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어, 연수 형. 나 드디어 최근 편까지 봤잖아.”
-와아, 진짜?!
나는 거실 소파에 드러누워 드라마가 시작되길 기다리며 남연수와 전화 통화 중이었다.
남연수는 저번에 만났을 때 찍고 있던 를 마치고서 곧바로 새로운 작품에 들어갔다.
어머니가 매일 나 보고 너무 안 쉰다고 뭐라 하지만, 내 곁에 남연수가 있어서 그런가 별로 와닿는 말은 아니었다.
남연수는 정말 공백기 없이 쉬지 않고 작품활동을 하고 있었으니…….
새로운 작품이 방영된 지 3주.
영화 촬영에 바빴던 터라 못 보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것도 다 몰아서 볼 수 있었다.
남연수는 내가 자신이 출연한 드라마를 봤다는 소식에 아주 좋아라 했다.
이번에 천만 조연으로 유명한 배우 류태진의 극 중 아들로 나오는 남연수.
종종 연락할 당시 류태진이 나보다 더 애드립이 많은 배우라고 항상 말했다.
그러면서 촬영이 기대된다고, 요즘 애드립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드라마를 봤다고 하니까 어떤 장면이 애드립이었는지 술술 말해주었다.
“형도 애드립이라면 잘하잖아, 아빠랑 잘 맞겠네.”
-네가 아니었으면 그런 건 도전해보지도 않았을 거야. 덕분에 애드립도 긴장 안 하고 한다? 오히려 기대하잖아, 이제.
극 중 류태진을 아빠라고 칭하면서 연기 이야기에 열심이었다.
남연수는 선인장을 찍을 당시 나와의 경험이 상당히 좋았는지, 재잘거리면서 다음 촬영이 기대된다고 난리였다.
기특하기도 하지.
이렇게 잘하는 애였는데 그걸 안 시키고 있었다.
-그럼 요즘은 뭐해? 영화 촬영도 끝났잖아.
“글쎄……. 그냥 열심히 놀고 먹고 있어.”
-다음 작품 준비 중인 건 없어?
“으음, 아직 고민 중이야.”
차기작이라.
사실 바다 엔터에서도 슬며시 묻기는 했지만, 지금은 노백찬과의 대화가 재미있어서 그런가 급하게 다음 작품을 고를 생각은 없었다.
어머니가 요즘 매일 하는 말씀처럼 학교에 들어가면 노백찬을 매일 만나러 가기는 힘들 테니 말이다.
“뭐, 책도 많이 읽고 재정비 기간을 가지고 있지.”
-시우 네가? 의외네…….
“왜? 내가 그렇게 성실한 이미지인가?”
숨길 수가 없네, 나참.
내가 또 일을 하면 열심히 하지.
그렇게 생각하는데 남연수의 단호한 말이 들려왔다.
-그건 아니지만.
“뭐?”
나도 모르게 뾰족한 목소리가 나갔다.
수화기 너머 남연수의 우물쭈물한 목소리가 넘어왔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시우 너 연기 진짜 좋아하잖아. 그런데 연기를 조금 쉰다는 소리를 하는 게 신기해서.
“아아, 괜찮아. 대신 TV를 엄청 보고 있지. 나 보는 것도 좋아하잖아.”
-하하, 그건 그렇네.
괜히 남연수에게는 노백찬의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분명 말하면 복잡해질 것 같은 예감에 미안하지만 언급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어, 그럼 시우야. 우리 촬영장 놀러 올래?
“촬영장?”
-응! 내가 감독님한테 한번 말씀드려볼게. 그래도 시우 네가 온다고 하면 괜찮다고 하실 거 같은데?
아직 간다고도 안 했는데 남연수는 들뜬 기색이 만연하다.
저렇게 좋아하는데 한번 가줄까 싶어서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럼 한번 가볼까……. 스케줄 되면 가볼게.”
-나도 물어보고 연락 줄게!
“어어, 형. 나 드라마 시작해. 이만 끊자.”
뭐라고 더 말하려는 남연수의 말을 가로막았다.
어느새 광고가 끝나고 관람 연령 화면이 뜬 것이다.
-응? 아…… 알았어. 다음에 또 전화해도 돼?
“안 된다고 해도 할 거잖아. 끊어. 안녕.”
나는 드라마가 시작되는 바람에 급하게 전화를 끊고 TV에 집중했다.
어제부터 새로 보기 시작한 드라마라 오늘을 아주 애타게 기다려왔다.
그런데 오늘따라 이 드라마의 전개가 좀 늘어지는 기분이다.
“흐음, 이 작품도 초반이 더 재밌네.”
나는 소파에서 흘러내리듯 앉으며 남연수가 촬영장에 놀라오라고 했던 말을 생각했다.
요즘 아마 별일이 없으니 놀러 가게 될 텐데…….
그러고 보니 마지막 촬영 때 문희성이 밥차를 보내줬을 때 어깨가 으쓱했었지.
남연수에게는 고마운 것도 있고, 친구로서 걱정되고 응원하고픈 마음도 있다.
그래, 한번 해보자.
가만히 그날을 떠올려 보고는 결심했다.
“삼촌!!”
나는 작은 방에 있는 삼촌을 큰 소리로 불렀다.
“어, 왜?”
요즘 오랜만에 쉰다고 하루종일 자느라 바쁜 삼촌이 비척거리며 나왔다.
“밥차는 어떻게 보내는 거야? 요즘 애들은 뭘 좋아하지?”
***
오늘 나는 삼촌과 함께 남연수의 촬영장에 놀러 왔다.
든든한 밥차와 함께였다.
“음, 맘에 들어.”
“엄청 오래 고르더니, 마음에 들어?”
밥차의 플래카드와 옆에 세우는 배너에는 특별히 나와 남연수가 가장 귀엽게 나온 사진으로 내가 직접 골랐다.
“그럼 이게 다 인증샷에 들어가는 사진인데. 중요하지.”
“아, 그래…….”
삼촌은 지겹다는 듯이 고개를 젓고 말았다.
내가 준비한 밥차는 바로 분식!
딱 어린애가 좋아할 법한 메뉴이지만, 불행하게도 남연수가 평소에 먹고 싶어도 못 먹는 음식이라 특별히 주문 했다.
보글보글 끓는 떡볶이와 김이 솔솔 나는 어묵.
이외에도 라면과 잔치국수, 우동도 담아올 수 있었다.
남연수가 평소에 진짜 좋아하는데 아빠가 금지라고 해서 잘 못 먹는다는 말이 떠올라서 준비해봤다.
“흐어어! 너무 맛있어 시우야. 진짜!”
“…다 먹고 말해.”
“응! 진짜 맛이써.”
“맛있다는 말 백 번 하고도 열세 번째야.”
그제야 남연수가 활짝 웃으며 떡볶이에 어묵을 입 안 가득 밀어 넣었다.
내가 김이 풀풀 나는 밥차와 등장하자, 그 뒤로 남연수는 내 곁에 찰싹 붙어먹고 감탄하고의 연속이었다.
“시우 군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네, 맛있게 드세요.”
“연수는 좋겠네~ 이렇게 든든한 친구도 있고?”
“네! 떡볶이 진짜 맛있어요. 시우가 준 거라서 더 맛있어요!”
“하하, 시우 군이랑 진짜 친한가 보네. 너무 좋겠다.”
“당연하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친군데!”
“부럽다.”
“그래? 나도 떡볶이 먹어볼까.”
스태프들도 지나가면서 우리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남연수는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펴고 앉아서 열심히 식사를 했다.
남연수의 어깨가 두 배는 넓어진 것 같다.
역시 밥차를 시키기 잘했군.
“햐, 진짜 맛있다……. 시우야 고마워. 사실 진짜 와줄 줄은 몰랐거든.”
“내가 온다고 했잖아.”
“…스케줄 봐보고 온다고 했잖아. 서운하게…….”
“뭐?”
작게 중얼거리면 안 들릴 줄 아나, 이게.
가만 보면 은근히 뒤끝이 있다.
그것도 많이.
이렇게 옆에 붙어있으면서 그게 안 들리겠냐?
내가 쳐다보자 또 찔끔해서 고개를 휙휙 내젓는다.
“아, 아니야! 엄청 고맙다고!”
“그래. 맛있게 먹어.”
“응!”
한참 라면에 어묵 국물까지 말끔히 먹은 남연수가 만족스럽게 웃었다.
“진짜 잘 먹었다. 나 요즘 이 어묵탕 너무 먹고 싶었거든.”
“더 먹어.”
“너무 배불러. 조금 이따가.”
……안 먹지는 않는구나.
나도 제법 키가 커 이제 남연수와 조금 비슷하려 했는데, 오늘 만나니 또 조금 큰 남연수다.
나도 또래에 비해 큰 편인데, 남연수도 저런 걸 보면 큰 편이겠지.
왜 저렇게 잘 크나 싶은데 아마 잘 먹어서 그런 것 같다.
“촬영도 같이 하면 진짜 좋을 텐데…….”
“음, 그러게.”
별 생각없이 그렇게 대꾸한 건데, 옆에서 툭 튀어나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럼 카메오로 한번 출연할래요?”
“네?”
“가, 감독님!”
이번 드라마 의 PD가 눈을 반짝이며 우리 곁에 있었다.
…언제 온 거지?
“혹시 가능하면 드라마에 카메오 출연 보면 어떻겠나… 해서요. 아, 한시우 군 매니저분?”
“아, 예. 지동욱이라고 합니다.”
“네, 저는 PD 이시원입니다. 어떤가요. 시우 군 카메오 출연!”
갑자기 나타나서 캐스팅을 한다고?
그런데…… 카메오가 대관절 뭐란 말인가.
“……카메오?”
“아, 인지도 있는 배우가 깜짝 등장으로 짧은 장면에 얼굴 내미는 거야.”
오호.
인지도 있는 배우만 가능하다는 거지?
“오오.”
내 반응이 꽤나 긍정적이자, 이시원 PD와 남연수의 눈이 반짝였다.
“해줄 거야? 해줄 거야, 해줄 거야?”
“아니, 잠깐…….”
“시우 군이 나와준다면 우리 작품에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물론 연수한테도 큰 도움이 되겠죠?”
마치 보험사기단처럼 몰아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잠시 넋이 나갔다.
사실 이거… 나 놀러 오라고 해놓고 미리 판 짜놓은 거 아냐?
나는 찌릿 남연수를 쳐다보았다.
“응? 응? 해줄 거야?”
…그럴 애는 아닌데 말이지.
“마침 이제 찍는 장면 중에 길에서 우연히 만나는 연수의 친구역이 있거든요. 그걸로 잠깐 나오면 좋을 것 같은데.”
“네? 그거 저 혼자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 장면이어야 카메오가 한 번 등장하고 사라지는데 어색하지 않거든.”
“아. 그렇구나. 그렇대 시우야! 안 어색하대!”
이시원 PD와 남연수의 말을 듣고 확신했다.
남연수는 아무것도 몰랐고, 이 모든 판을 짠 것은 바로 저 PD다.
미심쩍기는 하지만…… 나쁜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어찌 됐든 남연수랑 연기를 한다는 말이니까.
잠시 생각하던 나는 마수에 걸려든 것 같은 기분은 애써 떨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뭐. 한번 해보죠.”
“와!”
“좋았어!”
저거 봐라.
악당이 미소 짓는 것 같다.
“그럼 잘 부탁합니다!”
이시원 PD는 준비할 게 많다며 내 대답을 듣고 저 멀리 내빼버렸다.
그 모습을 어이없다는 듯이 지켜보는데 옆에서 남연수의 신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그냥 애드립으로 할까? 응?”
“으음, 그래도 될 거 같은데.”
저 PD 모습을 보아하니, 내가 뭘 해도 출연만 하면 좋아할 것 같기는 하다.
“진짜 신난다!”
남연수가 만세를 하며 좋아하는 걸 보고, 나는 좋은 게 좋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삼촌을 쳐다보며 못을 박았다.
“삼촌, 부탁해?”
“……하아.”
소속사에 이야기를 못 하고 왔기에 뒤처리는 오로지 삼촌의 일이었다.
“나는 가끔 헷갈려 시우야.”
“왜, 뭐가?”
“네가…… 바다 엔터에 들어간 게 맞을까. 이게 다 꿈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달까?”
말도 없이 오디션도 가고. 천만 감독의 영화 주인공을 따오고.
이제 말도 없이 즉흥적으로 작품에 막 출연하고.
작게 중얼중얼거리는 삼촌의 말에 나는 고개를 모로 돌리고 말했다.
“……들어간 거 맞아. 삼촌 바다 엔터 직원이잖아.”
“후우, 그래. 내가 연락해볼게…….”
삼촌은 털레털레 핸드폰을 들고 저쪽으로 향했다.
아마 김민석 팀장에게 연락하려는 거겠지.
한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나도 오늘 내가 갑자기 촬영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걸.
그 PD의 말대로 내 인지도에 도움이 되는 일이기를 바라는 수밖에.
“형, 무슨 장면인데?”
“응! 내가 다 알려줄게. 그게 어떤 장면이냐면…….”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남연수에게 무슨 장면인지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
촬영을 마치고 난 다음.
내가 카메오로 출연한 방송 화수가 11월 중순 즈음에 방영되었다.
나의 깜짝 등장에 그날 저녁 인터넷에는 내 이름과 남연수의 이름이 나란히 실시간검색어에 올랐다.
우리가 함께 출연한 장면을 캡처한 사진으로 기사도 얼마나 많이 올라갔는지 모른다.
그걸 보고 좋으면서도 약간 씁쓸했다.
모든 게 그 PD의 계략대로 된 것 같아서 말이다.
덕분에 드라마 시청률도 소폭 상승했다고 한다.
짧지만 강렬한 귀여움을 선보였다며, 모든 이가 선인장 형제의 컴백을 환영했다.
카메오도 가끔은 할 만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