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490)
존자들의 길 (2)
“성반기 승급의식이란, 테세우스의 배입니다.”
“…뭐??”
나는 갑자기 서휼의 입에서 말도 안되는 단어가 튀어나와서 어안이 벙벙해졌다가, 그 이유를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오혜서한테 배운 말이냐?”
“예. 그녀의 고향에 대한 말은 많이 배워 뒀지요. 서 도우와 동료분들은 분명 현세대의 주역(主役)이 분명하니, 서 도우와 말이라도 통하려면 역시 익혀두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뭐 그렇다 치지. 일단 계속 설명해 봐라.”
“그나저나 테세우스의 배에 대한 개념은 아십니까? 부인은 서 도우가 멍청해서 모를 수도 있다 하시던데?”
“…아니까 빨리 설명해라.”
테세우스의 배.
커다란 배에서 낡은 판자 한 조각을 떼어 내고, 새로운 판자를 붙여 넣는다.
그리고 다른 부위가 낡을 때마다 그 작업을 반복한다.
그렇다면 그 끝에 모든 판자가 새롭게 갈아 끼워진 그 배는 미노타우르스를 죽인 테세우스가 탔던 그 배라고 할 수 있는가?
“쇄성기는 영혼이 인력으로 변화해가는 단계입니다. 그러나 성반기부터는 인력이 더욱더 절정에 달하며 영혼이 선술 그 자체로 변해 가는 단계지요. 그렇기에, 쇄성기에서 성반기로 향하는 승급의식은 본인의 삶 전체를 선술로 대체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 과정이 어떻길래 강민희가 환생했다는 거지?”
“엄밀히 말하면, 정말로 죽은 후 명도천을 건너 저승에 가서 심판을 받고 환생한 건 아닙니다. 그저 본인이 쌓아 올린 수행과 정신, 영혼과 모든 격을 한 성계에 모조리 갈아서 흩뿌렸을 뿐입니다. 한 마디로… 일종의 분체 내지는 찌꺼기의 개념인 거지요. 다만 일반적인 분체나 찌꺼기는 한 번에 한둘 정도만 탄생하지만, 성반기 의식 때는 자기 자신을 완전히 조각조각 내다 보니 수천, 수만, 수천만에 달하는 분체와 찌꺼기가 생겨 버리는 것이지요.”
서휼의 설명이 이어졌다.
“성반기 승급 의식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쇄성기가 본인의 모든 것을 ‘폭발’시키는 경지라면, 성반기는 본인의 모든 것을 ‘흩어 버리는’ 경지입니다. 수행도, 의식도, 권능도… 그 모든 것을 흩어서 범인에 가깝게 되어 버린 자신의 분체들을 한 구역에 둔 후, 자신이 목표로하는 선술을 사용해서, 그 선술을 중심으로 분체를 하나둘 통합하는 것이지요.”
“선술을 중심으로 분체를 융합한다고?”
“가장 쉬운 예시가 눈앞에 있잖습니까.”
“아….”
나는 ‘탁혼만천’을 보며 어떤 느낌인지를 대략 이해했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선술을 미리 펼쳐 놓은 후, 그 선술 아래에 자신의 몸을 분체로 갈아서 깔아 놓는다.
그리고 그 선술을 중심으로 분체들을 전부 끌어모아서 융합시킨다.
나는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를 되물었다.
“잘 이해하셨군요.”
“잠깐, 그러면 조금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다만… 결국 그렇게 된다면 네놈의 탁혼만천 같은 게 아니라면 성반기 승급은 거의 불가능한 게 아니냐?”
“하하, 오해가 있으시군요. 성반기 승급 때는 조금 취약해지는 것 뿐이지, 절대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랍니다. 왜냐하면… 보통은 자신의 인격을 선술에 맡겨 놓으니까요.”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예를 들어, 선술 계의 아래에 자신의 모든 것을 흩어서 풀어놓았다고 해 보지요. 그렇다면 단순히 계의는 계의로써 존재하는 것이 아닌, 선술 계의 역시 본체의 인격이 깃든 채, 분체가 흩뿌려진 구역에 태어난다는 겁니다. 그리고 본체의 인격이 깃든 선술이 다른 분체들을 흡수하며 점차 힘과 권능, 기억을 찾으며 성장하고 마침내 성반기로 올라가는 구조이지요.”
“이해했다. 그렇다면 네가 보여 준 이 강민희의 모습은….”
나는 수정구 안에 있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
“강민희 본인이 아니라, 그녀의 인격을 가진 ‘선술’이라는 거냐?”
“그런 셈입니다.”
“…….”
‘정말로 테세우스의 배군.’
인격을 선술에 맡기고, 그 선술이 자신의 본체가 되어 버린다니.
그렇다면 과연 성반기 이후의 존재는 성반기 이전과 완전히 달라지는 것일까?
“…일단 알겠다. 강민희의 위치를 찾아줘서… 고맙다.”
“별말씀을요. 그리고 부탁하신 귀모의 위치 이동 기록과 현 위치입니다.”
나는 서휼과 오혜서가 조사한 자료를 받아서 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행히 그녀와 나의 거리는 현재 15광년 정도.
일반적인 쇄성기 후기들이 한 번에 축지법으로 이동할 수 있는 최대 거리는 1.5광년 정도다.
규월진에게 내 체급이 쇄성기 대원만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들었으니, 아마 여드레에서 아흐레 정도면 도달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럼 저는 이만 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부인의 쇄성기 승급도 슬슬 준비해야 하고, 무엇보다 오래 떨어져 있으면 칭얼대거든요. 다음에 볼 때는… 만 년 후, 뇌성해에서일 겁니다.”
말을 마친 서휼은 그대로 우주의 어둠 속으로 녹아들며 사라져 버렸다.
나는 잠시 그를 보다, 우주 저 먼 곳으로 축지법을 사용했다.
번쩍!
광활한 우주 공간을 향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 끌어 도약한다.
어마어마한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했고, 그 탓에 나는 잠시 방전되어 그 자리에서 쉬었다.
하루만 있으면 전부 회복될 터였다.
일주일이 조금 넘는 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을 터였다.
‘조금만 기다려. 도와주러 갈게.’
* * *
내가 도달한 곳은 익숙한 곳이었다.
몽운대륙.
한때 내가 무극교단을 운영하며 사축기 수행을 할 당시, 처음으로 들러서 계약을 맺었던 세계.
‘일단 이 세계 사람들은 별 자체에 대해서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으니… 편의상 임시적으로 몽운성이라고 불러야겠군.’
몽운성은 곳곳이 귀기로 뒤덮여 있었다.
몇백 년 전.
기축 수행을 하며, 무극귀왕으로서 몽운성의 수도자 중 하나인 ‘유휘’에게 힘을 빌려줬었다.
유휘는 그 이후 나를 모시며 귀도공법을 수련했고, 몽운성에서 나름 이름이 드높은 수도자가 되었다 했던 것 같았다.
‘그 여파인 탓인가. 유휘 덕에 몽운성 전역에서 귀도공법이 유행인 것 같군.’
아마 강민희가 굳이 이 몽운성에 수행을 흩뿌린 것 역시 그런 이유에서인 듯했다.
‘유휘를 찾아볼까.’
나는 의식영역으로 몽운성 전체를 휩쓸었고, 곧이어 결단기에서 원영기로 승급하기 위해 폐관하며 중요한 고비를 맞이하고 있는 그를 보았다.
‘흐음, 도와줄 수도 있겠지만, 저런 것 정도는 자기 힘으로 넘기는 게 좋겠지. 보아하니 아직 죽을 정도도 아닌 것 같고.’
난 유휘를 괜히 방해하지 않기로 하며, 몽운성이 속한 항성계 전역을 둘러보았다.
‘어차피 앞으로 긴 세월 간 강민희를 지켜볼 텐데… 아예 이 항성계에서 쇄성기 수행도 같이하는 게 좋겠지.’
적당히 큰 행성을 찾아 공전하며 수행할 준비를 하는 게 좋을 터였다.
그러나 나는 항성계 전역을 둘러봐도, 행성 크기인 내 본체를 감당할만한 행성은 찾을 수 없단 걸 깨달았다.
‘이런…. 본체가 큰 게 또 문제군.’
나는 가까운 이웃 항성계도 며칠에 걸쳐 둘러본 이후, 결국 깨달았다.
‘본체가 커서… 일반적인 행성으론 쇄성기 수행을 할 수가 없다. 그럼 어찌해야 하지….’
한참을 고민한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항성으로 시선을 뻗었다.
항성.
혹은 태양이라고도 불리우는 거대한 빛 덩어리.
‘으으음….’
나는 한참을 고민해 보다가, 결국 결정했다.
‘항성으로도 할 수는 있… 겠지?’
나는 은근슬쩍 이 항성계의 궤도 중 하나를 골라 타서, 그곳에 본체를 맡겼다.
다행히 본체는 항성계에 자연스럽게 편입되었고, 항성으로부터 나오는 성맥도 나를 거부하지 않았다.
일단 딱히 쇄성기 수행이 불가능할 건 없어 보였다.
나는 이공간에서 서란과 홍범을 꺼낸 후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으음, 그렇군요.”
“그래. 그래서 네 도움이 조금 필요하다, 서란.”
“좋습니다. 충분히 빌려드릴 수 있습니다.”
“고맙다!”
나는 서란과 홍범, 그리고 내 화신체 중 하나를 서란의 섭명함에 태운 후, 몽운성을 향해 보냈다.
* * *
몽운대륙 동부.
제령종 휘하 산국(傘國)의 백주성 한구석.
유난히 음기가 많이 휘날리는 그곳에서, 한 귀신이 머리를 풀어헤친 채 아기 한 명을 품에 안고 자장가를 불러 주고 있었다.
[우리 아기, 자장자장. 별도 달도 조용조용. 우리 아기….]그리고, 그런 귀신이 있던 곳에 영기를 흘리는 한 젊은 남성이 나타났다.
제령종의 축기기 수도자인 그는 백주성에 최근 많이 나타난다는 귀신을 퇴치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남성은 불진을 들고 귀신에게 다가가 노갈성을 터트렸다.
“사특한 귀신 놈. 사악한 귀도종문에서 출신이더냐? 이곳은 우리 제령종 산하 산국의 영토다. 썩 꺼져 버리지 않으면 제령해 버리겠다!”
그러나 귀신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아기를 안고 콧노래를 부를 뿐이었다.
남성은 눈을 찌푸렸다.
“…음, 이성이 없는 잡귀였나. 타 귀도종문이 아니라 그냥 자연 발생한 원귀였군. 하지만 어찌 그런 잡귀 주제에 제령종의 결계가 걸린 백주성에 들어온 것인지….”
귀신에게 다가간 남성은 흠칫 놀랐다.
“이, 이런. 이 아이가 음기를 뿜어내고 있는 건가? 귀신을 불러모으는 체질이구나! 원귀몰이 결계가 있는 백주성에 원귀를 끌어오는 체질이라니… 이런 사특한!”
콰치지직!
남성은 불진을 휘둘러 귀신을 흩어 버렸다.
그 덕에 귀신이 품에 안고 있던 아기는 그대로 땅에 떨어져 울음을 터트렸다.
“미안하지만… 너처럼 사특한 체질이라니. 안 그래도 사령왕(死靈王) 유휘의 영향력 아래 귀도종문의 세가 커져 가고 있는 지금… 너 같은 존재가 살아 있으면 아니 된다. 그대로 사라져라. 그리고 성불해라…!”
그는 뇌전이 흐르는 불진을 잡아 올렸다.
타악!
누군가가 남성의 팔목을 잡았다.
“웬 놈이냐!”
[본존을 직시하지 말라.]“크아아아악!”
축기기 남성의 눈알이 터져 버리며, 그곳에서 유리색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아니, 남성의 몸 전체가 유리색 불길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끄아아아가아악! 흐끄어어억! 커허어어억! 끄허어어어억!”
[저런, 직시하였구나. 하지만 걱정하지 말라. 그건 본존의 유리 진화도 아니고, 그 위력의 백만분지 일도 아니 되는 유리 진화의 잔영일 뿐. 그대는 결코 미치지도 않을 것이고, 후유증도 없을 것이다. 거기에 그대는 살아생전 결단기에 오를 가능성도 7할이나 높아졌으니, 축복이라 생각하여라.]말을 마친 존재는 불꽃에 타오르는 남성을 잡아, 하늘을 향해 집어 던졌다.
남성은 하늘로 날아가며 불꽃이 꺼져 버림과 동시에 커다란 유리수정 속에 갇혀 버렸고, 그대로 본인의 종문인 제령종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남성을 집어 던져 버린 존재.
백의를 입은 남성은 엉엉 울고 있는 아기를 보며, 어딘가로 손짓했다.
그러자 방금 흩어져 버렸던 귀신이 다시 재응집되더니, 아기를 소중히 안으며 달랬다.
얼마 후 아기는 다시 잠들어 버렸다.
백의 남성은 자신의 격을 가라앉히며 아기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이네, 강민희. 이제… 한동안은 네 옆에 있을게.”
그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를 구해 줄 방법을 찾을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백의의 남성, 서은현은 아기가 되어 버린 그의 옛 연인을 바라보며 그의 옆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몽운대륙의 하늘에는 새로운 별이 나타났다.
대륙의 결단기 존자들은 새로운 별을 관측하며, 그 별이 어마어마한 고통을 상징하는 흉성(凶星)임을 인지했고, 앞으로 대륙 전체.
아니 본인들의 세계 전체에 무지막지한 환란이 일어나리라 예상하였다.
그리고 혼란한 몽운성의 난세 속에서,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 * *
“민희야, 밥 먹으렴.”
몽운성에 온 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나는 몽운대륙 동쪽, 산국의 한 산골에서 집을 짓고 강민희를 키워갔다.
두두두두두―
저 멀리서 강민희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민희야, 제발 밥 먹기 전엔 물구나무 서서 달리지 말라고 했잖니.”
“…우우….”
그녀는 살짝 풀이 죽은 얼굴로, 물구나무를 선 상태에서 펄쩍 뛰었다.
그러자 주변에서 귀신 같은 것들이 나타나 그녀를 받쳐 주었고, 강민희는 귀신들에게 안겨, 밥상 앞으로 날아왔다.
“우우, 우우우.”
강민희가 뭐라고 웅얼거리자 귀신들은 각자 물을 떠 와서 강민희의 손을 씻겨 주었다.
“그럼 밥 먹자.”
“우우!”
그녀는 자그마한 손으로 쌈을 싸서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지난 10년간.
나는 강민희를 관찰하며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그녀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두 다리로 걸을 수 없었다.
대신 그녀는 물구나무를 서서 다니거나 귀신들에 의해 날아다니곤 하며, 때때로 알아들을 수 없는 괴어(怪語)로 된 뭔가를 중얼거렸다.
‘처음에는 뭔지 몰랐다만, 그녀가 쓰는 게 명계의 언어 중에서도 고위층만 사용하는 언어란 걸 최근에야 알았지.’
강민희는 밥을 오물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뭔가를 중얼거렸다.
그녀가 뭔가를 중얼거리자, 천기가 급격하게 변화했다.
아무런 법력도 권능도 인력도 쓸 수 없게 된 그녀의 중얼거림에, 우리가 있는 이 항성계 전역의 인력이 요동치는 게 느껴졌다.
“…민희야, 밥 먹을 땐 조용히 하랬지.”
“우우우….”
강민희는 자신의 뜻을 몰라주는 내가 밉다는 듯 한숨을 쉬며 밥을 입에 넣었다.
‘…저게, 강민희의 성반기 승급의식의 주축이 되는 선술(仙術)인가.’
최근에야 그녀의 언어를 해석하며, 그녀의 선술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선술의 이름은 무결진언(無缺眞言).
강민희가 본래 배운 것이 아닌, 아마 귀도음화선근을 통해 저승의 세력에게 전수받은 것으로 생각되는 진언(眞言)이었다.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491화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