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대학로 야외무대에서의 첫 연주는 인터넷에서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레인보우 픽처스의 위용이 두려우니 다들 공유는 하지 않았다.
공연 내내 브라이언과 경호 인력이 해당 공연을 유포하지 말아 달라고 몇 번이나 당부했고, 만약 이런 부탁에도 유포할 시, 어쩔 수 없이 레인보우 픽처스 차원에서 법적인 조치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엄중히 경고한 까닭이었다.
애초에 저작권 관련해서 레인보우 픽처스가 굉장히 예민하다는 것은 유명했기에, 이들의 부탁을 무시할 시민은 없었다.
대신 공연 후기글이 인터넷을 떠돌게 되었다.
덕분에 같은 장소에서의 두 번째 촬영한 날에는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번째 촬영부터는 관중을 촬영할 예정이 없었다.
이번에는 주변에 사람을 더 먼 곳에서부터 통제하고, 배우들 연기 위주로 촬영을 해야 했다.
폴리스 라인처럼 고깔과 노란 테이프가 무대 주변에 깔렸다.
그리고 첫날 몰린 인파를 고려해 더욱 많은 경호 인력이 투입되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관중들은 십여 미터 떨어진 거리에서 구경해야 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리를 안 떠나고 계속 구경했다.
딘과 아가사는 그런 한국팬들의 관심에 행복해했다.
“시우, 한국인들이 우리를 다 알아보는 거 같아.”
“그렇게 기분이 좋아요, 딘?”
“물론이지. 우리 배우들은 관심을 먹고 사는 직종 아니겠어?”
“후훗, 나도 학교에서보다 더욱 인기인이 된 기분이라 나쁘지 않아.”
아가사마저 관심을 즐길 정도라니…….
한국인들의 호응이 대단하긴 했다.
그래서 둘째 날에는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모든 촬영이 끝나고 촬영팀에게 양해를 구해 몇 곡을 더 그들을 위해 연주하기로 한 것.
“Hey Korea! 저희가 특별 무대를 준비했는데, 들을 준비 됐나요?”
“네에!”
영화에 삽입되는 곡들은 아니고, 대중들이 알법한 친숙한 곡들이 주를 이뤘다.
우리 세 사람은 평소에도 밴드 합주 연습을 했기에 같이 칠 수 있는 곡이 몇 가지 더 있었다.
그렇게 신명 나는 두 번째 날 촬영이 끝나고, 다음날.
드디어 이 장면의 마지막 촬영이자, 이번 한국 촬영 일정의 마지막 촬영 날이 밝았다.
“이렇게 늦은 시간의 공원은 또 색다른 분위기네.”
“그렇죠? 이것도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다고요.”
나무가 우거진 야외무대에 서서 어둑해진 거리를 바라보는 딘.
그가 감탄을 하며 대학로를 바라보자, 나는 옆에서 뿌듯한 얼굴로 이런저런 설명을 곁들어 주었다.
오늘 촬영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해가 거의 떨어진 시간에 이뤄진다.
텅빈 공원에서 장비를 정리하고 있는 밴드를 찍기 위한 촬영이어서 그랬다.
“이렇게 세팅을 다 해놨는데, 연주는 못 한다니 참 아쉽네.”
“딘, 정말로 헤이글이 된 거예요? 요즘 연주를 못 해서 아쉽다는 소리를 자주 하네.”
“아가사는 안 그래? 요즘 건반을 칠 때 보면 정말 라이키가 된 것처럼 표정이 밝아지던데.”
“전 원래 건반을 좋아했어요.”
딘과 아가사가 이야기를 나누며 악기 앞에 자리를 잡았다.
나도 드럼 앞에 앉으면서 스탠바이 중이었다.
항상 같이하던 배우들과 진행하는 촬영인데, 왠지 설레고 긴장되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함께라서 그런가?
“스탠바이 큐-!”
잠시 대기하고 있는 사이, 브라이언의 목소리가 울렸다.
“라이키, 타미! 정말 대단했어. 한국인들의 락 스피릿도 무시 못 하겠던걸. 봤어? 내가 이렇게 마이크를 치켜들 때 그 호응. 봤어?”
“봤어, 봤어. 타미, 헤이글보고 그만 진정하라고 전해줘.”
라이키는 방방 뛰는 헤이글을 보며 고개를 절레 내젓는다.
드럼 스틱을 정리하던 타미가 그 소리에 멈칫하더니 퉁명스럽게 답한다.
물론, 생각보다 작게.
“…나는 전서구가 아니야, 라이키.”
“하? 뭐라고?”
어린 꼬맹이 타미의 반항에 라이키의 눈썹이 하늘 위로 솟구치려는 찰나, 헤이글이 둘 사이에 끼어든다.
“자자, 공연도 잘 마쳤는데 싸우지들 마라. 그나저나 타미! 처음에 벌벌 떨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던걸?”
“타미가 원래 그렇잖아요. 막상 음악 시작되면 가장 날뛰는 애가 내숭은.”
“내, 내가 언제 내숭을 떨었다고 그래, 라이키……!”
라이키의 가시 돋친 말에 타미가 펄쩍 뛰며 손사래를 친다.
그런데 그 말에 헤이글은 말리기는커녕,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동조한다.
“하하, 타미야말로 우리 Dynamite 밴드에 어울리는 인재이기는 하지.”
“이름 하나는 잘 지었다니까.”
항상 폭탄처럼 터지는 공연을 해야 한다는 헤이글의 신념 아래 지은 밴드 이름.
라이키는 건반 케이블을 정리하며 무심결에 그렇게 중얼거린다.
그리고 기가 막히게 그 말을 캐치해낸 헤이글이 감동 받은 표정으로 라이키를 돌아본다.
“와… 라이키. 지금 날 인정한 건가? 그래?”
“……얼른 정리하자, 타미.”
라이키는 잠시 멈칫하더니 낭패라는 표정이 된다.
헤이글을 살포시 무시한 라이키가 타미에게 당부의 말을 건넨다.
하지만, 이미 헤이글의 감동 스위치가 켜진 뒤다.
“맙소사! 근 1년 만에 내가 라이키에게 인정이란 걸 받다니!”
“빨리 정리 안 해, 꼴통 교사?!”
언제나처럼 티격태격거리며 장비를 정리하는데, 부드러운 음성이 그들을 부른다.
“밴드 Dynamite. 맞나요?”
“옙. 왜 그러시죠?”
반사적으로 정중해진 헤이글이 뒤를 돌자, 거기에는 멋들어진 수트를 차려입은 훤칠한 남성이 한 명 서있었다.
놀랍게도, 그는 문희성이다.
***
“좋은 생각이 도저히 안 떠오른단 말이지.”
“한국에 답사를 한 번 더 갈까요?”
“일정상 그게 될지 모르겠어…….”
한 달 전, 미국 LA.
나를 위해 특별히 레인보우 픽처스 측에서 한식으로 구성된 밥차를 보내준 날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잡채와 불고기, 김밥을 접시 가득 담고 앉을 곳을 찾고 있었다.
그런 내 시선에 한숨을 푹푹 쉬는 브라이언과 조연출이 보였다.
“무슨 문제 있어요 브라이언?”
“오, 시우. 역시 한국인은 다르군. 이런 조합으로 먹으면 맛있는 건가?”
브라이언이 내 질문에 대답 대신, 내가 가져온 접시를 먼저 가리키며 흥미를 보였다.
“하하, 여기에 김치 종류가 조금 더 다양하면 완벽하죠.”
“김치! 그걸 생각 못 했나 보네.”
브라이언과 조연출은 내가 퍼온 알록달록한 음식을 잠시 보다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야 내가 물은 질문에 답해주려는 모양.
“다름이 아니라, 한국 팬들을 위한 서비스씬이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아이디어가 안 떠올라서 말이야.”
“한국 팬들을 위한 서비스씬이라…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네요. 팬들이 정말 좋아할 거예요.”
“그렇지? 본사에서도 괜찮은 의견이라고 해서 넣을 생각인데… 이것 참. 한국 촬영 일정 전에는 정리가 되어야 할 텐데 말이야.”
나는 오랜만에 사용하는 젓가락으로 잡채를 집어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떤 장면을 말하는 거죠?”
“그게 말이지. 대학로에서 밴드 공연을 마지막에 할 거잖아. 거기서 임팩트를 줬으면 해.”
“음, 그런데요?”
내가 우물거리며 묻자, 브라이언은 아주 잘 물어봤다는 듯이 설명을 늘어놓았다.
“대충 어떤 느낌으로 갈지는 상의가 끝났어. 다만, 그 장면에서 등장만으로 모든 게 설명되는 배우가 있었으면 좋겠어서 말이야. 짧은 장면이지만, 한국인들이 보고 모두 납득할 만한 배우. 그 장면에 그리 긴 시간을 투자할 수는 없거든.”
“캐스팅의 문제군요.”
하긴 미국 현지에서 촉박한 일정에 맞춰 한국인 배우를 물색하는 건 힘든 일일 것이다.
애초에 내가 타미 역에 들어가며 한국 로케도 우연히 정해진 것이니.
“그렇지. 만약 딱 들어맞는 사람이 없다면 장면 자체를 수정해야 해. 서비스씬 욕심을 내려놓거나.”
“흐음…….”
한국팬을 위한 장면을 삭제한다니.
안 될 일이지.
“저. 브라이언.”
브라이언의 설명을 듣자마자 떠오른 사람이 한 명 있긴 했다.
그야말로 등장하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배우.
“제가 아는 배우 중에 그런 사람이 딱 한 명 있네요.”
“오, 누구지? 시우 네 추천이라면 꼭 들어보고 싶은데.”
“문희성. 알아요, 브라이언?”
“……문희성? 그, 문희성? 물론이지!”
“저랑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어요. 에 같이 출연하기도 했고.”
내 설명에 브라이언이 이마를 치며 놀라워했다.
“맙소사. 그렇군. 그걸 생각 못 하고 있었어. 문희성이라면 우리도 잘 아는 인사고 말고. 미국에서 열린 영화제에도 초청받는 인물이니 말이야.”
“음, 그럴 만하죠.”
문희성의 인지도는 여기에서도 통하는 모양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접시에 시선을 돌렸다.
후룩.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가.
약간 짠 듯하지만 잡채가 아주 맛있었다.
나는 김밥을 오물거리면서 동시에 불고기도 양 볼 가득 밀어 넣었다.
아, 매일 빵만 먹다가 밥을 먹으니까 정말 살 것 같았다.
이럴 때 아버지가 챙겨주신 고추장을 가지고 나왔어야 하는데.
매콤함이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만족스러운 한식이었다.
“역시 시우야.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 하지만… 그 사람이 카메오로 과연 출연을 해줄까? 일정이 너무 촉박한데 말이야.”
브라이언의 우려 섞인 말이 이어졌다.
신나는 것도 잠시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 듯 브라이언과 조연출의 얼굴이 다시 어두워졌다.
나는 입 안에 있던 음식물을 꿀꺽 삼키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내가 얘기하면 해줄걸요?”
***
떡 벌어진 어깨를 감싼 블랙 수트.
동양인이라고 쉬이 믿기지 않는 완벽한 몸의 밸런스.
브라이언은 그의 포스가 담기게끔 최대한 카메라 무빙을 섬세하게 하며 그의 뒤를 쫓았다.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남성, 문희성은 성큼성큼 밴드 Dynamite를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서양인도 울고 갈 높은 콧대와 그윽한 눈동자가 멀리서도 눈에 띈다.
문희성이 수락한 카메오 역할은 유명하고 잘나가는 음반 회사의 오너였다.
장면과 캐릭터가 톡톡 튀는 건 아니었다.
오직, 배우 자체가 특별해서 오는 유쾌함을 노린 장면이다.
그의 등장만으로 한국 팬들은 좋아할 것이라는 제작사 측의 계산이 깔린 배역 설정이었다.
한국에서 ‘문희성’은 이미 하나의 대단한 브랜드다.
그저 스크린에 얼굴을 비추는 것만으로 환호를 이끌어내 줄 것이다.
잘나가는 대표, 성공한 사업가, 모두 문희성이 이전에 보여주었던 이미지이기도 했다.
분명 새로운 캐릭터는 아니지만, 그렇기에 따로 부연 설명이 필요치 않아 더 임팩트가 되어 줄 수 있었다.
그가 등장하는 것만으로 모두가 아는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으니.
“공연 잘 봤습니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세 명에게 다가선 문희성은 정중하고 신속하게 자신의 명함을 꺼내 헤이글에게 내밀었다.
타미와 라이키는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빼서 남자가 건넨 명함을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숱한 공연을 했지만, 이런 사람이 접근한 것은 처음이다.
그게 미국도 아니고 이국의 땅이라니!
게다가 타미에게는 고향이기도 한 한국에서!
호기심에 두 아이의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대표? 대표라는 거죠?”
“음반사의 대표인가 봐!”
그나마 한국어 낱말 몇 개를 읽을 수 있는 타미가 놀라서 외친다.
그 말에 라이키와 헤이글의 눈이 둥그레진다.
“저랑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부드러운 문희성의 대사를 마지막으로,
“컷!”
한국에서의 모든 촬영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짧은 씬이지만, 굵고 짧은 임팩트.
씬스틸러 역할을 제대로 한 문희성이다.
그리고 이 대단한 배우를 카메오로 섭외해준 건, 그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저 어린 배우의 덕이다.
“오케이!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브라이언은 금세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 문희성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한시우를 보며 만족스럽게 오케이 사인을 외쳤다.
와아!
그 말에 한국 촬영에 따라온 모든 스태프의 환호가 메아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