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gressor’s Tale of Cultivation RAW novel - Chapter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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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은, 서은현이 늘 아니꼬왔다.
“저는 재능이 없는 놈입니다.”
언제였더라.
김영훈이 등봉조극에 오르고 서은현과 다시 만나 무공대련을 한 직후 한 말이었다.
확실히, 김영훈이 느끼기에 서은현은 무공의 흐름을 읽거나 창의적으로 흐름을 타파하는 둥 재능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무공 부분에서는 그보다 못했다.
하지만, 웃긴 것은 김영훈보다 서은현이 먼저 등봉조극에 올라있었단 것이었다.
이 세계에 떨어지고 나서 서은현은 괴물같은 천인기 수도자들과 뭐라뭐라 대화를 하기도 했다.
그 역시 꼽추 노인이 공간 균열을 열고 연국에서 눈을 뜬 이후엔, 머릿속에 여러 무공구결 및 언어지식들이 들어있어서 서은현 역시 대충 그런 것인 줄 알았다.
그러나 서은현은 무공지식만 가지고 그보다 더 빠르게 오기조원에 이르렀다.
그리고 김영훈에게 무공을 가르쳐주며 그를 끌어올리기도 했고.
그의 동료들이 무슨 엄청난 재능을 지니고 있었고, 그 자신 역시 무공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을 지니고 있었기에 사실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등봉조극의 경지, 그 극한에 자랑스레 이르고 난 후 찾아가보니, 서은현 역시 등봉조극의 극한에 몸을 담고 있었다.
김영훈은 서은현이 그와 방향성은 다르지만 역시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서은현과 붙은 이후 그가 한 말은 가관이었다.
재능이 없다.
‘네놈이 재능이 없는 놈이라면, 나는 뭐 재능이 없는 것도 아니라 썩어빠진 거냐?’
순간 울컥해서 그렇게 말할 뻔한 것을 참았다.
심지어, 서은현은 수도공법 역시 무공과 동시에 익히고 있었다.
그것도 오영근으로 한 속성만 익히는 게 아닌 오행 속성을 전부 다!
또 수도공법을 익히는 속도도 그가 진씨세가에 잠시 몸을 담았던 시절, 진씨세가의 촉망받는 후기지수들이 공법을 익히던 속도와 비슷했다.
하지만 그 후기지수들조차 수도공법을 저렇게 여러 개 동시에 익히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 정도 후기지수들은 경지에 이르면 막리세가의 축기단을 약탈해와 복용하고 축기기로 넘어갔으니까.
서은현은 연기기 기초공법의 오행을 전부 익혀, 그 힘으로 억지로 경지를 뚫으려는 듯 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는 수도공법 수련과 무공 수련 역시 계속 병행하였다.
김영훈도 새벽같이 일어나고, 달이 중천에 뜬 다음에야 잠을 잤지만.
서은현은 수도법술을 사용해서 억지로 정신을 각성시켜 열흘씩 잠을 안 자고는 했다.
김영훈도 서은현이 쓰는 법술을 걸어달라고 해서 며칠씩 잠을 안 자 봤으나, 법술의 효과가 풀리자 그 이후 며칠간은 완전히 폐인처럼 굴러다녀야 했다.
일반적인 의지력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었다.
서은현은 분명 김영훈과 같은 무공의 감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분명 뭔가가 있었다. 김영훈과는 다른 뭔가가. 김영훈에게는 없는 뭔가가.
“내가 해 온 모든 것은 결국 내 삶의 일부. 천지인이 서로 영향을 받듯이, 내가 해온 것 역시 내 삶에 영향을 받았겠지요.
내 삶에 대해 깨달았다면, 그는 곧 김 형의 무에 녹아들 겁니다.”
서은현과 대련을 하고 깨달음을 얻었던 어느 날.
김영훈과 문답을 주고받던 서은현이 한 말이었다.
그는 문득, 그보다 어리지만 조금 특이한 놈이라고 생각했던 서은현이, 그보다 훨씬 오랜 삶을 산 노인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동시에 김영훈은 서은현이 해준 말을 통해 다음 경지에 대해 잡은 실마리를 정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다.
* * *
‘이대론 안 된다.’
김영훈은 도를 쥐었다.
처음에 무공을 익힐 때는, 언제라도 무극에 이를 수 있을 것 같았고.
모든 경지에 쉽게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재능이 있었으니까!
어쩐지 본능적으로 꺼려져, 누구에게도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무공재능 역시 그가 이 세계에 온 날에 처음 눈을 떴던 어떠한 ‘감각’에서 기인하는 것이었으니까.
이 감각을 따라가기만 한다면 언제고 반드시 극한에 이를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아니었다.
등봉조극에 오르고 몇십 년.
등봉조극 너머의 경지를 기술한 월도입천무가 논하는 길을 따라 수련하고 또 수련했다.
아직도, 벽은 너무도 두텁고 두터웠다.
‘어찌해야 한다는 말이냐…’
이 재능으로도 다음 벽은 너무도 높고 거칠었다.
결코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어느 늦은 밤, 김영훈은 도를 휘두르고 휘두르다, 문득 서은현이 수련을 하던 동굴에서 특이한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다.
등봉조극의 경지에 올라 내단까지 갖춘 그의 청력은 수십 장 바깥에 있는 서은현의 동굴에서 일어나는 일도 들을 수 있었다.
평소처럼 서은현이 한밤중에도 잠을 안 자고 무공을 수련하거나 수도공법을 수련하는 소리가 아니었다.
끄르럭..꺽…
뭔가 숨이 막히는 듯한 소리.
김영훈은 뭔가 일이 생겼나 하며 서은현이 수련하던 쇄천봉의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이 녀석, 또 그 정신을 각성시키는 법술을 쓰고 수련한 건가.’
서은현이 법술로 잠을 몰아내고 며칠동안 수련하다가 가끔 기절하는 건 종종 있는 일이었다.
물론 기절을 했다가도, 서은현은 금세 다시 일어나서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가 기절을 했단 걸 깨달으면 그 때는 제대로 잠을 자고 몸을 회복시켰다.
‘이번에는 좀 오래 기절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서은현은 최근에 몸을 더 혹사시키긴 했다.
수도자는 자신의 수명을 알 수 있다면서, 수명이 얼마 안 남았다면서.
그는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 서은현을 찾았다.
그리고, 김영훈은 검을 뽑은 채 선 채로 기절해있는 서은현을 발견했다.
‘또 이 꼴이냐.’
서은현은 입에서 거품을 물고 눈을 까뒤집은 채, 그렇게 수련하다가 기절해 있었다.
“쯧, 적당히 좀 할 것이지.”
김영훈이 서은현을 흔들어 깨우려 할 때였다.
꿈틀
“아, 일어났..”
부웅!
기절한 그가, 검을 휘둘렀다.
부웅, 붕, 붕!
기절한 채로, 그대로 몸을 움직이면서.
서은현은 단악검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다듬은 후, 다시 자리에 가부좌를 튼 채로 수도공법을 수련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평소에 얼마나 같은 짓을 반복해 댄 건지.
기절한 채로도 평소에 수련하던 일정을 전부 소화해 낸다.
몸이, 서은현의 생명이, 그의 기운이 기억하는 것이었다.
김영훈은 기절한 채로 수련하는 서은현을 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
서은현은 아침 해가 뜰 때까지 기절한 채로 수련을 반복했다.
아침해를 맞고서야, 김영훈은 정신을 퍼뜩 차리며 서은현을 깨웠다.
“은현아, 또 기절했다. 일어나라.”
“…아, 아어아! 허억!”
서은현은 정신을 차리며 심장을 부여잡더니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 그랬군요. 죄송합니다 김 형. 아무래도 몸을 회복해야겠습니다.”
“…은현아.”
김영훈은 서은현을 쳐다보며 물었다.
“왜 그렇게까지 수련하는거냐. 너무 몸을 혹사시키는 게 아니냐?”
그 말에, 서은현은 쓰디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전 재능이 없으니까요. 재능이 없는 놈이 높은 곳에 오르려면, 오늘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마음가짐이라도 가져야지요.”
“……”
오늘 저녁에 죽어도 좋다라는 마음가짐.
서은현은 말을 한 직후 기절해 버리듯 침소로 가 쓰러졌지만, 김영훈은 머리를 한 대 두드려 맞은 것 같았다.
‘나는, 지금까지 뭘 해온 거지?’
스스로가 게으르다고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다음 경지를 가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고 노력했다.
‘어쩌면… 내가 지금까지 해 왔던 것은 그저 자기만족이었던 게 아닌가.’
죽을 각오조차 하지 않고, 지금까지 이 너머를 볼 생각을 했던 건가?
김영훈은 도를 으스러지게 움켜쥐었다.
‘월도입천무의 창시자조차도, 죽음을 각오하고서야 경지에 올랐다는데, 나는 지금까지 뭘 해왔던 거지?’
억울했다.
지금까지 낭비해온 시간이 아까웠다.
‘무인(武人)으로서, 죽음조차 각오하지 않고 다음 경지의 무(武)에 도달하려 했단 말인가…?’
스스로가 부끄러워 얼굴조차 들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의 수련장으로 돌아가, 도를 잡고 자세를 잡았다.
“…그래, 죽자.”
죽을 각오를 다지고서, 뛰어넘자.
지금까지는 입으로만 깨달음을 떠들어댔다.
지금부터는 다를 것이다. 생사의 경계에 들어설 각오를 하고, 제대로 노력할 것이다!
그날부터, 김영훈은 잠을 자지 않았다.
음식도 입에 대지 않았다.
자신의 재능을 극한으로 집중하며, 오직 도(刀) 하나에만 집중했다.
시간의 흐름조차 잊고, 고통의 감각조차 잊고, 비로소 무(武)를 수련하는 기쁨 외에 모든 것을 잊어버렸을 때.
그는 월도입천(越道入天)에 도달하였다.
월도입천 능광도(凌光刀).
능광(凌光)이란 이름은 빛보다도 빠르게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그의 소망이 담긴 이름이기도 했으나.
동시에 지금껏 김영훈의 마음속에 태산만큼 거대하게 자리잡은 한 사람을 능가하겠다는 의미의 이름이기도 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서은현이었다.
* * *
김영훈은 비로소 제대로 자신이 쌓아올린 것을 뽑아들고, 그 앞에 당당히 선 사내를 바라보았다.
‘재능이 없다고?’
그 말이, 그보다 아래에 있던 이들에게 얼마나 큰 기만이었는지, 그가 알기나 할까.
‘너는 노력해왔다, 서은현.’
김영훈 자신이 상상도 못할만큼.
처음 그의 심상을 관찰하고, 얼마나 소스라쳤는가.
오늘 저녁에 죽어도 좋을 정도로 노력한다.
김영훈은 서은현에게 자극받아 50일을 노력하며 생각했던 그 심상이, 서은현에겐 기본으로 깔려 있었다.
‘재능이 설령 진짜로 없을지라도, 그 정도로 노력을 했다면 너는 너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져도 된다.’
아니, 자신감을 가져야 맞다.
그것이, 그 자리에 도달한 자가 아래 경지에게 보일 수 있는 경의인 셈이니까.
그러므로, 김영훈은 서은현이 무형검을 얻고 그를 깔보는 발언을 하자 오히려 반가웠다.
‘속도밖에 앞서는 게 없다고?’
맞다.
서은현은 그래도 된다.
그는 그럴 말을 할 자격이 있으니까.
그만큼, 보는 사람조차 고통스러울 정도로 노력했으니까.
‘하지만, 서은현.’
김영훈이 자세를 잡고 도를 쥐었다.
‘속도밖에 앞서는 게 없을지라도, 이번 기회에 너를 넘고자 한다.’
서은현의 무공을.
서은현의 의지를.
그가 가진 그 노력을!
‘뛰어넘을 것이다!’
그것이, 무인(武人)이니까!
“간다!”
찰나가 쪼개졌다.
황금빛 광휘가 휘몰아치며, 김영훈의 도가 서은현의 목을 향했다.
‘무형검이 반응할 틈새를 주면 안된다!’
선발제인(先發制人)!
그리고 다음 순간, 의식의 안으로 서은현의 의념이 울려퍼졌다.
그가 사용하는 절학명이 무형검과 함께 뻗어나온다.
단악검법, 첩첩산중
무형의 검기(劍技)가 사방팔방으로 가시처럼 뻗쳐나간다.
형태에 제약이 없는 자유의 검형!
서은현은 그 주변으로 무색의 가시철조망을 두른 듯한 형태가 되었다.
‘찢긴다!’
김영훈은 황급히 다시 뒤로 물러섰다.
촤악!
접근했다가 뒤로 빠진 것만으로 벌써 몸 곳곳에 생채기가 났다.
다시금 서은현의 의념이 울린다.
단악검법, 산수화
무형의 강기가 사방팔방으로 뻗치며 주변을 난도질한다.
반경 삼 장, 직경 육 장(약 18미터) 크기의 의식으로 이뤄진 무형검이, 때때로 더더욱 늘어나기도, 줄어들기도 하며 궤도를 알 수 없이 주변으로 파괴를 흩뿌린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서은현의 절기가 계속 이어졌다.
단악검법, 능곡지변, 산중호걸
지반 아래로 쏟아진 무형검기가 다시 올라오며 지형을 완전히 붕괴시키고, 사방으로 뻗쳤던 검기들이 김영훈을 향해 일점집중된다.
김영훈은 능광도와 동화되며 일순간 빛살이 되어 무형의 검강들을 전부 피한 후.
지반이 멀쩡한 곳으로 물러나 서은현을 노려보았다.
서은현은 기본기를 더 중시해야 하는 경지라고 말했지만, 무형검으로 마구 흩뿌려지는 단악검법 중 어느 것 하나 무리(武理)에 어긋나는 것이 없었다.
하나하나가 단악검법의 기본과 요체에 충실했다.
단악검법, 요산요악
콰과과과!
서은현이 무형검을 사용하며 김영훈에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무형검강이 종횡무진하며 김영훈에게 달려든다.
‘피하면 안 된다.’
파고들어야 한다.
단맥도, 산새!
다시금 김영훈의 몸이 빛살이 되었다.
빠르다는 것은 전투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한 이점이었다.
서은현이 김영훈을 도발하긴 했지만, 능광도의 공능이 제대로 발현된다면 무형검보다 훨씬 무시무할 수도 있었다.
능광도의 본질이 찰나(刹那)라면, 무형검의 본질은 궤적(軌跡)이었다.
허공에서 자유자재로 변화하며 내리꽂히는 무색의 궤적은 어떻게 막아야 할지 감이 안 잡힐만큼 변화무쌍한 것이었다.
‘하지만 변화한다는 것은 필히 강약이 나뉘는 법이지.’
강한 부분이 있다면, 무조건 약한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다.
김영훈이 집중했다.
저 무형의 궤적을 찰나동안 분석해서 약한 부분을 흘리며 서은현에게 접근해야 한다.
안 그래도 원거리면 의식의 크기가 큰 서은현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어떻게든 접근해야 승산이 있었다.
파아앗!
단맥도 산새의 초식이 펼쳐지며, 김영훈은 황금빛 도기와 함께 춤을 추었다.
경쾌하다.
경쾌하디 경쾌한 발놀림으로, 빛살과 같이 무형검의 궤적 중에서 가장 약한 흐름을 쳐낸다.
콰아아앙!
그리고, 무형검의 궤적 중 가장 약한 흐름과 김영훈의 능광도가 부딪혔을 때.
“….!”
김영훈은 내상을 입을 뻔했다.
‘미친, 이게 가장 약한 부분이라고?’
심지어 정면에서 받아친 것도 아니고 흘려서 궤적을 비껴가게 한 것이었다.
체급이, 출력이 다르다.
‘연기기에서 축기기가 된다는 게, 이런 의미였나…?’
서은현의 전신에서 뿜어지는 강기(罡氣)들이 허공으로 뿜어지며 무형검에 끝없이 힘을 공급하고 있었다.
‘괴물딱지 같은 놈!’
그러나 김영훈은 산새의 초식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서은현의 검기를 흘리며 그에게 날아갔다.
마치 한 마리 황금빛 봉황이 춤추는 듯 하다.
봉황은 무형의 폭풍우를 뚫고 마침내 폭풍의 핵과 마주쳤다.
단맥도, 산바람!
피웅!
빛살이 최속의 초식과 함께 쏘아진다.
그리고,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사방으로 흩뿌려진 형태였을 터인 무형검이, 일순간 다시 변화하였다.
단악검법, 공곡전성
무형검이 마치 진짜 폭풍처럼 회전하며 빛살을 움켜잡았다.
능광도의 궤도가 무형검에 붙잡히며 한 바퀴를 회전하고, 다시 김영훈에게 쏘아진다.
김영훈은 가까스로 서은현이 되친 스스로의 공격을 피하며 서은현의 뒤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서은현이 되친 빛살이 김영훈이 있던 자리를 지나, 그 뒤쪽 절벽에 닿았을 때였다.
콰과과과광!
절벽 전체에 거미줄같은 금이 가며 폭음이 울렸다.
오싹!
김영훈은 팔뚝에 소름이 돋는 걸 느끼며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원래라면 절대로 저런 위력은 못 나오는데…’
서은현이 되치며 섞은 힘이 합쳐지자 저딴 위력으로 변모한 것이다.
김영훈은 마치 홀몸으로 폭풍에 맞서싸우는 기분이 들었다.
‘단맥도만으론, 못 이긴다.’
그의 재능을 총동원해야 한다.
지금 당장, 찰나 안에 성장하지 못하면 필패다!
김영훈의 머리가 익을 듯이 빠르게 회전하며, 다음 순간 새로운 무공을 창조해냈다.
보법, 칠채필보!
파앗!
김영훈의 움직임이 변화했다.
그리고 황금빛의 능광도가 변화하며 칠채색으로 변화했다.
다음 순간, 김영훈의 신형이 일곱 명으로 분화(分化)하며 서은현의 상, 하, 사방.
그리고 무형검의 사각을 파고들었다.
단악검법, 괴암!
무형검이 덩어리지듯 서은현의 주변으로 뭉치며 회전한다.
공방이 일체되었고, 무형검의 크기 자체로 인해 사방팔방으로 폭풍이 몰아치는 듯 했다.
김영훈의 신형 중 여섯 개가 단박에 터져나갔고, 사각을 파고든 그의 신형이 서은현에게 도를 휘둘렀다.
‘이 일격으론 어림없다.’
다음 순간 무형검이 변화하며 서은현을 보호할 것이다.
무형검의 가장 약한 부분을 베어낼 터지만, 능광도의 공격력으론 무형검의 가장 약한 부분마저 베기 힘들다.
‘다음 무공!’
김영훈의 얼굴이 익어갈듯 시뻘개졌다.
뇌로 피가 몰린다.
새로운 무공이 만들어진다.
능광도의 속도에 맞추어 일순간 능광도 자체의 공격력을 넘어설 무공.
사십사일곤(四十四一丨)
찰나의 순간 마흔 네 번의 참격이 휘둘러지며 첩첩산중, 아니 그 이상의 효율로 일점집중되었다.
참격이 겹쳐지며 힘의 상승폭이 어마어마하게 치솟는다.
그리고, 서은현은 방어하는 대신 맞찌르기를 선택했다.
단악검법, 유릉
무형검이 다시 변화하며 부드럽게 김영훈의 새 무공을 찔러갔다.
원래라면 유릉은 부드러운 기색으로 상대를 찔러 방어가 어렵게 만드는 초식이지, 공격력이 강한 초식은 아니었다.
하지만, 기존 능광도의 공격력에서 수십 배는 강해진 사십사일곤의 무학이 유릉과 맞부딪혔고, 김영훈은 그대로 피를 왈칵 토하며 반대편으로 튕겨나가버렸다.
파앙!
허공으로 튕겨나가는 도중 허공을 박차 자세를 잡으며, 김영훈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힘을 흘리는 무공을 만들어내서 최소 3할은 위력을 흘려버렸는데도 이 꼴이다.’
스치기라도 하면 그대로 전신의 뼈가 박살날지도 몰랐다.
‘무형검의 변화폭은 거의 무한이다.’
김영훈이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서은현의 상상력은 무한이 아니지.’
거기에다가 서은현의 무형검은 단악검법에 맞춰진 상태로 그 이치에 한해서만 변화했다.
‘단악검법을 상대하기 위한 무공을 창조해야 한다!’
파아아앗!
‘어디, 놀아보자!’
황금빛이 움직이며, 찰나 동안 서은현에게 쏘아졌고, 서은현과 김영훈이 1초에 수백 수천번의 일격을 주고받았다.
사방으로 참격과 검흔, 도흔들이 난무한다.
서은현이 한 번의 단악검법을 사용될 때마다, 김영훈은 몇 개의 무공을 즉석에서 참조해내며 그의 힘을 막아냈고, 둘은 한동안 팽팽히 겨루었다.
김영훈의 상처가 늘어만 갔다.
반면, 서은현은 여전히 상처 한 올 없다.
김영훈은 숨을 몰아쉬며, 그러면서도 웃었다.
“역시…”
압도적인 패색.
도저히 넘어설 수 없을 것 같은 태산!
그것이, 그의 눈 앞에 있는 사내였다.
“최고다!”
그는 서은현이 아니꼬왔다.
이 영역에 도달한 자가, 어찌 재능 핑계를 대면서 자신을 믿지 않았단 말인가!
파아아앗!
김영훈의 머리가 과부하될듯이 팽팽히 돌았고, 그의 코에서 피가 터져나왔다.
세 개의 무공을 동시에 창조하며, 김영훈은 다시금 서은현에게 접근했다.
서은현과 김영훈의 눈이 마주쳤다.
서은현 역시 웃고 있었다.
500년.
500년 동안 김영훈을 진정으로 넘어선 적은 없었다.
특히나 50년을 넘어선 시점에서는, 김영훈은 항상 괴물이 되어있었기에 더욱이나!
둘은 현재 똑같은 심정이었다.
“제가!”
“내가!”
두 무인(武人)이 동시에 외쳤다.
단악검법, 기산심천
단맥도 변형기, 산지진
응용무공 산도깨비
창조무공 허공 찢기
창조무공 십이광류참
빛살과 허공이 빛을 발한다.
“이깁니다!”
“넘어선다!”
다음 순간, 무형검이 일곱 배 이상 거대해졌고 능광도가 서은현의 사각을 완전히 점하는 것에 성공했다.
그리고, 빛이 폭발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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