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204
204화
갑자기 나타난 김성후의 모습에 남진용은 화들짝 놀라 뒤로 두어 걸음 뒷걸음질 쳤다.
“아잇, 아…….”
그러다가 남진용이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엎지르고 말았다.
그걸 보고 김성후가 놀라서 전전긍긍하자 됐다고, 괜찮다고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다시 남연수와 유혜미 쪽을 돌아보았다.
어린아이답게 금방 기분이 좋아져서 꺄르륵 웃고 있는 유혜미.
그 곁에서 남연수는 뭐라고 쉴새 없이 이야기를 쏟아내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대본 연습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 곁으로 유혜미의 모친이 다가갔다.
엄마의 모습에 유혜미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녀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선글라스를 껴버렸다.
그 모습에 안심한 유혜미는 다시금 아이들과 함께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눴다.
“나도 알아, 인마.”
말없이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김성후는 뜬금없는 남진용의 말에 눈을 끔뻑였다.
그러다가 유혜미와 자신의 모습이 닮았다는 것을 안다는 의미로 남진용이 말했다는 걸 깨달았다.
“연수한테는 미안하게 생각하고…….”
그러면서 줄줄이 변명 아닌 변명을 김성후 앞에서 쏟아내려는데 김성후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아니, 아니! 남 PD님! 그게 아니라…….”
격한 부정의 말에 남진용이 뭐냐는 얼굴로 그를 돌아봤다.
김성후는 멀리 보이는 남연수를 바라보며 웃었다.
“지금 연수를 바라보며 웃는 남 PD님의 얼굴과, 즐거워서 웃고있는 연수의 얼굴이 닮았다고요. 그 소리였습니다.”
김성후의 말에 남진용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그럴 리가.
남연수가 데뷔를 한 뒤에도 의심 한번 받은 적 없을 정도로 남연수는 제 엄마를 많이 닮았다.
“내 아들이지만 나랑은 안 닮았지. 지 엄마 닮아서 곱게 생겼잖냐.”
객관적으로 그 사실을 직시하는 남진용의 말에 김성후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부연했다.
“에이, 사랑하면 닮아가잖아요.”
“…….”
그 말에 남진용은 어떤 대꾸도 없이 잠자코 아이들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
한 달이 훌쩍 흐른 후, 드라마 첫방송이 나가고 나서 반응이 아주 좋았다.
시청자들은 남진용의 드라마라 믿고 본다는 반응도 있고, 김영희 작가를 믿고 봐서 후회 없다는 반응도 많았다.
거기에 밝고 쾌활한 로코 분위기가 현실의 힐링이라는 반응도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남연수와 나의 케미에 대해서도 역시나 기사가 많이 떴다.
인터넷에는 제2의 의 역사를 만드는 거냐며 떠들썩했다.
내가 나오는 분량은 앞에 나오는 2화 분량.
덕분에 촬영이 아주 일찍 끝났다.
나와는 다르게 남연수는 주인공의 아역이라 촬영 분량이 더 있긴 하지만, 그것도 그리 많지는 않았다.
의 시청자 게시판에는 아역 이야기 빨리 끝나는 거 아쉽다며 따로 우리 두 사람의 이야기를 빼서 더 그려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이 반응만 봐도 우리 둘의 인지도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이 난리가 난 후 나는 흥분한 남연수의 전화를 네 시간이나 받아야 했다.
이어폰을 꽂고 통화를 하는 우리는 인터넷을 수도 없이 새로고침하며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했다.
***
“하, 너무 긴장된다.”
“팀장님이 도대체 왜요?”
우리보다 더 떨리는 얼굴로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는 오재훈에게 김선우가 웃는 얼굴로 일침을 날렸다.
오늘은 의 내부시사회를 가지는 날이었다.
가편집본이 완성이 되어서 배우들과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시사회를 가지기로 한 것이다.
김선우의 말에 오재훈은 정말 상처라는 듯이 자신과 뒤에 앉은 정장 차림의 사람들을 가리켰다.
“선우 군, 이렇게 나올 거야? 우리 CML 사람들도 을 얼마나 고대해왔는데……!”
“하하하, 농담이죠. 당연히. 너무 긴장하신 것 같아서요.”
생각보다 참석하겠다는 인원이 점점 늘어나는 바람에 이번 시사회는 CML이 가지고 있는 극장 중 큰 곳을 빌려서 상영하기로 했다.
은 한국 최초의 고자본 판타지 영화인 만큼 CML 제작사 측 사람들도 많이 와서 앉아있다.
“내가 말이야. 촬영본은 몇 번 봤는데 이렇게 완성된 걸 보려니까 너무 떨린다.”
“기대는 안 되세요?”
계속해서 떨린다고 하는 오재훈의 말에 임수호가 짐짓 실망이라는 듯 물었다.
그러자 오재훈이 벌컥 성을 냈다.
“그, 당연히 기대가 되니까 이렇게 떠는 거 아니겠어요?!”
“아, 네네…….”
임수호는 오재훈의 상태가 심상치 않아 그렇게 대답하고 다시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도 긴장을 놓지 못하는 오재훈의 모습에 내가 웃으며 덧붙였다.
“저도 이렇게 영화관에서 다 같이 보려니까 너무 기대돼요.”
우리가 속닥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극장 안이 깜깜해졌다.
그리고 희미한 배경음악과 함께 스크린에서 눈발이 흩날리며 영화가 시작되었다.
***
“타시죠.”
“…….”
훌쩍 커서 어느새 20살이 되어버린 하움.
부모님과 집사 앞에서 마법사의 존재를 밝힌 이후, 마법사 A는 두 번 다시 하움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하움은 결국 정신병 판정을 받고 치료를 하며 살아왔다.
그러던 중 10년이란 시간이 훌쩍 흘러버린다.
탁.
입원하고 퇴원하기를 반복하던 그는 결국 모든 걸 체념한 듯이 넋이 나간 몰골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나서 그는 유령처럼 통원 치료를 받으며 살아가는 중이었다.
병원에서 나와 마중 나온 고급 세단에 몸을 실은 하움.
흘러가는 차창 밖 풍경을 보며 하움의 입술이 달싹인다.
“몽블랑에… 올라블랑…….”
자신의 마법사가 마법을 부리기 전에 맨날 외우던 엉터리 주문.
많은 시간이 흐른 후, 하움은 이게 얼마나 엉터리 주문인 줄 알게 되었다.
격하게 저항하던 자신이 독방에 가둬졌을 때도 구원이 되지 못한 주문.
처음 몇 년은 자신이 진정한 소원을 말하지 않아서 주문이 듣지 않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1년이 되고 2년이 되고 10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어버렸다.
마법사의 존재는 헛것이고.
이 주문은 엉터리라는 것을.
기사가 부드럽게 운전하는 차를 타고 어느 골목길을 지나던 하움은 골목길 사이로 익숙한 그림자를 발견한다.
“기, 사님……!”
“네? 무슨 일이십니까.”
“차, 차 세워요…!”
“네에?”
“차 세우라고!”
최근 몇 년간, 이토록 큰 소리를 낸 적이 없다.
병원에서 묻는 말에 답할 때만 필요한 목소리였기에 하움은 점차 말을 잃은 사람처럼 살아왔으니까.
그런 하움의 목에서 갈라지고 새된 큰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기사는 오랜만에 제대로 듣는 하움의 목소리에 놀라서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끼이익!
하움은 그러거나 말거나 안전 벨트를 풀고 재빠르게 차에서 내린다.
연미복 같이 꼬리가 있는 검은 색 정장.
10년 전, 나무 위에 걸터앉아 있던 그 마른 체형.
그 마법사를 발견한 것만 같은 착각에 급하게 그쪽으로 뛰어가는 하움.
그러나 그곳은 막다른 골목이다.
아무도 없는, 막다른 골목.
“허억, 허억…….”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누워있거나 앉아 있는 게 고작인 하움의 몸이 비명을 지른다.
잘못 봤나, 싶으면서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하움.
미친 듯이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두리번거리면 아스팔트 바닥에 무언가 반짝거린다.
“…….”
하움은 눈을 깜빡이는 걸 잊은 사람처럼 거기에 시선을 고정하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쪼그려 앉는다.
그 반짝이는 것을 만지면… 차가운 감촉이 느껴진다.
마치, 몽블랑에서 온 그 마법사와 처음 만났던 그 날처럼.
차가운 눈송이가 아스팔트 바닥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손끝에 녹아 흐르는 눈을 확인한 하움이 놀란 얼굴로 막다른 골목 그 끝으로 시선을 던진다.
***
하움이 시선을 돌리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났다.
내부시사회가 열리는 극장 안은 적막으로 가득했다.
영화가 끝나고 여운에 젖어 있는 사람들은 누구 하나 섣불리 입을 열지 못한다.
“……세상에.”
그러다가 CML 직원 한 명이 입을 열다가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다는 듯이 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이거 여운 뭐예요……? 어떡해…….”
“일상생활 불가다, 일상생활 불가.”
“저희 이러고 회사 가서 어떻게 마저 일하죠……?”
CML 직원들의 반응에 오재훈은 아무런 말이 없다.
가만히 앉아서 입을 멍하니 벌린 채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는 오재훈.
스크린에는 영화의 OST가 잔잔하게 흐르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었다.
그와 함께 작은 화면에 띄워지는 촬영 현장의 모습.
밝게 웃는 나와 김선우의 사진이 띄워지자 사람들이 박수를 치며 소리를 질렀다.
“대박이다!”
“너무 슬퍼…….”
박수가 터져 나오는 객석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도 많았고, 아무 말 없이 여운에 젖은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을 보며 박수를 치는 사람들도 상당했다.
“CG 너무 자연스러운 거 아니에요?”
“판타지 영화가 왜 망했겠어. 이런 퀄리티가 지금까지 안 나왔으니까 나왔지……!”
“한국 영화계에서 시도하기 힘들었던 장르를 개척하는 영화가 될 것 같네요.”
관계자들의 칭찬에 나와 김선우, 그리고 임수호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감독님, 다들 재밌대요.”
겨우 참고 있는 듯한 임수호에게 김선우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 말에 임수호는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씨…… 나 오늘은 진짜 안 울려고 했는데.”
저번에 킹크랩 회식 때도 마지막에 줄줄 운 임수호 감독은 많은 스태프들의 핸드폰에 흑역사를 남겼더랬다.
그 영상을 보고 충격받은 임수호는 공식석상에서 다시는 안 울겠다고 우리에게 선언했는데.
이게 웬걸.
회식 이후의 첫 공식석상에서 바로 무너졌다.
“흐윽, 흑…….”
임수호는 긴장이 풀렸는지 참았던 숨을 몰아쉬면서 몰래몰래 눈물을 훔쳤다.
나와 김선우는 임수호를 보고 큭큭거리다가 서로를 보며 씨익 웃었다.
그런데 김선우가 손으로 날개를 파닥거리며 물었다.
“이 정도면… 성공인가?”
그 말에 저게 무슨 소린가 하고 고개를 기울이다 보니 떠오른 말이 있었다.
처음 내가 김선우에게 이 영화를 같이 하자고 했을 때 우리가 한 말.
‘한국영화계에 날갯짓 좀 해보자.’
“하하! 그러네. 이 정도면 완전 성공이지.”
우리 둘이 뿌듯하다는 얼굴로 씨익 웃는데, 옆에서 삼촌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저것도 김선우니까 하는 거다. 누가 이러냐, 이러긴.”
그러면서 삼촌이 자신의 옆에 손을 파닥거리며 날갯짓을 한다.
왜 저래.
내가 흐린 눈으로 삼촌을 바라보고 있자, 삼촌이 물었다.
“여자들이 그런 거 좋아하냐, 귀여워해?”
“그럼. 좋아하던데?”
그걸 말이냐고 하냐는 듯이 김선우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러자 귀가 얇은 우리 삼촌은 또 혹해서 김선우에게 물었다.
“그래? 나 각도 좀 알려줘 봐. 이렇게? 이렇게?”
“아니 좀 더 팔을 여기 붙여서.”
삼촌은 김선우에 잘 좀 알려 달라며 열심히 파닥거렸다.
그걸 보는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건… 김선우가 해서 귀여운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