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11월의 마지막 날, 겨울 초입에 들어선 혜화의 대학로 거리.
연극과 뮤지컬을 공연하는 극장이 모인 거리에 의 포스터가 여기저기 붙어있다.
“이게 그거 아냐? 한시우가 말한 거.”
“와, 우리 나중에 이거 하면 보러 가자.”
“생전 연극 본 적도 없으면서?”
“한시우가 나올지도 모르잖아.”
“하긴, 그러면 전 국민이 보러 오겠네.”
행인들은 지나가면 포스터에 관심을 보였다.
당연하게도 그들의 말에 한시우가 언급되었다.
“진짜 작년보다 훨씬 규모가 커졌네.”
“한시우 덕에 스폰서가 많이 붙었다나 봐. 들었어? 한 작가도 묵혀뒀던 글 낸다던데. 이 공모전 다시는 쳐다도 안 본다고 했던 선배잖아.”
“정말? 나도 지금 쓰고 있는 거 얼른 손 봐서 내볼까…….”
“사실 나도 계속 고치는 중이야.”
“너도 내려고? 아씨, 나도 일단 내보기나 할까.”
그 옆에 커다란 백팩을 메고 지나가던 사람들도 포스터 앞에 멈춰서서 이야기를 나눴다.
작가처럼 보이는 이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올해로 15주년을 맞는 공연 예술 창작 공모전이 많은 작가님들의 모집을 기다립니다.
-모집분야 : 단막 희곡.
-공모자격 : 제한 없음.
-공모내용 : 자유 소재, 두 시간 내에 공연이 가능한 미발표 순수 창작극.
-접수기간 : 2009년 12월 1일부터 2009년 12월 15일.
-접수마감일 : 2009년 12월 15일 자정까지.
-결과발표 : 2010년 1월 2일.
-수상 부문
[대상 : 1명 (상금 1000만 원)최우수 : 2명 (상금 700만 원)
우수 : 2명 (상금 300만 원)]
※입상하신 다섯 작품은 대학로 내 다섯 극장을 선정하여 총 3일간 연극 공연으로 만들어집니다.
※공연 예술 연극제에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문의 사항 : [email protected]
주최 : 한국 공연 창작 협회. (Korean Performance Creation Association.)
원래 수상자도 3명만 선정되었는데, 올해는 다섯 명으로 두 명이 늘었다.
총상금도 원래 500만 원이었는데, 이번에는 총 3000만 원으로 올랐다.
거기다가 입상자에게 주어지는 특전.
연극화에 대한 조건이 엄청나게 파격적이었다.
원래는 입상작 3개의 작품은 하루 동안 한 극장에서 릴레이 상영으로 단발적인 것에 그쳤는데, 이번에는 연극제라는 형식으로 다섯 극장에서 동시 진행되게 된 것이다.
상금과 별개로 연극화에 드는 비용도 모두 한국 공연 창작 협회에서 부담한다는 건 그야말로 꿈만 같은 기회였다.
완전히 달라진 공모전의 내용에 원래 공연 예술 창작 공모전에서 등을 돌렸던 작가들도 하나둘 눈독을 들이는 중이었다.
많은 이들이 이 상황을 ‘한시우 효과’라고 부르며 신기해했다.
“좋아! 이번에는 할 수 있다아!”
그러던 중 갑자기 대학로에 한 청년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그냥 지나가던 행인도 포스터를 보고 고민을 하던 사람들도 기분 좋은 웃음을 터트렸다.
잠시 고민하던 사람들까지 ‘나도 한번 해볼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공고였다.
***
“밥을 너무 남겼는데…….”
지연화는 고개를 기울이며 걱정스럽게 식탁 위를 쳐다보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 누나. 저러다가 배고프면 또 나와서 잘 챙겨 먹잖아.”
“그래도 밥을 끼니때 먹어야지. 한창 자랄 나이인데…….”
“그건 그렇지만… 그럼 조금 이따가 나오면 살짝 말해보자.”
12월 초, 공모전 마감이 보름 남짓 남은 상황.
한시우의 모친, 지연화는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걱정이 가실 날이 며칠이나 있겠냐 만은.
이제 한국도 돌아왔겠다, 당분간 곁에서 두고 볼 수 있겠다고 좋아했다.
그런데 며칠이나 흘렀다고 자신의 아들은 새로운 이슈를 터트렸다.
백룡영화제에서 폭탄처럼 선언한 공모전 참여.
집에서 아들의 수상 소감을 들으며 눈시울을 붉히던 이들 부부도 그 소리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연기를 잘하고 또 좋아하던 아이가 갑자기 극본을 쓴다니?
그런데 그냥 극본을 쓰겠다고 선언한 것도 아니고, 당돌하게 이번 공모전에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까지 했다.
자신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지 모를 애가 아닌데 말이다.
아니, 오히려 너무 잘 알법한 똑똑한 아이이기에 더욱 걱정이 되었다.
요즘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은데, 요즘 아이는 집으로 돌아오면 인사를 한번 하고 바로 방으로 들어가 잘 나오지를 않는다.
벌써 사춘기인가 싶어서 처음에는 덜컥 걱정이 되었는데, 매니저인 동생이 그건 또 아니란다.
요즘 지동욱은 2년 동안 아이 곁에 붙어있더니 어머니인 자신보다 제법 한시우 박사가 되었다.
“요즘 쟤 극본 마무리 작업한다고 그러는 거야. 별일 없으니까 가만히 내버려 두자.”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방 안에만 있으면 걱정이 되기 마련이었다.
으로 남우주연상을 받은 이후, 한시우에게 각종 인터뷰와 광고, 드라마, 영화 캐스팅이 정말 물밀 듯이 밀려왔다.
하지만 한시우는 몇 개의 인터뷰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것도 다 극본 작업 때문이란다.
“나이가 아직 어린데 저렇게 방에만 틀어박혀 있어도 좋을지……. 광합성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냐?”
“시우가 식물이야? 다 저러면서 크는 거지. 아직도 시우를 몰라? 쟨 자기가 한다면 하는 애야.”
저 상태인 한시우를 말릴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동욱의 말에 지연화는 내심 맞는 말이라 여겨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동욱은 심지어 한시우가 한다고 하면 걱정도 안 된다고 한다.
항상 알아서 잘했으니, 이제 누군가의 의견을 듣기보다 한시우의 뜻을 따르는 편이었다.
“휴, 알았어. 동욱이 네가 요즘 맨날 시우 곁에 붙어있었으니 그게 맞겠지.”
“그래, 잘 생각했어. 그렇게 걱정되면 저녁에 엄청 맛있는 거나 해주자고. 절대 무시 못 할 걸 만들어주면 시우도 많이 먹지 않을까?”
“그런가……?”
요즘 맨날 아들과 붙어 다니는 동생의 말에 지연화 귀가 솔깃했다.
이게 먹힌다는 생각에 지동욱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누나를 부채질했다.
“그래, 오늘 매형한테 치킨도 좀 튀겨 가지고 오라고 하자. 시우 먹은 지 오래되었잖아.”
“……알았어. 휴, 저러다가 피부가 상하면 어쩌지. 그래도 배우인데.”
“그건 내가 책임질게. 나 요즘 천역팩 만드는 거 공부하잖아. 내 배우의 피부는 내가 지킨다!”
두 사람은 금세 의기투합을 해서 비장한 표정으로 한시우를 위한 걸 준비하기 시작했다.
***
“와아, 바깥세상이다.”
“너 그렇게 말하니까 진짜 수상한 거 알지.”
“하지만, 이렇게 햇빛을 본 지가 진짜 오래됐는걸.”
집에 틀어박힌 지, 2주가 흐르고…….
드디어 공모전에 낼 극본의 초고가 완성되었다.
오늘은 오랜만에 삼촌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잠시 머리도 식힐 겸, 오랜만에 외부 미팅도 있어서 삼촌과 어디론가 향하는 중이었다.
나는 창문을 내리고 부는 바람을 상쾌하게 맞았다.
“으, 으으……. 시우야, 이제 창문 좀 올리면 안 되니? 지금 12월이라고!”
“나 이러다 좀비 돼. 바깥바람을 쐴 필요가 있어.”
“……난 너 때문에 설인 되겠다.”
우리가 티격거리면서 도착한 곳은 영화 의 제작사 ‘흰나비 제작사’였다.
오늘 제작사 측에서 의논할 게 있다고 나와 미팅을 잡아 놓은 것이다.
“안녕하세요-”
안내받은 대로 한 회의실에 들어가자 반가운 얼굴이 있었다.
“오, 시우야. 오랜만이네.”
바로 의 감독 장진홍이었다.
“감독님, 잘 지내셨어요?”
내가 넙죽 인사를 하자, 장진홍이 흐뭇하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얼른 이리로 와서 앉으라며 의자를 빼주었다.
나는 얼른 장진홍의 옆자리로 가서 답싹 앉았다.
“그럼. 시우 너는 요즘 공모전 준비 잘 되어가니?”
“휴, 일을 벌려 놔서 하긴 해야 되는데 쉽지 않네요.”
내가 엄살을 부리며 이마를 짚자, 장진홍이 귀엽다는 듯이 허허 웃었다.
와, 진짜인데.
장진홍은 이 창작의 고통을 알아주리라고 생각했건만.
“하하, 나중에 시우 네 극본은 꼭 보고 싶구나.”
“이거, 화제의 인물을 내가 다시 보네.”
“아, 안녕하세요.”
“다시 만나서 반가워요, 시우 군.”
그리고 그 뒤에는 흰나비 제작사의 대표, 박영준이 인사를 건넸다.
박영준과는 일전에 의 오디션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갑자기 시우 군이 오디션장에 쳐들어올 때만 해도 이런 자리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하하. 내가 그때 첫눈에 알아봤지, 아, 저 애를 캐스팅해야겠다.”
“오, 정말요?”
“정말이지, 그럼! 이 바닥에서 안목 없으면 벌어먹고 살기 힘들다고.”
오디션장에서는 몰랐는데, 박영준은 아주 서글서글하고 쾌활한 인물이었다.
성격 좋은 아저씨들과 이야기하는 건 재밌는 일이지.
나는 방긋방긋 웃으면서 박영준과 장진홍과 한담을 나눴다.
“그때 시우 군을 안 뽑았으면 도 이렇게 되지 못했을 거라고. 안 그래 장 감독?”
“에이. 그건 너무 오바 아니에요? 제가 아니었어도 장 감독님이면 명작을 뽑아내셨겠죠.”
기분 좋은 말을 뱉는 박영준의 말에 나는 옆에 있는 장진홍 감독 눈치를 보며 손사래를 쳤다.
그런데, 옆에서 장진홍이 아주 진지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럴 리가. 시우야.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와…… 감독님까지. 저 놀리시는 거죠.”
“하하! 아니라니까 그러네. 자자, 이제 본론으로 넘어가 볼까?”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중, 박영준이 손바닥을 싹싹 비비며 말을 꺼냈다.
오늘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일본 팬미팅 건 때문이었다.
일본에서 상영한 이 생각외로 대히트를 쳐서 흰나비 제작사 측에서 팬미팅을 기획한 것이다.
내가 소속사인 바다 엔터를 통해 전해 들은 건 딱 여기까지였다.
오늘 만나서는 구체적인 일정과 일본 스케줄 논의를 할 예정이다.
“오… 설마 제가 바다 건너가서 팬미팅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더 멀리 건너가서 촬영도 하고, 공연도 했으면서?”
“그래도 팬미팅은 느낌이 다르잖아요.”
과거에는 내 연기를 봐주는 단 한 명의 관객이 있기를 그토록 바랐었는데.
이제는 바다 건너에도 나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니…… 신기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팬미팅 날짜는 12월 24일. 크라스마스 이브다.”
“저는 이번 크리스마스도 외국에서 보내겠네요.”
내 말에 두 사람이 슈퍼스타 맞다며 껄껄 웃었다.
이 아저씨들…… 날 놀리는 게 확실하다.
“시우 군이 준비할 건 별거 없어. 간단한 장기 자랑? 춤추는 거나 노래를 준비해주면 돼. 이런 이벤트를 좋아하거든.”
“아하, 알겠어요.”
그 정도야 뭐, 쉽지.
에서 판소리도 하니까 팬들이 궁금해할 것 같았다.
내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자 박영준이 놀라며 좋아했다.
“시원시원해서 좋네. 역시 뮤지컬 영화도 찍은 배우는 다른가.”
“그러니까 말이에요. 희준 씨랑 태룡이는 장기 자랑하라니까 그걸 어떻게 하냐고 난리였는데.”
“하하, 선배님들은 그럴 수 있죠.”
나는 오늘 다른 일정 때문에 만나지 못한 남태룡과 이희준을 떠올리며 웃었다.
그 카리스마 넘치는 아저씨들이 살랑살랑 춤을 추는 모습은 과연…….
어쩐지, 굉장히 즐거운 스케줄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