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84
184화
8월 23일.
공승조 감독의 차기작 소식이 대대적으로 공개되면서, 인터넷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모두가 기다리던 공승조 감독의 차기작 소식도 소식이고.
그와 함께 한시우와 김선우의 차기작 확정 소식도 기사로 나간 것이다.
[바다 엔터 소속, 배우 한시우와 김선우…… 동일 작품 출연 확정] [한시우의 차기작, 마이너한 판타지 영화로 밝혀져…] [한시우와 김선우가 선택한 신인 감독 ‘임수호’, 누구?] [한시우의 차기작은 신인 감독의 입봉작, 공승조 감독 신작 영화 출연 무산] [공승조 신작 남연수 출연 확정!]-임수호? 웬 듣보잡
-한시우와 김선우라니… 저건 세 번 봐야지
└저 열 번 예약이요~~
-남연수? 아… 솔직히 한시우 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 손
└22
└뭐래 한시우 나오기 전에는 남연수가 국내 탑 아니었음?
└마즘 결과만 봐도 남연수가 공승조 버스 타고 한시우는 듣보잡행
└네. 다음 방구석 듣보잡
└ㅋㅋㅋㅋ현피?
-제대로 붙었으면 이거 몰랐겠다
-그냥 둘 다 기대하면 되지 으휴 ㅉㅉ 어른이 돼라
└얘 아이디로 검색해보니까 게임 닉네임 대건초캡틴 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어휴 무섭네 우리 캡틴. 보물 찾으러 안 가심?
네티즌들은 예상치 못한 한시우의 차기작 소식에 뜨겁게 불타올랐다.
이 소식에 다들 남연수냐 한시우냐 불이 붙은 와중에, 이렇게 네티즌들이 불타게 만든 문제의 기자가 다시금 기사를 냈다.
[남연수 공감독 영화 캐스팅 확정. 한시우의 기권으로 부전승인가?]바로 오갓뉴스의 한대호 기자였다.
***
해당 기사가 난 날, 남연수는 집에서 부친 남진용과 포도를 먹고 있었다.
후배 PD가 시골 마을로 예능 프로그램을 촬영하러 갔다가 너무 좋은 포도를 봤다며 두 박스나 남진용 집에 보낸 것이다.
덕분에 남연수는 알이 크고 실한 포도를 가득 쌓아놓고 먹을 수 있었다.
“이거 누가 보내주신 거라고요?”
“있어. 배 PD라고. 후배 중 한 명이다.”
“헤에. 나중에 방송국에서 만나면 꼭 인사드려야겠어요. 포도 진짜 맛있어요.”
“…그래.”
남연수는 열심히 크고 싱싱한 포도를 똑똑 따먹었다.
한 알, 한 알 먹으면서 남연수가 손바닥에 포도 껍질을 하나씩 쌓아두었다.
두 사람이 포도를 먹고 있는 대리석 식탁에 껍질을 놓을 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티슈라도 가져오면 되겠지만, 지금 당장 달달한 포도를 입 안에 넣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진용이 조용히 일어나 식탁에 빈 그릇을 하나 내려놓았다.
“어?”
“껍질. 거기 둬라.”
“헤헤, 감사합니다.”
남연수는 옳다구나 하고 포도 껍질을 그 접시에 탁탁 털어넣었다.
그 뒤로도 남연수가 맛있다, 맛있다 하면서 열심히 포도를 먹는데, 남진용의 시선이 느껴졌다.
“왜요……?”
결국 남연수가 조용히 묻자, 남진용이 남연수를 빤히 보다가 물었다.
“기사 봤냐.”
“……!”
그 말에 남연수는 약간 움찔하다가 이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남진용이 그 모습을 보고 약간 표정이 굳자 남연수가 재빨리 튀어 오르듯이 대답했다.
“괘, 괜찮아요! 저 그런 거 신경 안 쓰는 거 아시잖아요. 저, 시우와 상관없이 열심히 해서 아빠 실망 안 시켜드릴 거예요. 정말이에요.”
안간힘을 쓰며 자신에게 말을 하는 아들의 모습에 남진용은 저도 모르게 울컥했다.
“그게 아니…!”
하지만, 곧 입을 다물었다.
남연수에 대한 미안함에 괜히 스스로 속이 상해 큰소리가 나오려 했지만, 곧 자업자득이다, 싶어서 그만두었다.
이럴 때 뼈저리게 깨닫는다.
남연수가 저렇게 되게 한 것은 다른 이도 아니라 자신이라는 것을.
지금만 봐도 악플이나 악질적인 기사에 눈치를 보는 게 아니라, 같이 식탁에 앉아 고개를 맞대고 있는 남진용의 눈치를 보고 있으니 말이다.
“저…… 그만 들어가서 대본 볼게요. 어제 회사에서 완대본 받아왔거든요.”
남진용이 조용히 쓰린 속을 다스리고 있는데, 남연수가 슬그머니 눈치를 보더니 일어섰다.
제 아비의 속을 모르는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 말에 남진용이 놀라서 물었다.
“포도는. 더 안 먹어도 돼?”
“많이 먹었어요. 괜찮아요.”
달칵.
남연수가 재빠르게 자리를 피한 식탁 위에는 포도알이 가득 달린 포도가 아직 한참 남았다.
그렇게 맛있다고 좋아했는데, 그 기사 때문에 결국 포도도 제대로 못 먹고 들어가 버렸다.
“…….”
남연수의 방문이 닫힌 것을 확인한 남진용의 표정이 순식간에 서늘해졌다.
그는 곧 분노에 가득 찬 표정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 알아봤나.”
남진용의 서슬퍼런 목소리에 수화기 너머 상대방이 뭐라 뭐라 대답을 했다.
보고를 듣는 남진용의 미간이 슬쩍 좁혀졌다.
“누구라고?”
우선, 그따위 기사를 쓴 놈부터 죽여 버리겠다는 표정이었다.
***
그날로부터 이틀 후.
서울 외곽에 위치한 고즈넉한 룸으로 된 한식당.
“하하하, 유명하신 PD님이 저같은 기자 나부랭이를 왜 보자고 하셨을까~?”
남진용의 앞에는 실눈에 넙데데한 인상을 가진 남자가 앉아있었다.
“하하, 아닙니다. 요즘 잘 나가는 기자 한 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후배 중 하나가 한 기자님을 추천해줘서요.”
“이런이런, PD님께서 저한테 뭐 부탁하실 거라도 있으신 건가요?”
남진용은 웃으며 남자를 대하고 있지만, 어째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가늘게 뜬 눈으로 눈앞에 앉은 남자, 한대호를 바라보며 남진용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그때 그 비교 기사 쓴 놈 있죠? 그놈도 같은 놈이고요. 예전에 성지훈이랑 불화설 터뜨린 것도 그놈이고요.’
남진용은 그러면서 후배가 전화로 해준 말을 떠올렸다.
남자의 이름은 한대호.
알고 보니 지금까지 남연수에게 악질적인 기사를 쓴 게 모두 이놈의 짓이었단다.
“하핫, 이거 참…… 뭐 중요한 걸 부르시려고 이렇게 조용한 곳까지 부르셨어요? 저 그렇게 쉽게 펜대 놀리는 놈 아닌데.”
한 대호는 남진용이 좋게 좋게 말해주니 확신한 듯싶었다.
유명한 PD가 자신에게 무슨 떡밥이라도 주려는 모양이라고.
그러면서 자신은 그저 그런 기자가 아니라며 기분 나쁜 인상으로 웃었다.
이 상황에서도 부탁을 들어주며 자신의 몸값을 높이려는 속셈이 엿보였다.
“일단 한잔 받으시죠.”
그 탐욕이 더덕더덕 묻은 한대호의 얼굴을 쳐다보며, 남진용은 술이 든 다기 주전자를 들어 올렸다.
“아이코. 네네, 여기 안주도 때깔이 좌르르 흐르는 게. 오늘 술맛 제대로일 것 같습니다?”
비싼 술까지 시켜서 술부터 받으라는 거 보니, 한대호는 확신했다.
오늘 뭔가 중요한 걸 시켜 먹을 건가 보다.
그러면 오늘 술도 마음껏 먹을 수 있을 테다.
건수도 들어오겠다, 비싼 음식도 먹겠다, 기분이 좋아진 한대호는 얼른 두 손으로 남진용이 따라주는 술을 받았다.
졸졸졸.
속이 뻔히 드러나는 한대호를 보고 한쪽 입꼬리를 올린 남진용은 말없이 술을 따라주었다.
한대호의 잔에 술을 가득 채우는 남진용.
졸졸졸졸.
그러나 남진용은 주전자를 기울인 채 들어 올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왈칵 술잔을 넘어서는 술에 한대호가 깜짝 놀라서 손을 털었다.
“뭐, 뭐 하시는 겁니까!”
그러나 남진용은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웃으며 끝까지 술을 따라버렸다.
마침내 거덜 난 술 주전자를 탈탈 털어낸 남진용이 스산하게 말했다.
“이런, 왜 그러는가. 많이 먹어야지. 비싼 술인데.”
어느새 그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셔 있었다.
한대호의 바짓가랑이는 이미 술로 인해 젖어 있는 상태였다.
거기에 상에도 넘쳐흐른 술이 흥건했다.
“다, 당신… 대체 뭐야!”
남진용의 눈빛을 받은 한대호는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벌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남진용. 남연수. 뭐 짚이는 거 없어?”
차분하지만 살벌한 목소리로 나간 남진용의 질문.
한 대호는 그 말을 듣고 당황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나, 남진용……? 남연, 수……. 나, 남…!”
혼자서 두 사람의 이름을 되뇌던 한대호가 홉뜬 눈으로 남진용을 쳐다보았다.
남진용의 아들이 남연수라는 것은 방송가에 알음알음 퍼져 있는 소문이긴 하지만, 대대적인 것은 결코 아니었다.
한대호같은 기레기들의 귀에는 들어가기 전이었다.
분명 기자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기사를 써댈지 뻔했으니 말이다.
그걸 알기에 같은 방송국 동료들도 쉬쉬했던 일이었다.
“하, 하하……! 그랬군, 그랬어! 남연수가 그 유명하신 남진용 피디의 아들이었어?”
그 사실을 깨달은 한대호는 한 가지 사실을 쥐었다는 듯이 기세 좋게 외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허세가 오래가지는 못하는지 술잔을 든 손과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
남진용은 한대호의 말에 일언반구도 대꾸하지 않고 고상하게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미리 따라둔 자신의 술잔을 들어 술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고급 식당에서 취급하는 증류주인지라 맛이 아주 깔끔했다.
남진용은 젓가락을 들어 안주를 뒤적이며 한대호에게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너, 개명해야겠다.”
감정이 담기지 않은 톤이었다.
뜬금없는 남진용의 말에 한대호가 눈치 없이 되물었다.
“어, 엉?”
“다시는 네 이름으로 기사 못쓰게 할 거니까 말이야.”
“……!”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유명 방송국 VBS의 간판 PD 남진용.
VBS의 터줏대감이라고 할 만큼 남진용은 이곳의 오래된 주요 인사였다.
보도국, 연예계 기자, 톱스타들은 말할 것도 없고.
여러 신문사의 사장들까지 남진용과 초면인 사람은 드물었다.
“너같은 기레기는 내가 마음만 먹으면 이 바닥이 아니라 한국을 뜨게 할 수도 있어. 아, 모두가 너를 쓰레기로 보도록 만들어줄 수도 있고.”
“이, 이……! 이건 어, 언론탄압이야…! 대중의 알권리와 기자 창작의 자유를 지금 PD라는 놈이 무시하겠다고?!”
남진용의 조용조용한 말이 이어지자, 한대호가 바르르 떨면서 대거리해왔다.
그 말에 남진용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자유? 알권리? 다른 기라성 같은 성인 배우는 못 건들고 애들이나 등쳐먹는 새끼가 그런 말을 하나.”
“뭐, 뭐……!”
“좀만 찾아보니까 알겠던데. ‘네가 건드린 건 전부 아이들이었다.’ 이걸 공론화하면 너는 물론 네 애새끼도 고개 못 들고 다닐 텐데 괜찮겠어?”
“너, 너……! 지금 더럽게 가족을 건드리겠다고? 당신 미쳤어!?”
“가족? 가족을 먼저 건드린 게 누군데!”
가족 운운하는 한대호의 말이 기폭제라도 된 듯, 남진용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여론을 만드는 건 너 같은 기레기가 아니야. 나처럼 존경받고 인정받는 유명 PD지. 애들 여행가는 프로 하나 만들어서, 네 이름 달린 기사 하나 뿌리면 넌 그냥 대한민국 매장이다.”
지독한 술 냄새를 풍기며 부들거리고 있는 한대호를 가리키며 하는 말에 한대호가 목에 핏대를 세우고 외쳤다.
“당신 사람 잘못 봤어. 내가 가만히 당하고 있을 줄 알고? 대한민국 유명 PD가 이렇게 더럽고 치사한 걸 알아도 대중이 네 뜻대로 될 것 같아?!”
“긴말 필요 없지. 잘 들어. 두 번의 기회는 없다.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 경고야.”
그리고 남진용은 미련 없이 자리를 털고서 일어났다.
“이 기회를 버리면, 진짜 더럽고 치사한 게 뭔지 보여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