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시우는 정말 못 하는 게 없는 거 같아..”
“그러니까 말이야. 한국에서 이런 천재가 날아오다니.”
같이 안무를 익힌 배우들의 칭찬에 웃으면서도 심경이 복잡했다.
다니엘에게 인정을 받기까지 피나는 노력을 했던 시간이 생각나서일까.
뮤지컬 영화를 시작하면서 춤을 추는 것을 누구보다 어려워했다.
실제로 잘하지 못한 과거 기억이 뇌리에 깊게 박혀 있기도 했고 말이다.
한시우의 몸이 노아의 몸보다는 조금 낫다고는 하지만, 속에 든 정신과 영혼이 몸치인 상태에서 이를 완전히 극복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대본 보는 시간보다 안무 연습하는 시간을 늘렸다.
미국에서 비비안이 오기 전부터 바다 엔터 측에 부탁해서 안무 레슨을 받아왔고.
비비안이 도착한 후로도 다른 일은 다 제치고 그녀와의 레슨 시간을 우선시할 정도로 말이다.
“이거, 영화 개봉되면 타미가 춤 너무 잘 춘다고 난리 나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왕따 소년답지 않은 프로페셔널한 춤이잖아.”
그 결과물이 지금 들은 칭찬이 아닐까.
나는 대단하다며 동료 배우들에게서 쏟아지는 칭찬을 들으며 쑥스럽다는 듯 웃었다.
루카스의 제안을 듣고 뮤지컬 영화를 덥썩 하겠다고 하긴 했지만.
실제로 접한 뮤지컬 연기는 내가 원래 해오던 연기와는 너무 달라서 헤매는 부분이 많았다.
연기와 노래.
이 둘은 같이 하는 것도 쉽지 않건만.
여기다가 내가 자신 없는 춤이 끼어들다 보니 모든 게 어설프게 느껴진 것이다.
춤이 엉성한 것은 당연하고, 춤추면서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는 건 더 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 안정되었다.
춤과 노래를 동시에 하는 게 안정되고 난 후에, 연기도 제 실력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하하, 드럼을 치면서 달라지는 것처럼 춤추고 노래를 하면 달라지는 아이로 설정해야 할까요?”
“허어, 자신감이 넘치는데?”
“하지만 시우의 실력을 보면 충분히 그럴 만하지.”
결과적으로 잘하게 된 지금, 모든 것이 신선하고 재미있다.
동료들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땀을 식혔다.
“시우, 그러다가 감기 걸려. 여름 감기가 더 무섭다고.”
“아, 아가사.”
내가 다른 배우들과 떠들면서 바닥에 계속 앉아 있자, 아가사가 다가와서 내 트레이닝복 상의를 건네주었다.
“고마워.”
“별말씀을.”
원래 나는 전형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늘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하고, 연기를 할 때도 새로운 시도를 과감하게 하는 편이었다.
내가 항상 무언가 새로운 걸 가져오기에 오히려 감독들이 나서서 내게 자유를 많이 주는 편이었다.
그게 즐겁다고 생각했기에 전형적인 건 지루할 거라는 생각도 은연중에 하고 있었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부터 내가 해석하고 만들어낸 나만의 새로운 캐릭터로 자유로운 연기를 하는 것에 재미를 느꼈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 할까.
그런데 내 신념이 이번에 바뀌었다.
이번에 연습한 군무와 넘버 가사는 이미 정해진 전형적인 틀이 있는 연기다.
처음에는 그렇게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합동 연습에서 다른 모든 동료 배우들과 어우러져서 다니엘의 이런저런 지시를 듣다 보니 또 다른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똑같은 틀 안에서 각자의 개성을 녹여내며 자유를 추구하는 것은 이전 더 큰 자유와는 다른 또 다른 희열이었다.
400년 사이에 더 재미있는 연기가 많이 생겼네.
“시우, 이제 감독님 미팅 가야지.”
“응.”
다정한 미소로 조용히 손을 내민 아가사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래도 네 살 많다 이건가?
아가사는 이래저래 나를 참 많이 챙겨주었다.
항상 촬영 현장에서 남연수나 성지훈 같은 아이들을 챙겨주던 나로서는 상당히 색다른 기분이랄까?
챙김을 받아 버릇하니, 이대로도 괜찮은 느낌이었다.
400년이 지나 이런 동료가 생긴 것도, 어쩐지 나쁘지 않다.
***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열흘의 미국 스케줄이 모두 끝이 났다.
짬이 나면 루카스에게 연락해 정말로 아이린을 찾아가 볼 생각이었지만, 아쉽게도 그런 시간은 나질 않았다.
내 생각보다 열흘 간의 연습은 상당히 혹독했던 것이다.
영국에서 RUN 공연을 했을 때는 제시카가 나를 정말 많이 배려해 준 거라는 걸 이번에 잘 알게 되었다.
물론 내 정신은 이 정도 스케줄쯤은 소화할 수 있다고 소리쳤다.
하지만, 그런 내 생각과 각오와는 다르게 새벽부터 일어나 무리하게 움직인 몸은 아주 정직하게도 오후 시간이 되면 꾸벅꾸벅 졸음이 찾아왔다.
그 상태 그대로 숙소에 도착할 때쯤이면 이미 넉다운이 되어서 나는 손가락 하나도 까닥할 수 없었다.
삼촌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씻고 자는 것도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다 큰 줄 알았지만, 아직 신체는 어린아이가 맞나 보다.
나도 아쉽기는 했다.
아이린의 연기를 오랜만에 꼭 한번 보고 싶었는데 말이지.
한 가지 다행인 건, 이런 상황 속에서 외면하기 힘든 아이린의 눈빛을 받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시우! 시우! 이쪽이야.”
원래 같았으면 LA 공항에 함께 온 아이린은 지금쯤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내 허리에 매달려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린은 투정 한번 부리지 않고 방긋 웃으면서 내 손을 잡아끌었다.
오히려 저번에 헤어졌을 때보다 더욱 밝은 얼굴을 하고서 있었다.
참 다행이었다.
이번에 나와 삼촌이 한국으로 돌아갈 때 아이린과 루카스가 같이 가게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둘 뿐만 아니라 한국행 비행기를 같이 탈 일행은 더 늘어났다.
저번에 브라이언 감독과 함께 한국에 왔던 연출팀원들도 같이 한국으로 가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의 로케가 레인보우 픽처스에서 최종적으로 승인되었다.
그 덕에 레인보우 한국 지사 직원들과 함께 그에 대한 사무 일을 처리하기 위해 연출팀이 한국으로 같이 가게 된 것이다.
이번에는 브라이언은 동행하지 못하게 되었다.
미국에서 처리해야 하는 급한 일이 밀려 있었기에 촬영 때 한국으로 올 예정이었다.
대신 이번 답사에는 레인보우 픽처스의 상임이사, 루카스가 동행하게 되었다.
그 김에 겸사겸사 아이린도 함께 한국으로 가게 된 것이다.
연출팀에게 보고를 듣고 본사에서 브리핑도 들은 상태지만, 루카스 역시 눈으로 직접 한국의 거리를 확인하고 보고하는 역할을 맡았다.
연출팀 말을 들어보면 루카스는 원래 이런 것까지 사사로이 관리하는 직급은 아니라고 한다.
그는 원래 본사에 앉아서 보고를 듣고 최종 결정을 할 뿐이지, 직접 실무자와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고.
아마 아이린과의 한국 여행을 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사님은 도대체 왜 따라오는 거야?”
“그러게 말이야. 아무리 편하게 해주신다고 해도 부담스럽다고!”
“루카스, 그렇다는데요?”
나는 웃으면서 연출팀의 말을 루카스에게 전했다.
내 말에 팀원들이 화들짝 놀라서 펄쩍 뛰었다.
“시, 시우!”
“하지만, 거의 다 들렸는걸요. 그럴 바에는 직접 묻는 게 낫죠.”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그들의 항의 아닌 항의를 언급했다.
“하하, 가끔 이런 긴장감도 필요하지 않겠어? 이번 영화는 우리 본사에서 정말 사활을 건 작품이기도 하니 말이야.”
“네에…….”
“나도 놀러가는 게 아니라고. 자네들이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는 거니 똑바로 하라고?”
“네, 넷!”
아무리 루카스가 친근한 이미지라고 해도 엄연히 레인보우 픽처스의 이사.
실무자인 연출팀원들은 군기가 바짝 잡혀 대답했다.
그렇게 열심히 일장 연설을 펼치던 루카스가 이내 나를 돌아보고 조용히 속삭였다.
“근데 시우…… 조선주막에 나오는 그 떡볶이는 어디에 판다고 했지?”
아무래도 얼마 전에 본 장진홍 감독의 도 이 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게 틀림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만 믿어요. 루카스. 서울에서 가장 끝내주는 떡볶이를 먹게 해주죠.”
***
한국에 도착해서 맞은 주말.
아이린은 신이 나서 내 손을 잡고 익선동의 한 골목을 거닐었다.
평일 동안에는 한국 지사 사람들과 이런저런 미팅이 있는 루카스, 또 학교에 나가야 하는 나 때문에 아이린이 호텔에서 외롭게 놀았다고 한다.
물론 아이린을 돌봐줄 분은 계셨지만, 애초에 아이린의 목적은 나와 함께 한국 여행을 하는 거니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거다.
때문에 모처럼 스케줄이 하나도 없는 오늘, 나는 아이린만을 위한 일일 가이드를 자처했다.
루카스에게 떡볶이를 대접한다는 말도 곁들이면서.
“여기가 익선동이에요. 전통문화가 제법 남아 있는 곳이죠. 풍경이 다르죠?”
“우와아- 엄청 예뻐, 시우!”
“놀랍군. 이토록 멋스러운 곳이 서울 한복판에 있다니.”
삼촌은 나를 따라와서 자신이 잘 아는 익선동 맛집에 데려가 준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우리 네 사람은 좁은 골목골목을 돌아다니며 한국의 멋에 취했다.
오늘 관광지를 익선동으로 고른 큰 이유.
바로 이곳 역시 한국 촬영 로케 예정지 중 한 곳으로 최종 확정됐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서 한국이 나오는 것은, 극 중 캐릭터인 타미의 고향이기 때문이었다.
그 캐릭터가 가진 심적인 문제를 풀어주기 위해 한국에 직접 와보는 상황에서 한국 촬영이 들어갈 예정이었다.
바로 지금 서 있는 골목이 몇 달 뒤 있을 촬영의 허가가 떨어진 곳이다.
오늘 루카스와 아이린을 한국 구경시켜 주기로 한 김에, 같이 이곳에 와 본 것이다.
이렇게 미리 촬영지로 정해진 곳이 있다면 비교적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해두고 싶었다.
춤과 노래가 웬만큼 완성이 된 시점에서 이제 여유가 조금 생긴 나는 타미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에 들어간 참이었다.
그럴 때 이런 공간 속에 서 있는 타미를 떠올려 볼 수 있다면, 내 캐릭터 분석에 꽤나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여기서 타미가 태어난 거야?”
“으음…… 아마 이 골목은 아니겠지만 이런 거리에서 태어난 건, 맞아.”
“멋지다. 타미의 고향이네?”
아이린의 말처럼 극 중 타미는 한국에서 태어나, 백인 부부에게 입양되어 타국에서 쭉 자란 아이다.
하지만, 자신의 고향이라 생각하는 곳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아이이기도 하다.
어린 나이에 입양이 되었으므로 타미의 국적인 미국인.
하지만 미국 애들한테는 외양상 동양인이라고 놀림을 받고 만다.
그렇다고 한국말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니고 한국인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스스로 미국인이라고 믿고 자랐지만, 학교에 들어가 또래 집단을 만나면서 타미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된다.
나는 대체 어디에 속한 사람인지…….
그래서 타미는 한국을 미워하기에 이른다.
스스로가 동양인이 아니었다면, 이런 상황에 처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런 타미에게 꼴통 선생이라 일컬어지는 헤이글이 제안하는 것이다.
“헤이, 그럼 네 뿌리를 찾으러 가보는 건 어때. 한국 말이야, 한국. 듣는 것 말고 직접 보고 눈에 새겨 와보라고.”
어두운 생각을 내내 가지고 있던 와중, 헤이글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타미는 부모님에게 어렵게 이야기를 꺼낸다.
고향에 가보고 싶다고.
그러고서 처음으로 밟게 되는 고향의 풍경이, 바로 이곳인 것이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골목과 골목들.
미국과는 다르게 구불구불하고 낮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골목은 어디까지 이어져 있는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나는 눈을 감고, 타미의 기분을 생각하며 음악을 들었다.
이곳은 바로 한국에 도착한 타미가 처음으로 보게 될 풍경…….
속으로 되뇐 나는 타미가 된 심정으로 눈을 떴다.
미국의 골목과는 참 다르지만, 아름답다.
낯설지만, 왜인지 정감이 가는 거리.
미워했기에 일부러 더 안 찾아봤던 한국이라는 이름.
타미는 다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애써 외면하고 있던 그 나라가 아름다워서, 다행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