 주기 위해, 전명훈의 처소로 날아갔다.
“어르신. 계십니까?”
끼이익-
나는 전명훈의 처소로 들어가 그녀를 찾았다.
그리고 나는 전명훈의 처소 한복판에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나를 기다리던 연위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에서, 심란한 기색은 가라앉아 있었다.
“잠깐 연위 어르신. 뭘 하시는 겁니까. 일어나십시오. 방금 그 음성은 어디까지나….”
“방금 당신께서 외친 고함을 중경계의 모두가 들었나이다. 혈음계의 [그 존재]의 음성이 광한계를 강타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인데, 어찌 그 감각을 잊겠습니까.”
그녀는 내 앞에 다소곳이 무릎을 꿇고 앉아, 갑자기 내 신발과 버선을 벗기기 시작했다.
[잠깐, 오해십니다. 아니 그 전에 뭘 하시는….]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행동에, 나는 뇌가 굳어 버렸다.
연위는 더 이상 울먹이나, 불안하거나 공허하거나, 혹은 피폐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지 않았다.
대신 마음의 완전한 안정을 찾은 의념을 풍기며, 그대로 전명훈의 신발을 벗기고 옆에 둔 후, 맨발을 드러낸 내 발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어르신이라 부르지 마십시오. 위대하신 분이시여. 그동안 많은 생각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결론 내렸습니다. 시조 금신자께서 가신 지금… 저희 금신천뢰문은 시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도리어 시조와 원한 진 진선격 존재들만 생긴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위대하신 분께선… 언제나 금신천뢰문의 명맥을 이어 가게 하시려 도움을 주셨지요.”
그녀는 나를 향해 극진한 의념을 드러내며, 내 발 앞에 얼굴을 조아린 채 말을 이었다.
“현 금신천뢰문의 가장 큰 어른으로서 간청드리겠습니다. 금신천뢰문은 앞으로 위대한 분을 섬기는 선파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부디, 시조 대신 저희를 비호하는 신령이 되어 주소서.”
말을 마친 그녀는, 그대로 내 발등에 입을 맞추며 다시 한번 청하였다.
“이 어리석은 중생이 간청합니다. 부디 저희 금신천뢰문을 가엾게 여겨 주소서. 금신의 후계인 명훈이가 성장할 때까지만 비호하여 주소서…!”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48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