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시우야, 내일 연수 몇 시에 온다고 했어?”
“으응? 열 시 조금 넘어서.”
“아, 알았어. 그럼 그때까지 엄마랑 집 좀 치우고 있자?”
“웅!”
소파에 앉아 밀린 드라마를 정주행하는데 주방에서 어머니가 물었다.
내일은 말복이었다.
말복을 맞이해 삼계탕을 해 먹기로 했는데, 어머니가 먼저 남연수를 초대해서 같이 먹자고 제안하신 거다.
원래 점심시간에 맞춰서 오라고 했건만, 남연수는 오랜만에 나랑 오래 이야기하고 싶다고 아침 일찍 가도 되느냐고 물었다.
나야 상관없었다.
문제는 오히려 남연수였다.
남연수의 부친 남진용이 그렇게 오래 노는 걸 과연 허락할까, 싶었던 것.
“형, 괜찮아? 아빠가 뭐라고 안 해?”
-응! 나 한 달 동안 거의 휴가야!
“휴가……?”
통화 당시, 잔뜩 신이 나서 휴가라는 둥 이해가 안 되는 말을 하긴 했지만, 일단 내일 만나서 이야기하기로 했다.
“와, 대박.”
그리고 지금은 남연수와 남연수네 아빠 일보다 저기 저 TV 속 일이 더 시급했다.
나는 여주인공이 타고 가던 택시가 그대로 고속도로 가드레일에 부딪히는 걸 보고 두 주먹을 꼭 쥐었다.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은 한 화, 한 화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긴장감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었다.
역시나.
명성답게 단 5화 만에 여주인공이 목숨의 위협을 받고 있다.
나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개에 꼴깍 침을 삼키며 드라마에 집중했다.
“아하하하!”
“삼촌! 조용히 해!”
그러다 갑자기 작은방에서 삼촌의 큰 웃음소리가 흘러나와서 중요 조연의 대사를 놓쳤다.
성질이 난 나는 작은방을 향해 빼액 소리쳤다.
요즘 밤낮으로 뭐가 저렇게 즐거운지 툭하면 웃느라 바쁘다.
개그 프로그램이라도 보는 건지.
***
다음날.
“시우야!”
남연수가 정말 아침 일찍 우리 집에 도착했다.
남연수는 오랜만에 나를 만나서 행복한지 환하게 웃으면서 집안으로 뛰어들어왔다.
우리 집에 초대하는 건데 김성후를 부르기에는 미안해서 삼촌이 남연수네 집에 데리러 갔다 왔다.
“아! 안녕하세요. 오늘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머, 괜찮아. 시우 친구니까 함께 몸보신하면 좋을 것 같아서 불렀단다.”
“이거는 제가 오다가 사온 거예요!”
“와, 멜론이다.”
“삼계탕 먹고 먹으면 되겠네! 고맙다, 연수야.”
어머니는 고맙다고 웃으며 남연수가 사 온 멜론을 냉장고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우리는 나란히 서서 손을 씻었다.
“내가 얼른 도와드리고 온다니까.”
“그럼 내가 너무 심심해서 그래. 같이 도와드리고 얼른 놀자!”
내가 어머니를 조금 도와드린다니까 자기도 하겠다며 남연수도 나선 것이다.
나란히 욕실에서 손을 뽀득뽀득 닦고 나오니까 어머니가 대충 손질을 마친 닭을 가져다주셨다.
아버지는 가게에 나가셔서 없고, 나와 어머니 남연수 그리고 삼촌까지 네 사람이 먹을 거라 엄청 큰 토종닭을 시장에 나가서 사오셨단다.
“이 닭은 크니까 조금 오래 삶을 거거든? 대신 닭 안에 뭘 많이 채워서 끓이자.”
“좋아.”
“와, 진짜 맛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어머니가 커다란 압력솥에 삼계탕을 할 준비를 할 때, 식탁에 앉아 닭 속을 채우기로 했다.
찹쌀을 넉넉하게 넣고 그 사이사이에 대추, 잣, 인삼을 넣어서 채웠다.
“됐다!”
그리고 나는 스윽 무언가를 두 개 꺼내들었다.
“진짜 이걸로 고정이 돼?”
“그럼. 이래 봬도 나 닭집 아들이야.”
“……희희치킨에서는 삼계탕 안 팔잖아.”
“조용.”
나는 의기양양하게 긴 이쑤시개로 닭의 똥꼬 부분을 솜씨 좋게 고정했다.
다 마치고 어머니에게 가져다주자, 어머니가 닭을 받아다가 약재를 넣어 우린 국물에 넣고 뚜껑을 꽉 닫았다.
“자, 이제 조금 기다려야 하니까. 두 사람은 거실에 가서 TV라도 보렴.”
“네!”
“형. 봐?”
신이 난 내가 남연수를 보며 물었다.
어제 늦게까지 못 본 바람에 아직 방영된 최신화를 못 본 상태였다.
내가 두 눈을 반짝이며 묻자 남연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어, 아니……? 그거 너무 자극적이라던데…….”
“에이, 괜찮아. 나랑 그거 보자. 나 어제 정주행 다 못했거든.”
나는 남연수를 끌고 신나서 거실로 향했다.
이야기가 나오자 남연수가 불안한 얼굴로 어머니 쪽을 힐긋거렸지만, 나는 신경도 안 썼다.
어릴 적부터 온갖 드라마를 섭렵한 나이기에 어머니는 이제 그냥 그러려니 하고 계시다.
본격적으로 배우를 하기 시작한 뒤로는 이게 다 공부라는 내 말에 두 손을 드셨고 말이다.
“소파에 앉아서 봐야 한다?”
“당연하지!”
가끔 멀리 떨어져서 보라는 잔소리는 하시지만.
나와 남연수는 소파에 나란히 앉아 의 재방송을 보기 시작했다.
“헉……! 뭐, 뭐야. 방금 누구야?”
“있어. 범인이야. 이제 다음 화쯤에 정체가 밝혀질 거 같아.”
“악! 도망쳐!”
“…….”
몰랐는데, 남연수는 무서운 걸 잘 못 보나 보다.
귀신이 나오거나 그렇게 무서운 장면이 아닌데도 내 팔을 꼭 잡고 호들갑을 떨었다.
덕분에 나는 생각보다는 드라마에 집중할 수 없었지만, 오랜만에 듣는 남연수의 목소리라 별말 없이 드라마를 감상했다.
“얘들아! 이제 와서 먹자. 동욱이 너도!”
“어어! 나갈게!”
그러다가 두 시간이 훌쩍 지났을 즈음, 어머니가 우리를 다시 부르셨다.
나와 남연수는 재빠르게 일어나 식탁으로 향했다.
“자아, 이제 먹을까?”
어머니가 삼계탕을 아주 큰 접시에 덜어서 식탁 가운데에 놔 주셨다.
그 외에도 식탁에는 먹음직스러운 밑반찬들과 갓 만든 겉절이도 놓여있었다.
“우와아, 맛있겠다!”
“다리는 어떡하지?”
삼촌의 말에 어머니가 비닐장갑을 끼고 비장하게 말했다.
“닭이 크니까 애들 하나, 우리 하나 이렇게 나눠 먹자.”
“오, 솔로몬.”
어머니가 큼지막한 닭다리를 넓적다리 부분까지 솜씨 좋게 뜯어 우리 앞에 하나, 또 하나는 삼촌과 어머니 사이에 놔 주었다.
“많이 먹으렴. 고기 먹다가 배 갈라서 찹쌀도 먹자.”
“네!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우리는 맛있게 삼계탕을 먹기 시작했다.
오래도록 압력솥으로 끓여서 그런지 토종닭 살이 아주 야들야들했다.
“맛있다.”
“그치. 우리 엄마 겉절이랑 먹어봐. 죽여.”
“진짜? ……와, 진짜 맛있다.”
남연수는 우리 집 삼계탕에 단단히 반했는지 신나게 살을 발라먹었다.
“후훗, 연수 닭 좋아하는구나? 엄청 잘 먹네. 이것도 더 먹으렴.”
어머니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남연수의 밥그릇에 야들야들한 살코기를 발라서 얹어 주었다.
나와 삼촌은 말도 안 하고 무아지경으로 닭을 뜯어 먹고 있었다.
내 10살 치킨 인생.
이미 닭을 어떻게 분해해서 먹어야 하는지 빠삭하지.
나와 삼촌은 요령껏 솜씨 좋게 닭을 발골해서 먹는 중이었다.
“하, 이제 좀 살겠네.”
“너희 둘은 아침도 많이 먹었으면서 잘 먹네.”
나와 삼촌의 먹는 속도가 조금 느려지자 어머니가 웃으면서 말했다.
“나 이제 국물 먹을래.”
“아, 나도.”
삼촌과 함께 국물을 한가득 떠와서 찹쌀과 고기를 섞어서 퍼먹는데, 힐끔 남연수를 쳐다보았다.
나와 삼촌만큼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남연수도 정말 맛있는지 야무지게 닭을 발라먹고 있었다.
으음, 지금까지 표정을 보면 괜찮은 것 같기는 한데.
사실 오늘 남연수를 처음 부르자고 한 건 어머니였지만, 마침 나도 확인할 게 있었다.
바로 어제 등장한 기사.
한대호라는 기자가 써낸 기사는 대놓고 나와 남연수를 싸움 붙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댓글 역시 내 팬과 남연수의 팬으로 나뉘어서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혹여나, 그 기사를 보고 남진용이 남연수에게 뭐라고 하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연락이나 해봐야지,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어머니가 남연수를 초대하자고 해서 얼른 불렀다.
“연수, 찹쌀 떠 줄까?”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생글생글 웃으면서 국물과 찹쌀을 먹는 걸 보면 멀쩡해 보인단 말이지.
가는 눈으로 남연수를 관찰하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 크흠. 형, 요즘 어때? 어제 전화로 휴가라던데. 뭐 준비하는 거 있어?”
“어? 아니야! 진짜 한 달은 쉬어 보자고 해서. 헤헤, 그러다가 공승조 감독님 오디션 열린다고 해서 그거 준비 중이지만.”
남연수는 오디션이 기대된다며 해맑게 웃었다.
마침 잘 되었다.
먼저 꺼내준 화제에 나는 재빠르게 물었다.
“그…. 형, 괜찮아?”
“응? 뭐가?”
“아니, 뭐…… 어제 그 기사 있잖아. 우리 둘 오디션 나간다는 기사. 대결 구도 어쩌고 하면서 이상하게 썼던데.”
“기사……? 아아! 공승조 감독님 오디션?”
역시 남연수도 그 기사를 본 모양이었다.
내가 봐도 그 기사는 편파적이었기에 괜히 고개를 모로 돌리며 무심하게 말했다.
“어어, 그 기사는 신경 쓰지 말라고. ……집에서 뭐라고 하지는 않지?”
“응? 그럼! 나는 괜찮아. 연예인이 그런 가십거리 가지고 일희일비하면 오래 못한다고 했어.”
“하하, 연수야. 그런 말은 어디서 들었어?”
남연수의 입에서 나온 당찬 소리에 열심히 밥을 먹던 삼촌이 웃으며 물었다.
“저희 소속사 사장님이 그랬어요. 그래서 악플도 그냥 보래요. 어디서 강아지가 짖는구나~ 하고 넘기랬어요.”
“……참 좋은 교육이네.”
삼촌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남연수는 의외로 정말 괜찮은 눈치였다.
그러면서 어머니에게 닭죽도 맛있다며 콧노래를 부른다.
요즘 좀 쉬어서 그런 건지 전보다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이기는 했다.
괜히 걱정했네.
생각해보니 남연수는 예전부터 은근히 곧은 면이 있었다.
어린 애 멘탈이 튼튼해서 다행이었다.
마음이 놓인 나는 삼촌에게 그릇을 내밀었다.
“삼촌 나 국물 한 번만 더 퍼다 주라.”
***
“나 왔어.”
“오늘 일찍 왔네? 가게 괜찮아?”
“응. 내일 미팅이 있어서 오늘 저녁은 알바생들한테 맡겼어. 오, 연수 와 있었구나.”
“안녕하세요.”
말복인데도 아버지가 웬일로 일찍 퇴근하셨다.
삼계탕을 다 먹고 TV를 보고 있던 우리는 아버지를 반갑게 맞이했다.
“저어, 그럼 저 이제…….”
남연수는 아버지가 퇴근한 모습을 보고 이제 그만 가려는지 두 발을 꼼지락거렸다.
그때, 아버지가 들고 온 봉지를 들어 올리며 호쾌하게 말했다.
“삼계탕을 먹었다고? 그럼 이제 디저트 먹자.”
아버지가 사온 건 어마어마한 수의 복숭아였다.
깨끗하게 씻어온 복숭아를 아버지가 예쁘게 잘라주셨다.
미끌미끌한 복숭아는 아버지가 기가 막히게 잘 자르는 과일 중 하나였다.
“자아, 연수랑 시우 먼저 먹거라.”
“어어, 감사합니다.”
“우리 아빠 복숭아 진짜 잘 자르지.”
“응! 와 씨앗 모양이 그대로 보여.”
“그렇게 잘라야 한대.”
나와 남연수가 복숭아를 오물오물 먹었다.
상큼하고 달달한 복숭아가 부드럽게 목구멍으로 넘어갔다.
“하, 매형. 또 물복이에요? 복숭아는 딱복이라니까.”
“동욱이 너는 먹지 마라. 너 대신 오늘은 연수가 먹으면 되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물복은 복숭아 향이 덜 나잖아요.”
“딱복은 향만 강하잖냐.”
그리고 어김없이 복숭아를 먹을 때마다 벌어지는 전쟁이 시작되었다.
딱복파의 지동욱.
물복파의 한태호.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세기의 대결에 남연수의 눈이 동그래졌다.
남연수에겐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화목한 가정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