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6
16화
마지막 공연을 마친 다음 날.
김상철이 부모님과 함께 나를 극단장실로 초대했다.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소파에 나란히 앉아 다리를 동당거리고 있기를 잠시.
문이 열리고 우리가 기다리던 비상철또 777의 극단장, 김상철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아, 시우는 이거 좋아하지?”
“우웅! 고마쯥니다.”
나는 내 몫으로 나온 카모마일 차를 얼른 내 앞으로 끌어당겼다.
안 그래도 김상철의 호출로 오늘 티타임을 놓칠 뻔했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어 참 다행이구나.
“흐흥.”
향긋한 카모마일의 향을 맡으며 즐거워하자 부모님도 커피를 받아들고 김상철과 하하호호 이야기를 나눴다.
“연극 잘 봤습니다. 저희 표까지 챙겨주시고······. 감사합니다.”
“아이, 아닙니다. 이번 공연은 시우 덕에 더 성공했는데요.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 참 면목이 없습니다. 하핫!”
김상철은 손사래를 치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럼 그럼, 나를 찾는 팬들도 아주 많았다고.
흡족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인기를 극단장도 알고 있다니 참 다행이었다.
“저희 시우 잘 챙겨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방해가 될까 봐 동욱이한테 시우를 맡겼는데, 도움이 됐으려나요?”
“괜찮습니다. 시우가 워낙 연습에도 참여를 잘해서 오히려 저희 측에 도움이 컸습니다.”
“다행이네요.”
김상철의 대답에 아버지는 한시름 놨다는 듯이 한숨을 쉬셨다.
아버지.
제가 오히려 삼촌을 도왔습니다.
이렇게 말할 수가 없어서 참 한탄스러웠다.
“안 그래도 시우가 극단에만 다녀오면 이곳 사람들이 좋다고 집에서 노래를 부르더라구요.”
“그래? 시우야. 여기 누나랑 형아들 좋니?”
“우웅! 감동님, 선우 형아, 이섭이 아조씨, 누나들 다 조아요!”
“그거 다행이구나.”
김상철은 내 대답에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사회생활이지.
나도 방긋 마주 웃으며 호로록- 카모마일 차를 들이켰다.
으음, 오늘따라 향이 좋군.
“그런데, 공연이 끝났는데 이렇게 부르시고······. 저희한테 뭐 하실 말씀이라도?”
“아아, 네. 다름이 아니라, 시우 페이 이야기도 마무리해야 하고. 따로 드릴 말씀도 있어서 모셨습니다.”
“아, 네.”
“처음 오셨을 때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극단은 신인 배우에게 회당 5만 원을 지급합니다. 하지만 이번 극이 우리 시우 덕에 너무 잘돼서 보너스 페이를 같이 넣었습니다.”
김상철이 어머니 아버지에게 봉투 하나를 스윽 내밀었다.
“저희도 당연히 배우들이 받는 돈이 너무 적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쪽 업계가 워낙···. 다른 극단은 이에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페이가 지급되죠. 저로서도 배우들을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괜히 저희 극단 때문에 다른 극단 운영에 피해가 가는 것은 또 피해야 하기에···. 핑계처럼 들리시겠죠. 죄송합니다.”
돈을 주면서도 고개를 숙이는 김상철이다.
그런 김상철을 향해 어머니가 빠르게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이미 처음부터 이야기된 상황이었는걸요. 그리고 저도 이쪽 일을 아예 모르지 않아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김상철이 거듭 사과하는 사이, 나는 빠르게 셈을 굴렸다.
회당 5만 원이면······.
내가 총 12회 올랐으니까, 60만 원은 일단 들었겠군.
나는 이곳 화폐단위인 원을 떠올리며 머리를 굴렸다.
이곳의 화폐 단위가 처음에는 헷갈렸는데, 치킨 값을 기준으로 생각하니 한결 계산이 편해졌다.
가만 보자··· 그럼 아버지네 치킨을 60마리 먹을 수 있는 돈이다.
그다지 크지 않은 돈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공연에서 나의 비중이 그만큼 적었다는 말이기도 했으니 납득이 가긴 했다.
그나저나 보너스로 얼마나 넣어주었으려나.
슬쩍 봉투를 집은 아버지 쪽으로 몸을 기울이는데, 김상철의 말이 이어졌다.
“흠흠, 저희 극단에서 앞으로 시우를 케어하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네······?”
어머니 아버지는 갑작스러운 김상철의 제안에 깜짝 놀라셨다.
오호라.
돈보다는 이쪽 얘기에 관심이 간다.
나는 몸을 바로 세우며 눈을 빛냈다.
안 그래도 여기에 더 붙어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 중이었는데.
제 발로 기회가 굴러들어왔구나!
“하핫,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는 상당히 민망합니다만······. 저희 극단이 요즘 안 그래도 대학로에서 가장 들어가고 싶은 극단에도 언급되고 그렇다네요? 나름 괜찮은 곳이라고 자부합니다만, 어떠십니까?”
민망하다면서 잘도 말한다.
그나저나 가장 들어가고 싶은 극단이라니.
이 이상한 이름의 극단이 그 정도였다니.
나는 새삼스럽게 극단장실 내부를 휘 둘러보았다.
이렇게 봐서는 절대 믿기지 않는다만······.
강용휘나 다른 배우들의 실력을 보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또, 찾아보는 관객의 수를 두고 봤을 때도 꽤 명성이 있어 보이고.
확실히 다섯 살의 나를 담기에 나쁘지 않은 곳이다.
나는 세 사람 몰래 주먹을 불끈 쥐었다.
좋아.
여기 무슨 일이 있어도 붙어 있는다.
“조아요!”
“시우야?”
나는 주저하는 부모님 대신에 대답했다.
이번에는 운 좋게 어떻게 무대에 설 수는 있었다.
이제 이 다음에 어떻게 연기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었는데.
차라리 잘 되었다.
김상철을 잘 이용해서 부모님도 설득하고!
부모님도 안심시키고!
나는 연기를 계속하고!
완벽하다.
“하하, 고맙다. 시우야. 어머님 아버님께서도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 잘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케어라고 해봤자 전속 계약 같은 건 아니고, 시우가 원할 때 여기 와서 연습도 하고, 다른 대본도 보면서 경험이나 기회를 쌓는 것으로도 충분하니까요.”
“아··· 하긴 시우가 집에서 연습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니까.”
어머니는 고개를 기울이며 생각에 잠겼다.
좋아, 반응이 그리 나쁘지 않다.
“네네. 그리고 평소에 시우가 다른 대본에도 관심을 가진다고 해서······. 다른 기회가 오기 전까지라도 저희 극단에 나와 경험을 쌓게 해주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 겁니다. 물론, 무조건 이 극단 무대에만 올라야 한다, 이런 것도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시우 나이를 생각해서 기회가 생기면 그쪽으로 가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전속 계약은 아니라는 말씀이시죠? 그런데 여긴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아니지 않나요? 극단에서 저희 시우를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셔도 괜찮으신 건가요?”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또 뭔가.
삼촌에게 물어볼 것이 새롭게 생겼다.
나는 속으로 잘 기억해두며 휙 김상철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제발······ 어머니를 잘 설득해주시오.
김상철은 어머니의 말을 듣고 살짝 놀란 듯 허, 숨을 내뱉었다.
“어머님이 정말 이쪽 업계를 꽤 잘 알고 계신 것 같네요.”
“아, 잘은 아니고······. 제가 예전에 아이돌 계약 관련한 취재를 나간 적이 있어서 조금 아는 수준입니다.”
“흐음, 우려하시는 바는 어떤 건지 제가 잘 압니다. 저도 연예계에서 지내봤고 나이 어린 신인 배우들이 어떤 수모를 겪는지 눈앞에서 많이 본 사람이니까요.”
왜인지 씁쓸해 보이는 표정을 지어 보인 김상철이 천천히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제안 드리는 겁니다. 시우 같은 소중한 재능이, 절대 그런 일을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그런 소중한 재능이 허무하게 저물어가는 걸 옆에서 많이 봐왔고, 그게 제가 이 극단을 차리고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상철의 말에 어머니가 쉬이 입을 열지 않으시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이번에는 아버지가 나섰다.
“그러시겠죠. 극단장님도 유명한 배우지 않으셨습니까? 저도 극단장님 나오는 영화 많이 봤는데.”
“아, 그러셨습니까? 이거 영광이네요.”
“그럼 저희 시우가 극단장님이 보기에 정말 재능이 있다는 말씀이신 거죠?”
아버지의 우려 섞인 질문에 김상철은 짙게 웃으며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확실히 대답해드릴 수 있겠네요. 아버님, 시우는 정말 타고난 천재입니다. 저도 그렇고 연출 보는 강용휘란 친구도 이번에 혀를 내둘렀어요. 방금 드린 말씀도 진심이지만, 솔직히 제 욕심에 이런 제안 드리는 것도 맞습니다. 시우가 옳은 방향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제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습니다.”
“정말··· 그 정도입니까? 저희 아들이?”
“그렇습니다. 제 배우 인생 30년을 걸고 말씀드리죠.”
잘한다!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김상철을 응원했다.
속으로 열렬히 그의 연설에 박수를 보내는 중이었다.
다행히 먹혀들었는지 주저하는 기색이던 아버지의 눈빛이 굳게 변했다.
“아, 그리고 저 말고도 시우를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웅?”
이건 또 무슨 소린가.
“그게 누구입니까?”
“다른 연출가님이신 건가요?”
어머니 아버지도 상당히 궁금하신지 김상철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김상철은 나를 한 번 보면서 의미심장하게 웃을 뿐이다.
“그건 아직 비밀.”
“후웅······.”
궁금하긴 한데 극단장의 눈빛을 보아하니 절대 안 알려줄 거 같다.
어차피 언젠가 만나게 해주겠지.
당장 알려주지도 않을 거 신경 끄자.
그것보다 계속 나와서 연습을 해도 된다는 말이지.
그런데 공연이 이제 막 끝나서 앞으로 며칠 동안 연습을 쉰다고 했었다.
안 되는데.
나는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다가 강용휘와 김선우하고 대화하다 들은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분명 다른 연극을 촬영해서 매일 TV로 볼 수 있는 물건이 있다고 들었는데.
“끄단장님!”
“응? 왜 그러니 시우야.”
“구럼, 저 여기 맨날 올 테니까. 그거 주시면 안 대요?”
“그게 뭘까?”
“비디오!”
순간 혀를 너무 굴릴 뻔했지만 자제했다.
저번에 삼촌에게 커피 그만 좀 먹으라고 타박할 때 배우들이 영어 발음이 너무 좋다고 난리였던 것이 기억난 것이다.
“비디오? 아, 연극 영상 비디오 말하는 거구나. 그럼 줄 수 있지.”
“우아!”
나는 너무 기뻐 손뼉을 짝짝 치며 좋아했다.
내가 낼 수 있는 최고의 리액션이었다.
세 어른은 내 재롱을 보고 또 좋아라하며 웃음 지었다.
좋았어.
이걸로 며칠 연습 못 하는 걸 때울 수 있겠군.
“이제 막 공연 끝났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열심히라니. 널 맡겠다는 보람이 있구나, 하하.”
김상철은 내 말이 퍽 기특했는지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정말 남은 건 부모님의 동의뿐.
똘망똘망한 눈을 하고 어머니를 바라봤다.
그런 내 눈을 마주친 어머니가 작게 미소를 지어 보이시더니 이내 김상철을 바라봤다.
“극단장님 말씀 한번 믿어볼게요. 동욱이도 항상 극단장님 같은 사람이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더라고요.”
“하하. 그렇습니까. 동욱이 밥 한 번 더 사줘야겠네요.”
드디어 어머니 입에서 강한 긍정의 말이 나왔다.
이야 삼촌. 오랜만에 한몫했다.
집에 가서 허리 한번 시원하게 밟아줘야겠다.
“저희 시우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잘부탁드립니다.”
부모님이 동시에 일어서 고개를 숙였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김상철도 곧바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이런 순간에 주인공인 내가 빠질 수는 없지.
“잘 부딱뜨립니다! 그딴장님!”
그 어느 때보다 명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
내가 비상철또 777에 남기로 결정한 뒤.
김상철에게 비디오를 한 아름 받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근 몇 년간 공연된 수많은 연극의 공식 영상을 김상철은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비상철또 777의 극뿐만 아니라, 외부의 크고 작은 공연들도 말이다.
무대를 직접 보지 못하는 게 아쉽긴 하지만, 영상으로 보는 것도 나름 많은 공부가 되고 있다.
그런데,
“하아······. 잘생기긴 했네.”
왜인지 지금은 나보다도 어머니가 TV를 더 열심히 보시는 것 같다.
어머니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남자주인공으로 나오는 배우였다.
이 배우의 이름은 문희성.
마치 유럽인처럼 날카롭게 정돈된 이목구비와 턱선을 가진 미남 배우였다.
내 눈에 어머니 아버지도 상당한 미모를 가지고 계시다.
집에만 있을 때에는 몰랐는데, 요즘 극단에 나가면서 길거리에 많은 사람들을 보고 깨닫게 된 사실이었다.
그런 어머니의 눈에 문희성은 특히나 더 잘생겼나 보다.
뭐··· 잘생기긴 했지.
내 눈에는 그보다 그의 연기가 더 들어왔지만.
약 10년 전 영상이라는 이번 비디오에 들어있는 연극 영상은 ‘로미오와 줄리엣’.
이번 생에도 셰익스피어와의 연이 끊어지질 않는구나.
그 당시에도 난 사람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셰익스피어는 400년이 지난 지금도 이름을 남기고 있었다.
그것도 지구 반대편에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역시 대단하다.
살아생전 그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더라면······.
감상에 젖어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영상에 집중했다.
무대에는 로미오로 분한 문희성이 등장해 줄리엣과 첫만남을 가지고 있었다.
그나저나 저 얼굴을 어디서 많이 봤더라니.
알고 보니 요즘 TV에서 몇 번이나 본 얼굴이었다.
문희성은 내가 즐겨보는 드라마의 남자주인공으로 나오고, 드라마보다 짧은 공연인 영화에도 자주 얼굴이 등장해서 알고 있었다.
“엄마.”
“응······?”
문희성의 얼굴에 취한 어머니를 톡톡 두드렸다.
“엄마아, 저 사람 몇 짤?”
“응? 아아, 문희성? 저 사람도 거의 쉰 다 되어 갈걸? 보자, 헤엑. 지금 40대 후반이래 시우야.”
그럼 저 비디오 속 문희성은 끽해야 30대 중반이라는 거군.
한국인이 더 어려 보이는 걸 감안해도 30대 초반으로밖에 안 보였다.
그런데도 저 엄청난 실력.
그러고 보니······.
나는 곰곰이 생각을 정리했다.
현재 대한민국 탑배우로 손꼽히고, 공교롭게도 로미오 역을 맡았고.
게다가 이 몸이 인정할만한 연기실력까지 갖춘 문희성을 보니 절로 생각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리처드 버비지’.
오스카 극단에 있을 시절, 같이 동고동락했던 선배 배우이자.
과거 내가 태어나서 처음 보러 간 연극 의 주인공을 맡았던 ‘리처드 버비지’가 자꾸만 연상되었다.
그 역시 런던에서 제일가는 배우로 손꼽히고, 로미오 역으로 명성을 떨친 적이 있다.
그래서 내가 믿고 따랐던 이이기도 했지.
신기했다.
리처드의 기행에 가까운 재능과 아우라.
그걸 또 가진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후움.”
나는 황홀하다는 표정으로 손을 뻗고서 대사를 내뱉는 문희성을 보고 생각했다.
한번 직접 만나고 싶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