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56
156화
“끝…… 났다.”
초고가 완성된 이후, 마지막까지 욕심이 내려지지 않아 퇴고에 퇴고를 거듭했다.
마지막 전날에는 잠도 안 자고 고치고 또 고쳐서 미련을 떨쳐냈다.
결국, 12월 15일 자정 10분 전.
마감 시간 직전에 올리고서 마지막으로 업로드된 파일을 확인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천천히 눈으로 확인한 후, 맨 첫 장으로 돌아왔다.
내가 한시우로 처음 완성한 극본, .
그 밑에 작가 이름에다가 ‘한시우’를 적어서 발송 버튼을 눌렀다.
정말로 모든 걸 끝마치고 나자 기분이 참 묘했다.
혼자 써서 혼자만 연기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걸 만인에게 알리게 된다니 말이다.
전생에서는 심지어 내 이름을 당당하게 내걸 수 없었다.
오스카 극단에 올리버가 가져갔을 때는 무명의 극본이라고 소개되었고.
그 뒤에 내 이름을 달고 그 극본이 연극화되는 일은 없었다.
그전에 내가 아버지, 공작 각하에게 걸려 탑에 감금당했으니까.
탑에서 쓴 극본이 바깥에 공개된 적도 당연히 없었다.
탑에 갇힌 10년 동안 쓰인 극본은 오로지 내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런데 요즘은 인터넷으로 손쉽게 극본을 제출할 수 있다니, 참 편리한 세상이다.
이메일로 제대로 메일이 보내진 것까지 확인하고서 풀썩 침대 위에 누웠다.
“으어어, 피곤하다.”
정말 모든 게 끝났다는 생각에…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한 번에 몰려왔다.
그렇게 잠이든 나는, 그만 그 후로 3일간 내리 잠만 자버렸다.
***
“도쿄는 되게 금방이네요.”
나는 널찍한 비즈니스석에서 이리저리 몸을 돌려 허리 운동을 했다.
오늘은 12월 24일.
일본에서 팬미팅이 열리는 날이었다.
우리는 지금 흰나비 제작사 측에서 제공한 항공편으로 일본 도쿄에 도착한 참이었다.
이제 곧 내릴 거라는 승무원의 안내를 듣고 굳었던 몸을 이리저리 풀어주는 중이었다.
그나저나 맨날 영국이나 미국처럼 비행시간이 긴 곳만 다녔어서 그런가.
옆 나라 일본은 굉장히 금방 도착한 기분이다.
그런데, 내 말을 들은 내 뒷자리의 남태룡이 충격먹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 방금 시우랑 세월의 차이를 확 느꼈다.”
“또 왜요.”
그 말에 옆에서 부산하게 짐을 챙기던 이희준이 대충 대답했다.
뭐라고 입을 열려던 남태룡이 그런 이희준에게 섭섭하다는 듯이 쏘아붙였다.
“또…! 희준이 너는 점점 나에게 선배에 대한 예우가 사라진다?”
“아니, 그럴 리가 있나요. 그냥 또 무슨 일인지 궁금하다는 거죠.”
이희준은 금세 온화해진 목소리로 남태룡을 달래듯 말했다.
“아니, 시우가 방금 일본에 오는 시간이 짧다고 그러잖아. 나는 지금 허리가 너무 아픈데 말이야.”
“선배.”
“엉?”
“운동하십시다. 나이 생각하셔야죠.”
결국 다시 발끈한 남태룡의 활기찬 고함 소리와 함께 우리는 도쿄 하네다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저희 지시에 꼭 따라주셔야 합니다. 이건 안전을 위한 방비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간단한 짐을 들고 출국 게이트로 향하는데 공항 직원이 다가와서 몇 번이나 이렇게 일렀다.
공항 직원이라서 그런지 간단한 영어로 말했기에 내가 일행들에게 무슨 소리인지 전달해줄 수 있었다.
그보다 일본인이 하는 영어라서 그런가.
일본어를 낼 때 나오는 특유의 발음이 뒤섞여 강용휘가 하는 영어보다도 알아듣기가 힘드네.
“그런데 왜 저렇게 비장하게 말하는 거지?”
“그러게요. 일본은 또 다른 절차가 있는 걸까요?”
“크리스마스 이브라서 공항에 사람이 많나?”
우리는 생각보다 엄중한 직원들의 모습에 약간 긴장했다.
아닌 게 아니라 나와 장진홍 감독, 남태룡, 이희준 네 사람이 고작인데 배치된 직원의 수가 너무 많았다.
삼촌을 비롯한 다른 스태프들은 다른 비행편을 타게 되어서 따로 오게 되었다.
“이제 밖으로 나갈 겁니다.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저희 지시에 꼭 따라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공항 직원은 내 단호한 대답에 조금 안심이 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출국 게이트로 나갔다.
“꺄아아아!”
“시우! 시우!!! 텐메이!!”
“안녀응하세요!”
“시우! 꺄아아아!”
아…….
우리는 출국 게이트를 나오자마자 공항 직원 당부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바깥에는 어마어마한 인파가 우리가 입국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출국 게이트 바깥에는 길을 따라 공항 출구까지 바리케이드가 처져 있었다.
그리고 양옆에는 일본인들이 바글바글 몰려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손에 피켓을 들고 있었다.
거기에는 천명이라는 한자와 내 이름을 써놓은 피켓.
내 사진과 이권 분장을 한 사진을 크게 붙인 피켓도 눈에 띄었다.
그 사이사이에 가끔 좌의정과 우의정 복장을 한 남태룡과 이희준의 피켓도 보였다.
환호하며 내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의 군단은 그야말로 구름 떼 같았다.
“시우! 꺄아아악.”
심지어 출국 게이트 앞에 자리를 잡지 못한 인파가 공항의 2층, 3층에도 진을 치고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기까지 했다.
우리는 그 광경을 보고 얼떨떨해서 잠시 멈춰서야 했다.
“빠르게 지나가겠습니다! 지금 저희가 통제 중이지만 인원이 너무 많아 바리케이드가 언제 무너질지 모릅니다!”
“네, 네.”
우리는 다급한 공항 직원의 말을 따라 일단 바깥에 대기 중인 차로 재빨리 가기로 했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재빠르게 출구로 향하면서 나는 여유롭게 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팀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함성은 더더욱 커졌다.
“우와, 귀가 아플 지경인데.”
“이게 다 우리 팬이라고……? 진짜 어마무시하다.”
길을 지나는데 양옆으로 뜨거운 열기, 엄청난 함성, 이글거리는 눈빛들이 그대로 느껴졌다.
남태룡과 이희준은 공항에서 이런 대접을 느껴본 적은 없다며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그 옆에서 나는 눈을 마주치며 졸도할 것처럼 소리를 지르는 일본 팬들을 향해 미소를 날려주고 있었다.
하, 이런 기분 정말 오랜만이군.
차가운 겨울바람보다 이 함성이 더욱 그리웠더랬다.
표정을 일부러 관리하지 않아도 활짝 웃는 표정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요즘 매일 방에서 글만 쓰다가 나와서 함성에 파묻히니 금세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았다.
일본에서 이 인기가 있다고 들었지만 이렇게나 사람이 많이 몰릴 줄이야.
“시우야, 난 가끔 네가 무섭다.”
“네? 아, 땡큐. 땡큐.”
내가 연신 방긋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자, 남태룡이 질린 눈으로 날 쳐다보며 말했다.
“어떻게 된 게 데뷔 연차를 봐도 내가 네 배는 훌쩍 넘는데, 이렇게 능숙할 수가 있을까? 심지어 여기는 외국인데.”
“사실 시우 속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 거 아니에요?”
이희준마저 허탈하다는 듯이 웃으며 덧붙였다.
이 정도가지고 뭘.
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그들의 말을 무시하고 팬서비스에 힘을 쏟았다.
생각보다 출구가 멀어서 팬들은 정말 끝도 없이 내게 피켓을 흔들고 있었다.
“시우야, 나도 좀 알려줘 봐. 팁 같은 게 있지? 어디 보고 손 흔들면 되는 거야?”
옆에서 장진홍이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내 이름만큼이나 많이 들리는 ‘텐메이’는 천명을 일본식으로 읽은 발음이었다.
자신의 작품을 저렇게 울부짖듯이 말해주자 흥분한 모양이시다.
“감독님, 여기 감독님 보려고 온 사람 없어요. 다 시우 보러 온 거지.”
“에이, 선배. 살살해요. 제가 다 아파요.”
“하하, 팬분들이 못 알아들어서 다행이네요.”
남태룡의 말에 이희준이 더 얄밉게 말을 덧붙였다.
유쾌한 세 사람의 대화에 나는 더 활짝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곧 출구가 눈앞에 보였다.
“시우, 가디마!”
“가디마, 시우! 시우!”
이제 끝이라는 걸 직감한 듯이 팬들이 애처롭게 외쳤다.
나는 뒤를 한번 빙글 돌아서 양손으로 팔랑팔랑 인사를 하며 외쳤다.
“민나, 아리가또!”
***
무사히 공항을 빠져나와 팬미팅이 열리는 거대한 홀에 도착했다.
놀랍게도 오늘 우리가 참석하는 팬미팅에는 총 2000명이 넘게 찾아온다고 한다.
생각보다 엄청난 규모로 열리는 팬미팅에 남태룡은 답지 않게 꽤나 긴장한 상태였다.
“아, 아아. 아이씨…… 날달걀을 먹어야 하는데.”
“선배님 노래는 금방 끝내도 된다니까요.”
“너 오늘 자꾸 나를 긁는다?”
그 옆에 앉은 이희준이 실실 웃으면서 남태룡의 긴장을 풀어주었다.
“시우야, 이거 오다가 사 왔는데 먹을래? 한입에 먹을 수 있는 거라서 샀는데.”
우리 곁에는 어느새 일본에 도착한 매니저들이 함께였다.
삼촌은 그새 오는 길에 샀다면서 내게 만쥬를 내밀었다.
“달 거 같은데.”
“별로 안 달아. 그래서 샀어.”
“그래?”
나는 삼촌이 준 귤 만쥬를 우물거리면서 먹었다.
오, 진짜 맛있네.
이제 곧 팬미팅이 시작할 예정이라 식사를 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매니저들이 사 온 간식거리로 요기를 하며 대기 중이었다.
“시우야, 잠깐만.”
남태룡, 이희준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대기하는데 장진홍이 나를 살짝 불렀다.
나는 얼른 일어나서 장진홍을 따라 나갔다.
복도를 따라 걷기를 잠시,
“이 방으로 들어가면 된단다.”
“아, 네.”
“나는 원래 대기실에 가 있을게.”
장진홍이 한 방으로 나를 안내한 뒤에 뒤돌아서 사라졌다.
나는 망설임 없이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실례합니다.”
“오! 시우 쿤!”
방문을 열고 들어가면, 캐주얼한 정장 차림에 머리를 깔끔하게 넘긴 잘생긴 젊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남자는 나를 보고 반갑게 일어나 인사를 건넸다.
나는 그가 내미는 손을 마주 잡으며 가볍게 웃었다.
일본으로 오기 전, 장진홍은 일본에서 나를 꼭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고 말해줬었다.
그 사람이 바로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남자.
일본의 유명 엔터테인먼트인 모리 사의 대표인 호미야 히로시였다.
“반갑습니다. 한국에서 온 한시우입니다.”
“오, 반가워요. 저는 모리 엔터의 호미야 히로시라고 합니다.”
음, 내가 할 줄 알고, 알아들을 수 있는 일본어는 여기까지였다.
간단한 회화 정도는 팬미팅에서 써먹으려고 배웠지만 이 이상 이야기하는 건 무리였다.
일본에 있는 동안 이 사람이 날 만나고 싶어 한다기에 한번은 만날 줄 알았다.
그런데 오늘 오는 길에 장진홍이 호미야가 팬미팅 장소에 직접 와서 만나기를 청한다고 전해 들은 것이다.
나 역시 이 사람을 만날 줄 알았기에 그에 대해 미리 알아보고 왔다.
일본에서 유명하고 전통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모리 엔터.
호미야 히로시는 전대 대표의 장남으로 이 엔터를 물려받은 대표였다.
호미야의 특징으로 말할 것 같으면… 엔터 대표치고 상당히 젊고, 연예인 뺨치는 부티 나는 외모를 자랑한다는 점이다.
이 정도면 대표가 아니라 직접 연예인 해야 하는 정도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대단히 영광입니다. 시우가 연기한 의 이권은 정말 감동스러운 수준이라, 제가 장 감독님에게 특별히 부탁했답니다. 오늘 무리해서 저와 만난다고 해주셔서…….”
호미야가 능숙하게 일본어로 뭐라 대답하는데, 용량 초과다.
나는 그가 품고 있는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척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
“저, 일본어, 못 해요.”
손짓 발짓으로 내 뜻을 전달하자 호미야가 오, 하고 입을 오므리며 입을 다문다.
알아들었나 보다.
“Shall we speak in English?”
나는 생긋 웃으면서 그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 역시 같은 미소와 함께 답했다.
“Of course. Mr. Han.”
나와 같은, 영국식 발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