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89
189화
나……?
갑자기 튀어나온 내 이름에 당황해서 나와 삼촌이 고개를 휙 돌려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벙거지 모자에 미처 다 밀지 않은 수염.
다 늘어진 티셔츠에 꼬질꼬질한 몰골의 사내가 계속해서 한시우를 외쳤다.
혹시…….
저, 저 사람이…….
내가 당황해서 그쪽을 쳐다보고 있자, 나와 그 남자의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남자가 벙거지 모자를 벗으며 날 보고서 활짝 웃었다.
“저기 있네! 한시우 군! 나 오늘 만나기로 한 박재준인데!”
나를 만난 게 퍽이나 반가운지 박재준은 손을 방방 흔들며 반가워했다.
정말 저 사람이 박재준……?
나는 강용휘의 연락을 받고 찾아본 박재준과 실제의 박재준이 너무 달라서 눈을 한번 비볐다.
인터넷 기사 속 박재준은 아주 깔끔한 사람이었단 말이다!
혼란하다, 혼란해.
“어휴, 만나서 반가워요. 시우 군 아니었으면 못 들어갈 뻔했네!”
“예에…….”
성큰 내 앞으로 다가온 박재준은 이것 보라며 바다 엔터 직원들에게 가슴을 쫙 펴며 말했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니… 분명 얼굴은 맞는 것 같기는 한데.
시끌시끌한 박재준의 외침에 로비의 직원들이 일제히 이쪽을 돌아보고 ‘이게 맞아?’라는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특히나 로비의 시큐리티 직원분들의 눈초리가 아주 따가웠다.
“하하, 하…… 아마… 제 손님, 맞는 것 같아요.”
***
“와하하! 우리 와이프가 절대 이 몰골로는 인터뷰 못 한다고 해서 전날 좀 호되게 당했지 뭡니까.”
나는 눈앞의 박재준을 쳐다보며 이전에 봤던 나우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들을 떠올려 보았다.
강용휘를 통해 박재준과 약속을 잡은 뒤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에, 나는 그에 대해서 한 차례 조사를 마친 후였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본 애니메이션 영화 중에서 그의 손에 탄생된 작품이 꽤나 많아서 반갑기도 했고 말이다.
박재준의 애니메이션 회사인 라는 간판 자체는 한국에서 그리 유명하지는 않았다.
한국이 애니메이션 부흥국이 아니라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
물론 나도 그의 이름과 회사 이름만 보고는 몰랐다.
하지만 막상 찾아보니 정말 비전 있는 회사였다.
내가 본 애니메이션 한두 개도 그가 만든 것이었고.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자, 나우 스튜디오의 작품에 대한 평도 좋았다.
이건 대중들의 생각만은 아닌지 수상도 많이 했고,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라는 수식어까지 가지고 있는 남자였다.
그리고 이번에 강용휘의 연락을 받고서 기대감을 안고 애니메이션을 찾아봤다.
꽤 최근에 만들어진 것들이었는데, 그것 또한 기대 이상이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신선한 주제 의식과 독특한 그림체.
그 두 개가 어우러져 개성 있으면서도 어딘가 편안한 느낌이 들었으니까.
물론…… 첫 만남에서 이런 커다란 충격을 줄 줄은 몰랐지만.
그럼에도 싫은 느낌은 아니었다.
왠지 말투나 인터뷰 내용으로 봐서는 겉치레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인 것뿐 같았으니.
이런 첫인상을 주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놀란 것도 잠시, 이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히야, 그나저나 저는 지금 배우 한시우보다는 극작가 한시우를 만난 감격이 너무 큽니다.”
“하하, 저한테 그런 말씀을 해주시는 분은 또 처음이네요.”
배우인 내가 아니라 극작가인 나를 찾다니.
신선했다.
처음 공모전 때만 해도 극작가 한시우에 집중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들 강기동을 연기한 나에게만 주목했지, 강기동과 나카모토를 만든 나에게 주목하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 이걸 지금보다 어린 나이에 썼다는 거 아닙니까. 너무 인상 깊게 봤습니다.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하루하루가 아까워서 제가 부산 공연을 매일 갔거든요. 마지막 공연, 마지막 회차까지 남김없이 봤습니다.”
“와, 정말요? 엄청 팬이시네요. 감사합니다.”
이 소리는 강용휘에게 못 들었는데.
웬만해서는 내가 한창 일할 시간에 전화를 안 하는 강용휘가 연락을 할 만했구나 싶었다.
그나저나 전회차를 찾아오는 팬이라니.
애니메이션화를 하고 싶다는 말이 허울뿐인 말은 아닌 것 같아서 조금 마음이 놓였다.
“한시우 군의 강기동이 기가 막히다는 소문만 들었는데, 그걸 실제로 볼 수 없어서 정말 슬플 따름입니다.”
그러면서 박재준이 한숨과 함께 덧붙였다.
안 그래도 순회공연을 하면서 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많은 팬들이 나의 강기동 복귀 소식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고 들었다.
하필 지금 임수호 감독의 촬영에 들어가 버려서…….
우리도 계획은 하고 있지만 언제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내년쯤에 기회가 된다면 저도 다시 무대에 서고 싶어요. 그때도 아마 대학로에 있는 비상철또 777에 설 것 같기는 하지만…….”
“오오, 그럼 그때 성지훈 군도 함께 오나요? 두 사람의 전설적인 캐스팅으로 다시 보기를 원하는 팬들이 많다는 건 아시죠?”
박재준은 계획이 있긴 있다는 소식에 눈이 다시 반짝거렸다.
이럴 때 보면 사업가라기보다는 그냥 공연과 스토리를 좋아하는 아저씨로 보였다.
“하하, 되도록 지훈이 형이랑 같이 서 볼게요.”
“맞다. 실제 나이는 성지훈 군이 형이군요. 이것도 놀랍네요.”
박재준은 혼자 뭐라 중얼거리면서 감탄을 터트렸다.
삼촌은 우리 두 사람이 마실 음료수를 사서 세팅해주며 그런 박재준을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실제로 애니메이션화를 할 때 그런 부분도 반영되면 캐릭터가 아주 살 것 같아요. 실제 배우들의 케미라든지…….”
“재밌는 의견이네요. 아, 저희 캐릭터를 보고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으신 건가요?”
하긴, 많은 사람들이 우리 캐릭터를 좋아라 하긴 했다.
그게 생각나서 말한 건데… 갑자기 박재준이 비장한 얼굴로 고개를 휙휙 젓더니 말했다.
“아아니! 그건 아닙니다. 무엇보다 저는 이 공연의 감정선이 선명한 것이 아주 인상 깊었어요.
자칫 자극적이거나 다루기 힘든 소재일 수 있는 시대적 배경을 훌륭하게 풀어낼 수 있게 해준 일등공신이 극 전체에 흐르는 감정선이라고 보고 있거든요.”
“와, 그래요…….”
내가 무언가 스위치를 잘못 누른 것 같다.
박재준은 웅변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회의실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점점 몸을 일으켜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다.
“그것 외에도 공연 자체로도 훌륭했습니다. 상징적인 물체나 장치를 둔 게 빛나는 장면도 기가 막힐 정도로 많았고. 시대적인 배경과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배경음악이나 뒷배경 같은 것들이 전부 자신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만화와 일치하는 게 아닙니까?”
그러니까 그냥 간단히 말해서, 우리 연극의 모든 것이 영감이 되었다는 소리 같았다.
너무 열성적으로 말을 늘어놓는 박재준의 모습에는 조금 적응을 하기 힘들었지만.
아주 고마운 소리였다.
어떤 관객보다도 우리 연극을 열심히 봐준 것이 절실히 느껴져서.
“이미 제 머릿속에 나카모토 캐릭터가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기회만 된다면 제 손으로! 꼭!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박재준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이 나고 있었다.
“후회 안 하실 겁니다. 보통 제가 이렇게 푹 빠져서 작업하는 작업물들은 다 성적이 좋았거든요.”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박재준의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긴, 그가 지금까지 만든 작품을 보면 저 자신감이 절로 이해가 되었으니 말이다.
“저도 대표님 작품 많이 봤습니다.”
“헉, 정말입니까……?”
“네. 다른 애니메이션하고는 다르게 정말 신선하고 재미있게 봤습니다. 음, , , …… 이 세 가지가 특히 특이하고 심오한 주제 의식들이 눈에 띄어서 좋았어요.”
내 말이 이어질수록 박재준은 마치 고개가 떨어질 것처럼 끄덕였다.
나우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진 작품을 줄줄이 읊을 적에는 마치 눈물이라도 흘릴 것처럼 감격했다.
“제가 생전에 나카모토를 만든 사람과 이런 이야기를 하다니…….”
“하하, 왜 그러세요. 대표님 작품도 엄청 좋던걸요?”
“그거 감격스러워서…….”
훌쩍.
박재준은 주머니에서 똘똘 뭉쳐놓은 휴지를 조금 꺼내서 자른 후 눈물을 콕콕 찍어 훔쳤다.
옆에서 삼촌은 티슈 상자를 가져다주려다가 다시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박재준이 야무지게 코까지 푸는 걸 기다리던 나는 정말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하나같이 다 동물들을 다루셨던데, 왜 갑자기 제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 하고 싶어 하시는 거죠?”
이에 박재준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인간도 동물이지 않습니까.”
생각지 못한 그의 대답에 놀라서 가만히 박재준을 응시했다.
“내가 담고 싶은 인간이라는 동물. 그 이상적인 모습이 라는 작품 안에 있어서 그럽니다.”
예상하지 못한 답변이 퍽 흥미로웠다.
“작품만큼이나 신선한 대답이네요.”
그리고 나는 테이블 밑에서 파일을 꺼내 올리며 덧붙였다.
“근데, 저도 제안이 하나 있습니다.”
박재준이 내가 내민 파일을 펼쳐보고 보고 눈이 커졌다.
파일에는 나의 또 다른 시놉시스와 대본 몇 장이 담겨있었다.
“그 안에 있는 작품도 같이 애니메이션화 작업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시놉시스는 내가 언젠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어서 쓴 시놉시스였다.
분위기나 현실 가능성 자체가 드라마, 영화와는 맞지 않아서 빼놓은 작품들.
그렇다고 톤이 레인보우 픽처스 같은 미국 분위기랑도 맞지 않았다.
마침 박재준에게 연락이 왔고, 알아보니 내가 생각한 톤과 맞을 것 같아서 이 시놉시스가 생각이 나서 준비한 것이다.
“좀 보겠습니다.”
“얼마든지요.”
박재준은 시놉시스를 다 읽고 흥미로운 눈빛이 되었다.
“뭔지 알겠네요.”
“그런가요?”
시놉시스에 불과한 스케치라 아직 완결 대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시놉시스를 읽은 박재준은 감탄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게다가 박재준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한시우다.
그가 작정하고 이걸 애니로 만들겠다고 하면 투자하지 않을 회사는 없을 것을 한 회사의 대표인 박재준이 모를 리 없다.
그런 한시우가 자신을 선택하고 조건을 내건 것이다.
이것을 놓칠 리도 없지만, 진짜로 한시우의 작품이 좋았다.
“당연히 하겠습니다. 언제까지 완대본이 나올까요?”
“원래 각 잡고 일주일이면 충분해요. 그런데 요즘 제가 영화 촬영 중이라 잘 모르겠네요.”
박재준은 내 대답을 듣고 깜짝 놀랐다.
각 잡으면 일주일? 열흘?
그 역시 작화를 하면서 스토리를 쓰는 작가이기에 그의 작업 속도가 놀랍기만 하다.
“혹시 나카모토도 그렇게 쓴 겁니까?”
“으음. 그건 첫 작품이라 훨씬 더 오래 걸리긴 했어요. 그런데 이 작품들은 이미 머릿속에 다 그려놔서 빨리 쓸 수 있어요.”
“와, 그야말로 천재네요, 천재. 한시우 군 같은 사람을 보고 조금 납득했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천재가 있는 거군요.”
“하하.”
나는 많이 들어본 이야기라는 듯이 웃어넘겼다.
매번 천재가 아니라고 둘러대기도 속 보이고 말이지.
“또 엄청난 작품이 나오는 겁니까? 그럼 저희 둘은 금방 다시 만나게 되겠네요.”
“그렇게 되겠죠? 대표님한테 되도록 빠르게 연락할게요.”
우리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눈 후, 다음을 기약하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