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아이린이 이수 연극에요?”
나는 놀라서 루카스를 돌아보며 물었다.
얼마 전에 연락했을 때도 그런 소리는 없었는데 말이다.
“응. 아, 시우는 모를 만도 하지. 1주일 전에 캐스팅된 거라서. 얼마 안 되었거든.”
“와, 기대된다. 어쩌다 아이린을 캐스팅하게 된 거예요? 아이린이 이제 오디션에도 나가나요?”
아이린은 연기를 하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자신이 정말 배우가 될지도 모르겠고 지금은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고 싶지는 않다고 했었다.
“내가 루카스 집에 찾아갈 일이 있었거든.”
“레인보우 픽처스 산하에 있는 브로드웨이 극장 하나가 보수 공사 중인데, 그 극장을 사용하려고 계획 중이거든. 그 일정에 대해 조율하기 위해 이수가 왔었어.”
“헤에, 그랬군요.”
루카스가 아주 자세히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이야기를 기다렸다.
조이수는 웃으면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안 그래 보이지만, 제시카 못지 않게 수다를 좋아하는 루카스의 면모가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제시카가 나와 떠들 동안 혼자서 와인을 한 병 다 홀짝홀짝 마신 탓도 있으리라.
“거기서 아이린이 연기 놀이를 하고 있더라고.”
“연기 놀이?”
내가 미국에서 아이린과 놀러 다닐 때 한 그걸 말하는 건가?
그래도 그때는 나라는 상대역이 있었다.
그때그때 상황에 맞는 대사를 던지거나 우리 둘이 본 작품 속 한 장면을 따라 하거나 눈치가 빠르고 영리한 아이린 덕에 우리는 죽이 아주 잘 맞았다.
딱히 어떤 장면이라고 설명도 하지 않고 어떤 캐릭터라고 부연 설명도 하지 않았는데도 아이린은 바로 알아차리고 내 대사를 받아치곤 했다.
그것도 아주 훌륭하게.
그래도 그건 나라는 놀이 상대가 있었던 것인데…….
혼자서 어떻게 연기 놀이를 하고 있다는 거지?
“TV를 보면서 말이야. 어떤 영화 장면이 나오면 가상의 상대역을 만들어서 연기하더군.”
“……진짜요?”
예컨대, 아이린은 독백을 하거나 혼자 잡히는 캐릭터에 맞춰 미래에 일어날 대화 같은 걸 혼자 상정해서 연기를 하며 논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더욱 발전된 그녀의 실력에 놀라서 입을 떡 벌렸다.
이건 단순히 주어진 대본을 가지고 연기를 술술 해내는 배우의 범주를 아득히 벗어난 것이 아닌가.
이미 여러번 본 작품이면 몰라도 아이린의 그 놀라웠던 기억력을 생각해보면 말이 안 되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너무 놀라운 일이라서 그렇지.
“그래. 내가 너무 놀라서 아무 영화나 틀어서 아이린이 하는 걸 지켜봤어. 그런데 실력이 흔들리지 않더라고.”
“와…….”
이번 일정에 아이린을 만나고 돌아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나는 남은 일정을 머릿속으로 헤아려봤다.
아, 나도 나지만 이제 캐스팅이 된 아이린이 바쁠 수도 있겠구나.
저 실력을 두 눈으로 못 볼 것 같아서 매우 아쉬웠다.
“그래서 그 자리에 캐스팅하고 말았지.”
“아이린이 너무 말괄량이라 사고나 치지 않으면 다행인데 말이야…….”
조이수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루카스가 와인잔을 든 채로 한숨을 내쉬었다.
저 모습을 보아하니 세상에 모든 부모는 같은가 보다.
내 재능은 그렇게 잘 알아봤으면서, 자신의 딸에게는 걱정이 앞서는 것을 보니.
“하하, 아이린은 잘할 거라고. 무엇보다 담력이 강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게 아이린의 강점이잖아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시우가 그렇게 말해주니 한시름이 놓이네.”
내가 안심하라는 듯이 루카스를 향해 조곤조곤 설명하자 루카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린이 얼마나 잘하는데. 걱정하지 마, 루카스.”
옆에서 명망 높은 제시카의 말도 덧붙여졌다.
그녀도 아이린의 실력을 자주 봐왔단다.
내가 알아본 아이린의 재능을 제시카가 못 알아봤을 리 없지.
“안 그래도 지금 아이린 연습 중이야. 오늘 시우 만나는 건 비밀로 하고 나왔어. 한창 연습에 빠져 있는데 시우를 만난다고 하면 나오겠다고 할까 봐.”
“아이린 무대를 보러 미국에 다시 와야겠네요.”
그 말에 웃으면서 잘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생애 첫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아이린을 방해할 수는 없지.
나중에 내가 무대로 찾아가야겠다.
조이수의 복귀작을 직접 보지 않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시우.”
한차례 아이린의 이야기가 일단락되고 잠시 테이블에 정적이 내려앉았을 무렵, 루카스가 눈치를 보다가 나를 불렀다.
“네?”
“너무 실망하지는 마. 혹시나 상을 못 받아도 말이야.”
아, 블루 플레임 이야기구나.
이번에 내가 미국에 방문한 목적이 블루 플레임 시상식 참석인 만큼 이 이야기가 안 나올 리는 없었다.
“루카스!”
제시카가 왜 그런 말을 하냐는 듯이 루카스를 질책하듯 불렀다.
“왜, 사실이잖아. 물론 내가 그 기사를 신경 쓰는 건 아니지만…… 이건 미국의 안 좋은 관례니까 거기에 피해를 입는 시우에게 나라도 사과를 하고 싶어.”
루카스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관례적으로 블루 플레임에서 미국인들이 만든 영화, 미국인 감독, 미국인 스태프, 미국인 배우들이 수상을 하는 건 유명했다.
문제는, 블루 플레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
블루 플레임에서 수상한 작품과 배우들이 몇 개월 후 열리는 세계적인 시상식 오델러에서 수상하는 게 거의 굳혀져 있기 때문이다.
블루 플레임에서 미끄러진다는 것은 오델러 상 역시 받을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사실을 의미했다.
“루카스…… 괜찮아요.”
“…정말 부끄럽군.”
“그래, 시우. 절대 네 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니야. 그냥… 블루 플레인에서 동양인이 상을 받은 전례가 없어서 그래.”
정말 날 줄지 안 줄지는 조금 궁금하긴 하지만.
두 사람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서 이런 위로도 나쁘지 않았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날 인정해주었는걸, 뭐.
“같은 미국인으로서 이 점은 창피하다고. 내가 볼 때 당연히 시우가 받을 트로피인데 말이야. 제시카상이라도 만들까? 그게 더 의미 있지 않아?”
올해 블루 플레임은 보지도 않을 거라며 제시카가 투덜거렸다.
“당신이 그런 말 하면 진심인 것 같으니까 입에 담지도 말아요. 제 간이 남아나질 않으니.”
“하하, 괜찮아요. 이수. 제시카도 거기까지 판을 벌이지는 않을 거예요.”
조이수가 놀라서 제시카에게 경고했다.
고개를 휙 돌리고 딴청을 피우는 제시카를 보고 내가 중재에 나섰다.
“맞아. 이수. 내가 영향력이 있다고는 해도 그 정도는 아니라고. 이수는 가끔 내 농담을 너무 다 진심으로 받아들여서 문제라니까?”
“말만으로도 고마워요. 제시카. 나에게는 제시카 상이 훨씬 값진 트로피예요.”
익숙해졌다고 제시카에게 받는 인정이 가치가 없을 리가.
제시카 브라운은 여전히 움직이기만 하면 엄청난 기삿거리를 쏟아내는 슈퍼 연출가였다.
그녀에게 받는 인정은 언제나 짜릿하기만 했다.
하지만, 내 말에 제시카의 표정이 변했다.
“그래? 내일 당장 맞춤 제작을 시행할게. 목적지는 한국의 시우네 집이야.”
“나도 껴줘. 안전하게 배송되도록 내가 최선을 다할게.”
……이거, 농담으로는 안 끝나게 될 것 같았다.
나에게 미안해하는 두 미국인을 달래려고 한 말인데 실현될 가능성이 생기고 말았다.
방금 제시카 본인이 조이수에게 했던 말이 무색해지기 일보 직전이다.
“휴.”
옆에서 조이수가 이제 못 말린다는 듯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머니한테 트로피 놓은 공간을 마련해야 된다고 전화 드릴까?
***
캘리포니아의 한 호텔 연회장.
넓은 연회장에는 동그란 원으로 된 테이블이 가득 메워져 있었다.
그곳에는 잘 차려입은 세계적인 배우들과 감독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격식을 중요시하는 다른 영화제와는 달리, 블루 플레임은 만찬을 즐기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그럼 다음으로는 올해 을 시상하겠습니다.”
팀 테이블에는 나와 아가사, 딘, 그리고 감독인 브라이언이 앉아 있었다.
우리는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하다가 뚝 멈추고 무대를 바라보았다.
블루 플레임하면 떠오르는 고정 MC 캘리가 후보들의 이름을 차례대로 언급했다.
올해 블루 플레임의 후보는 ‘벤티 차일드’, ‘로버트 길’, ‘헨리 도나스’, ‘매튜 버나드’, ‘한시우’.
“오, 시우 한! 동양 배우가 블루 플레임의 아역 후보에 든 것은 처음이군요. 정말 신선하지 않습니까?”
장난기 어린 어조로 말하는 캘리의 말에 홀에 모인 배우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유일하게 웃음이 나오지 않은 것은 의 테이블뿐이었다.
“그럼! 발표하겠습니다.”
긴장감을 조성하는 음악이 깔리고, 캘리는 히죽 히죽 미소를 지으며 벨벳 느낌이 나는 봉투를 열어젖혔다.
“맙소사! 이 상의 주인공은 의 벤티 차일드! 앞으로 나오세요!”
아…….
무대 위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벤티 차일드의 얼굴이 크게 잡혔다.
올해 열 두 살인 그는 에서 부자간의 가슴 뭉클한 스토리를 잘 소화해내 각광을 받았다.
나도 본 작품이었다.
확실히 그의 연기는 훌륭했다.
그럼에도 속이 쓰린 이유는 무엇인지.
나는 언제 카메라가 내 얼굴을 잡을지 모르기에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박수를 보냈다.
팀원들이 앉은 우리 테이블은 무섭도록 조용했다.
***
모든 시상이 끝나고 오늘 초대된 배우들은 작품별로 호텔 복도로 나와서 사진을 찍었다.
그러면서 간단한 기자회견이 이루어졌다.
오늘 시상식을 취재하러 온 기자들은 열정적으로 배우들을 향해 셔터를 눌러댔다.
앞의 팀이 끝나고 팀도 카메라 앞에 선다.
나를 제외한 아가사와 딘, 브라이언은 각자 트로피를 들고 있었다.
“시우! 이번 블루 플레임 노미네이트에 올랐는데, 상을 받지 못했는데 아쉬움은 없나요?”
예견했던 질문에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네. 저 말고 많은 이미 많은 상을 탔으니, 아쉬움은 없습니다. 저 역시, 벤티 차일드의 영화를 재미있게 봤어요. 그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무난한 내 대답에 질문 공세는 아가사에게 돌아갔다.
아가사는 오늘 나와 다르게 여자아역상을 수상했다.
“아가사 엘. 수상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네… 이 상을 받게 되어 영광이고 기쁩니다. 그리고, 저는 시우가 수상을 하지 못한 것이 매우 아쉬워요. 그래서 이 트로피는 우리 팀에게 주는 상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용기있는 말을 해준 아가사에게 나는 미소를 보냈다.
아마 그녀 역시 많이 분한 모양이었다.
미국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끈 탓에 는 오늘 다관왕을 차지했으나 나만 수상을 못 한 모양새였으니까.
그리고 딘에게도 수상 소감을 물었다.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그는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 꼬맹이들이 너무 말을 잘해서 덧붙일 말이 없네요. 감사합니다.”
딘은 나와 아가사의 어깨를 끌어안으며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인터뷰가 끝나가나 싶었다.
그때, 누군가 나를 향해 공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한국에서 온 한시우 군에게 질문이 있습니다. 상 못 받을 거 알았을 것 같은데, 이곳 시상식에는 왜 온 거죠?”
기자의 옷에 달린 이름표에는, ‘자키스 몰드’라고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