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와, 와아…….”
탁.
강용휘는 대본을 탁 덮고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엄지를 척하고 들어 올렸다.
“이걸 진짜 해내네. 우리 작가님이 그냥 짱이다, 짱. 시우 너는 나중에 연기 못하게 되면 번역가 해도 되겠다.”
“이건 제가 쓴 극본이라 자연스럽게 한 거예요.”
내가 번역한 가본을 읽고 나서 이걸 진짜로 했냐며 고개를 젓는 강용휘는 내 말은 듣지도 않고 영어 대사 몇 개를 쩌렁쩌렁하게 읊었다.
“이거 자막 보고 외국인들 다 우는 거 아냐? 강기동 대사가 이렇게 슬프다니……. 이러면서.”
“하하, 그랬으면 좋겠네요.”
“전문가보다 네가 낫다. 시우야.”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시간만 버렸다.
처음부터 그냥 내가 한다고 할 걸 그랬다.
나는 강용휘가 감탄하는 걸 들으며 만족한 표정으로 차를 마셨다.
어, 잠깐만.
“근데 감독님.”
“어?”
강용휘는 아직까지 내가 번역한 가본을 잡고서 팔랑팔랑 넘겨보는 중이었다.
이거 언제 세계연극협회에 보내면 되느냐고.
“해석은 다 되는 거 맞죠?”
멈칫.
나는 분명 보았다.
내 질문에 순간 강용휘의 손이 멈춰버리는 것을.
“너어는 나를 뭐로 보고 인마! 당연히 다 알지!”
“크크, 그런 거죠?”
“어쭈, 웃냐? 웃어?”
한동안 강용휘를 놀리고 나서 우리는 무대 세팅에 대한 회의로 넘어갔다.
“본 공연에 올렸던 무대 세팅의 골자를 그대로 가져가도 좋을 것 같아요. 리허설 때보다 확실히 좋다는 평도 많았고.”
“일단 그쪽 무대 도면 받은 거에 맞춰서 다시 배치해보자. 내가 미리 대충 생각은 해놨는데, 막 크게 바꿀 건 없을 것 같거든.”
프랑스로 떠나기까지 한 달이 조금 넘게 남았다.
세계연극제 극장에 도착하게 되면 그로부터 2주의 무대세팅 기간을 준다.
2주 동안 제로에서부터 세팅을 시작하려고 하면 어려운 부분이 많을 것이라 했다.
아, 이건 최성주가 팁으로 알려준 것이다.
협회 측에서 도와주기는 할 테지만, 일단 현지 팀이랑 이런저런 상의를 하는 데 한계가 있을 거라나?
그래서 그곳에서 가서 준비를 시작하는 게 아닌, 한국에서 미리미리 다 준비해가는 게 나을 거란 판단이었다.
준비해간 것을 거기서 빠르게 세팅하고 난 뒤, 현지에서는 보완, 교정을 2주간 거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 준비하는 것이 결코 빠르지 않았다.
한 달 전인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하면 시간이 빠듯할 지경이었으니까.
이미 한번 올린 극이기에 기본적인 틀은 있는 상황이라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쪽 무대 크기에 맞춰 무대 소품이나 배경 설치 등을 어떻게 조정할지 회의를 거쳤다.
“으아, 대충 틀은 정해졌으니 잠시 쉬자.”
“좋아요. 저는 차 마실래요.”
“올 때 나도 커피 가져다주라.”
나는 극단장실에서 내 차와 커피를 가져다가 강용휘에게 커피잔을 내밀었다.
하도 자연스럽게 내가 차를 가지러 가자 이제 김상철도 아무 말도 안 했다.
오히려 내가 손이 닿기 편하게끔 극단장실에 있는 티백을 밑으로 내려주기도 했다.
“아 참. 시우야. 너 이거 봤냐.”
“웅? 뭐요.”
강용휘는 그렇게 말하더니 자신의 노트북을 토독 두드리다가 나에게 화면을 보여주었다.
“딱 우리 연극제 준비할 때랑 낭뜨 영화제 기간이 겹치더라고.”
“호오, 호오?”
나카모토 팀이 연극제에 갈 시즌에 낭뜨 영화제가 열린다는 소식이었다.
날짜는 연극제가 시작되기 며칠 전이었다.
낭뜨 영화제는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로 손꼽히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제다.
연기를 하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영화제이기도 했다.
“우와, 같은 프랑스네요. 진짜?”
“그러니까 말이다. 너도 언젠가 이런데 초청받고 그런 건가?”
“흐음?”
초청이라…….
나는 강용휘의 말에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세계 최고의 영화제면, 세계 최고의 배우들이 모인다는 거잖아?
그럼 내가 빠질 수가 없겠는데?
***
5월 둘째 주.
시간이 빠르게 흘러 우리 나카모토 팀은 프랑스에 막 도착한 참이었다.
“와, 땅이다…….”
오랜 비행시간이 익숙지 않은 팀원 한 명이 공항에 발을 디디며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모두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프랑스라니, 말로만 들었지 다들 이렇게 직접 온 것은 처음이란다.
“흐흥~”
미국이며, 영국에 다니던 나는 오랜 비행시간에도 거뜬해서 콧노래를 불렀지만.
“우와, 프랑스다! 버터 냄새가 나는 거 같아.”
“거짓말.”
먼저 프랑스로 온 팀원들 중에 이토록 쌩쌩한 사람은 나와 삼촌뿐이었다.
한번에 오는 비행편이 없어서 몇 차례 경유를 해 도착한 프랑스의 한 도시.
나카모토 팀은 오랜 비행에 기진맥진해져서 파김치처럼 흐물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재빠르게 우리를 데리러 온 버스를 호출했다.
버스는 우리를 싣고, 연극제가 영리는 프랑스의 ‘렌’이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협회 측에서 미리 준비해준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모든 나카모토 팀이 프랑스에 도착한 것은 아니었다.
먼저 프랑스에 온 건 무대미술 팀과 강용휘, 그리고 나와 삼촌이었다.
렌에서 나와 삼촌은 한방을 쓰게 되었다.
“둘이서 써서 그런가 엄청 넓은데?”
삼촌은 신이 나서 짐을 풀다 말고 침대 위로 다이빙했다.
저러려고 지금까지 죽어라 나랑 어머니랑 한방을 쓰라고 하고, 자기는 혼자 방을 썼구만.
어머니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 애쓰던 삼촌의 지난날이 떠올라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는 서둘러서 짐을 다 풀고 창가로 향했다.
렌의 도시풍경은 지금까지 본 그 어떤 곳보다 아름다웠다.
영국과 미국은 다소 삭막하고, 어딘가 차가운 인상이었는데 프랑스의 경관은 어딘가 따듯한 느낌이 강했다.
커다란 나무들이 여기저기 많이 우거져 있어서 그런가?
렌의 도시경관을 한눈에 담으면서 새삼 세상은 참 넓다는 생각을 했다.
과거, 노아였을 시절 나는 런던에만 나가도 세상은 참 넓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 한시우로 다시 살아가는 나는 전 세계를 누비며 온갖 도시의 모습을 눈에 담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가 묵게 되는 호텔은 연극제 참가자들을 위해 협회 측에서 통째로 빌린 호텔이었다.
물론 모든 비용을 협회가 부담해주는 건 아니었다.
초연작 프로그램에 초대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참가하는 팀이 워낙 많아서 그런지.
일정 부분은 우리가 부담을 해야 했다.
이번 연극제에 드는 비용은 원래 내가 다 내려고 했지만, 김상철이 결사반대를 했다.
내 작품으로 나가게 되는 거라, 나는 그렇게 하고 싶었건만.
결국 바다 엔터와 김상철이 함께 부담하는 걸로 해결되었다.
이것도 다 소속사와 비상철또 777을 홍보하게 될 좋은 카드가 된다나?
어찌 되었건 감사한 일이었다.
팀원들은 모두 공짜 프랑스 출장을 가게 되어서 아주 들떴다고, 강용휘에게 전해들었다.
작은 도시의 호텔이다 보니 아주 호화롭지는 않지만 적당히 깔끔하고 좋은 방이었다.
“삼촌! 이제 답사 가야지.”
“으응. 가야지.”
나는 흐물거리는 삼촌을 끌고 로비로 내려갔다.
아무래도 이 호텔에 묵는 인원들은 모두 연극제에 관련된 사람이어서 그러지 로비도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와, 가방 진짜 크다.”
“소품이나 장비 아닐까?”
삼삼오오 모여서 떠들거나 이동하는 사람들 손에 엄청난 규모의 짐들이 그득그득한 것이다.
그리고 로비 곳곳에서 들리는 언어도 제각각 달라서 참 재밌었다.
프런트에서는 불어랑 영어가 들리고, 저쪽에서는 스페인어와 독일어, 온갖 억양이 뒤섞인 영어가 들렸다.
그걸 보고 있자니 벌써 연극제가 시작된 기분이었다.
세계 연극인들이 모인다는 사실이 확 실감이 났달까.
나카모토 팀의 배우들은 연극제가 시작되기 일주일 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일주일 후에 도착하기로 했다.
배우들은 지금 다 와도 무대가 세팅되어 있지 않아서 당장 연습하기가 힘드니 말이다.
와서 연습도 할 수 없는데 체류 기간을 늘려서 좋을 건 없었다.
배우들은 이미 수십 번의 연습을 마치고 한국에서도 연극을 올렸던 만큼 일찍이 준비가 끝난 상태라 괜찮았다.
다만, 긴장감을 늦추지 않도록 나와 함께 프랑스에 오기 직전까지 마치 처음인 것처럼 철저히 리허설을 하고 무대를 체크해 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다시 만나 렌의 새로운 무대에서 리허설을 해볼 예정이다.
“와, 여기서 걸어갈 만한 거리인가 본데?”
“그러니까 호텔을 여기로 잡아주지 않았을까?”
“오, 그것도 그러네.”
나는 삼촌의 말에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호텔을 벗어났다.
우리가 향하는 곳은 2주일 뒤, 오 일간 공연을 올리게 될 연극제의 무대가 있는 곳이다.
***
“와, 너무 예쁜데?”
삼촌은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실외 극장들을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연극제가 열리는 부지는 놀이공원 규모로 넓은 부지에 실내 극장 몇 개와 실외 극장이 나뉘어서 세워져 있었다.
“아, 어서 오세요. 이쪽이에요!”
우리가 부지 내로 들어서자 저 멀리서 최성주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이에요.”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내가 최성주와 먼저 인사를 나누자, 삼촌과 강용휘도 뒤이어 그와 인사를 나누었다.
“자, 그럼 나카모토 팀이 오를 무대를 보러 가죠.”
우리는 최성주의 뒤를 따라 지정된 실내 공연장으로 걸어갔다.
“저기가 야외극장이란다. 굉장한 규모지?”
“와, 저런 게 몇 개나 있는 거예요?”
“야외극장은 총 네 개가 마련되어 있어. 신경 많이 쓴 부분이지.”
야외극장은 소리가 잘 모이도록 하기 위해 고대 그리스의 야외극장을 모티브로 해서 지어져 있었다.
땅 안으로 커다란 운석이 떨어진 듯 파여있는 홀 안에 무대와 관객석 100-200석 규모의 극장이 설계되어 있었다.
처음에 야외극장의 객석 수만 듣고 작은 규모일 거라 예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얼핏 보면 그냥 가볍게 파놓은 구덩이처럼 보이지만, 공간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만들어놓은 특수한 구조라고 한다.
옛날 생각나네.
내가 공연하던 야외극장하고는 조금 다른 모양새였지만, 흥미로웠다.
저기서 발성을 하면 정말 잘 들리려나?
최성주만 없었다면 당장에 내려가서 뭐라도 소리쳐봤을 텐데 아쉬웠다.
요즘에도 이런 곳이 있다니, 다소 거친 면이 있긴 하지만 매력적이었다.
이런 점이 이 페스티벌의 유쾌한 의미를 살리는 듯하다.
“와, 우리 조명 문제만 아니었어도 야외도 괜찮겠는데.”
“어렵게 딴 실내 극장이 울어요…….”
강용휘의 말에 삼촌이 그런 말 말라는 듯이 호들갑을 떨었다.
우리의 대화 소리에 최성주가 재밌는지 작게 웃음을 흘렸다.
우리는 부지 구석구석을 구경하며 조금씩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가면서 관객들을 위해 준비된 간이 무대와 카페테리아도 구경할 수 있었다.
공연과 공연 사이의 틈에도 축제를 찾은 관객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버스킹 공연이나 마술쇼 같은 미니 공연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꽤 구석에 있네.”
“너희의 공연을 찾으러 들어오는 관객들이 우리 축제를 즐기기 위한 장치랄까.”
“멋진 의미 부여네요.”
한참을 걸은 우리는 최성주가 멈춰 서자, 같이 멈춰 섰다.
우리 앞에는 중세시대 느낌이 나는 커다란 건물이 있었다.
웅장한 멋을 지닌 건물, 는 이 안에 있는 커다란 실내 극장에 오를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