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오디션을 모두 마치고 집으로 가는 차 안.
삼촌이 운전을 하다가 나를 힐끔거리는 게 느껴졌다.
왜 그러지?
하고 살짝 보니까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다.
설마…… 나는 고개를 절레 내젓고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다.
“시우야, 너무 상심하지 마. 불러서 간 것도 아니었고…. 넌 또 좋은 기회가 많을 거야.”
“우웅.”
역시나.
삼촌은 내가 오디션을 보고 나와서 풀이 죽었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게 아닌데.
나는 집으로 돌아가서 무슨 사극 작품을 볼까 고민하는 중이었다.
내 표정이 퍽 심각해 보였나 보다.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면 또 측은한 표정을 지을 것 같아서 대충 대답했다.
“연기는 잘하고 나왔어?”
내 대답이 너무 시원찮았던 걸까.
삼촌이 걱정스럽다는 듯이 재차 물어왔다.
그 말에 나는 아까의 상황을 떠올려 보았다.
장진홍은 내가 연기를 보여준 뒤로 묘하게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본 해석을 물어보고, 어린아이 연기를 할 수 있겠냐고도 물어보고.
그 뒤로도 이것저것 캐묻는 걸 보니 확실히 관심을 가진 것 같았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는 못내 아쉽다는 듯이 입을 다물더니 일단 돌아가라고 이야기했다.
마지막까지 내 나이가 걸리는 모양이었다.
기회가 되면 다음에 보자고 이야기를 하긴 했다.
이번 역할은 아니더라도 내가 탐나는 눈치였지.
하지만…… 나는 마지막, 장진홍이 내게 던진 눈빛을 잊지 못했다.
“웅. 연습한 대로 하고 왔어.”
“그래……. 그건 다행이네.”
내 연기를 보고 세 사람의 표정이 확 변하는 걸 삼촌이 봤어야 하는데 말이다.
조금 우습기까지 한 광경이었다.
난처한 표정으로 나를 어떻게 되돌려보낼까 궁리하던 세 사람이 갑자기 나에게 집중하는 얼굴이 되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자신이 있었다.
물론 이해는 된다.
11세 이상의 아역 배우만 응모하라고 조건까지 건 마당에 선뜻 나를 선택하기는 힘들겠지.
그런데도 어쩐지… 연락이 곧 올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지.
괜히 내가 이런 확신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내 연기를 보고 저런 표정을 지었던 사람들은 결국에는 나를 찾았으니 말이다.
전생의 경험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바다 엔터 연습실에서 만난 김선우도 그랬다.
“형아, 나는 주인공에 도전하고 싶어.”
“……주인공? 그 역할은… 시우 네가 하기에는 아직 이르지 않을까? 어린 왕 극 중 나이가 열한 살이었나…….”
“웅! 맞아!”
선왕인 아빠가 죽은 뒤, 왕위에 오른 어린 주인공의 나이는 고작 11세.
실제로 캐스팅되는 배우는 아마 이보다 조금 더 나이가 있는 배우가 될 터였다.
어릴 적부터 구중궁궐에서 혹독한 교육을 받은 어린 왕은 또래보다 훨씬 성숙한 면모를 뽐낼 테니.
실제 열한 살의 아역 배우가 연기하기에는 쉽지 않을 배역일 것이다.
“그런데 이 역할에 도전하고 싶다는 거지?”
“우웅! 찾아가 보려고.”
“아하하, 오디션장에?”
“우웅!”
김선우는 당당하게 말하는 내 말에 묘한 표정을 짓더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단 말이지. 보통은 그런 일을 벌인다고 하면 말도 안 된다고 말려야 할 텐데……. 시우 네가 한다고 하니까 왠지 정말 해낼 것 같아.”
“진짜?”
사실 나도 그렇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더욱 가슴을 활짝 폈다.
“그래. 처음 네가 비상철또 777에 들어온다고 했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뭐, 시우 네 연기를 보고 납득했지만.”
“우웅, 그때 재밌었어.”
“나도 그랬어.”
그러고 보니, 그때도 강용휘를 깜짝 놀라게 만들어서 무대에 올랐지.
다시 사는 인생, 마주한 무대를 보고 그만 삼촌의 바지춤을 잡고 연기를 하고 말랐더랬다.
그걸 우연히 본 강용휘가 그 자리에서 나를 캐스팅했고.
새삼 그때를 생각해보니…… 용기가 나는걸?
“도전해볼래.”
“그래. 나중에 오디션 다녀와서 후기 알려줘야 한다?”
“우웅!”
그때를 떠올리며 나는 핸드폰을 꺼내 김선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방금 오디션을 잘 보고 나왔다고.
휴대폰은 잠잠했다.
아마 지금 다른 일로 바쁜 모양이었다.
그런데… 자꾸 옆에서 힐끔거리는 삼촌이 상당히 거슬린다.
나는 한숨을 폭 내쉬며 휙 운전석에 있는 삼촌에게 고개를 돌렸다.
“삼촌.”
“어, 어?!”
“나 아무렇지도 않으니까 그만 좀 쳐다봐. 운전하는 데 앞 봐야지 앞!”
이러다 사고 나겠다고 내가 불퉁하게 말하자, 삼촌이 얼른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괜한 걱정을 했다, 그래. 얼른 집에나 가자! 누나가 너 좋아하는 햄전이랑 계란말이 해놨대.”
“우아!”
요즘 내 최애 반찬 소식에 나는 신나서 몸을 들썩거렸다.
안 그래도 너무 오래 대기하느라 배고팠는데 잘됐다.
“빨리 가, 빨리.”
“……여기 제한속도 50km야. 시우야.”
***
아, 어제 조금만 먹고 잘걸.
나는 불만스럽게 거울 속 내 얼굴을 노려보았다.
평소보다 조금 더 부은 것 같단 말이지.
어제 집에 돌아가서 어머니가 해준 반찬으로 밥을 잔뜩 먹었다.
거기까지는 괜찮은데….
내가 오디션을 보고 상심해 있다고 삼촌이 전한 탓에, 밤에 아버지가 치킨을 잔뜩 싸 오신 게 문제였다.
거기다가 요즘 내가 폭 빠진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나는 치킨을 뜯고 말았다.
맛은 있었지.
……문제는 오늘 내 첫 화보 날이라는 것이다.
오디션에 너무 집중하느라 깜빡하고 있었다.
오늘부터 화보 촬영을 시작해 앞으로 줄줄이 이런 식의 촬영이 잡혀 있다고 했다.
시리얼 광고를 보고서 광고주들이 내가 가진 평가를 더욱 높게 보기 시작했다나?
광고를 더 찍을까 했는데, 바다 엔터에서 추천한 것은 화보 촬영이었다.
이것 역시 한 번 찍고 큰돈을 받을 수 있단다.
의류 업계 쪽에 눈도장도 찍을 수 있고.
열정적으로 설명을 이어나가던 김민석 팀장은 한시우의 미모를 그냥 놔두기 아깝다며 열변을 토했다.
무엇보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내 멋진 모습을 마음껏 담을 수 있다니.
우스꽝스러운 시리얼 모양의 거대한 투구를 쓰지 않고 말이다!
그렇게 잡히게 된 화보 촬영이다.
“히히, 오늘은 시우랑 함께해서 다행이다. 대기 시간에 심심한데.”
게다가 오늘은 혼자서 하는 게 아니라 남연수와 함께였다.
처음으로 화보 촬영에 임하는 것이기도 하고, 이번에 찍게 된 브랜드가 영국 명품 브랜드 ‘브릿지’ 키즈 라인 화보라 둘이서 같이 찍게 되었다.
‘소년, 영국을 걷다’의 주역들의 모습을 통해, 브랜드의 고풍스러운 이미지를 널리널리 알리겠다는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의 포부가 돋보이는 섭외였다.
“으응, 나도 형이랑 해서 좋은 거 같아.”
우리 두 사람은 조명이 환하게 들어온 분장실에 나란히 앉아 분장 중이었다.
오늘 화보 컨셉에 맞게 머리와 메이크업을 하는 중이었다.
처음에 진한 분칠을 해야 한다는 말에 적잖은 거부감이 들었지만, 강한 카메라 플래시를 쓰는 화보는 어쩔 수 없다며 삼촌과 스태프들이 나를 달랬다.
대신, 내가 어리기도 하고 워낙 피부가 뽀얗고 예뻐서 최소한으로 하기로 했다.
옆에서는 남연수가 익숙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머리와 얼굴을 맡기고 있었다.
아무래도 방송 쪽으로 나보다 먼저 데뷔한 남연수이다 보니 이런 촬영을 여러 번 해봤단다.
“형은 그동안 잘 지냈어?”
“어? 그럼, 나야 잘 지냈지. 시우 너는?”
“나도 잘 지냈어. TV를 실컷 보고 싶었는데 스케줄이 많아서 그러지는 못했지만.”
“하하, 시우 너답다. 너다워.”
남연수와는 연말 시상식 이후로 또 연락이 잘되지 않았다.
아마도…… 나는 아역 배우상을 받았는데 남연수는 아무것도 받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남연수의 부친 성격에 가만히 있었을 리가 없다.
그동안 아빠한테 더 큰 압박을 받은 모양이었다.
반갑다며 웃고 있지만, 표정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시상식이 끝난 뒤로 가 뜨고 남연수의 이미지도 크게 변했다.
이전보다 훨씬 친근하고 인지도도 더 많이 올라간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 사람에게 통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시우 너는 근데 왜 이렇게 많이 컸어? 못 본 사이에 키가 엄청 큰 거 같아!”
“우웅, 잘 먹어서 그래.”
내 대답에 우리 준비를 돕던 스태프들이 귀엽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진짠데…….
어제도 저녁 먹고서 치킨 한 마리를 거의 다 먹어서 아버지가 기함을 했다.
아버지 손맛이 깃든 양념이 너무 맛있는 걸 어쩐단 말인가.
“맞아. 시우 너 진짜 잘 먹긴 하더라.”
“형도 만만치 않던데?”
영국에서 몇 주를 같이한 만큼 서로의 식사량을 알기에, 우리는 진지하게 누가 더 많이 먹는가에 대해 토론했다.
그러는 사이, 우리의 세팅이 모두 끝났다.
“자아, 그럼 연수부터 옷 갈아입을까?”
“네!”
남연수가 먼저 탈의실로 들어가고 나는 요리조리 고개를 돌리며 음영이 더해진 내 얼굴을 감상했다.
신기하네… 부은 것 같았는데 이제는 티가 하나도 안 나네.
우리 두 사람은 나란히 옷을 갈아입고 스튜디오로 나갔다.
마치 쌍둥이처럼 배색이 다른 옷을 입고 나타난 우리를 보고 스태프들이 귀엽다고 난리였다.
“테스트 먼저 하고 촬영 시작할게요-!”
서글서글한 인상의 카메라맨의 음성과 함께 촬영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미리 본 콘티대로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가며 포즈를 취했다.
“좋아요! 시작합니다!”
뜨거운 조명을 맞으며 촬영을 시작했고, 역시나 금세 익숙해졌다.
우리는 포즈를 잡으면서도 못다 한 이야기를 소곤소곤 나누는 여유까지 보여주었다.
“맞아. 시우야. 너 바다 엔터로 들어갔다면서?”
“소문 빠르네. 맞아. 선우 형이랑 같은 곳이더라고. 대표님도 재밌으셔.”
“와…… 좋겠다. 나 거기 진짜 팬인 배우가 있는데, 나중에 사인 받아다 주라.”
“좋아. 나중에 연락해줘.”
그 정도야 뭐.
누구인지 알려주면 친해져서 남연수에게 통화라도 시켜줘야겠다.
“나는 이제 새로운 작품 들어갈 거 같아.”
“그래? 이번에는 어떤 거야?”
“이번에도 드라마야. 조연 정도? 덕분에 요즘 매일같이 연습하느라 힘들어.”
“인터뷰 다니는 것보다 연기 연습이 나은 것 같아…….”
“아, 맞아. 인터뷰하러 다니는 거 힘들지.”
우리 두 사람은 같은 질문을 몇 번이고 받아야 하는 인터뷰를 떠올리며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찰칵찰칵 셔터음만 울리다가 문득 남연수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이 작품도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응?”
“그냥…… 그렇다고. 헤헤.”
내가 걱정할까 봐 미리 선수를 치는 남연수는 환하게 웃었다.
구김살 없이 맑게.
남연수가 누구던가.
무엇을 해도 잘해내는 아이였다.
“뭐, 걱정 안 해. 형 저번에 나랑 대본 없어도 재밌게 잘했잖아.”
“맞아. 그때 진짜 재밌었는데…….”
“이번에도 재밌게 하면 되지.”
“응…! 나 일류 배우야. 할 수 있어.”
“허 참.”
우리 대화에 셔터를 누르던 카메라맨과 대기하고 있던 스태프들이 웃었다.
꼬마 아이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우습고 귀여워 보였나 보다.
하지만 정말인데.
남연수는 웬만한 성인 배우들보다 연기를 잘하니 말이다.
“맞아. 나는 장진홍 감독님 신작 오디션에 다녀왔어.”
“아……. 들었어. 나는 그 오디션 11살 이상만 가능하다고 해서 생각도 못 했는데. 시우 너는 역시 대단해.”
지금까지 같이 한 작품에서도, 시상식에서도, 또 예능에서도 내게 조금씩 밀린 남연수다.
원래는 자신만 주목받았던 자리에 내가 들어찬 만큼, 조금은 시기 질투를 가질 법도 한데.
그런 기색이 전혀 없다.
아버지의 압박 속에서도 이렇게 순수한 것은 태생이 맑은 아이라는 증거겠지.
순수하게 내게 대단하다고 말하는 이 아이가 대견하면서도 안타깝기만 했다.
꼬르륵…
“아. 오늘 촬영한다고 어제저녁부터 아무것도 안 먹었더니… 히히. 실수.”
남연수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 게 민망한지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나이엔 잘 먹고 다녀야 하는데 말이지. 어휴.
“기쁨을 드리는 빛나는 치킨.”
“응? 뭐?”
“촬영 끝나고 뭐 없다고 했지? 희희치킨으로 가자. 내가 쏠게.”
남연수의 얼굴에 머쓱한 미소 대신 진짜 미소가 번졌고, 내 입가에도 그 미소를 따라 가느다란 호가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