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96
196화
“……이번 애니메이션은 제가 직접 그리는 거라 10년은 걸려요.”
내가 부루퉁하게 말하자 노백찬과 장진홍의 눈이 동그래졌다.
“시우야, 너 이제 그림도 그리냐?”
장진홍은 진지하게 물었다.
이 감독님은 또 뭐라는 거야.
하긴, 내가 여러 분야에 도전을 하고 있으니 저렇게 받아들이는 것도 일견 이해가 가긴 했다.
“네. 배울 겁니다.”
이왕 하는 거짓말.
나는 재능을 살려서 비장한 얼굴로 진지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노백찬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으하하! 나 원 참, 허풍도. 예끼, 이놈아. 내가 병자라고 이제 그런 것까지 속이냐?”
“진짠데요.”
내가 계속 입을 비죽 내밀고 우기자, 노백찬이 귀엽다는 듯이 내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노백찬의 반응에 장진홍은 그제야 내 말이 거짓말이라는 걸 알았는지, 피식 웃었다.
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는 노백찬의 손아귀에 실린 힘이 제법 빠져 있어서 마음 한구석이 쓰렸다.
“그럼 앞으로 나보고 10년은 더 살라는 거냐? 망가지고 있는 심장 달고 10년이나 살려면 내가 많이 노력해야겠구나.”
“네. 몸에 좋은 음식만 드세요. 의사 선생님이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마시고요.”
“알았다, 알았어.”
듣기 싫다는 듯이 투덜거리면서 노백찬은 내 말에 대답은 다 해주신다.
“내일이랑 모레는 촬영이 없으니까 또 올게요.”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야무지게 이불을 끌어다가 노백찬에게 덮어주었다.
내가 토닥토닥 이부자리를 정리하자, 노백찬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평소라면 촬영 준비에 집중하라고 했을 노백찬이 거절하지 않았다.
“심심한데 잘 되었다. 기왕 올 거면 맛있는 거라도 사 오거라.”
“뭐 드시고 싶으세요?”
내가 묻자, 노백찬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멜론. 머스크 멜론 진한 맛 나는 놈으로 좀 사 와라.”
“의사 선생님한테 드셔도 되냐고 물어보고 사 올게요.”
“이놈이. 환자가 먹고 싶은 건 먹어도 된다!”
“안 돼요. 확인할 거예요.”
노백찬과 투닥거리면서도 입안 구석이 씁쓸한 게 가시질 않았다.
지금 노백찬의 모습을 보면… 꼭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았는지 다 아는 사람처럼.
남은 시간 원 없이 쓰려는 사람으로 보였으니까.
나는 가슴께가 저려오는 느낌이지만 되면 사 오겠다며 웃었다.
“편히 주무세요. 저는 집에 가볼게요.”
“그래, 시우야. 부모님 걱정하시겠다. 밤에는 내가 남아있을 테니 걱정 말고.”
“네. 감독님. 감사해요.”
“이놈들아. 나 멀쩡하다니까? 자꾸 귀찮게 굴 거면 두 놈 다 나가라.”
병상에 누운 노백찬의 말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내일을 기약하며 병실을 나왔다.
***
어느새 10월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요즘 나는 시간만 나면 노백찬의 병실에 오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촬영을 끝내면 바로 달려오고, 촬영이 없는 날은 아침 일찍부터 와서 노백찬 곁을 지켰다.
“저녁에 집에 갈 거지? 갈 때 연락해. 데리러 올 테니까.”
“응, 고마워. 삼촌.”
삼촌은 언제나처럼 나를 병원 앞에 내려주었다.
항상 나를 데려다준 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며 빠져주었다.
나와 노백찬이 투닥거리는 동안, 그 옆에 있는 것보다 우리 둘만의 시간을 보내라는 듯이.
“흐음…….”
저녁 시간, 병원 밥을 눈앞에 두고 노백찬이 꿈쩍도 않았다.
아주 질색인 표정인 그를 보고 내가 물었다.
“왜 밥을 안 뜨세요. 많이 드셔야 얼른 일어나시죠.”
“말은 참 쉽다. 시우야, 네가 이거 일주일만 먹어봐라. 아주 쳐다도 보기 싫어지지.”
“병원 밥을 맛으로 먹나요.”
“에잇, 도저히 못 먹겠다. 물러라.”
“할아버지!”
저녁을 굶겠다고 선언하는 노백찬의 모습에 내가 놀라서 소리쳤다.
그러자 은근한 어조로 노백찬이 나를 꼬드겼다.
“시우야. 우리 치킨이나 시켜 먹을까? 내가 사마!”
이 할아버지가 정말.
내가 치킨집 아들인데 겨우 저런 유혹에 넘어갈 줄 아나.
“안 돼요.”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요즘 저녁마다 노백찬이 이런 식이다.
나는 한 번도 넘어간 적이 없지만.
“에잉. 어린놈이 깐깐하기는. 그거 한번 먹는다고 죽겠느냐. 몇 십 년을 먹고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안 먹는다고 뭐가 달라지냐. 빨리 한 마리만 시켜봐라.”
“아이참…… 안 되는데.”
그런데 오늘따라 노백찬이 매우 끈질기게 나왔다.
그러면서도 노백찬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나 역시 과거에 죽음의 순간을 맞닥뜨려 봤기에 이해는 한다.
당장 생명을 연장하는 것보다 소중한 사람과의 즐거운 시간이 더 그립고 소중하다는 것을.
“딱 한 번만. 응? 한 번만 먹자. 몇 조각 안 먹으마. 시우 네가 그만 먹으라고 하면 진짜 딱! 거기까지만 먹으마.”
“흐음…….”
그러면서도 노백찬이 이토록 먹고 싶다고 하는 걸 보니 내 마음이 흔들렸다.
“휴, 어쩔 수 없죠.”
“그래! 이번 한 번 먹는다고 내 목숨에 지장이 가는 게 아니라고.”
내가 넘어가자, 노백찬은 희희낙락해서 침대에 여유롭게 기댔다.
병원 밥은 수저 한 번 뜨지 않고, 그에게서 잊혀져만 갔다.
나는 한숨을 쉬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네에. 여기 닭 한 마리 주세요.”
그러고서 병원 이름을 말하고 바로 끊자, 노백찬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단골집이더냐? 어찌 무슨 맛인지도 안 묻고 시키는지, 허허.”
“치킨이 다 거기서 거기죠.”
나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그동안 TV나 보자고 했다.
노백찬은 좋다고 하면서 나와 함께 요즘 하는 미니시리즈 드라마에 폭 빠졌다.
“저저, 저놈 저거! 내 저럴 줄 알았다.”
처음에는 무슨 드라마냐며 탐탁지 않게 여기던 노백찬이었다.
평생 영화만을 만들고 쉬는 시간이면 집 안에 꾸며놓은 감상실에 들어가 고전 영화와 주제 의식이 특출난 작품을 감상하시던 분이니 드라마를 고깝게 여기는 것도 이해는 되었다.
하지만 입원 생활이 길어지면서 변하셨다.
내가 챙겨보는 드라마를 봐야 한다고 하자, 처음에는 마음에 안 들어 하시더니만 이제는 나보다 더욱 드라마를 기다리신다.
“알기는. 할아버지 어제 저놈 보고 착하다고 그랬잖아요. 제가 저놈 수상하다고 했는데.”
“내가 언제! 딱 봐도 얼굴에 수상이라고 적혀 있구만.”
노백찬은 시치미를 뚝 떼면서 오늘 밝혀진 흑막을 가리키며 고개를 저었다.
어제 내가 수상하다고 하자, 사람 보는 눈이 그렇게도 없냐고 일장연설을 하시더니만.
어떻게 저렇게 뻔뻔하게 손바닥 뒤집듯이 말이 바뀌시는지…….
저것도 다 연륜에서 나오는 우기기인가?
“그것도 어제 제가 한 말이잖아요.”
“일없다. 증거 있냐? 어? 어어? 어이고! 큰일 났네.”
유치하게 내 말을 받아치던 노백찬은 TV를 보며 흥미진진하게 흘러가는 드라마 장면에 이불을 꾹 움켜쥐셨다.
매번 영화를 보면서 저 장면을 어쩌고, 이다음 장면은 어떻고, 하는 진지한 이야기를 하시던 그분이 맞나 싶다.
그래도 적적한 병실 생활을 재밌게 하시는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아, 닭 왔나 봐요.”
“오, 그러냐?”
드라마가 거의 끝날 즈음 내가 배달한 음식이 도착했다.
1시간 뒤 눈앞에 도착한 것은 다름 아닌 백숙이었다.
“많이 드세요, 할아버지.”
나도 물론 노백찬의 입장을 이해한다고는 했지만, 그건 내가 노아였을 때의 얘기고.
지금은 한시우다.
그만큼 노백찬과 하루하루의 시간이 소중한 사람이다.
지금의 입장이 되니 선뜻 건강에 안 좋을 거 알지만 치킨 드세요, 하며 치킨을 건넬 수가 없었다.
가는 사람이야 마음껏 사는 것이 마음 편하겠지만, 남은 사람이 마음이 편하겠는가.
내가 백숙에서 커다란 다리를 잘 발라내 내밀었다.
노백찬은 속았다는 듯이 나를 흘겨보며 내가 내민 닭다리를 받지 않으신다.
“이게 시우 네 놈한테는 치킨으로 보이냐.”
“치킨보다 더 맛있는 백숙이죠. 몸에도 부담 덜 가는.”
“안 먹는다. 네 놈이나 많이 먹어라.”
단단히 토라진 듯 노백찬이 고개를 휙 돌리고 내 닭다리를 무시하신다.
아, 이거 꽤 뜨거운데.
나는 닭다리를 다시 내려놓고 노백찬을 달랬다.
“할아버지… 걱정하는 제 생각도 해주세요. 자, 얼른 드세요. 다 식어요.”
“에잉…….”
노백찬은 마뜩잖다는 듯이 백숙을 내려다보았다.
나는 다시 닭다리를 집어 그에게 내밀었다.
쳐다는 보시는 걸 보니, 이 고소한 냄새에 조금 마음이 동하신 모양이다.
“그래도 병원 밥보다는 백숙이 훨씬 맛있잖아요. 치킨 드시게 하면 제가 간호사 선생님한테 크게 혼나요.”
“이번만이다.”
“감사해요.”
나는 아직 살날이 너무나 길다.
그래서 아직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웃으면서 백숙을 잘 뜯어먹는 노백찬을 바라보았다.
“할아버지, 저 내일부터는 당분간 못 올 거예요.”
내 말에 노백찬은 먹던 고기를 내려놓고 잠시 날짜를 가늠했다.
“흠, 벌써 내일이구나. 조심히 다녀오거라.”
“네.”
“간만에 네놈이 없어서 조용하겠네.”
“저 없는 동안 아무거나 드시면 안 돼요? 관리 잘하고 계셨는지 제가 체크할 거예요.”
“아이고, 알았다! 알았어! 얼른 가라!”
노백찬은 이어지는 내 잔소리에 진절머리 난다는 듯 알겠다며 호통을 쳤다.
그러면서 입에 잘 맞는지 백숙을 드시는 데 집중했다.
“이렇게 저한테 호통치는 것 보니 곧 퇴원하시겠네.”
나는 노백찬이 천천히 백숙을 다 먹는 걸 확인하고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다녀올게요, 할아버지.”
“그래.”
나는 웃으며 병실을 나섰다.
도착해서 전화하겠다는 말을 잊지 않고서.
***
[의 한시우, 에 ‘남자아역상’ 후보에 오른다] [로컬 시상식으로 명성이 자자한 ‘블루 플레임’, 한시우에게 그 아성이 무너지나?] [한시우, 미국 최대 영화 시상식 ‘블루 플레임’ 최초로 동양인 수상자 되나?] [, 미국 40여 개 주에서 1위 달성]한시우가 ‘블루 플레임’에 노미네이트 되면서 국내외 가릴 것 없이 수많은 기사가 쏟아졌다.
시상식 이틀 전, 한시우는 미국으로 출국했다.
현지에서 레인보우 픽처스 사 직원을 만나 시상식과 관련해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은 추측했다.
그러던 중, 한국에서 한 기사가 화제가 되었다.
‘자키스 몰드’라는 외신 기자가 미국에서 발표한 기사로, 동양인이 에서 상을 받은 적이 없다는 걸 지적한 내용이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시상식으로 일컬어지는 은 지금껏 미국인이 모든 상을 수상해 왔다.
다른 국적의 배우들이 상을 타기 시작한 것이 최근이고, 그것도 서양인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에서 한시우가 수상하는 것은 미국에서 개최하는 ‘블루 플레임’의 불명예라고까지 단언했다.
그의 기사가 전 세계에 퍼지면서 이번 ‘블루 플레임’은 한시우가 상을 타느냐 마느냐 보다는 과연 동양인인 한시우를 미국 ‘블루 플레임’이 받아들이냐 마느냐로 이목을 끌게 되었다.
전미에서 는 기념비적인 높은 성적은 한시우가 상을 받아도 충분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상당히 다른 의미로 이번 ‘블루 플레임’은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별들의 전쟁이 될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