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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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뢰(天雷)(4)
“그건…”
김영훈은 멍한 눈으로 내 손에 떠오른 강환을 바라보았다.
움찔, 움찔…
강환에 깃든 가공할 의념의 소용돌이.
그 깨달음.
그것을 목도한 김영훈은,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눈이 튀어나올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가 웃기 시작했다.
“하, 하하하하…하하하하…!”
비틀
그리고, 그는 갑자기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마구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의 의념은 이전에 보았던 것과는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다시없을 찬란한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또… 있었어… 나 말고 또… 이 경계에 도달한 자가… 또 있었어…!”
파아아앗!
그의 의념의 빛이 더욱 더 밝게 타오른다.
그 모습은 숫제 하나의 태양과도 같아보였다.
그러나 나는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이 느껴졌다.
눈 앞에 떠오른 태양과도 같은 의념이, 마치 언제라도 내게 달려들 듯한 사자의 아가리와도 같아보였기 때문이었다.
그가, 흥분하고 있다.
“…여지껏, 무림에는 바보들뿐이라고 생각했다. 절대 다수가 몸을 치고박는 일이류에서 머물고, 특출난 재능이래봐야 그저 붉고 푸른 정도의 의념을 보는 정도.
거기서 더 나아가봤자 고작 세, 네개. 많으면 열댓개의 색의 의념을 보는 삼화취정. 나와 같은 경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오기조원의 경지라도 도달하는 놈이 있을까,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하지만…”
드득, 드드드득…!
땅 위에 있는 작은 모래와 돌들이 진동하고 있었다.
진씨세가의 하청산수는 심상찮은 기류를 느꼈는지 눈치빠르게 벌써 저 멀리 도망가고 있었다.
“그 오기조원조차 전 대륙에서 간신히 몇백년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한 경지… 그래, 애초에 지닌 바 태생의 한계를 뒤엎을 깨달음이 오기조원이니 이해는 한다. 하지만, 하지만… 늘 너무나 허망했다.”
나는 긴장을 끌어올렸다.
김영훈이 흥분했다.
그 말은 즉슨.
“수도자들조차도 나와 합이 맞으니 붙는 정도였지만. 나와 진정으로 무(武)를 주고받을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내 깊숙한 갈망을 들어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었어…!”
김영훈이 오른손을 폈다.
그의 장심(掌深)에서 빛이 터져나오며, 나와 마찬가지로 강환이 튀어나온다.
“이제서야… 이제서야 이 한을 풀 수 있겠구나…!!!”
그는 너무나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강환을 들어올렸다.
파아아앗!
강환이 회전하더니, 세 개로.
그 세 개가 다시 세 개로 쪼개졌다.
아홉 개의 강환!
아홉 개의 강환이 김영훈의 뒤쪽으로 늘어선다.
“놀아보자!”
파앗!
순간 김영훈의 신형이 눈 앞에서 사라졌다.
채 의념을 읽을 틈새조차 없다!
그야말로 극속(極速)!
하지만 나는 거의 본능에 가까운 감각으로 황급히 허리를 숙였다.
콰앙!
파공성이 터지며, 김영훈의 도가 내 머리카락을 조금 잘라냈다.
‘이 미친, 진짜 날 죽일 생각으로 휘두른 건가?’
아무래도 40평생을 외롭게 고고한 경지에 있다, 비슷한 경지에 있는 내가 나타나자 눈이 뒤집힌 모양.
‘내단으로 인한 반응속도가 아니었다면 그대로 죽었다.’
김영훈의 의념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뭐냐, 장난치는 거냐? 제대로 들어와라!]파앗!
어느새 김영훈의 장심이 눈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그리고, 장심에는 눈부시게 빛나는 강환이 떠올라, 내 머리를 향하고 있다.
마치 김영훈의 행동 하나 하나가 뚝 뚝 끊어지듯이 잘 보이지 않았다.
‘지난 삶에서 잠시 대련했을 땐, 그야말로 놀아줬던 거군…!’
이게, 등봉조극 최고봉에 이른 초고수의 실력!
나는 온 내공을 짜내서 황급히 그의 손에서 날아드는 강환에 내 강환을 맞부딪혔다.
빛의 광류가 터져나오며 우리가 서로 밀려났다.
수많은 검광(劍光)과 도광(刀光)이 번뜩이며 폭풍을 만들어냈다.
‘일단 거리를 벌린다.’
난 황급히 또 다른 강환을 만들어내며 다음 수를 준비했다.
빠르다.
일단 강환을 아홉 개씩이나 만들어내는 거야 둘째치고, 너무 빨라서 반응조차 하기 힘들었다.
그나마도 김영훈이 느릿느릿한 초식으로 부딪혀와서 망정이지.
산바람 같은 극속의 초식을 사용하면 바로 머리가 꿰뚫려서 죽을지도 몰랐다.
‘일단 근처에서 싸우면 주변이 남아나지 않을테니, 산골짜기 같은 곳으로…’
그리고, 김영훈의 손이 내 머리통을 붙잡았다.
“…어?”
쒜에에엑!
콰아앙!!!
그의 손바닥에서 가공할 척력이 느껴지며 나를 저 멀리 날린다.
나는 하청산수가 살던 장원을 벗어나, 민간을 벗어나 성 바깥에 있는 산골짜기로 그대로 쳐박혔다.
“커헉!”
나는 피를 한 움큼 토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적으로 호신강기를 안 펼쳤으면 그대로 머리가 뽑혀서 죽었다!
‘뭐지? 뭐지? 시간이 잘려나간 것 같았다. 반응하는 것 자체가…’
단순히 내단의 효용 같은 게 아니다.
김영훈에게는, 뭔가 다른 게 있다!
툭-
그리고, 방금 전과 마찬가지로 뭔가 부자연스럽게 김영훈이 내 눈 앞에 나타났다.
마치 영화에서 필름이 끊긴 것만 같았다.
월수궁무록처럼 인식을 잘라내 허깨비가 되는 게 아니다.
그냥, 너무 빨라서.
등봉조극에 이른 내 반응속도로도 감히 인지하기 힘들만치 너무 빨라서 이렇게 행동이 잘려나가듯이 보이는 것 뿐이다.
‘도대체 무슨..’
“흠, 아까부터 뭘 하는 거냐. 왜 제대로 반응을 안 하는 거냐?”
잠시 나를 바라보던 김영훈은 의아하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더니, 뭔가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 넌 이 경지에 오른지 얼마 되지 않은 거로구나!”
“…그렇긴 합니다.”
“하긴, 그렇다면야 이 경지에서의 힘을 잘 쓰지 못하겠군. 이 경지에서의 힘만 제대로 잘 다뤄도 이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지. 이제 보니 강환도 한번에 하나밖에 못 다루는 것 같고.”
그는 숨을 들이쉬며 즐겁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뭐 그래도 이건 정말로 요령 같은 거니까, 한번 배우면 쉽게 응용하겠지. 가르쳐줄테니 대련하며 성장해 보거라!”
“아니 잠…”
나는 당신처럼 전투 중에 성장하는 괴물이 아니라고 말하려 했으나.
김영훈의 발차기가 극속으로 나를 파고들어오는 바람에, 나는 간신히 호신강기를 펼치고 막는 수밖에 없었다.
쿠과과광!
내 등 뒤에 있던 삼 장 크기의 거석이 내가 흘려낸 충격파를 이기지 못하고 산산이 박살난다.
[걱정 마라, 성장할 수 있게 잘 가르쳐 줄 테니.]그의 의념이 울려퍼진다.
나는 죽지 않기 위해 최대로 집중하며 의념의 세계에 진입했다.
그 순간.
‘어…?’
왜, 김영훈이 열 명이지…?
난 빠르게 의념의 세계와 육안을 번갈아가며 인지했다.
육안으로 김영훈은 분명 한 명이었다.
하지만, 의념의 세상에서 김영훈은 열 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이건…!’
그리고, 의념의 세계에서 김영훈이 있던 자리에는.
현실 세계에서는 강환들이 늘어져 있었다.
한 명의 김영훈과 아홉 개의 강환.
[우선, 강환은 던져서 터트리기만 하는 폭탄이 아니다.]타닷!
열 명의 김영훈이 내게 동시에 달려든다.
그가 속력을 조절한 것인지, 이번엔 반응속도가 나와 비슷했다.
하지만 열 명의 김영훈이 의념의 세계에서 너무나도 생생히 내게 공격을 퍼붓는다.
그리고, 한 명의 공격이라도 적중당하면 위험했다.
한 명은 등봉조극의 고수였고, 나머지 아홉은 터지면 몸이 그대로 갈려버리는 강환이었으니까!
“크윽…!”
가장 큰 문제는, 저 강환들이 의념까지 써낸다는 것이었다.
강환들도 나와 간합을 겨룬다.
동급 경지의 고수 열 명이 나를 사방에서 포위하며 간합을 겨루는 셈.
당연히 의념의 간합싸움에서 밀렸고, 나는 그 틈새에 김영훈의 주먹을 허용했다.
퍼억!
“끄윽..!”
“강환을 생성했다면 너도 알겠지. 이건 단순히 내공압축 폭탄이 아니다. 또 다른 나 자신이며, 분할된 정신체이다. 의념을 잘라서 무기에 입력하는 이기어검, 이기어도의 단계를 몇 단계는 초월한 경지.
무기에 다음 행동이 아닌, 자기 자신을 그대로 입력한 것. 그렇기에 강환을 하나 다룰 수 있게 된 후부터 그 전력(戰力)이 배씩 뛰게 되는 것이야!”
그와 공방을 겨룬다.
하단세로 다리를 공격하면 열 명의 김영훈이 각 방위에서 나를 찔러넣고, 그에 대응하느라 김영훈의 무릎에 허리를 찍힌다.
중단세로 찔러들어가면 열 명의 김영훈이 각자 다른 초식을 사용하며 의념의 흐름을 방해한다. 그 사이에 현실의 김영훈이 칼등으로 내 어깨를 내리친다.
상단세에서 베어들어가려 하면 전후좌우상하에서 김영훈들이 나를 덮쳐와, 황급히 뒤로 빠져야 한다.
“크으윽…!”
내가 의념을 일으키자, 사방에서 나뭇가지와 돌쪼가리들이 일어났다.
내가 허공을 격해 나뭇가지와 돌쪼가리에 강기를 입혀, 수천 개의 어검(馭劍)을 만들어 여러 김영훈에게 대응하려 했으나…
번쩍, 번쩍, 번쩍!
휘광이 몰아치며, 아홉 명의 김영훈이 동시에 폭발했다.
거대한 빛의 소용돌이와 함께, 무수한 도흔(刀痕)이 내 어검을 모조리 갈라버렸다.
그리고, 현실의 김영훈의 뒤쪽에서, 또 다른 김영훈 아홉이 다시 걸어나왔다.
육안으로 보자 그가 장심에서 강환을 뽑아내는 모습이었으나, 의념의 세계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비춰진다.
‘또 다른 나 자신…’
나는, 문득 멍한 표정으로 김영훈과 같은 자세로 손을 뻗었다.
내 장심에서도 강환이 뿜어진다.
동시에, 내 뒤에서 또 다른 내가 튀어나와, 내 장심에서 뿜어진 강환을 자신의 손으로 받아든다.
‘아아, 알겠다.’
어쩐지, 이해가 되는 느낌이었다.
나 자신.
그래, 어검이 무기에 의념을 넣어서 다음 행동을 입력하는 것이라면.
검환은 강기에 나 자신을 입력하는 것.
나 자신이 정말로 들어갔다면, 나 자신이 또 다른 의념의 주체가 되는 것 역시 가능한 것이 아닌가?
파앗!
시야가 분할된다.
동시에, 정신의 영역이 쪼개지는 느낌이었다.
지금까지는 하나의 의식으로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두 개의 의식이 생긴 듯한 느낌!
동시에 의념의 세계에 나 자신의 형상이 완전히 또렷하게 드러났다.
열 명의 김영훈 앞에, 두 명의 내가 섰다.
그들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어떠냐, 이제 좀 감이 잡히나?”
“…그렇군요.”
난 씨익 웃으며 기수식을 잡았다.
또 다른 나 역시, 나와는 다른 기수식을 잡았다.
이건 재능이라기보단, 요령과 경지의 인식에 대한 영역.
그렇기에 재능 없는 나 역시 이렇게 단기간에 깨칠 수 있었던 것이다.
10대 1과, 10대 2의 양상은 많이 다를 것이다.
파밧, 파바바밧!
의념의 공방이 오갔고, 나와 김영훈의 실제적인 공방 역시 수 합을 오갔다.
[좋군, 여기까진 그럭저럭 이해한 것 같으니, 다음 단계로 넘어가볼까?]김영훈의 안색이 황금빛으로 불타오르는 듯 했다.
동시에, 김영훈 한 명이, 본체에게로 걸어가더니, 그대로 김영훈에게 흡수된다.
육안으로 보자, 김영훈이 주변에 도열시켜 두었던 강환 중 하나를 자신의 손 위에 올려둔 것이었다.
‘어?’
위험하다.
본능이 경고한 순간, 나는 망설이지 않고 허공으로 튀어올랐다.
꽈과과광!
부채꼴 형태의 강기가 퍼져나가며, 내가 있던 자리, 그 너머의 나무들을 그대로 잘라버렸다.
마치 방금 전과 같이 시간이 잘려나간 듯한 현상.
그리고, 그 자리에 갑자기 나타난 김영훈이 나를 바라보았고.
콰악!
“커헉!”
어느새, 김영훈의 손아귀가 내 얼굴을 쥐고 있었다.
난 생존본능으로 호신강기를 펼쳤고, 김영훈의 발길질이 내 배를 세 번 두들겼다.
쾅, 콰앙, 콰앙!
포탄 터지는 소리가 울리며, 난 그대로 하늘로 치솟았다.
‘호신강기를 안 펼쳤으면 허리가 사라졌다..!’
푸콱!
어느새 구름을 뚫었다.
새하얀 운해가 발 아래에 펼쳐진다.
하지만 난 운해의 경관을 감상할 틈새조차 없이 호신강기를 펼치고 의식을 집중했다.
[잘 관찰해라.]콰앙!
또 다시 파공성이 울리며 어느새 내 앞에 나타난 김영훈이 도를 휘두른다.
그의 뒤쪽으로는 구름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네 수준을 생각해서 두 배로만 높인 것이니.]뻐어엉!
그가 도신으로 나를 후려쳤고, 난 구름을 찢고 다시 땅으로 떨어졌다.
지금까지 버틴 것도 내단의 내공제어력으로 인한 반응속도가 없었다면 못 버텼다!
‘두 배로만 높였다고..?’
두 명의 김영훈이 합쳐진 것을 떠올렸다.
그 모습은 분명, 김영훈이 강환에 입력한 자신의 의식을 회수한 것.
‘아니, 회수한 게 아니다.’
파앗!
또 다시 김영훈이 내 바로 위쪽에 나타나, 허공에서 한 바퀴를 회전하더니 도신으로 나를 내리찍었다.
나는 간신히 검을 들어 그를 막았다.
콰과광!
내가 발을 디딘 산골의 바닥이 함몰되고, 주변으로 거미줄같은 균열이 생겨난다.
난 그의 공격을 받아내며, 의념의 세계에서 김영훈의 모습을 관찰하고, 또 관찰했다.
‘회수한 게 아니야. 저건…’
단순히 김영훈이 혼자 움직이고 있지 않다.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두 명의 김영훈이, ‘겹쳐져’ 있었다.
‘아, 그런가.’
연동(聯動)되고 있다.
두 명의 김영훈이, 서로의 사고(思考)를 연동시키며, 두 배로 자신의 모든 것을 가속시킨다.
‘아아아…’
난 무(武)의 천재가 아니다.
그렇기에 싸우면서 엄청난 깨달음을 얻거나 엄청난 폭으로 성장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나는 무의 달인(達人)이었다.
김영훈이 보여주는 것은, 등봉조극의 경지 안에서 응용되는 ‘요령’이었으며.
달인인 이상, 같은 경지 내에서의 요령이라면, 무수한 경험을 통해서 바로 알 수 있었다.
‘와라.’
파아앗!
저 멀리 있던 내 강환, 또 다른 나 자신이 날아오듯이 내게 왔다.
그리고, 나와 그대로 겹쳐졌다.
내 사고와 정신체의 사고가 연동되기 시작했다.
사고의 속도와 효율이 두 배로 뛰어올랐다.
갑자기 세계가 느려보였다.
동시에 내단을 이용한 내공통제력과 반응속도가 수 배 이상 증폭되는 것이 느껴졌다.
부웅!
김영훈이 다시 도를 휘둘렀고, 나는 이번에는 지근거리에서 그의 도신을 잡아챘다.
이번에는 김영훈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드디어 깨달았군. 훌륭하다.]의념을 통해서 그의 뜻이 전해진다.
나 역시 의념을 통하여 내 뜻을 전한다.
[…이제야 이 정도일 뿐이지요. 당신은, 최대 열 배 이상 사고를 가속할 수 있다는 것 아닙니까..?]그의 주변으로 몰려드는 여덟 개의 강환들.
[맞는 말이지. 그럼 한번, 제대로 놀아볼…]콰앙!
내 검이 그의 간합을 뚫고 그의 배로 짓쳐들어갔다.
퍼억!
그 찰나, 나는 입산, 단애, 용맥, 첩첩산중, 산중호걸, 산명곡응, 유릉.
일곱 번의 공격을 김영훈에게 적중시켰다.
[등맥.]콰앙!
난 검면으로 김영훈의 턱을 후려쳐, 김영훈을 허공으로 날려버렸다.
김영훈 역시 찰나간 호신강기를 펼쳤기 때문에 무사한 듯 했으나,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 보았다.
[무슨, 강환은 한 개밖에 못 다루는 게 아니었나…? 속도가 갑자기..] [이런 느낌이군요…]일류에서 절정에 이를 때도.
절정에서 삼화취정에 이를 때도.
삼화취정에서 오기조원에 이를 때도.
항상 이전의 경지와는 완전히 다른 ‘영역’에 접어들었었다.
그러나 오기조원에서 등봉조극은, 내단을 형성한 후에야 그저 반응속도가 조금 빨라진 정도.
그 이외에는 오기조원과 깨달음의 차이만 있을 뿐.
완전히 이전 경지를 압도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제야 체감이 된다.
세상이 느리게 보인다.
나는 이제야, 진정으로 ‘다음 경지’에 접어들었구나.
나는 그를 체감하며, 전신으로 강기를 뿜어냈다.
축기기 수도자들처럼 전신 경맥에 강기를 펑펑 흐르게는 못하지만, 일시적으로 전신을 검강으로 둘러.
일순간 나 자신이 검(劍)이 되는 것은 가능했다!
등맥!
꽈과광!
나는 나 자신으로 등맥의 초식을 사용하며 김영훈에게 달려들었고, 김영훈은 내 속도에 순간 대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내 공격을 맞았다.
쩌어엉!
그가 저 멀리 산골짜기의 봉우리로 튕겨나갔고, 봉우리에 거미줄같은 균열이 생기며, 우리의 흔적을 남겼다.
“…하하하, 그런 거로군…!”
김영훈이 육성으로 웃음을 터트리며, 몸을 툭툭 털었다.
순간적으로 맞은 공격이었지만 역시 호신강기를 둘러 피해를 무화시킨 듯.
그는 멀쩡한 모습이었다.
“수도선술(修道仙術)…! 그것도 연기기 후반의 경지이니. 나보다는 의식의 크기가 크다는 건가!”
그는 내 반응속도의 비밀을 알아챘다는 듯이 눈빛을 빛냈다.
그렇다.
이전까지는 그의 속도에 반응을 하지 못했지만, 막상 사고를 가속시키는 요령을 알게 되자 그와 같은 수의 강환을 썼음에도 그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였던 이유.
그것은 내가 연기기 9성의 경지이며, 일반적인 연기기보다 의식의 크기가 비대하여 사실상 연기기 12, 13성 수준의 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같은 정신체라도, 가속되는 효율과 용량이 다르다!
사고의 크기 자체가 다르기에, 한 번 증폭됐을 때의 증폭률 자체가 다른 것이었다!
“무공과 수도술이 상부상조(相扶相助) 하는군. 아예 체급이 다르단 건가…? 같은 기술을 익혀도 정신의 크기가 다르니 체급에서 밀린다라…”
김영훈이 히죽 웃으며 기운을 끌어올렸다.
“뭐 좋다.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군. 수도자에게 큰 의식은 신체 특징이나 다름없으니, 어디 한번 덤벼봐라. 오히려 재밌겠군!”
우우웅-
그의 옆을 맴돌던 강환 하나가 다시 그의 체내로 흡수되었다.
김영훈의 가속률이 세 배로 증폭되었다.
“한번 모든 것을 부딪혀 보자꾸나! 수도법술이든 뭐든 다 써서 덤벼봐라! 흐하하하!”
그리고, 또 다시 나와 김영훈이 부딪혔다.
나는 수결을 맺으며, 주변에 진도를 그리고 주변의 대지를 변화시키며 그와 부딪혔다.
우리의 싸움은 아침에 시작해서 저녁이 될 때까지 이어졌고.
주변의 산골짜기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난 결국에는 김영훈에게 패배했다.
하지만, 이젠 이전까지와는 달리, 김영훈은 절대적인 벽이 아니었다.
높기는 했으나, 어느 정도 끝이 보이는 벽.
그것이 이제 나와 김영훈의 수준 차이였다.
* * *
“허억, 허억…”
김영훈이 이가 잔뜩 빠진 자신의 도를 지팡이 삼아 일어서며, 웃음을 지었다.
“…정말 오랜만에 즐거운 경험이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난 완전히 산산조각이 난 내 검을 보며 피식 웃었다.
못 일어나겠다.
전신의 힘이 전부 빠져버렸다.
“그나저나 하청산수를 통해 내게 연락을 넣었더구나. 너 역시 진가에 들어오려는 거냐? 아마 너 정도의 전력에, 내 추천이면 바로 외당 장로가 될 수 있을 거다.”
“…그것도 좋겠지만, 장로직보다는 확인할 것이 있어 찾아왔습니다.”
나는 욱씬거리는 몸을 일으키며 말하였다.
“진씨세가에서 일하는 일반인들 중, 아는 사람이 있어서 말이지요.”
“흠, 그러냐. 일반인들 정도라면 내 권한으로 만나게 해 줄 수 있지. 그러면 넌 진씨세가에는 안 들어올 거냐?”
난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내 수명은 이제 10년 남짓 남았다.
그 안에 최대한 연기기의 경지를 끌어올리고.
이번에는 성제국 쪽으로 갈 예정이었다.
금신천뢰문.
성제국 서쪽 대산맥에 자리했었다는 그 문파가, 등선향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아야 한다.
어쩌면, 우리가 이곳에 떨어진 것과 어떤 관련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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