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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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 황금빛 광휘가 누구도 반응할 수 없을만치 후방을 휩쓸었다.
찰나, 무색의 무언가가 휘둘러지며 누구도 막지 못할 힘으로 전방을 휩쓸었다.
콰과과과광!
“크아아악!”
“이런 미친, 이, 이게 뭐야!”
“추, 축기기 수도자가 아니잖아!”
내 전방에 있던 구릉 하나가 거칠게 뜯겨나갔고, 후방에 있던 봉우리 하나가 대각선으로 깔끔히 절단되었다.
단악검법, 유릉!
나는 허공을 쥔 채 부드럽게 무형검강(無形劍罡)을 찔러들어갔다.
쿠구구구구!
전방에 있는 산맥의 산등성이가 부드럽게 깎여나가며 축기기 수도자들을 노렸고, 축기기 수도자들은 혼신을 다해서 무형검강을 피해냈다.
단순히 강환 아홉 개로 낼 수 있던 효과 따위가 아니었다.
강환 아홉을 합친 것보다 더욱 더 압도적인 힘이 내 손에서 펼쳐진다.
무형검강은 완전히 자유로운 형태로, 내 의지에 따라 한참을 늘어나기도 했고, 검법을 펼칠 때마다 그 초식에 가장 잘 들어맞는 형태로 형을 변화시키기도 하였다.
또한, 강환들을 녹여넣어 탄생시킨 경지인 탓인지, 무형검과 접촉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원하는 만큼 사고를 가속시킬 수 있었다.
강환은 사라졌지만, 10배 가속의 효과는 사라지지 않았다.
“서, 선배님. 실례를 범했습니다. 진노를 가라앉혀 주십시오!”
오연하게 불진을 들고 우리를 노렸던 대표 축기기 수도자가, 무형검강을 피하느라 산발이 된 머리로 내게 비명을 지르듯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나는 어차피 이 수도자들을 싹 죽여버리는 게 목적이 아닌, 겁을 줘서 전부 쫓아내는 게 목적이었기에 오히려 더욱 더 가감없이 무형검을 휘둘렀다.
“흐아아아아!”
“결단기 선배님이 노하셨다!”
“도, 도망쳐!”
나는 무형검을 휘두르면서도, 굳이 사상자를 만들지는 않았다.
이 놈들이 가문에 가서 결단기 가주나 원로를 불러오면 상당히 귀찮아질 테니까.
사상자가 없다면 결단기 수도자들 역시 바쁜데 굳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나저나, 무형검을 휘두르다 보니 이거… 굳이 손을 휘둘러야 할 필요도 없으려나.’
모든 초식과 기수식의 한계와 틀에서 벗어난 완전한 자유의 검.
그것이 무형검이었다.
하지만 나는 무형의 검강을 잡고 휘두르며, 계속해서 기수식을 펼쳤다.
비록 손을 놀릴 필요 없더라도, 기수식을 잡을 필요 없더라도, 이것의 본질은 검(劍)이었다.
검은 검사의 손에 있을 때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는 법이었다.
콰과과광!
월악의 초식이 펼쳐지며, 눈 앞의 봉우리를 잘라내 버렸다.
방금 전까지 그곳에 있다가 아슬아슬하게 피한 축기기 수도자는 사색이 된 채 비행법기를 타고 멀리 도망쳐 버렸다.
‘이런 느낌이군.’
월도입천의 경지란…
나는 무형검을 다시 의식으로 회수하며, 김영훈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김영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김영훈의 월도입천은 속도에 특화된 경지이다 보니, 그저 황금빛이 번뜩일 뿐.
무형검을 잡고서 사고를 가속시켜 봐도 힐끗힐끗 잔영만이 보일 뿐이었다.
쿠과과광!
황금의 빛살이 마지막 남은 축기기 수도자의 방어법술과 호신강기를 일격에 박살내 버렸고, 축기기 수도자는 피를 토하며 날아갔다.
김영훈이 힘조절을 한 덕인지, 축기기 수도자는 일격에 졸도하지 않고 저물법기에서 비행법기를 꺼내 황급히 도망칠 수 있었다.
파앗!
빛살이 번뜩이더니, 김영훈은 어느새 내 옆에 와 있었다.
‘제대로 반응하기도 어렵군.’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어떠냐, 이 경지에서 힘을 휘둘러 보니.”
나는 그의 말에, 무형검을 휘두를 때의 감각을 떠올리며 답하였다.
“기본(基本)에 더 신경써야 하는 경지입니다.”
너무 강력한 힘을 휘두르다, 되레 이 힘에 잡아먹혀 무의 초심을 잊기 쉬운 경지였다.
틀에서 벗어나는 경지였지만, 나는 도리어 그 경계가 없는 힘에 더욱 더 틀을 두어야 한다고 느꼈다.
그랬기에 초식이나 기수식이 필요가 없어졌음에도 일부러 무형검을 기수식에 맞게 휘둘렀었던 것이었다.
나름 500년 동안이나 무공을 수련해온 무인인 내 직관으로 느낀 사실이었다.
김영훈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아는구나. 새로운 영역에 올랐지만 결국 이 영역의 근간은 무학(武學)! 무의 근간을 잃으면 아예 무너져버리게 되어 있다.
네 말대로, 지금까지의 그 어떤 단계보다 발목을 다지는 것에 신경써야 하는 경지이지.”
그는 말을 하며, 혀를 찼다.
“그 정도로 무에 대한 통찰도 있으면서, 재능 없단 소리나 지껄였단 거냐. 재능 없다는 소리로 스스로를 억누르고만 있는 걸 보고 있자니, 그동안 정말 미쳐 버리는 줄 알았다.”
“……”
“그나저나, 그것 말고 또 따로 본 것은 없느냐?”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무형검에 대한 감을 잡는 것에 집중하느라, 다른 것을 볼 여유는 없었습니다.”
“하긴, 그 난전에서 세세하게 놈들에게 집중할 틈도 없었겠지.”
그가 나를 쳐다보았다.
“삼화취정에 이르면 의념의 색을 보기 시작하지. 그리고, 월도입천에 이르면 그 능력은 더욱 더 심화되어, 상대의 심상(心想) 그 자체를 읽는 게 가능하다.”
나는 김영훈의 설명대로 의념의 흐름에 집중했고, 얼마 후.
김영훈의 몸 안쪽. 그곳에서 의념의 흐름을 내뿜는 그의 혼(魂)을 볼 수 있었다.
나는 혼 그 자체에서 느껴지는 의념의 흐름에 집중하였고, 곧이어 나는 김영훈의 본질을 볼 수 있었다.
황금빛!
황금빛 광휘가 흐르는 거대한 강(江)!
‘아니, 강이 아닌가.’
저것은 뭔가의 일부였다.
무수한 강의 흐름이 얽혀, 황금빛의 거대한 뭔가를 그리고 있었다.
그것은 붕조(鵬鳥)였다.
황금빛의 강으로 이뤄진 붕조가 날개를 펄럭이고 있었다.
그것이 김영훈의 무의식에 존재하는 그의 무학의 근간이자, 동시에 김영훈이라는 사람의 본질이었다.
“심상을 보는 것에 익숙해지면, 네 심상으로 타인의 심상에 접근하여 무의식을 자극하거나 도야시키는 게 가능하다.
그리고 전음이나 의식의 대화보다 훨씬 더 근본적인 심어(心語)를 보낼 수 있지. 이렇게.”
김영훈의 심상에 변화가 생겼다. 황금의 붕조가 나와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나는 김영훈이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 느끼는 것, 내게 전하려는 말에 대해 언어를 넘어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김영훈에게 월도입천에서 할 수 있는 사소한 몇 가지를 더 배웠다.
“다 배운 것 같군. 그리고 한번, 네 자신의 심상도 돌아보는 게 좋을 거다.”
“제 자신의 심상은 무형검이 아닙니까?”
“그럼 내 심상은 능광도더냐? 황금빛 물결로 이뤄진 붕조였지. 심상과 네 경지는 분명 연결이 되어있지만 차이가 있다.
너 자신에 대해 알아볼 겸, 심상을 탐구해 보는 게 좋을 거다.”
나는 김영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고 내 심상을 관조했다.
나 자신의 의념을 관찰하며 심상을 좇기를 얼마나 했을까.
파아아앗!
눈 앞에, 내 심상이 나타났다.
내 심상, 내 무의식의 깊은 곳.
푸콱!
푸콱, 푸콱!
“아…”
내 심상세계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내 하반신이 날카로운 뭔가에 벌집처럼 꿰뚫린 것을 느꼈다.
실제로 육신이 뚫린 것은 아니었고, 그저 심상세계에 들어선 내 의식이 상처를 입었다고 착각한 것이었다.
‘하지만, 고통은 생생하군.’
나는 하반신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느끼며, 내 심상세계를 바라보았다.
‘이게 내 심상인가…’
저벅, 저벅…
푸콱, 푸콱!
나는 심상 세계를 거닐었고, 심상 세계를 거닐 때마다 팔과 다리 곳곳에 상처가 났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거닐었다.
고통은 생생했지만, 익숙한 고통이었다.
이미 내 마음 곳곳에 스며든 고통이었기에 평안하게 심상을 거닐 수 있었다.
내 심상은 산(山)이었다.
거대하고 또 거대한 태산(太山)이었다.
그리고, 그 태산에는 도저히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빽빽한 도검(刀劍)들이 역으로 꽂혀 있었다.
웃기게도, 그 도검들은 전부 한없이 투명(透明)한 무색(無色)이었다.
검들의 표면은 유리처럼 맑아, 쳐다보면 내가 고스란히 비쳐보였다.
도산(刀山)!
한없이 깨끗하고 맑은 도산(刀山)의 지옥!
그것이, 나의 심상세계였다.
무수한 삶을 살아오며, 고통받고 또 고통받았다.
한없이 위를 궁구해왔고, 그를 위해 늘상 삶을 갈아넣으며 칼밭을 걷는 듯한 고통을 느껴왔다.
그러면서도, 나는 인간의 도리를 지켜오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티없이 맑고 깨끗하여, 그 속이 전부 들여다보이지만, 정작 그 안을 거니는 자기 자신은 미친 듯이 고통받는 도산지옥.
“이게, 나인가.”
나는 계속해서 긁히고 상처입으면서도 도산지옥의 꼭대기를 향해 올라갔다.
투명한 지옥의 꼭대기는 아무리 걸어가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군. 이 심상은 내가 평소에 세상에 대해 느끼고 있던 것들이 표현된 건가…’
사방에서 전신에 칼이 박히는 듯한 고통.
아무리 걷고 또 걸어도 목표가 까마득해 보이지 않는 아득함.
그러면서도, 내 스스로에게 부끄러울 짓은 하지 않았다는, 투명한 긍지.
“하하하…”
나는 웃었다.
그리고, 심상 세계에서 빠져나왔다.
김영훈이 나를 쳐다보며 물었다.
“어떻더냐.”
“나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 더 알 것 같습니다.”
방금 본, 그 맑은 지옥이 내 무형검의 근간.
운명에게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이 마음의 동력.
그 산은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내 자신의 삶에 대한 심상 그 자체였고, 동시에 내 자신의 손으로 쌓아올린 산이기도 했다.
고통과 노력으로 쌓아올린 나 자신의 그 모든 생애.
그랬다.
그 산이 곧 나의 검이었다.
“…고맙습니다. 여러 가르침을 주셔서.”
김영훈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피식 웃었다.
“고마우면 부탁이나 들어다오.”
“말씀하십시오.”
그가, 도를 뽑았다.
“한 판 붙자.”
“……”
어쩐지 가장 그다운 부탁인 것 같았다.
“지난 10년간. 내가 얼마나 화가 치밀었는지 아느냐. 심어를 보내서 무의식을 도야시켜 줘도 재능에 대한 웃기지도 않는 열등감에 들어먹지도 않고.
그렇다고 정말 월도입천에 감을 못 잡은 것도 아니고, 이미 도달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춰놓고 멍청한 짓을 하고 있는 꼴을 보고만 있자니…
그런데 또 네가 쌓아온 것들을 깨닫기만 하면 바로 도달할 수 있는데, 아슬아슬하게 도달을 못 하고 있고.”
그가 입꼬리를 올리며, 나를 향해 도신을 쳐들었다.
“나라고 10년이나 사내놈 쫓아다니면서 눈 아프게 쳐다보고 있던 게 좋아서 그랬겠느냐. 닿을락 말락 하니까 미쳐버릴 것 같아서 계속 그러고 있던 거지.”
우웅-
그의 눈에서 황금빛이 흘러나오는 듯 했다.
나는 어쩐지 그 빛에, 광기가 섞여있다고 느꼈다.
“10년이나 답답함 속에서 속이 터져라 기다렸다. 동급 경지에 이르기를 기다리느라 얼마나 좀이 쑤셨는지 모르겠다.
자, 서은현. 한 판 붙자. 나를 재밌게 해 다오…!”
김영훈의 무공광 기질이 튀어나오며, 그의 기세가 끓어올랐다.
“후우…”
나는 한숨을 쉬며 의식을 다시 실체화 시켰다.
‘쉴 틈도 없군.’
월도입천경에 대해 가르쳐 주자마자 바로 붙자고 하니, 도무지 숨 돌릴 틈도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 역시 환영이었다.
‘나도 어쩔 수 없는 무인(武人)인가..’
“그럼 일단 김 형과 내공과 의식을 똑같이 맞춘 상태로..”
“그건 또 무슨 개소리냐?”
내 말에, 김영훈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등봉조극 때에는 네 수도법술이고 뭐고 다 써서 나와 붙지 않았냐.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너보다 10년이나 먼저 이 경지에 들어와 있었는데, 그 정도 관용은 보여줘야지.”
“…그래서는 순수한 무공대결이 안 되지 않습니까? 연기기 때에 법술 몇 개나 깔짝거렸던 그걸 생각하시면 안 될 겁니다만…”
“하하, 시끄럽다. 그 정도도 극복 못 할 것 같으냐?”
나는 한숨을 쉬며, 천천히 의식을 실체화시켰다.
김영훈 역시 동시에 의식을 실체화시키기 시작했다.
“일단, 붙기 전에 여쭙겠습니다만…”
쿠구구구구!
김영훈은 수도법술을 익히지 않았다.
그랬기에 그의 의식의 크기는 오기조원 시절 얻은 그대로였고, 반경 3장을 뒤덮는 내 의식의 크기와 비교하면, 거의 10분의 1정도로 차이가 났다.
“동급 경지라는 가정 하에, 김 형이 속도 외에 저보다 뭐가 앞섭니까?”
경험은 세월에서 막히고,
출력은 축기기의 정순지력에서 막히고,
체급은 의식의 크기에서 막히며,
세밀함과 자유도는 애초에 내 무형검이 더 특화된 분야다.
심지어 이제는 재능마저 점차 영향이 줄어드는 경지였다.
경지를 개척한 것은 개척한 것이고, 나를 지도해 준 게 고마운 건 고마운 것이었지만.
현실적인 건 현실적인 것이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전신에서 강기를 피워올렸다.
“제가 전력을 다하면, 이미 저와 김 형은 동급이 아닙니다만.”
순수한 의식의 체급 그 자체에서 오는 기세를 받으며, 김영훈은 흥분과 긴장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 모든 걸 극복하고 이기는 게, 진짜 무(武)가 아니겠느냐!”
나는 그 말에 허공을 바르쥐며, 새하얗게 웃음을 지었다.
‘그래…’
역시, 이것이 김영훈이다.
다음 순간, 금빛의 섬광과 무색의 검형이 부딪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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