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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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命)(3)
“경지가, 사람마다 다르단 말씀입니까?”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아 질문했다.
김영훈은 피를 닦으며 설명을 시작했다.
“정확히는, 의식을 실체화하는 것은 똑같지만 ‘무엇을’ 실체화할지는 사람마다 다른 것이다.”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말을 이었다.
“솔직히, 나도 그냥 실마리만을 잡은 것이라 잘은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월도입천무에서는 꾸준히 누군가의 삶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 누군가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누군가의 삶에 대해 말하여서 도달하는 것이 이 너머의 경지라면.
인간의 삶은 모두가 다른 법이니, 이 너머의 경지에는 삶마다 다른 무학이 존재치 않겠느냐.”
“삶마다 다른 무학…”
나는 어쩐지 그 말에, 가슴 한켠이 간질간질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두 가지를 깨달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나가 등봉조극 너머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깨달음이라면, 나머지 하나는 무엇입니까?”
“아, 그건 그냥 개인적인 깨달음이다.”
김영훈은 옅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정말 집을 그리워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지금껏 무공을 수련해왔던 동력(動力)이, 언젠가 집으로 돌아가 가족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임을 알았다.”
그는 가슴을 어루만지며 눈을 감았다.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은 얼굴들이 있었다는 것을… 그 고통을 잊고자 미친 듯이 무를 수련하고, 그 목표를 이루고자 손아귀가 찢어져라 도를 휘둘렀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김영훈은 아련한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흠, 미안하구나. 이건 무학의 깨달음이라 하기에도 뭣한데.”
“아닙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오기조원의 경지에 이를 때 느꼈던 것.
“내가 해 온 모든 것은 결국 내 삶의 일부. 천지인이 서로에게 영향을 받듯이, 내가 해 온 것 역시 내 삶에 영향을 받았겠지요.
내 삶에 대해 깨달았다면, 그는 곧 김 형의 무(武)에 녹아들 겁니다.”
“…가끔 너와 얘기하면 한참 나이먹은 노인과 얘기하는 것 같다. 무학(武學)에 있어서는 분명 내 재능이 낫지만, 네겐 내게 없는 것이 있어…”
그는 나를 아리송한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어쩌면, 너 역시 나와 비슷한 속도로 이 너머에 도달할지 모르겠구나.”
“하하, 그럴 리가요. 김 형의 재능에 제가 어찌 비합니까.”
“너도 굉장히 빠르게 등봉조극의 극한에 도달하지 않았느냐? 그 정도면 재능은 충분하지. 물론 나보단 못하다는 건 알겠지만… 여하튼. 너보다 뛰어난 내 재능으로 너를 관찰했을 때, 내가 새라면, 너는 화산(火山)이다.”
화산?
“화산이 어떻게 폭발하는지 대충 아느냐? 뭐 나도 주워들은 거라 정확하지는 않지만. 화산 밑의 용암이 계속 올라오며, 쌓이고 또 쌓여 결국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산이 폭발하는 것이라더군.
나는 원래부터 날도록 태어난 새라서 빠르게 하늘을 올라온 느낌이라면, 너는 원래부터 높은 산이었고, 그마저도 그 안에 잔뜩 용암이 쌓여있어, 폭발을 시작하면 어떤 새보다도 훨씬 강력한 힘으로 높은 하늘에 닿을 것이란 생각이 들더구나.”
그가 웃으며 나를 격려해 주었다.
“네 삶에 대해서 잘 참오해 보거라. 어쩌면 네가 그냥 지나친 것들이 쌓이고 쌓여, 너도 모르는 잠재력을 만들었을지 어찌 아느냐.”
‘나도 모르게 쌓여온 것들이라.’
내가 쌓은 것은, 그저 세월(歲月)밖에 없거늘.
“…일단, 여기서 이러지 말고 김 형 치료나 좀 더 제대로 하지요.”
나는 김영훈을 데리고 가서 제대로 된 치료를 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김영훈이 말한 화두에 대해서 조금 더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 * *
세월은 흐르고 또 흘렀다.
어느덧, 지월입도, 수월입도, 화월입도, 금월입도 네 공법을 전부 대성하고, 목월입도결 역시 지금껏 쌓아온 기반에 뿌리를 내렸다.
‘목월입도가 가장 쉽군…’
이미 다른 오행(五行)의 힘이 제대로 지반을 받쳐줘서일까.
목월입도결은 오행의 상부상조에 따라 너무나도 쉽고 빠르게 법력을 쌓아갔다.
순탄하다.
이제 목월입도결은 연기기 13성. 일원일응.
조금만 더 있으면 대성(大成)을 앞두고 있었다.
이제 곧 오월입도경 전체를 대성하는 것이었다.
‘물론, 축기기에 들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이렇게까지 했음에도 이번 생에 축기기에 못 들수도 있었다.
‘그리고 김 형은 내게 잠재력이 있다곤 했지만…’
나는 둔재였다.
어쩌면 그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더.
이번 생에 축기기에 들어 수명을 늘리지 못하면, 등봉조극 너머는 꿈도 못 꿀지도 몰랐다.
김영훈이 월도입천무에 대한 실마리를 잡은지도 어느덧 5년차에 거의 가까워졌다.
그는 매일같이 손아귀에서 피가 날 정도로 월도입천무를 궁구하며, 등봉조극 너머의 벽을 두드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뭔가.
수도공법을 수련하면서도 끊임없이 틈날때마다 무공을 수련했다.
단 한 순간도 게을리 지내지 않으며 검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었다.
등봉조극에 올라 검이 필요 없게 되었어도 항상 칼같은 기세를 유지하며, 검법을 수련하던 그 감각을 잊은 적이 없었다.
지난 40년동안 단순히 수도공법에만 매진한 것이 아니었다.
아니, 지난 삶에도.
또 지지난 삶에도…
문득, 그러고 보니 나는 내가 벌써 몇 번째 삶을 사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아홉 번째? 열 번째? 아, 회귀 자체는 9번 했군.’
그리고 회귀동안, 몇 년을 살았지?
‘아니, 안 돼. 떠올리지 마라.’
몇 년 동안 무(武)를 수련하고, 몇 년 동안 수도공법을 수련했지?
‘심마(心魔)의 초기증상이다. 더 떠올리면 안 돼!’
9번 회귀를 하며 각 삶마다 거의 50년에 가깝게 살아왔다.
조금 더 빨리 죽은 회차도 있었지만, 그것까지 감안해도, 지금껏 산 삶을 계산해 본다면…
‘안 돼!’
500년.
약, 500년의 삶이었다.
“꺼헉, 끄헉..”
왈칵!
기혈이 뒤틀리며 피가 한 움큼 쏟아졌다.
-500년이나 무공을 수련했는데도 이 너머는 감도 안 잡힌다.
강환이 멋대로 체내에서 빠져나오며, 아홉 조각으로 쪼개졌다.
의념의 세계에, 아홉 명의 내가 나를 둘러싸고 음울한 표정으로 한 마디씩을 내뱉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무공에서 손을 놓는 건 어떤가.
-어차피 오기조원에 이르며 영통을 뚫는다는 초기 목표는 이뤘다.
-이젠 여우한테서 도망치며 팔도 뜯기지 않을 정도니 이만하면 할 만큼 했지.
-무공은 내 재능이 아니다. 억지로 되지도 않는 걸 붙잡을 바에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게 낫지 않나?
내가 정신 분열에 걸린 게 아니었다.
전부, 나였다.
내가 나 자신에게 하는 소리였다.
-솔직히, 김영훈이 내게 한 충고 중, 몇 마디나 알아들었지?
왈칵!
나는 심상을 다스리려 했으나, 다시 한번 피를 토해내야 했다.
-김영훈 같은 이전에 만년, 이후에 만년 다시없을 천재마저도 몇 번의 삶동안 등봉조극의 극한에 머물렀다.
-겨우겨우 지식과 깨달음을 전승시키며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그건 김영훈의 이야기이지.
-재능없는 내가 김영훈의 경지에 도달하려면 몇 년을 수련해야 하지? 500년은 더 수련해야 하나?
끄흑, 끄으윽…
나는 피를 조금 더 흘리고는 내상을 다스렸다.
-말해보자. 나는 500년동안 대체 뭘 이뤘지? 허송세월만 보내지 않았나?
내 머릿속에서 폭풍처럼 몰아치는 상념들.
지금 강환분신들이 내뱉는 말들은, 전부 지금 당장 떠오르는 암울한 상념들이 실체화된 것이었다.
-왜, 무공을 수련하는 거지?
그리고, 문득 머릿속에서 그런 질문이 들려왔다.
“…힘이, 필요하니까.”
그 질문을 듣는 순간 폭풍처럼 몰려들던 잡념들이 어느 정도 걷혔다.
“…간단하잖나.”
괴군의 말이 떠올랐다.
운명의 인력은, 인력을 넘어서는 힘으로 넘어서면 된다고.
“그냥, 할 수 있는 걸 다 했을 뿐이다. 날 보고 뭘 더 어쩌라는 거냐…”
인도(人道)를 어기지 않는 선에서, 운명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그뿐이었다.
“나도 알고 있다. 어쩌면 이번 생 안에 축기기에 들 수 있다는 것도 내 희망일 뿐이고. 축기기에 들어서 몇백년을 수련하더라도 등봉조극 너머에는 발도 디디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쯤은.
나는, 이 드넓은 하늘 아래에서 먼지나 다름없는 존재니까. 나는 그냥, 벌레같더라도, 먼지같더라도, 이 삶 하나 하나를 소중히 여기고자…”
말을 내뱉으며 내 입장을 정리하자, 조금씩 머릿속의 구름이 걷히는 느낌이었다.
“이미 삶과 하나가 된 무(武) 역시 소중히 여겼을 뿐이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내게 차가운 말을 내뱉던 의념분신은 사라지고, 눈 앞에는 강기의 구체만이 남아있었을 뿐이었다.
나는 강환들을 흩어버리며 주먹을 쥐었다.
“몇 년이 걸리더라도 상관없다. 나는 내 삶을 소중히 여길 뿐이다… 언젠가 모든 것이 돌아가더라도 내게 남아있는 것은, 최선을 다했다는 기억뿐이니까.”
기혈이 안정된다.
큰 깨달음을 얻지는 못했지만, 심마는 막아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조금 가슴 한켠이 답답한 느낌이었다.
‘뭔가 깨달을 수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를 깨닫지 못한 것도 내게 재능이 없어서일 터.
‘어쩔 수 없지. 세월을 쏟아서 더더욱 나아갈 수밖에.’
기혈이 가라앉자, 몇년동안 수련해왔던 법력들이 움틀거렸다.
‘그래도, 세월을 쏟으며 결국 도달하였다…’
쿠구구구구!
목 속성 법력이 몰려들며, 영기의 점을 생성한다.
그리고, 결국 폭발한다.
콰아앙!
단전에서 충격이 일며, 목 속성의 영기, 청색(靑色)의 구름이 피어올랐다.
황색, 흑색, 적색, 백색, 청색.
‘오월입도경을, 대성했다…!’
후우우…
숨을 내뱉자, 주변으로 오색의 구름이 피어오르며 내 주변을 회전하였다.
“축기기에, 도전해볼까…?”
나는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오행이 전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말도 안되는 수준으로 회복력이 올라갔다.
과연, 이번에 축기기에 도전하면 어찌될지…
쿠구구구!
나는 오색의 구름을 빨아들여, 단전을 한가득 채웠다.
오색의 구름은 단전 안에서 회전하며 점차 중앙으로 몰려들었다.
‘간다!’
꾸웅!
둔재가 세월을 쌓아올려 가장 무식한 방법으로 올라왔다.
축기기의 벽이 얼마나 두껍든, 감히 이 세월 앞에 비할 수 있을 듯 싶은가.
꽈앙!
체내에서 오색(五色)의 별이 빛났다.
하지만 오색의 별은 여전히 오영근인 내 자질에서 오는 미세한 변화에 계속 진동하더니, 다시 별에 금이 가버렸다.
파직, 피싯!
꽈아아앙!
결국 다시 폭발이 일어나며 별이 폭발해 버렸고, 축기기 도전을 위해 쌓아올렸던 영운들이 전부 소멸해 버렸다.
연기기 14성까지 쌓아올렸던 경지가 다시 12성으로 돌아갔다.
“후우…”
이번에도 실패였다.
그러나.
“후우, 후우…”
약 스무 번의 호흡을 했을 때였다.
쿠구구구구-
단전에, 다시 법력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네 개의 공법을 대성했을 때, 이미 법력의 회복 속도는 반나절만에 모든 경지를 회복할 정도였다.
오행공법을 모두 대성한 지금, 법력의 회복속도는 호흡 스무 번을 할 시간에 연기기 14성의 수행이 전부 회복될 정도로 빨라졌다.
“다시 간다.”
쿠구구구!
삽시간에 오색의 영운을 회복한 나는, 다시금 축기에 도전하였다.
쿠웅, 쿠웅, 쿠웅!
한 번 별이 터질 때마다, 나는 오행의 흐름을 관찰할 수 있었다.
오행의 변화가 내가 이룬 오행공법에 대응되며 정확히 관측된다.
한 번 실패할 때마다, 확실한 실패의 이유가 보이기 시작했다.
실패하고 실패하고 또 실패하기만 해온 인생.
그 썩은 실패의 거름들이 쌓여서, 언젠간 싹을 틔울 것이었다.
동시에, 오행의 흐름을 관측할 때마다 체내에 자리잡은 오월입도경의 법력들이 조금씩 균형을 맞춰가는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익혀온 공법 중, 지월입도결의 법력이 다른 법력들보다 조금 더 많았고, 익힌 순서대로 조금씩 법력에 차이가 있었다.
차이라고 하기에도 미약한 정도였으나, 그 미세한 차이들이 점차 메워지며 완벽한 균형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미약한 틈새가 메워질 때마다, 나는 회복력이 여기에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진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스무 호흡 정도에서, 열아홉하고도 반 호흡.
‘더 간다.’
꾸웅!
나는 단전에 집중을 하며 수련을 계속했다.
‘남은 시간은 10여년.’
그 시간 안에, 반드시 뚫는다!
나는 쇄천봉 안쪽 동굴에 들어가서 끊임없이 축기기에 도전하며, 오월입도결의 미세한 법력의 비율을 조정했다.
김영훈 역시 어딘가에서 미친 듯이 깨달음을 잡으며 수련을 하는 중인지 찾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몇 개월이 흘렀을 때였다.
“은현아, 나와보거라.”
“예, 김 형. 무슨.. 헛!”
나는 김영훈의 몰골을 보고 흠칫 놀랐다.
그는 뼈가 드러날 정도로 삐쩍 말라 있었으며, 눈 밑에는 검은 기미가 잔뜩 내려앉아 완전히 살아있는 해골바가지 같은 모습이었다.
또한 그의 손에는 피딱지가 잔뜩 눌어붙어 있었고, 그 상태로 도를 쥐고 있어, 피딱지가 도에 붙어 마치 손과 도가 이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지난 50여일간, 내단의 기(氣)만으로 생존하며 미친 듯이 도를 휘둘렀다. 그리고, 은현아…”
주륵…
김영훈의 삐쩍 마른 얼굴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렀다.
“40년을 고련한 끝에… 드디어, 드디어 닿았다.”
“……”
수도공법을 수련하느라, 김영훈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몰랐었다.
“지금부터, 도약을 시작할 것이다. 네게 보여주기 위해 찾아왔다.”
“…예.”
나는 공법의 수련을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 김영훈을 따라갔다.
우리는 쇄천봉의 아래쪽에 있는, 작은 봉우리 앞쪽으로 갔다.
김영훈은 비쩍 마른 몰골로 도를 들어올렸다.
“천천히, 설명해주마. 이 너머의 경지에 대해…”
그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이 너머의 단계에 도달하기 위해서 주요한 것은, 인간에게 가장 잘 맞는 의식의 형태를 찾아내는 것이다.
월도입천무의 창시자는 인간의 의식형태를 요족공법과 같이, 인간과 똑같은 형상으로 바꿔보려다가 무공의 길이 아니라 느껴서 포기했다 했지.
하지만 그는 요족 공법을 참조하면서, 요수들이 자신의 종과 똑같은 의식 형태로 의식을 바꾸는 이유를 궁구했다.
그 이유는 요족 본연의 야성을 끌어올리며 기운을 그에 반응케 해, 육신을 극한으로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었지.”
그는 설명을 하며, 천천히, 아주 느릿하게 단맥도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지끈-
점차, 그의 의식의 형태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내 상단전이 자극을 받았다.
“하지만 어째서 월도입천무의 창시자는, 그것이 인간 본연의 의식형태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렸는가. 나는 그것을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러던 중, 월도입천무가 그의 주관성이 깊은 이유를 파고들며, 한 가지를 깨달았다.”
부웅, 부웅, 부웅!
점차, 느릿하던 그의 춤사위가 조금씩 빨라지고 있었다.
“인간은, 모두가 본디 유일(唯一)한 존재라는 것이었지. 요족들은 본래 지성이 없던 이들이 영성을 얻어 지성을 얻기에, 그러한 삶, 그 자체에 고민할 이유가 없어 야성을 강화하는 방식을 택했겠지만.
본래부터 지성이 있는 우리는 고민하는 존재다. 고민하며 삶을 사는 존재라면, 그 각각의 고민이 전부 다를 수밖에 없고, 각각의 삶이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우우웅-
그의 의식이, 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그러므로 인간에게 가장 잘 맞는 의식의 형태란. 그 인간이 삶에서 가장 궁구(窮究)하였던 것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황금빛이었다.
이전 삶의 김영훈은 그저 재능을 불사르는 식으로 스스로를 태워 도약하였으나, 올바른 목표를 가지고 평생을 궁구한 김영훈은, 훨씬 더 안정적으로 경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그 황금빛 의념 너머에서, 어쩐지 그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엿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가족과 함께 잠을 자고, 밥을 먹고,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던.
그 모든 시절.
김영훈의 주변으로, 아홉 명의 김영훈이 나타났다.
아홉 개의 강환이 김영훈의 주변에서 회전한다.
그리고, 점차 그의 의식에 녹아들기 시작한다.
“내가 평생을 무공을 수련하며 가장 바라고 원했던 것은. 빛살처럼 빠르게 하늘을 넘어 가족에게 다시 가는 것이었다.
은현아, 너는 삶이 무에 녹아드는 것이라 하였지. 그 말이 맞더구나. 내 무공의 특징이 쾌속(快速)이었던 것은 더욱 더 빨리, 가족에게 가고픈 마음이 녹아있던 것이었어…”
‘아아…’
그의 의식이 실체화되며, 압축되었다.
이전에는 그의 의식이 실선이 되어 도신에 녹아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다시 보니 그의 의식은 한 자루의 도(刀) 그 자체가 되어있었다.
김영훈에게 가장 잘 맞는 의식의 형태는, 황금빛의 도였다.
의식의 도가, 김영훈이 쥐고 있던 도신에 깃들었다.
김영훈이 펼치던 단맥도법의 마지막 초식이 끝났다.
강환으로 사고를 가속시키며, 찰나조차 놓치지 않고 그의 모든 것을 관찰하였다.
찰나의 세계.
황금빛으로 불타오르는, 황금빛의 광도(光刀)를 잡은 김영훈과 나의 눈이 마주쳤다.
[그곳의 이름은 무엇입니까.]찰나의 세상에서 나와 그의 의념이 대화를 주고받는다.
[무엇일 것 같으냐.] [알려주십시오.] [고민하고 고민했다. 하지만, 너무나도 명쾌했다.]그가 싱긋 웃었다.
[이 경지는, 월도입천무를 창시한 창시자의 피고름으로 쌓아올려진 경지. 나는 창시자의 피고름을,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다.이 경지가 개척되기까지 어떤 고통과 역사가 있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어.]
월수궁무록부터 시작해, 월도입천무에 도달하는.
김영훈의 피로 이뤄진 무(武)의 새로운 역사(歷史).
[등봉조극이 가상의 경지였다지만, 이는 가상조차도 넘어선 경지. 그렇다면 마땅히, 최초로 개척한 이에게 그 이름을 지을 권한이 있겠지. 나에겐 이름을 지을 권한이 없다.그러므로, 이 경지는 그 창시자의 의지를 따…]
황금빛 의식의 도신과, 김영훈의 피고름이 맺힌 도신이 합일했듯이.
지난 삶의 김영훈의 모습이, 어쩐지 지금의 김영훈에게 겹쳐보였다.
아니, 지난 모든 삶의 김영훈들의 시체가, 그의 뒤에 있었다.
김영훈의 피로 쌓아올려진, 그가 만들어낸 무공의 역사가, 새로운 경지와 하나가 된다.
[월도입천(越道入天)이라 불릴 것이다.]다음 순간.
찰나의 세계에서, 빛의 도신은 사고를 10배로 가속한 내가 도저히 쫓아갈 수 없을 정도로 휘둘러지며, 천지사방을 황금빛으로 밝혔다.
“월도입천(越道入天), 능광도(凌光刀)!!!”
빛살이 공간을 넘어서며, 눈 앞의 봉우리를 그대로 반으로 쪼개버렸다.
소리가 폭음을 늦게 따라오며, 잠시 후 폭음이 울렸다.
“…이것이, 내가 도달한 나만의 삶의 길.”
김영훈은, 눈물을 흘리며 나를 돌아보았다.
“삶은 곧, 기쁨인 것을 지금에서야 알았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무수한 선인(先人)들. 그리고 가족, 그리고 이 삶 그 자체에게, 감사한다.”
봉우리가 무너지며 생긴 그 먼지구름 속에서, 김영훈은 웃고, 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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