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66
166화
당연하게도 내가 를 올릴 극장은 새로 옮긴 비상철또 777이었다.
물론, 내게 비상철또 777말고도 많은 제안이 들어왔다.
혜화의 내로라하는 다른 극장들에서도 수많은 제안이 들어왔지만, 나는 다른 선택지를 생각한 적이 없었다.
혹자는 이번에 새로 지은 건물이 좋아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바다 엔터의 투자금을 받아 김상철이 몇 년 만에 새롭게 올린 건물이었으니까.
아마 지금 대학로에서 그 어떤 극장보다 좋은 시설을 자랑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건물이 어떤가는 솔직히 상관없었다.
오히려 예전에 내가 한시우가 되어 처음으로 무대에 올랐던 예전 비상철또 777 극장에서 공연을 할 수 있었다면 더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했었을 수도 있다.
그만큼 나는 시설은 상관없었다.
단지, 비상철또 777이라는 사실만이 중요할 뿐이다.
연극제 하루 전.
“시, 시우야! 다 매진이래!”
한창 연습에 몰두하던 중이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오랜만에 비상철또 777에 매일같이 출근하던 삼촌도 고향에 돌아온 것처럼 다른 극단 식구들과 편안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이었다.
나카모토 팀이 연습 중인 연습실에 삼촌이 뛰어 들어온 것은 공예창 연극제의 사전예매 날이었다.
“으응?”
다행히 누가 연기를 하고 있던 순간은 아니었다.
삼촌은 자신이 너무 흥분했다는 걸 알았는지 황급히 강용휘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당연히 삼촌과도 안면이 있는 강용휘는 괜찮다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삼촌이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외쳤다.
“저희 공연 사전예매 벌써 싹 다 매진이에요! 세 시부터 티켓팅이었는데…… 전석 매진되는데 30초도 안 걸린 것 같아요!”
“전석 매진……?”
“버, 벌써?”
확실히 기쁜 소식이긴 했다.
하지만, 기뻐하기에는 조금 어마무시한 소식이었다.
“여기 오면서 확인했는데, 보세요. 다른 연극도 차례차례 전석 매진되고 있어요. 저희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이번 연극제를 다들 기대하고 있긴 한가 봐요.”
삼촌은 들고 뛰어온 노트북 화면을 우리에게 보여주면서 외쳤다.
우리는 강용휘의 피드백을 듣다 말고 그쪽으로 우르르 몰려가서 구경했다.
강용휘는 뭐라고 안 했냐고?
제일 먼저 삼촌한테 가서 구경한 게 바로 강용휘였다.
“와, 진짜네.”
“좌석 선택 봐……. 다 이선좌네.”
“이선좌 선생님 오셨네…….”
얼떨떨한 얼굴로 우리가 하게 될 공연의 성공을 멍하니 확인하는데, 한 단원이 불안한 목소리로 강용휘를 보며 물었다.
“감독님 저희 초대석은 있죠…?”
“……사실 별로 없어. 너희 초대할 사람 많냐?”
움찔 어깨를 굳힌 강용휘가 노트북에서 시선을 스윽 돌리며 말했다.
강용휘의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단원들 사이에서 절로 우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안 돼에! 저 저만 믿고 있으라고 주변에 큰소리쳤는데……!”
“아니, 협회에서 기간이 너무 짧다고 몇 장 못 준다는데 어떡하냐. 그래도 시우가 제일 많을걸?”
아니, 왜 갑자기 나한테 그래.
강용휘가 희생양으로 지목한 나에게 번쩍거리는 단원들의 시선이 쏠렸다.
뭐, 어쩌겠나.
……나도 조용히 그들의 시선을 피했다.
“왜 시우만 초대권 가지고 있는데요!”
“시우 작가잖냐. 시우 당선작이고.”
“아…….”
강용휘의 한 마디에 모든 불만이 잠잠해졌다.
그리고 곧 단원들이 다급하게 내게 달라붙었다.
“시우야! 나 여자친구 표 한 장만 부탁하자. 어? 남친 공연도 못 오는 게 말이 되냐!”
“나는 남편표야. 부부는 안 건드는 거 알지? 좋게 말할 때 물러서라.”
“나는 할아버지 표가……! 우리 할아버지 인터넷도 할 줄 모른다고!”
다들 간절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울부짖었다.
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천천히 그들의 손을 하나씩 잡아떼며 말했다.
“그, 제가 이미 누구를 초대할지 다 정해놔서요…….”
“그, 그런……!”
“아니 도대체 누군데! 저번에 보니까 한사모도 대부분 와서 봤더만!”
절망 어린 단원들의 말에 나도 가슴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니, 그보다 언제 한사모가 확정된 거야.
“궁금하세요?”
“어!”
“누군지나 들어나 보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오기에!”
나는 단원들의 말에 씨익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내 대답을 들은 단원들은 모두 눈이 튀어나올 듯이 커지고 입이 떡 벌어졌다.
그러니까, 어마어마한 사람을 이미 초대했는데 어떻게 이걸 무르냐고.
***
그렇게 밝은 공연 당일날.
비상철또 777의 공연장 앞은 공연을 보러 오기 위해 속속들이 도착한 사람들 덕에 엄청나게 붐볐다.
인터넷 티켓뿐만 아니라 이번 공예창 연극제는 현장 매표도 일부 열어두었다.
그래서 그런지 대학로에는 이른 아침부터 티켓을 쟁취하기 위한 사람들의 줄이 끝도 없이 이어졌었다.
심한 사람들은 의자에 텐트까지 가지고 나와 예매에 목숨을 걸었다.
“이제 극장 입장하겠습니다! 모두 티켓을 미리 준비해주시고, 천천히 조심히 입장 부탁드리겠습니다!”
사람들은 기대가 듬뿍 담긴 재잘거림과 함께 차례차례 극장으로 입장했다.
300석의 객석이 차례차례 차고 있었다.
무대는 리허설 때보다 디테일한 요소들이 꼼꼼하게 추가되어 있었다.
한국어, 일본어로 된 간판들은 더욱 시대에 맞춰 디테일을 살렸고, 배경이 조금 더 멋들어지게 추가되었다.
아득한 하늘을 표현한 배경은 조명에 따라 동틀 무렵과 해가 질 무렵을 아주 멋지게 소화해주었다.
바닥에 뒹구는 쓰레기까지 예전에 발매된 과자 봉지 같은 걸로 디테일을 살린 모습이었다.
사진을 찍는 것은 금지되어 있지만, 기자들과 평론가들도 기사를 쓰기 위해 비장한 얼굴로 카메라를 들고 입장해 있었다.
무대가 시작되면 모든 전자기기를 종료하고 촬영이 금지되는 만큼, 객석이 조금씩 채워지는 지금 상황을 사진으로 담는 기자들이 종종 보였다.
“어, 김 부장님. 직접 오신 겁니까?”
“이거, 이가은 기자 아니야? 용케 티켓을 얻었네.”
“훗, 부장님. 저는 초대권을 받아서요.”
“와, 다른 공연도 아니고 이 공연을? 누구한테?”
“후후, 비밀입니다-”
경쟁사인 잡지사의 편집장과 인사를 나누는 이가은.
그녀는 객석에서 눈에 띄는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 기자! 티켓팅 성공한 거야?”
“후후, 그런 셈이죠.”
“뭐야, 비결이 뭐야. 나 생전 이렇게 힘들게 공연 온 건 진짜 오랜만이라고.”
평소 잘 아는 평론가들과 기자들을 지나쳐 제일 맨 앞줄로 향했다.
이가은을 향해 부럽다는 식의 시선이 쏟아졌다.
“어머, 진 편집장님!”
초대석이 앉는 맨 앞줄로 갔더니, 놀랍게도 아는 얼굴이 있었다.
“와, 가은 씨도 여기야? 누구 초대받고 온 거야?”
“후후, 그러는 편집장님은요? 이번 공연은 협회 측에서 초대권도 진짜 아껴서 뿌렸다던데.”
“나야 여기 극단장이랑 오래 아는 사이여서.”
“아, 그러시구나.”
생각해보니 진 편집장도 대학로에서 오래도록 기자 생활을 했다.
그럼 연극판에서 시작한 김상철과 아는 사이라고 해도 이상하진 않았다.
“이 기자는?”
“아이참, 비밀로 하려고 했는데… 저는 이 공연 주인공이 초대해준 거예요.”
“한시우?!”
“쉿, 쉬잇. 제가 예전부터 한시우 군 기자를 자주 썼었거든요. 그런 인연으로.”
“와, 어쩌다 그런 잭팟을 터트렸데? 부럽네, 이 기자.”
“그래봤자, 저도 월급쟁이인걸요, 뭘.”
“그래도 이렇게 좋은 공연을 제일 좋은 자리에서 공짜로 보잖나. 그 정도면 됐지.”
“하긴 그것도 그러네요.”
여기 온 기자들은 이미 한시우의 대본을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보고 온 자들일 것이다.
평론가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이미 극본에 대한 분석이라며 여러 차례 글을 싣기도 한 한 평론가는 대중들에게 뭇매를 맞기도 했다.
공연도 보지 않고 펜을 놀린다고 말이다.
그만큼 대중들과 평론가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한시우의 .
오늘 이 자리에 어렵사리 취재를 하러 온 이들의 기대는 말할 것도 없었다.
“이번에 강용휘가 한바탕하면 어르신들 뒷골 좀 잡으시겠어.”
“크큭, 그것도 오늘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지.”
거기다 이미 대학로에서 유명인사인 강용휘가 연출가로 나섰다.
그의 파격적인 연출법을 잘 알고 있는 평론가들은 더욱더 기대를 하며 공연 시작을 기다렸다.
“하, 이번에는 시우가 또 어떤 대단한 연기를 보여줄까?”
“그러니까… 나 너무 기대돼. 벌써부터 눈물 나올 거 같아.”
“극 중간에 부스럭거리면 안 되니까, 지금부터 손수건 쥐고 있자.”
“그래!”
평소에 연극을 접하지 않았던 대중들도 연극의 매력을 알게 되는 것.
그게 이 공연을 만든 한시우의 목표 중 하나이기도 했으니까.
그 꿈은 약 두 시간 뒤, 대대적으로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
“하하하! 시우야. 극장 새로 지어서 얼마나 다행이냐. 300석도 지금 모자란다고 난리인데 말이야.”
“못 들어온 사람들도 밖에 바글바글 하대요. 다들 취소표 기다린다나.”
호탕하게 웃으며 오늘의 성공을 벌써부터 점치는 김상철의 들뜬 목소리.
그 뒤를 이어 차분하지만, 대단하다는 투로 말하는 강용휘의 말이 뒤따랐다.
“굿이야, 굿. 우리 극장 홍보 효과도 아주 대단하다고!”
김상철은 아주 만족스럽다는 듯이 대기실 의자에 앉아서 뿌듯하게 웃었다.
“형, 괜찮아?”
나는 이리저리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단원들 틈에서 얼굴이 허옇게 질린 성지훈을 발견하고 물었다.
그러자, 이빨이 딱딱 부딪칠 정도로 떨고 있던 성지훈이 휙 고개를 들더니 큰소리를 쳤다.
“어, 어! 나는 시우 네 옆에 있으면 괜찮아!”
“……하아?”
나는 어이가 없어서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정말 내가 말을 걸자 성지훈의 떨림이 좀 멎은 것 같다는 것이다.
그 광경을 보고 복잡하고 미묘한 속을 정리하는데, 그런 우리 둘을 보고 단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이고! 우리 충견 나셨네.”
“지훈이는 진짜 시우만 있으면 다 괜찮은가 봐.”
연습을 하면 할수록 더 충성심이 커지는 성지훈의 태도에 이제 단원들 모두가 합심을 하고 놀리기 바빴다.
그래도 상관없는지 성지훈은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헤헤거리고 웃었다.
애가 독기가 빠진 건 좋은데, 요즘 가끔 바보 같을 때가 있다.
강수정과 남연수를 섞어 놓은 기분?
“저러다가 시우 없는 장면에서는 어쩌려고 그래.”
“야, 너는! 애 앞에서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하냐!”
“허, 헙……! 지, 지훈아. 미안하다. 막상 공연 시작하면 괜찮을 거야. 리허설 때도 잘했잖아.”
“네, 넷!”
왜 다들 나를 당연하게 성지훈의 부적쯤으로 여기는 거지.
나는 한통속이 된 단원들을 훑어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 긴장이 풀렸다면 그건 그거대로 다행이긴 했다.
뭐 여하튼 이제는 성지훈이 완벽하게 친구이자 동료가 되어서 다행이긴 했다.
내가 말을 걸어서 괜찮아졌던 성지훈의 표정이 또다시 슬금슬금 굳어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성지훈의 어깨를 톡톡 쳤다.
“형, 형. 심장박동이 빨라지면 오히려 뇌가 긴장한 줄 알아. 천천히 심호흡해봐.”
“어? 아, 알았어. 후우, 하아. 후우! 하아.”
성지훈이 내 말에 크게 심호흡을 하자, 곧 모든 단원들이 나를 따라서 심호흡을 했다.
우리는 대기실을 떠나 백스테이로 가기 전까지 단체로 숨쉬기 운동을 하게 됐다.
이런 모습들을 보이지만, 나는 우리 배우들을 믿는다.
내가 직접 선택한 배우들, 그 배우들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했으니까.
“후우.”
빨리 막이 오르고, 내 극을, 내 배우들을 세상에 자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