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492)
종말전야(終末前夜)(1)
덜컹-
“조, 존자시여. 이게 어찌 되신 겁니까!?”
“그게 무슨….”
나는 멍투성이가 된 채로 연위의 수감실에서 나왔다.
“알 것 없다. 오늘 일은 불문에 부치도록.”
우웅-
심상 분신의 심상을 조작해, 멍들고 망가진 심상 분신의 몸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렸다.
방금 전.
연위를 풀어 주고 그녀와 모든 법력과 내공, 의식과 의념, 선술, 모든 무기와 초식을 봉인하고 맨주먹으로 치고받고 나왔다.
연위는 괴뢰의 특수 능력을 쓸 수 있었기에 나와 그녀의 주먹질은 꽤나 치열했었다.
그 정도로 하지 않으면 어떤 말도 통하지 않을 정도로 연위의 공황은 심각했다.
일단 한참을 써서 진실을 말해 주었다.
금신자 양수진이 만든 뇌수 성체 금진조.
그리고 뇌성해와 금진조의 관계. 그녀의 계획.
그리고 백운 성사의 강림과 그를 통해 금진조가 전명훈을 납치한 것.
그리고 전명훈 구출 작전을 위해 내가 혈음계에서 비롯된 사악한 존재와 손까지 잡고 지금 노력 중이라는 말.
만 년의 시간만 있으면 전명훈은 반드시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
그 모든 말들을, 한참을 그녀와 주먹다짐을 한 다음에 해 주었다.
연위가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다.
일부러 의념이나 심상은 확인하지 않았다.
내가 알려 줄 수 있는 진실은, 내 진심을 담아 알려 주었다.
이제 받아들이는 건 그녀의 몫이었다.
‘헌원….’
나는 헌원이 싫었다.
금신천뢰문이 망한 건 그 자식의 지분도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헌원을 생각만 하면, 나는 놈을 당장이라도 때려죽이고픈 심정이었다.
그러나….
놈을 때려죽이는 건, 적어도 연위의 몫이 맞았다.
그 녀석이 허망하게 달려들어 그렇게 자살하는 것이 아니라.
“미안하다, 연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렇게 해 주는 것밖엔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심상분신을 해제하여 성계로 의식을 돌리려 했다.
키잉-
그때였다.
내 심상분신은 어느새 광한계 천련산 백옥루.
백운 성사의 어전(御前)에 도달해 있었다.
그리고 그런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광한계의 다른 존자들.
함천존자 장익, 개천존자 월진, 평천존자 함락, 도천존자 극광, 말천존자 진월령, 안천존자 귀로.
그리고 최근 존자의 경지에 올라 성사에게 인정받은 ‘김영훈’까지.
광한계 8대 존자가 모두 한자리에 집결한 것이었다.
장익과 김영훈을 제외한 모든 존자들은 그 자리에서 성사를 향해 바로 절을 올렸다.
“성사를 배알하나이다!”
장익과 김영훈, 그리고 나는 그저 너무 무례하지 않을 선에서 적당히 예를 올릴 뿐이었다.
백운 성사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됐다. 지금은 그런 허례허식을 차릴 때가 아니다. 일단 거두절미하고 말하겠다. 모두 심호흡부터 하며, 잠시 후 본 성사가 알려 줄 [지혜]에 대한 충격에 대비부터 하라.”
성사의 말에 존자들은 잠시 두런거리는 듯하더니, 각자 대비를 하기 시작했다.
김영훈은 뭔지 몰라 살짝 어리둥절한 느낌이었지만, 나와 장익이 각자 [윗 존재]를 볼 때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일러 주었다.
‘도대체 뭘 보여 주려 그러기에 저러는 거지?’
나는 마음을 굳게 먹으며, 극정의 평정심을 유지해 마음을 맑게 만들었다.
백운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모두 준비는 된 것 같군. 그렇다면… 말해 주겠다. 이 세상에는, 세계 전체를 다스리는 어선(御仙)이라는 존재들께서 계신다.”
“…!!!!”
“…!”
“!!!”
백옥루에 모인 존자들이 일제히 그 자리에 쓰러져 피 같은 용암이나 천지영기를 토해 냈다.
나 역시 내성이 생겼다 한들, 면전에서 오랜만에 저런 소리를 듣자 꽤나 머리가 저릿저릿했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건 김영훈이었다.
그런 존재들에 대한 내성이 거의 없다시피 한 그는 칠공에서 피를 흘리며 바닥에 엎어져 벌벌 떨고, 입에선 거품까지 문 채 기절하려 하고 있었다.
나와 장익이 아심검과 박도로 그의 심상을 자극해 주니 조금 정신이 돌아오긴 했으나, 아직 그 [지혜]로부터 받은 충격에 익숙해지지 못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녀는 우리가 조금 정신을 차릴 때까지 기다려 준 후 다시 말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어선들 중. 산의 신이라는 어선과 빛의 주인이라는 어선들이 현재… 대결 중이시다. 몇백 년 전에도 그 대결이 일어나긴 했었다만, 그때엔 빛의 승리로 끝이 났지.”
나는 세계의 시간으론 몇백 년 전.
내 회귀로는 19회차쯤에 일어났던, ‘세상의 빛이 잠시 어두워지고, 산의 영맥이 잠시 뒤흔들렸던’ 일을 떠올렸다.
‘그렇군…! 그럼 그때 전 세계에 그런 현상이 일어났던 이유가… 태산상제와 빛이 겨뤘기 때문인 건가!?’
그때였다.
“…!”
“이, 이건….”
“세상에나… 도대체 무슨 일이….”
지금은 낮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전 세계의 빛이 어두워졌다.
태양이 빛을 잃고, 하늘에 별하늘이 나타난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치이이이이-
하늘의 별들 역시 갑작스레 빛을 잃기 시작했다.
드드드드드!
그와 함께 우리가 와 있던 천련대산 역시 산의 영맥이 마구 폭주하며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쿠드드드드드!
광한계 전역에 지진이 일어났다.
화산이 곳곳에서 폭발하고, ‘흙이 쌓인 것’의 형태를 한 것은 모두 무너져 내리거나 흔들리기 시작했다.
천련대산 역시 무너질 뻔했지만, 백운과 우리 모두가 힘을 써서 천련대산은 유지시켰다.
그리고 얼마 후.
방금 전의 이상 현상도 사라지고, 하늘은 다시 정상적인 낮으로 돌아왔다.
산의 흔들림도 없어졌다.
하지만 느껴졌다.
‘여전히 산의 영맥은 약해졌고, 하늘의 빛도 약해졌다.’
도천존자 극광이 희망찬 목소리로 물었다.
“다, 다시 빛이 돌아온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 산 어쩌구인지 하는 것이 패배한 것 아닙니까? 몇백 년 전처럼 다시 유폐된 것입니까?”
아무래도 극광은 백운 성사에게 들은 것 자체가 많은지, 뭔가 아는 것도 많은 듯했다.
그 말을 들은 존자들도 희색이 만연해졌지만 나는 어쩐지 불안했다.
‘그 태산상제가 이렇게 쉽게 유폐된다고?’
아직도 내 뇌리에는 멸법진언 한 방으로, 본체도 아닌 투영체 따위로 우주 전체를 압축시켜 멸망시킨 그때의 악몽이 남아 있었다.
‘말도 안 된다. 아직 빛도 조금 약하고, 산의 영맥도 조금 약해. 어쩌면….’
난 조심스럽게 내 추측을 말했다.
“혹… 아직 두 신들이 전투를 하는 중인 건 아닙니까? 아직은 빛과 산의 기운이 둘 다 조금 약한 것 같은데….”
내 추측에 극광이 격노하며 말했다.
“이 신심도 없는 놈 같으니! 네가 감히 위대한 빛을 의심하는 것이냐! 네놈이 그러고도 빛의 성자….”
[닥쳐라.]그리고, 백운이 긴장하며 입을 열었다.
그 말에 극광은 자신의 입을 급히 틀어막았고, 존자들 모두 백운에게 주의를 기울였다.
백운은 하늘을 바라보며 뭔가를 관측하는 듯했다.
‘성사의 예지는, 중경계 자체의 힘을 빌리기에 사실상 진선에 비견될 수 있다고 들었다만….’
아무래도 일월천역 자체를 넘어서, 직접 그 신들의 전장을 관측 중인지도 몰랐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중경계의 힘으로 천기를 계산해서 전장 상황을 읽는 건 할 수 있을지도….’
도대체 타 천역에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 중인 걸까.
우리 모두가 전전긍긍하고 있을 때였다.
덜, 덜덜덜… 덜덜덜덜덜….
백운 성사가, 사시나무처럼 몸을 미친 듯이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가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소리쳤다.
: : 모든 존자들은 들으라! 모든 성사들은 들으라! 모든 진인들은 들으라! 혈음 당신도 들으시오! : :
지이이잉!
그녀가 전력을 다해, 우주 전체에 울려 퍼지도록 음성을 전한다는 것이 느껴졌다.
: : 태산상제가 광명상제의 손아귀를 빠져나갔소! 그가 어딘가로 향하고 있어! 일월천역이 멸망할 것이다! 모두 멸망에 대비하라! : :
“…!!!”
태산상제의 공포를 알고 있는 나는 발작하듯이 눈을 뒤집으며 소리쳤다.
“당장!!! 당장 그 대피 공간인지 뭔지를 만들어라!!! 지금 당장!!!”
드드드드드!
* * *
성계.
그곳에 있는 본체는 이성을 반쯤 잃은 상태에서 강민희가 있는 몽운성 전체를 내 인력으로 만든 이공간에 넣어 버린 후, 미친 듯이 광한계를 향해 비승 준비를 하였다.
[비승한다, 서란, 홍범, 대비하라!]나는 광한계의 인력에 몸을 맡기고, 빠르게 본체를 광한계로 비승시켰다.
비승로를 뚫고 가면 시가 조금 많았기에 원래는 그냥 광한계와 거리상 적합한 성계 구역으로 가서 광한계로 진입하려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딴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나는 달려드는 쇄성기급 시들을 전부 박살 내 놓으며 순식간에 광한계로 비승했다.
‘자, 잠깐 홍범! 홍범을 성계에 놓고 왔… 제길, 제길, 제길!!! 미안하다!!! 홍범!!!’
나는 홍범을 미처 못 데리고 왔단 걸 알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나는 삽시간에 동료들을 인력을 통해 내 근처에 불러들인 후 투법형으로 변한 상태에서 그들을 모두 끌어안으며 외쳤다.
“사랑했다! 모두! 너희 모두 그동안 내게 너무 과분한 인연이었어!”
그동안 모두, 제게는 정말 과분한 인연이었습니다.
백운 성사는 눈에서 빛이 사라진 채, 죽어 버린 눈으로 자신의 옥좌에 몸을 기댔고, 아직 사태가 감이 잡히지 않은 존자들은 어떻게든 해야 하지 않느냐며 백운에게 마구 소리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백옥루에 다섯 개의 흐릿한 투영들이 떠올랐다.
그 기운들에선 각각 고력(古力)의 기운. 진마(眞魔)의 기운. 명귀(冥鬼)의 기운. 자금(紫金)의 기운 등이 느껴졌다.
오복축을 쌓은 나였기에 정확하게 감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투영에선….
나는 마지막 투영에서 느껴지는 기색을 느끼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혀, 혈음!!?’
잊을 수가 없다.
나를 수백 번이나 죽인 악랄한 진선.
혈음의 기척이었다.
내가 당황할 때, 고력의 기운을 지닌 투영이 말했다.
나는 그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고력계 성사 해린이었다.
‘혈음의 기척과 해린의 목소리… 그렇다면 여기 이자들은….’
아무래도 타 중경계의 성사들인 것 같았다.
백운 역시 몸이 빛나고 있는 것이, 타 중경계로 자신의 투영을 보낸 듯했다.
백운이 입을 열었다.
[어처구니없이 다 죽게 생겼지만… 그래도 나름 즐거운 삶이었다. 장목족 땔감 새끼들이 수분질을 시도하는 것도, 나름 재밌긴 했었어. 물론 어렸을 적 성반기 승급의식 때는 정말 멸족(滅族)시키고 싶었다만… 어찌저찌 미운 정도 들었군. 해린, 네 성반기 승급을 도와준 것도 생각나는군. 유오, 귀하의 도움을 받았던 그때도 생각나는군요. 반타, 그때 그 어렸던 성반기가 아직도 성사직이나 해 먹고 있다니, 끌끌… 자음! 그대는 솔직히 아직도 무슨 생각 중인지 알 수가 없소. 그리고… 혈음. 그대는… 할 말이 너무 많지만 죽기 전이니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진짜 모르는 것도 아닐진대, 이제 그만 추해지십시오.]그녀의 유언이 끝났다.
반타라고 칭해진, 자금계 성사가 입을 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성반기로 승급하는 게 아니었어. 50만 년 동안 어찌 된 게 쓸 만한 후임 놈이 아무도 안 나타난단 거냐. 이 밥버러지 같은 자금계 존자 놈들. 이럴 줄 알았다면 자금계 생령들이 망하든 말든, 자금천군의 시가 나타나서 일월천역이 다 박살 나든 말든 신경 쓰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이나 하고 살았어야 했거늘!]그는 어쩐지 후회가 조금 많은 것 같았다.
그리고, 유오의 입이 열렸다.
[모든 것은 제존(帝尊)의 뜻대로. 그분께서 역사하심이시나이다.]그녀의 말은 짧았다.
백운이 빛의 신자이듯, 유오는 저승의 천존의 신자인 듯했다.
성사들 중에선 진마계 성사, ‘자음’이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나는 자음을 보며, 고력계에서 생겼다는 최초의 해룡왕.
자음이 도대체 어디로 갔던 것인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진마계의 성사가 되어 있었나….’
자음은 잠시 머뭇거리는 듯하더니, 하늘을 보았다.
[…그 포악한 신이 빛의 포위망을 뚫고 빠져나왔는가. 그자가 항상 목표로 하던 곳이야 뻔했으니… 이제 곧 일월천역이 끝나긴 하겠군. 후후….]그는 잠시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후 자음은 혈음의 투영을 향해 입을 열었다.
[후후… 혈음 이 장애선이, 그동안 추하게 자기 명예를 되찾으려 지랄 발광을 하더니 결국 이 꼴이구나. 유사시 액막이로 쓸 예비 육체로 현음을 만들고, 만들고 보니 예전에는 유호덕의 발끝조차 쳐다보지 못했던 흑룡이 간섭해 오는 것을 무서워해서 흑룡의 가능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해룡족까지 만들고….진짜 네가 전대 수석판관장이었으면 흑룡 따위가 무슨 짓을 하든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터인데. 네 스스로 이런 짓을 하는 걸 보면 네 자신이 전대 수석판관장이 아님을 너무나 훌륭하게 증명하는 게 아니더냐.
네가 진짜 유호덕이었으면 진즉 저승에서 모셔 가려고, 광명전에서 모셔 가려고, 제3의 세력들에서 모셔 가려고 난리가 났어야지. 네놈 행실이 얼마나 저능아 같은지를 딱 보여 주는 방증이 아니더냐. 제발 머저리 같은 과거의 영광에 빠져 살지 말고, 부디 현실을 좀 보아라.
꼴에 현음과 나를 거쳐 증룡과 새음이 붙인 이름을 떼어 내고, 유사시 쓸 예비 육체 및 제물까지 한 번에 만든 후 나까지 알뜰살뜰하게 써서 진마계 역시 통제권에 넣었다고 좋아했었더냐. 내 천선은 아니지만 감히 예언하건대, 포악한 신이 안 강림해도 네놈이 벌려 놓은 짓거리들은 언젠가 네놈 목을 죄여 왔을 것이다. 만약 기회가 더 주어진다면 이번에는 제발 제대로 살기를 바란다.
후후… 속이 시원하군. 가슴이 뻥 뚫린 것 같구려. 후후….]
진마계 성사 자음에, 타 고력계 성사들, 광한계 존자들은 물론 백운과 나.
심지어 혈음마저 자음을 어처구니없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자음 녀석… 혈음의 분체나 꼭두각시가 아니었던가…? 본체나 다름없는 혈음에게 저렇게 억하심정이 있었을 줄이야….’
그리고, 혈음의 투영체가 입을 열었다.
[…나는 그저… 제존의 역사하심을, 다시 그 오른자리에서 지켜보고 싶었다. 오직 그것뿐이었다.]그 역시 뭔가 할 말은 많은 듯했으나, 담담하게 할 말을 한 후 그대로 투영을 풀고 장내에서 사라져 버렸다.
나는 화신체로 백옥루 안쪽의 다른 존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본체로는 동료들을 껴안으며 사랑한다는 말을 마구 내뱉었다.
그렇게, 태산상제가 강림하고.
일월천역이 멸망….
하는 줄 알았다.
“…백운 성사시여.”
“…뭐냐.”
“송구한 말씀입니다만, 혹시 저희는 언제 멸망하는 것입니까?”
백운은 조금 당황하는 듯 천기를 읽고 있었다.
“…신들의 전장으로 천기가 너무 어그러져 더 이상은 읽을 수 없구나. 나도 모르겠군. 도대체 왜… 일월천역이 멸망하지 않는 거지…?”
얼마간 천기를 읽으려 노력하던 백운은 이내 깊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일단, 지금으로선 내가 알 수 있는 것이 없다. 며칠 후면 그래도 내가 모시는 신들께서 답변을 주실 테니, 그때 자세히 질문을 올리고 답변을 받아 알려 주도록 하마.”
그 말에 나를 비롯한 존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적어도 백운 성사의 입으로 ‘며칠’의 시간은 공인된 것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었다.
* * *
천왕천역과 지축천역 사이 공허간.
그곳에서는 무지막지한 전장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무수한 신령체들의 육신이 조각조각 나서 공허간 곳곳을 흘러 다니고 있었고, 그 중심에 있는 광명팔선은 당장이라도 꺼져 버릴 듯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들의 위에 있던 [빛의 좌]는 어디로 간 것인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광명팔선은 모두들 치욕스러운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 : 교활한 자. : :
: : 알현실에 바로 들어가려는 체하다가 급격히 진로를 돌릴 줄이야. : :
: : 숨겨 두고 있던 힘이 이리도 많았는지 몰랐다. : :
: : 전성기 광한, 흑요, 은람에 비할 정도가 아니었던가. : :
: : 걱정할 건 없다. 그 괴물들과 달리 저자의 힘은 소모성. : :
: : 그러하다. 쌓아 놓은 시산혈해를 소모하면 소모할수록, 더 강력한 제물이 없는 이상 힘이 달리게 될 터. : :
: : 마신(魔神)의 힘이란 그리도 한계가 명확한 것. 그때 가서 추포하도록 하지. : :
: : 우리와 겨룬 후 바로 강력한 제물을 찾을 수 있을 리 없다. 때를 기다리도록 하자… : :
그때였다.
광명전 소속에서 그들에게 소식을 전하는 전령.
새 형태의 한 진인이 빠르게 날아와 그들에게 급보를 전했다.
[신들이시여! 포악한 산이 마이천역(馬耳天域)에 나타났습니다! 그자가 천벌상제와 접촉하고 있나이다!]그 말에 광명팔선은 번개를 맞은 듯 몸을 부르르 떨며 격노한 듯 함성을 내뱉었다.
: : ——! : :
분노의 찬 그들의 함성이, 삼천대천세계 전체에 울려 퍼지는 듯했다.
* * *
천벌상제의 감옥.
유폐차원, 마이천역(馬耳天域).
빛으로 이뤄진 감옥과도 같은 천역 앞에, 우주 전체를 짓눌러 버릴 듯 거대한 태산(太山)이 나타났다.
태산은 마이천역 안쪽의 존재와 뭔가 교신을 하는 듯했다.
우주적인 음성과 신호가 천역의 안과 바깥을 왔다 갔다 하는 듯했다.
얼마 후, 패압적인 태산이 진노한 듯 부르짖었다.
: : 시 대 의 패 배 자 여 정 녕 영 원 히 썩 을 것 이 냐 : :
그리고, 마이천역 안쪽에서 답변이 돌아왔다.
안쪽에서 돌아온 교신을 들은 태산상제가 몸을 벌벌 떨었다.
그것은 노여움이 섞인 떨림이었다.
: : 그 렇 다 면 : :
드드드드드드!
마이천역 전체가 떨리기 시작했다.
태산상제가 손을 들어 올렸다.
천벌상제가 봉인된 유페차원이, 점차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 : 천 역 째 로 찌 그 러 져 소 멸 하 라 운 명 의 패 배 자 야 : :
드드드드드드!!!
천벌상제와, 마이천역 전체가 찌그러져 멸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태산의 앞으로 백발의 여인이 나타났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그 여인은 단정한 옷차림으로, 발에는 꽃신을 신은 채 태산상제에게 예를 표하며 말하였다.
[거만하고 포악한 폭군아. 내 주는 끝나지 않으실 것이다.]마치 벌레의 말 따윈 들을 가치조차 없다는 듯.
태산상제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천벌의 주인을 차원째로 멸망시키는 것에 집중하였다.
[그분의 꿈은 이미 이어졌다. 그분의 예언은, 절대 끝나지 않는다! 네 스승마냥 패배자로서 잡아먹히지 않을 것이다!!!]백발의 여인.
정려는 다음 순간 사지가 찢겨 나갔다.
마치 벌레를 잘근잘근 으스러뜨려 죽이듯이, 그녀는 태산상제 앞에서 억(億)대에 달하는 단위로 죽었다 살아나기를 반복하며 고문당하다, 마침내 전신이 갈기갈기 찢겨져 죽었다.
콰드드드득!
그리고 마침내.
마이천역 자체를 압축시킨 태산상제는 압축시킨 천역을 삼켰다.
부우우웅!
[끄아아아아아!] [흐아아아!!!] [어어어억! 으어어어어억!]그의 아래에 있는 시체의 산에선 용암 같은 피 눈물이 터져 나오며, 그 어떤 때보다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태산의 주변으로 검붉은 뇌전이 끓어 넘치는 듯했다.
태산상제는 수미산 전체를 오연하게 내려다보며, 힘을 끌어 올리기 시작하였다.
: : 상제(上帝) 사 냥 을 시작 해 볼 까 : :
삼천대천세계 전체의 운명이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회귀수선전(回歸修仙傳) 49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