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이제부터 할 이야기는 내가 다음에 집필해 놓은 시놉시스에 대한 회의였다.
애니메이션을 염두에 두고 쓴 대본이니만큼 전문가가 어떤 식으로 내 대본을 볼지 궁금했다.
전혀 다른 장르에 도전하니만큼 약간 떨리기도 하고.
“제가 보내드린 완결 대본은 보셨죠?”
“그럼그럼. 안 그래도 이 시간에 가능할까 했는데. 정말로 보내서 놀랐습니다.”
각잡고 쓰면 일주일, 촬영 중이라 열흘이라고 했던 말에 맞춰 나는 딱 열흘이 되던 날.
박재준의 메일로 그에게 보여주었던 시놉시스 중 한 작품을 완결까지 써내 보내주었다.
내가 이번에 쓴 애니메이션 대본은 유명 판타지 감독인 ‘폴린’의 느낌을 생각하며 쓴 것이었다.
내가 한시우로 다시 태어나고 난 후에, 만나게 된 첫 번째 판타지 작품이었다.
영국을 배경으로 한 마법사들의 이야기는 낯선 판타지 장르에 눈살을 찌푸리던 나도 혹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처음 그 시리즈물을 보고 난 후, 밤을 새워서 그 작품을 보는 바람에 어머니가 한동안 TV를 못 보게 할 정도이긴 했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자 박재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흐음, 그 이야기가 연상되는 지점은 전혀 없는 것 같은데요.”
“물론이죠. 이건 그 작품의 오마주나 패러디한 건 아니니까요. 제가 스토리를 따온 건 아니고 그 작품의 영화 속 그 몽환적인 분위기를 가져오고 싶다고 생각한 것뿐이에요.”
“아아…… 뭔 말인지 알겠군요.”
박재준은 내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폴린, 폴린의 느낌이라… 라고 중얼거리던 박재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크으, 우리 회사에서도 처음 도전해보는 장르인데 한번 색깔을 잘 입혀봅시다.”
“감사해요.”
“그 막 안개 낀 듯한 묘한 그런 느낌 말하는 거죠? 마냥 밝지만은 않고…….”
맞다. 바로 그거였다.
나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고 박재준이 흡족하게 웃다가 고개를 들었다.
“어라? 그러고 보니 시우 군은 이런 작품을 좋아하는 건가? 지금 임수호 감독이랑 찍는 것도 마냥 발랄한 판타지 영화는 아니지 않아요?”
“네. 그렇죠. 전혀 밝지 않죠.”
“다크 판타지물을 좋아하는 건가?”
“으음, 사실 아직 제 취향을 확실하게는 잘 모르겠어요. 판타지 장르를 이렇게 접하고 만들어본 적이 이번이 처음이라서요.”
내가 이번에 쓴 대본은 요정들이 나오는 판타지 애니메이션이었다.
여기에 나우 스튜디오의 그림체와 분위기가 합쳐진다면?
“박 대표님이랑 작업을 하면 더 신선한 그림이 나올 것 같아요. 오늘 부산에 내려오는 내내 기대되던 걸요.”
“하하,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솔직히 열흘이라길래 그게 가능할까? 하고 의심했는데 정말 완벽한 대본이 도착해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그럼 이 작품은 언제쯤 제작에 들어가나요?”
“흐음, 저희는 조금 작업방식이 다른 애니메이션 회사랑은 다르게 특이합니다.”
“오? 어떤 식으로요?”
“저희는 애니를 만들고 더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더빙을 하고 애니메이션을 만들거든요. 이런 방식으로 하면 이 인원으로도 1년 안에 작품이 끝날 수 있죠. 그래서 아마…… 일 년이 지나기 전에 다음 작품에 들어갈 거라고, 저희는 예측하고 있습니다.”
“와……. 진짜로요?”
나우 스튜디오에 와서 생각보다 적은 인원이라고 생각했건만.
박재준의 설명은 놀랍기만 했다.
스무 명 정도 되는 인원으로 1년에 한 작품씩 만들 수 있다니.
거기다가 1년이 지나기 전에 새로운 작품 제작에 들어간다고까지 한다.
애니메이션 제작 환경을 생각해서 못해도 2년은 걸려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박재준에게 애니화 제의를 받고 나서 나도 이쪽 방면을 자세히 알아보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로 결정하고서 알아본 결과, 애니메이션을 만든 뒤 더빙을 입히는 게 일반적이라고 알았다.
그래서 성우들이 그 입 모양에 대사를 맞춰야 해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나우 스튜디오는 일반적인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단다.
아마 흔히 겪는 위와 같은 오류를 적게 하려는 방식인 것 같다.
“말이 나온 김에… 이런 더빙 방식이라서 말인데…….”
무슨 말을 하려는지, 갑자기 박재준이 말끝을 흐렸다.
나는 할 말이 있으면 빨리하라며 고개를 끄덕이고 그에게 집중했다.
잠시 뜸 들이던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마침내 이야기를 꺼냈다.
“시우 군이 강기동 역의 더빙을 해보는 건 어때요?”
오호, 더빙이라?
생각지 못한 새로운 연기 도전이 넝쿨째 들어왔다.
내가 쓴 시나리오의 첫 애니메이션화 작품, 그것도 내가 실제 무대에서 연기했던 주인공 ‘강기동’ 역할.
이 한시우가 거절할 리 없지.
“더빙… 재밌겠는데요?”
***
부산을 방문해 박재준과 미팅을 마친 후, 일주일이 흘렀다.
그동안 나는 서울에 올라와서 한 주 내내 영화 촬영에 매진했다.
김선우와 합을 맞추고, 그 밖에 세트장이 아닌 야외 로케에 나가 촬영을 하느라 이틀에 한 번은 밤을 새워야 할 정도로 강행군인 스케줄이었다.
영화 배경상 새벽이나 밤, 아니면 동틀 무렵을 담는 장면이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다행히 아직 10월이라 날씨가 대대적으로 추워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너무 추운 날씨에 장비도 장비지만, 백여 명이 훌쩍 넘어가는 스태프들이 추위에 떠는 것은 나나 다른 배우들에게도 상당히 마음의 부담이 되기 때문이었다.
“이거 드시고 하세요.”
“와, 설마 현장에서 군고구마를 받아 볼 줄이야.”
그러다가 밤샘 촬영에 밤 촬영이 이어지던 중 내가 반가운 간식을 돌렸다.
안 그래도 어머니가 겨울이 다가올 때, 꼭 찾는 간식이 있어서 생각이 난 것이다.
나는 삼촌과 함께 준비한 호일에 싸인 군고구마를 현장에서 모두에게 돌렸다.
“시우야, 어쩜 이런 생각을 다 했어?”
“마침 오늘 형이 부른 밀크티 트럭이랑 잘 어울리네.”
“그러게. 시우 너랑 짜지도 않았는데 꼭 짠 거 같다.”
김선우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밤 촬영이 신경 쓰인 모양이다.
오늘 그는 따듯하게 먹을 수 있는 밀크티를 가득 담은 트럭을 부른 참이었다.
스태프들은 한 손에는 따끈한 밀크티, 다른 한 손에는 군고구마를 들고 언덕 위에 위치한 촬영 현장에서 서울 야경을 바라보며 야식을 즐겼다.
“주연 배우 두 명 덕분에 오늘 촬영 하나도 안 힘들다!”
“그렇죠? 밀크티 고마워, 선우야!”
“고구마 진짜 맛있다, 시우야!”
덕분에 추운 새벽에도 현장 스태프들과 즐겁게 웃으면서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겨우겨우 힘들었던 영화 촬영을 마치고 나는 오늘 여의도의 한 녹음실로 향했다.
오늘은 의 애니메이션 더빙을 하는 첫날이었다.
처음 도전하는 장르라 왠지 영화 첫 촬영보다 더 떨리는 기분이었다.
“여기 맞지?”
“응, 맞는 거 같아. 와, 녹음실은 또 처음 와보네.”
삼촌과 나는 긴장하면서 조심스럽게 녹음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어머, 한시우다!”
“와, 실물이다. 실물.”
“안녕하세요~”
거기에는 오늘 녹음에 참여하는 프로 성우들이 잔뜩이었다.
모두가 웃는 낯으로 나와 삼촌을 맞이해주었다.
“우와… 안녕하세요.”
나는 말로만 듣던 성우들을 실제로 보자 너무 신기해서 그 자리에 멈칫 멈춰서고 말았다.
“하하, 안으로 들어와요.”
“저기 앉으면 되겠다.”
다들 목소리로 연기를 하는 업을 가진 사람들이라 그런가.
웬만한 배우들보다 더더욱 발성이 좋았다.
그중 몇몇은 동굴 보이스처럼 자체적으로 웅웅 울리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리고 그 목소리들은 어릴 적에 내가 푹 빠져서 보았던 아동 만화에 나오는 목소리들이었다.
“혹시…… 펭펭의 도라지 성우분이세요?”
나는 소파로 안내해주던 성우를 멍하니 올려다보며 물었다.
“와, 한 번에 맞췄네. 나 지금 도라지 목소리 아닌데.”
“바로 들켰네. 하하, 시우 군. 나는 누군지 알겠어?”
그러면서 끝에 말투는 맞춰달라는 듯이 그 만화에 나오는 캐릭터의 음성이 되었다.
“고고! 행복세상! 와, 거기 나오는 철이잖아요.”
“빙고.”
철이 역을 맡은 성우는 뿌듯하다는 듯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나는, 나는? ‘이제부터 시작이야. 모두 기죽지 마!’”
“몬스터월드 치치?!”
“와하하! 시우 군도 어린이는 어린이인가 보다. 만화 다 챙겨봤나 봐?”
내가 다 맞추자 성우들이 신나 하며 물었다.
“그럼요. 제가 TV를 진짜 사랑했거든요. 맨날 보던 캐릭터가 눈앞에 있는 것 같아요. 연예인 보는 기분이에요. 너무 신기해요.”
“이거 영광이네. 우리도 연예인 만나서 지금 엄청 들뜬 상황인데 말이야. 전세역전 당한 거 같은데?”
철이 역을 맡은 성우가 그건 도리어 우리가 할 말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게나 말이야. 나는 오늘 시우 군 온다고 해서 화장도 하고 왔다고.”
“맞아. 이 선배 화장한 모습 저 처음 봐요.”
“나도 쟤 입사하고 첫 출근 이후로 처음 본다. 맨날 얼굴 나오는 직업 아니라고 화장도 안 하고 다녔으면서 말이야.”
“이럴 때 한번 꾸미는 거죠.”
성우들은 서로 많이 친한 건지 거침없이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었다.
이렇게 서로 친밀한 분위기도 좋은 것 같았다.
성우들은 같은 작품에 나오지 않아도 다들 친한 건가 싶어서 신기했다.
“어? 시우 군 벌써 왔네.”
“뭐예요. 박 대표님이 지각이시네.”
“좀 봐줘라. 이것들아. 너희 먹으라고 커피 사 왔잖냐.”
마지막으로 녹음실에 들어선 것은 박재준이었다.
그는 양손 가득 성우들과 나와 삼촌, 그리고 엔지니어들이 먹을 음료를 싸들고 왔다.
“우리 기사님들부터 받으시고, 자. 너희들은 알아서들 가져가.”
“역시 박 대표님 우리 취향 잘 아시네.”
“아, 저 가을부터는 따듯한 음료 먹는단 말이에요.”
“저것이. 야, 저놈 저거 뺏어.”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죠~ 잘 먹겠습니다.”
까탈스럽게 굴었던 한 성우가 음료를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냉큼 자기 몫의 음료를 후루룩 마셨다.
다들 척척 보란 듯이 박재준이 사 온 음료 중에 자신의 몫을 가져가는 걸 보니, 평소 박재준과도 친밀한 사이인듯했다.
“뭐야. 다들 왜 이렇게 들떴어? 연예인 왔다고 이런 거야?”
박재준은 왜 이렇게 시끌시끌하냐며 웃었다.
“하하, 그럼요. 저희가 시우 군 온다고 해서 얼마나 기대했는데요.”
“그러니까 말이에요. 나카모토 이 극본 쓴 게 본인이라고 해서 저희 다 뒤집어졌었잖아요.”
“거기다 강기동을 직접 연기하기까지!”
성우들은 그런 내가 이번 애니메이션 작업에 직접 강기동 더빙 연기를 한다고 해서 기대된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이거, 연습을 한다고 했지만 성우들 앞에서 실수하면 큰일인데….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일이 터졌다.
“그러게요. 배우만 하면 좋을 텐데. 성우 일은 성우한테 맡기고 말이야.”
“아…….”
“야잇, 철수야…….”
그러다가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던 한 중년 남성의 말에 성우들이 입을 딱 다물었다.
뭐지? 싶어서 나는 음료를 마시다가 그쪽을 쳐다보았다.
웃으며 말하고는 있지만 말에 가시가 있는듯한 말투였다.
자신들은 성우이고 나는 배우라고 선을 긋는 태도.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바는 아니다.
연예인이 성우를 하는 것에 대한 비난이 많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안 좋은 시선이 뒤따를 거라는 것도 알았으니.
아마 지금 나를 치켜세워주고 있는 성우들 가운데에도 그런 생각을 품은 자들이 더 있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 저 남자, 김철수인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