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97
197화
이제 겨우 11월 1일이지만 LA 거리에는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치장을 해놓은 곳이 있었다.
나와 삼촌은 이건 빨라도 너무 빠른 게 아니냐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약속 장소로 향했다.
“시우!”
우리가 찾은 곳은 미국의 한 호텔 레스토랑이었다.
이번에 묵게 된 곳은 아니고, 만날 이들이 잡은 레스토랑이었다.
숙소는 이번에 내가 묵는 곳이 좋고, 음식 맛은 이곳이 더 좋다며 저녁 식사를 이곳에서 하기로 한 것이다.
“오랜만이에요.”
“정말 너무 보고 싶었다고.”
“오는 데 안 힘들었지?”
“그럼요. 하루이틀 오는 것도 아닌걸요.”
제시카는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나와 포옹을 했다.
그 뒤에는 루카스가 반갑다는 얼굴로 인자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3개월 만에 만났지만, 그는 여전히 중후한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나는 간만에 만난 친구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일단 테이블에 앉았다.
여기는 뭐가 맛있느냐는 질문에 일행들은 알아서 시켜주겠다며 나는 메뉴판도 못 들게 했다.
“동욱 씨, 뭐 가리는 거 있어요?”
“아, 아뇨. 뭐든 잘 먹습니다.”
다행히 오늘 자리에는 조이수가 함께라서 삼촌도 영어 울렁증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조이수가 영어가 서툰 삼촌을 배려해 그의 옆에 앉아 준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화기애애하게 떠들며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정통 미국식 음식을 보여줄게.”
제시카가 호언장담한 대로 테이블 위로 익숙한 음식들이 세팅되었다.
“어…… 생각보다 평범한데.”
옆에서 삼촌이 중얼거리는 것처럼 나오는 음식들은 미국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들이었다.
두툼한 베이컨에 포실포실한 스크램블 에그, 베이글과 스프가 종류별로 서빙되었다.
꼭 이 레스토랑에 와야 한다길래 택시까지 잡아 타고 왔건만 솔직히 이게 맛있으려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한번 먹어보라고 시우. 깜짝 놀라게 될걸?”
그런데 웬일로 루카스까지 약간 상기되어서 하는 말에 반신반의하는 기분으로 한입 음식을 먹었다.
“오오옷!”
“와…….”
삼촌과 나는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놀라서 눈을 둥그렇게 뜬 우리를 보고 두 명의 미국인들과 조이수가 유쾌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솔직히 평범한 음식이라서 별 기대 안 하신 거죠?”
“네, 네…….”
삼촌은 조이수의 질문에 부끄럽다는 듯이 바로 시인했다.
나 역시 그랬기에 신기한 눈으로 방금 나온 따끈따끈한 음식들을 바라보았다.
“우리가 괜히 이곳으로 두 사람을 초대했겠어? LA 호텔 중에 기본적인 음식을 이렇게 맛깔스럽게 하는 곳은 이 호텔이 유일하다고.”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하는 제시카의 말에 절로 동조가 되었다.
이곳은 정말 여태껏 내가 먹은 그 어떤 호텔 조식보다 훌륭한 음식을 내오고 있었으니.
“진짜 맛있네요. 지금까지 제가 먹은 베이컨과 베이글은 모두 사기라고 생각될 정도예요.”
“그렇지?”
제시카는 내 반응에 한껏 기분이 좋아져서 이곳의 스프도 정말 끝내준다고 내 앞으로 밀어주었다.
“하하, 제시카. 제가 알아서 잘 먹을 수 있어요. 세 분도 드세요. 저한테 그릇이 다 있으면 못 드시잖아요. 저 이제 어린 애 아니라구요.”
“여기서 제일 잘 먹어야 하는 건 시우, 너라고.”
내 만류에도 제시카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물론, 이 테이블에 그런 그녀를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루카스는 빙긋 웃으면서 제 몫의 와인을 들이켤 뿐이었다.
“제시카, 방금 시우보고 왜 이렇게 쑥쑥 컸냐고 하지 않았어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조이수의 태클에도 제시카는 꿋꿋했다.
베이글 말고 다른 종류의 베이커리도 시켜준다는 그녀의 말에 일단 먹고 시키자고 겨우 말려야 했다.
장장 2년 만에 본 제시카는 예전과 그대로였다.
아니, 오히려 더 활달해진 것 같기도 하고?
“시우 너를 오랜만에 봐서 제시카 기분이 너무 좋은가 봐.”
오늘 조심하라는 장난 섞인 걱정을 담아 조이수가 귀띔해주었다.
아하, 문자나 전화를 주고받기는 해도 전 세계를 돌면서 공연을 하던 제시카와 직접 만나는 게 너무 오랜만이긴 했다.
그래서 평소보다 더 들뜬 모양이다.
나 역시 미국은 오랜만에 온 것이니 말이다.
그래도 관련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사실 3개월밖에 안 됐지만.
그동안 하도 왔다갔다 해서 그런지 오랜만인 기분이긴 했다.
“시우 지금 촬영하고 있는 판타지 영화는 어때? 와이어 액션에 도전했다고 했잖아. 이제 부상은 없어?”
제시카는 그동안 못 만난 한풀이라도 하듯이 끊임없이 질문을 쏟아냈다.
그나저나 배에 멍이 들었었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 걸 그랬다.
만나는 모든 사람이 저거에 대해 물어봐서 이제 대답하기 곤란할 정도였다.
“그럼요. 몇 개월 촬영하면서 이제는 많이 익숙해졌어요. 꿈에서는 그냥 날아다니곤 해요.”
“하하, 시우를 주인공으로 해서 피터팬 같은 영화라도 찍어야겠는걸?”
“제시카. 그거 좋은 생각인데…?”
문제는 우리가 농담처럼 주고받는 말에 진지하게 받는 루카스가 있다는 것이다.
그 말에 제시카는 퍼뜩 생각난 게 있다는 듯이 나를 붙잡고 물었다.
“맞아! 시우, 애니메이션화 하는 작품은 어때? 맞지? 크으, 시우가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있는 줄 알았다면 우리가 먼저 낚아채는 건데!”
“그러게나 말이야. 시우, 왜 그런 건 미리 말해주지 않았어.”
제시카가 던진 화두에 루카스도 굉장히 유감이라는 듯이 표정을 구기고서 말을 받았다.
이런, 미국에서 애니메이션하면 가장 거대한 크루를 이끌고 있는 레인보우 픽처스 본사 직원들 앞에서 끝내 우려하던 화제가 나오고 말았다.
안 그래도 내가 애니메이션 제작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제시카는 어떻게 다른 곳과 작업을 할 수 있느냐고 툭하면 문자를 보내오곤 했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바람에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그만 잊고 말았다.
“하하, 레인보우 픽처스와 제가 추구하는 건 궤가 너무 다른 것 같았어요.”
우선 같이 한국의 역사가 깊이 연루된 작품을 다른 국가의 기업이 만드는 건 조금 조심스러운 작업이었으니.
그리고 무엇보다 나우 스튜디오의 박재준 대표와 말이 너무 잘 통했다.
그의 작품도 훌륭하고 말이다.
“성우도 직접 했다며! 시우의 성우 도전기를 우리가 아닌 사람과 하다니…… 이건 정말 큰 손실이야. 루카스, 당신은 제가 세계를 돌아다닐 동안 뭘 한 거죠?”
“어어? 제시카, 그건 루카스 잘못이,”
나에게 열변을 토하던 제시카는 참지 못하고 루카스에게 휙 고개를 돌려 불평을 내뱉었다.
갑자기 불똥이 루카스에게 튀었다는 걸 느낀 나는 깜짝 놀라 제시카를 만류하려고 했다.
“미안해, 내가 다른 데 정신이 팔려서 그건 미처 생각을 못 했군.”
“알면 다행이군요.”
하지만, 루카스가 정말 시무룩한 얼굴로 제시카에게 사과를 하는 걸 보고 입을 다물었다.
새삼 이 둘이 나에게 성우를 시키고 싶었구나 싶었다.
이토록 진심이었구나.
“…….”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나는 그냥 조용히 있기로 마음먹었다.
이 둘은 내가 마음만 먹으면 정말 뭐든 할 수 있다고 여기는 듯싶었으니까.
약간 피곤해진 느낌에 나를 위해 주문해준 생과일 주스를 한 모금 넘겼다.
나머지 네 사람은 미국 정통 브랙퍼스트 식사에도 와인을 곁들이고 있었다.
아마 이 식사보다 와인 값이 더 나갈 것 같은 좋은 와인으로.
이렇게 오늘도 내가 성인이 아직 아니라는 것에 깊은 씁쓸함을 느끼고 만다.
“참, 시우. 그러면 내가 내년에 브로드웨이에 올리는 연극에 나와도 되겠어.”
“오, 무슨 작품인데요?”
“판타지 작품이야. 이걸 무대에 올리기 위해 배우들이 현장에서 와이어를 착용하고 하늘을 날아야 하지. 시우가 이미 와이어 액션에 적응되었다면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 아니겠어?”
제시카는 벌써부터 기대된다는 듯이 생글거리며 나에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뮤지컬이 될지 연극이 될지는 고민 중이라며 레인보우 픽처스 측과 이야기가 완료되면 말해주겠다고도 했다.
나는 샐러드를 입안에 넣으면서 쉴새 없이 이어지는 제시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제시카. 이제 그만. 시우가 밥은 먹게 해줘야죠.”
“오, 미안. 시우.”
“괜찮아요.”
눈치 빠른 조이수의 만류로 나는 드디어 양송이 스프 그릇 하나를 내 앞으로 끌어당기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스프를 몇 모금 떠먹고 빵을 찍어 먹으려던 찰나, 제시카의 말이 다시금 시작되었다.
“아, 근데 말이야.”
그녀의 말에 조이수가 내게 고생스럽다는 눈빛을 보냈다.
나는 웃음을 참으며 괜찮다는 듯 미소 지었다.
나도 오랜만에 제시카를 만나니 할 말이 많았기에 괜찮았다.
“그런데 시우가 만드는 애니메이션 말이야. 영어 자막도 만들 생각이 있어?”
제시카의 질문 공세에 지지 않고 루카스도 자신이 궁금한 것을 내게 물었다.
“음, 자막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어요. 한국에 돌아가면 자막에 대한 것도 논의해봐야겠네요. 배급 문제는 아직 계획이 없거든요.”
“배급사 문제라면 나에게 연락해. 미국 쪽은 내가 핫라인을 알려줄 테니. 우리랑 계약된 배급사가 아니더라도, 시우 네 작품이라면 관심을 가지는 내 지인들이 많을 거라고.”
“네, 고마워요. 루카스.”
이걸로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의 배급 문제는 해결될 것 같았다.
벌써부터 기쁨의 눈물을 흘릴 박재준의 얼굴이 상상되어 미소가 나왔다.
“이런 인재를 놓치다니…… 생각할수록 분하네. 루카스 상임이사? 조금 더 분발해야겠어요.”
“나도 오늘 내 능력 부족을 실감하는 중이야. 돌아가면 긴급회의를 열 거라고.”
“아니, 제 다음 애니메이션도 레인보우 픽처스와는 색깔이 너무 다르다니까요.”
미련을 떨치지 못하는 제시카와 루카스의 말에 내가 부연했다.
“봐, 들었어? 방금 제안하기도 전에 거절당했어.”
루카스는 이게 긴급회의 안건이 아니면 뭐냐고 말하며 우중충한 표정이 되었다.
어색하게 웃던 나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물었다.
“그런데…… 오늘 아이린이 안 보이네요? 저는 루카스가 온다기에 당연히 아이린도 올 줄 알았는데.”
내 질문에 루카스는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조이수를 가리켰다.
“응?”
내가 의아해서 조이수를 바라보았다.
“하하, 이번에는 제 차롄가요?”
“그럼 우리 돌아가면서 근황 이야기 중이잖아. 내년에 제일 바쁠 예정인 미스터 조. 당신 차례라고.”
제시카의 장난기 어린 말에 조이수는 어깨를 한번 으쓱거렸다.
아닌 게 아니라 조이수는 이번에 메인 연출을 맡아 브로드웨이 대형 극장에서 공연을 올리게 됐다.
나 역시 결정되자마자 그에게 메일로 전해 들어서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이번 작품 역시 레인보우 픽처스 원작을 공연화한 작품이 될 예정이다.
‘RUN’ 때 조이수가 제시카와 함께 잘한 걸 인정받아서 이번에 메인연출이 된 것이다.
그가 레인보우 픽처스에 들어오기 전에 브로드웨이의 촉망받는 젊은 연출가였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니 말이다.
물론 이번에 그가 맡게 된 연극의 규모가 여태껏 그가 맡았던 그 어떤 극보다 가장 크지만.
“아이린이 내 연극에 배우로 들어오게 됐거든.”
어? 이건 처음 듣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