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73
173화
“시우, 소개해줄게. 이쪽은 피에르 알리. 이번 낭뜨 영화제에 초청된 감독이야.”
피에르 알리?
낭뜨까지 올 정도면, 내가 알만한 감독일 텐데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딘이 우리 뒤에 있는 베른 극장을 가리킨다.
“이제 여기서 보게 될 영화가 피에르 알리의 영화야. 피에르의 데뷔작인데 낭뜨에 초청된 괴물 신인이지.”
데뷔작이 무려 낭뜨에 초대되었다고?
아직 작품을 보진 못했지만, 분명 대단한 실력자일 것이다.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피에르 알리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다.
“우와,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온 배우 한시우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피에르 알리예요.”
살짝 웃으며 나와 손을 맞잡은 피에르.
그는 감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려한 외모의 청년이었다.
나이도 엄청나게 어려 보이는데, 낭뜨에 초청된 감독이라니.
나는 감탄의 눈길로 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한시우라면… 딘이랑 함께 를 촬영한 그 배우 맞나요?”
그런데 피에르 역시 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나 보다.
가볍게 악수를 하고 떨어진 피에르를 딘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아아, 딘이 내 이야기를 했나 보다.
미국에서 촬영을 마친 는 아직 개봉 전이었으니까.
“하하, 맞아. 우리 주인공님이라고.”
“얘기 많이 들었어요. 엄청난 연기력을 가지고 있다던데.”
딘이 맞다고 고개를 끄덕여주자 피에르도 반가운 기색을 띠며 말했다.
아직 내 연기를 보지도 않은 사람한테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조금 쑥스럽네.
차라리 진짜 내 연기를 본 사람들한테는 도리어 당당해질 수 있었는데 말이다.
“헤헤, 아직 개봉 전이라 뭐라 말씀드리기 뭐하네요. 그러는 피에르야말로 보자마자 감독이 아니라 배우인 줄 알았어요.”
나는 쑥스럽다는 듯이 웃으면서 피에르에게 칭찬을 되돌려주었다.
솔직히, 딘의 설명이 없었더라면 내가 아직 모르는 배우인 줄 알았을 것이다.
그런데 내 말을 들은 딘과 피에르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는 게 아닌가.
딘은 피식 웃으면서 내게는 못 당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 내저었다.
“와, 시우. 어떻게 알았어? 이 친구는 자기가 쓰고 만드는 영화에 주연배우로도 출연한다고.”
“네? 정말요?”
쓰고 만드는 영화에… 주연까지?
그럼 극본도 쓰고 연출도 하고 연기도 할 줄 안다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가 그렇게 만든 첫 데뷔작이 낭뜨 영화제에 초청될 정도라니…….
내가 놀라서 피에르를 쳐다보자 그가 맞다는 듯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배우를 하고 싶어서 영화를 만드는 거죠.”
“와…….”
그게 가능하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나는 아직 쓰고 출연하는 것밖에 못 하는데, 모든 걸 다 하는 이가 실존한다니 말이다.
한국에서 나 보고 천재라고 추켜세우는 데 세계에는 이미 나보다 더한 이가 있었다.
“시우 너도 영화를 보면 깜짝 놀랄 거야. 얼른 네가 보고 나왔으면 좋겠다고.”
내가 놀라는 표정을 짓자, 옆에서 딘이 의기양양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그 모습이 얼른 자랑하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 같아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이 영화를 위해 절 초대하신 걸로 들리네요.”
“부정할 수 없겠군. 시우 너한테 꼭 보여주고 싶은 영화였거든.”
딘이 호언장담하는 말에 나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반쯤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딘은 아니었나 보다.
“딘이 그렇게 말할 정도라고요?”
“이거 쑥스럽네. 한국의 작은 천재 배우에게 너무 기대감을 심어주지 말라고.”
“하지만 사실인걸.”
딘의 말에 피에르가 인상을 쓰며 친구를 말렸다.
그런데, 이렇게 보니 그림이 조금 어색하긴 했다.
아무리 많게 보아도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피에르와 마흔이 넘어가는 딘이 이토록 절친하다니 말이다.
나는 두 사람을 바라보다가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을 밖으로 내뱉었다.
“두 분은 어쩌다 친해지신 거예요?”
나는 서슴없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신기해서 물었다.
피에르에게 이번 영화가 데뷔작이라면, 딘과 작품 활동을 함께 하는 일도 없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러자, 두 사람이 잠시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더니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피에르가 먼저 나를 찾아왔어. 이번에 데뷔하게 된 신인 배우라고 말이야. 내 팬이라기에 이야기를 나눴는데, 글쎄 그 데뷔작이 자신이 쓰고 감독까지 하는 건 줄 내가 알았겠냐고.”
딘은 별거 아니라는 듯이 덤덤하게 말했다.
최고 주가를 달리는 할리우드 배우 중 한 명이 할법한 뉘앙스는 아니었지만, 그야말로 딘 타이든 다운 답변이긴 했다.
“액션 영화는 별로 안 좋아하는데 딘의 영화만 보곤 했거든. 바로 근처에 있기에 한번 찾아가 본거지. 나도 설마 할리우드 배우를 이렇게 쉽게 만날 수 있을 줄은 몰랐어.”
“뭐? 쉽게 만나다니.”
피에르의 말에 딘이 발끈하며 말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피에르가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렇잖아. 핫도그 트럭에서 심각한 얼굴로 소스를 고르고 있던 걸 뭐.”
그 말에 풋, 새어 나오는 웃음을 그만 못 참고 말았다.
너무 그럴듯한 목격담이었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법한 사람이었으니까.
딘이 흰 눈으로 날 흘겨보고서 작게 중얼거렸다.
“…그 집이 워낙 유명해서 가본 거라고.”
“알았어, 알았어.”
피에르는 친구의 변명에 알겠다며 대충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 뒤의 이야기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잠깐 지켜보기만 했는데도 두 사람의 코드가 잘 맞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아마 핫도그를 먹다가 급속도로 친해졌겠지.
촬영 때 확인한 딘의 사교성을 생각하면 그리 어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 나는 이만 인터뷰 시간이 다 되어서. 영화 재밌게 봐요.”
그러다가 시계를 확인한 피에르가 작별 인사를 건넸다.
저녁 시간이면 그와 조금 더 영화 이야기를 나눠볼 텐데 조금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단 나는 그의 영화도 보기 전이었으니 말이다.
“어이, 피에르. 조금 이따가 시간 괜찮아? 시우가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만날 건데, 그때 함께 보자고.”
내 아쉬움을 읽기라도 한 듯이 딘이 그를 붙잡았다.
놀랍게도 피에르는 딘의 제안에 고개를 선선히 끄덕였다.
“그래, 좋아. 연락해. 이 근처에서 시간 때우고 있을 테니. 천재 배우의 솔직한 평을 기대하고 있을게요.”
“맡겨만 주세요.”
나에게 장난스러운 말을 덧붙인 피에르가 극장 뒤편으로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그가 떠나고 난 뒤, 딘 역시 화들짝 놀라서 우리를 보며 말했다.
“아차, 나도 곧 무대 인사 시간이야. 시우, 영화 보고 만나자고. 동욱도 재밌게 봐요.”
“고마워요, 딘.”
“때, 땡큐!”
딘 마저 모습을 감췄다.
나와 삼촌은 시간을 확인하고 서둘러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
엄청난 규모의 베른 극장은 상당히 많은 수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었다.
나와 삼촌은 가운데 뒷자리에서 쾌적하게 피에르 알리의 를 관람할 수 있었다.
피에르의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갔다.
그와 함께 흘러나오는 OST마저 감각적이었다.
익숙한 멜로디지만, 한 번도 이런 장면에 적합하리라고 생각한 적 없는 신선함이 묻어나오는 선곡이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시우는 충격에 빠졌다.
이게 바로… 낭뜨의 저력인가 싶었다.
피에르 알리의 는 스토리를 비롯해 연출기법과 장면 구성… 모든 것이 훌륭했다.
잔잔하고 얼핏 예상이 갈 것 같은 스토리의 전개는 마지막에 이르러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복선이 밝혀지며 반전을 선사했다.
그와 함께 더해진 감각적인 연출기법.
무대 연극도 아니고 영화 속에서 마치 조명이 있는 것처럼 세련되고 새로운 기법이 사용되고 있었다.
그야말로 매 장면이 놀랍기만 했다.
“시우야, 와… 씨. 이거 뭐냐? 어? 이 영화 뭐야?”
“…….”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나처럼 놀라서 굳어져 있던 삼촌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하자, 호들갑을 떨며 내 팔을 마구 흔들었다.
여지껏 없던 새로운 연출기법.
매 장면마다 도전 의식이 엿보였지만, 또 대중에게 너무 부담스러운 연출은 아니었다.
스토리와 함께 자연스럽게 장면에 스며들었다는 표현이 걸맞는 걸출한 연출이었다.
“진짜 재밌다. 솔직히 스토리를 다 이해하지는 못했는데…… 낭뜨에 올 만하네.”
“삼촌. 그거 알아? 이거 피에르의 데뷔작이래.”
“어, 어?! 진짜? 이게……? 그런데 낭뜨에 온 거야?”
“응, 대박이지.”
역시나.
삼촌은 아까 우리의 대화도 다 알아듣지 못하고, 영어와 불어로만 쓰여 있는 팜플렛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해서 몰랐던 모양이다.
피에르의 데뷔작이라는 걸 알게 된 삼촌은 어딘가 고장 난 사람처럼 ‘데뷔작…… 데뷔, 작…….’ 하고 중얼거렸다.
나는 넋이 나간 삼촌의 팔을 잡고 극장을 벗어났다.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하늘색이 조금 차분하게 가라앉은 게 보였다.
핸드폰을 열어 확인해보니, 딘은 아직 바쁜지 연락이 없었다.
바로 만나는 건 무리이겠다 싶어서 나는 삼촌과 함께 택시를 타고 낭뜨에 잡아놓은 호텔로 향했다.
“삼촌, 여권!”
“어, 어…….”
우리는 따로 잡아놓은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숙소는 높지 않은 층수의 호텔로 적당히 깔끔한 규모인 곳으로 골랐다.
협회 측에서 알려준 호텔보다 규모는 작지만, 급하게 구한 곳치고는 마음에 들었다.
렌과 마찬가지로 삼촌과 한 방을 쓰기로 했다.
삼촌이 먼저 샤워를 하는 사이, 나는 아까 딘이 건네주었던 낭뜨 영화제의 팜플렛을 펼쳐 들었다.
그중에서 베른 극장에서 상영하는 피에르 알리의 부분.
아직도 이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느낀 신선한 충격에 머리 한구석이 얼얼한 기분이 들었다.
팜플렛에 짧게 쓰여있는 피에르 알리의 정보를 훑어보고 있는데, 핸드폰이 짧게 울렸다.
도착한 문자를 확인한 나는 벌떡 일어나서 욕실로 달려갔다.
쾅쾅!!
-아, 깜짝이야! 왜 그래? 급해?
“삼촌! 나 잠깐 앞에 나갔다 올게!”
-뭐, 뭐? 시우야! 잠깐…!
“딘이랑 피에르 만나러 가는 거야. 걱정 마!”
나는 삼촌에게 말한 뒤 재빠르게 호텔 방을 벗어났다.
서둘러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로 내려가자, 그곳에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 딘과 피에르가 있었다.
“오, 시우! 여기야.”
놀랍게도 낭뜨의 호텔이어서 그런지.
딘이 로비 한 가운데 서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외치는 데 관광객들은 한번 쳐다본 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호텔 직원들은 쳐다보지도 않았고 말이다.
이런 광경을 보니 절로 실감이 났다.
세계적인 영화제가 열리는 낭뜨에 와 있구나, 하는 게 말이다.
“목이 마른데, 어디 들어가서 이야기할까?”
“좋아요!”
우리 세 사람은 사이좋게 호텔 바로 앞에 위치한 테라스가 딸린 펍으로 향했다.
“여기 일단 생맥주 두 잔이랑… 시우 너는 뭐 먹을래?”
“토마토 생과일 주스.”
“저거 하나 주세요.”
“네. 더 필요하신 거 없으신가요?”
“필요하면 부를게요. 지금은 우선 목이 말라서.”
앉자마자 주문을 마친 딘은 손바닥을 마주 비비며 반짝이는 눈으로 날 응시했다.
“자아, 그럼 이제 천재 배우님의 소감을 한번 들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