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206
206화
노백찬은 가만히 눈을 감고 의 촬영 현장을 떠올렸다.
어두운 세트장 안.
어린 왕의 복장을 갖춰 입고서 장지문 앞에서 애절한 소리를 길게 뽑던 한시우의 모습.
왜, 그날 한시우를 보러 가겠다고 다짐했을까.
왜 이 아이와의 연을 버리고 싶지 않았을까.
끊임없이 이 아이가 욕심났을까.
이미 답을 알면서도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창밖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던 노백찬.
그가 서서히 힘겹게 움직였다.
노백찬이 휠체어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떼었다.
고작 한 달이었다.
그동안 내리 앉아 있었다고 삐걱거리는 다리를 끌고 창가에 섰다.
“예술가는 예술을 하다 죽어야 한다, 이 말인가. 허허.”
그런 노백찬의 얼굴이 노을로 붉게 물들었다.
마치, 타오르는 불꽃처럼.
***
[한국 영화 두 개가 동시에 밀라노 국제 영화제 초청돼] [공승조 감독 , 임수호 감독 … 두 영화의 개봉일은?] [첫 영화로 국제 영화제에 선다…… 임수호의 신화] [한시우와 김선우 콤비의 판타지 영화, 올해 밀라노 영화제 초청] [한시우와 남연수, 나란히 밀라노에] [아역 배우의 반란…… 한시우와 남연수 최강콤비, 밀라노에서는 라이벌?].
.
.
“와, 시우야. 기사가 끝이 없다. 끝이 없어.”
“우웅, 맞아. 삼촌이 정리해줘. 나 바빠.”
나는 느지막이 일어나서 소파에 하루종일 널브러져 있었다.
바로 오늘 아침.
모든 언론에서 내가 출연한 임수호 감독의 과 공승조 감독의 가 나란히 밀라노에 진출했다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전했다.
그 뒤로 나는 기사를 몇 개 찾아보다가 끝도 없이 나오는 기사에 약간 지친 상태다.
아침 점심을 아주 잘 차려 먹은 후, 오늘 나는 소파와 한 몸이 되기로 마음먹었다.
내부시사회다 뭐다 준비하느라 요즘 놓친 드라마와 특선 영화가 너무 많았다.
올해 초에 개봉한 영화들 중에서 뭐 재밌는 게 안 하나 신중한 표정으로 편성표를 체크했다.
“음, 이거랑 이거를 보고…… 그다음에 드라마 보고 열 시에 이 영화 보면 되겠다.”
완벽한 계획을 짜둔 내게 여유시간이 있을 리 없었다.
그래서 기사 보는 건 조금 미루기로 했다.
어차피 저녁에 남연수에게 전화도 와서 미주알고주알 기사 내용에 대해 말해줄 테니까.
“저 자식은 글렀어.”
“으응, 조금 조용히 해줘. 삼촌.”
삼촌은 바다 엔터에 일이 있어서 밖에 나갔다가 이제 막 돌아온 참이었다.
거실에 한복판에 서서 노트북을 들고 나를 못마땅하게 쳐다보는 게 아주 시청에 방해가 되었다.
나는 그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리모컨으로 TV 볼륨을 높였다.
삼촌은 내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식탁으로 가서 어머니와 함께 내 기사를 찾아보며 호들갑을 떨었다.
“누나 아들 아주 대단한데?”
“그러니까 말이야. 누구 닮아서 이렇게 똑 부러지는지 몰라.”
어머니도 아침나절 내내 기사와 댓글을 찾아보셨는데…….
아직도 모자란 모양이었다.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어머니를 보고 삼촌이 정말 섭섭하다는 듯이 말했다.
“누나. 내가 이렇게 말하면 어? 네 담당 배우 대단한데~? 이렇게 해줘야지.”
“됐고. 그 밑에 기사 좀 눌러봐봐.”
“……자꾸 이런 식으로 날 취급한다 이거지.”
삼촌은 투덜거리면서도 어머니와 고개를 맞대고 열심히 노트북을 들여다보았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귀가하셨다.
“다녀오셨어요!”
“어, 시우야. 오늘은 집에 있는다고 했지. 밀라노 진출 축하해.”
매일 늦게 들어오시던 아버지이지만, 오늘 내가 집에 있다는 소식에 일찍 돌아오셨다.
우리 네 사람은 오랜만에 둘러앉아 저녁 식사를 하고서 과일로 입가심을 했다.
아버지가 사 온 딸기가 아주 달아서 나는 거의 한 팩을 혼자 다 먹었다.
“휴, 다 먹었다. 배 터져.”
“네가 먹은 딸기 양은…… 누가 보면 넌 저녁 굶은 애인 줄 알 거야.”
“비타민 섭취는 중요하다고 삼촌.”
나와 삼촌이 티격거리고 있는데 아버지가 딸기 접시를 치우고 돌아와서 슬쩍 나를 쳐다보았다.
“커흠! 시우야, 잠깐 아빠가 할 말이 있는데…….”
“우웅?”
나는 시계를 힐끔 돌아보았다.
애초에 저녁 먹을 시간을 생각해서 오늘 뭘 볼지 생각해둔 터라 다음 영화시간까지 시간이 남았다.
바로 소파에 직행하려던 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식탁에 도로 앉았다.
“뭔데, 아빠?”
아버지는 우물쭈물거리면서 서류 봉투를 꺼내 드셨다.
뭐지……?
“사실은…… 아빠 치킨집이 시우 덕분에 너무 잘되어서 말이야. 프랜차이즈를 만들기로 했단다.”
“헉……! 매형! 축하해요!”
“저, 정말……?!”
나와 삼촌이 크게 놀라며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우리 둘의 반응에 아버지는 쑥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닌 게 아니라 아버지의 치킨집 희희치킨은 에 나온 후 엄청난 화제를 몰았다.
한국 여행을 온 외국인들이 혜화에서 희희치킨을 찾는 것이 정해진 코스가 될 정도였다.
외국이 너무 많이 찾아온다고 해서 내가 영어로 된 메뉴판을 만들어준 적도 있었다.
그런 성원에 힘입어 희희치킨 프랜차이즈를 만들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좋은 기회가 생겨서 가계약을 수도권 중심으로 몇 개 하게 되었어.”
어머니는 당연히 알고 있던 사실인지 놀라는 우리를 보며 뿌듯하게 부연해주었다.
벌써 이야기가 거기까지 진척이 되었다니.
정말 신나는 일이었다.
“아이, 왜 이걸 이제 말해요, 매형. 이럴 줄 알았으면 케이크라고 사 와서 파티를 벌였어야지!”
“또또 오바한다. 지동욱. 아직 안정되지 않았으니까 그렇지.”
“에이, 그래도 축하할 만한 일이잖아, 아빠.”
나는 정말 잘 되었다며 아버지를 보고 활짝 웃었다.
아버지는 내 덕이라며 고맙다는 말을 작게 덧붙였다.
“아니야! 기세를 몰아 오늘 파티해버리자! 내가 쏜다!”
“워후! 밀라노 진출 한시우 배우님, 멋져!”
나랑 삼촌이 신나서 난리를 치자, 아버지가 손사래를 쳤다.
“아니, 시우야. 우리 방금 저녁 다 먹었잖아. 파티는 나중에 거하게 열 테니 다른 선물을… 줬으면 하는데.”
“응? 다른 선물?”
다른 선물이 뭐가 있지?
나와 삼촌은 뜬금없는 아버지의 말에 서로를 쳐다보며 눈을 끔뻑였다.
그러자 아버지가 기다렸다는 듯이 들고 있던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나는 궁금한 마음에 얼른 봉투 속을 열어 서류를 확인했다.
“헉……!”
그건 다름 아닌 광고 계약서였다.
무려 희희치킨의 전속 광고 계약서!
이 서류를 보니 새삼 아버지가 크게 마음을 먹으셨구나 하는 각오가 느껴졌다.
“하하, 아무리 생각해도 시우 네가 우리 치킨을 알려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그러면서 아버지는 조심스럽게 비어있는 금액란과 서명란이 비어있는 걸 가리켰다.
“쓰고 싶은 대로 쓰렴. 몸값 최고인 우리 아들을 친분으로 부려 먹을 생각은 없으니.”
“아빠…….”
프랜차이즈 제안을 받기 전부터 내 덕에 매출은 날로 상승하고 있다는 건 알았다.
그만큼 아버지가 바빠졌지만.
하지만 나는 내 영향보다는 아버지의 치킨이 정말 맛있게 때문이라 걸 안다.
내 이름으로 잘 나가는 건 하루 이틀 일이지.
월드컵 이후부터 가게가 조금씩 커지고 직원이 많아지고, 주문량이 늘어난 것은 아버지의 능력 때문임이 확실하니까.
“우리 가게는 본점으로 새롭게 단장하고, 제대로 해볼 생각이야. 물론 다른 프랜차이즈 가맹점에도 내가 이것저것 신경 쓸 거고…….”
나는 아버지의 사업계획을 들으면서 계약서를 쭈욱 훑어보았다.
내 모습에 아버지는 긴장된다는 듯이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내 대답을 기다렸다.
“진짜 쓰고 싶은 대로 써도 돼?”
내가 씨익 웃으면서 비즈니스적으로 말하자, 생소한 내 태도에 살짝 긴장한 부모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망설임없이 금액의 공란에 무언가를 슥삭슥삭 적었다.
생각보다 길어지는 내 손놀림에 아버지가 바짝 긴장했다.
대체 얼마를 쓰길래 저리 길게 쓰나, 싶을 것이다.
“자! 이거는 내가 확답을 받아야겠어. 이렇게만 해줘요.”
서명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희희치킨 평생 무료! 성인 될 시 맥주도 평생 무료!’
***
사면이 하얀 스튜디오.
천장까지 탁 트여 넓은 공간에 밝은 조명이 뜨겁게 내리쬐었다.
한쪽 면은 통유리로 되어 있어 스튜디오에 들어오는 쨍한 햇살.
그 햇빛을 받고 테이블 위에 놓인 치킨들이 반짝거렸다.
“냄새 끝내준다.”
“이거 촬영 끝나고 먹어도 돼요?”
오늘은 바로 희희치킨의 광고 촬영 일이었다.
광고 모델이 정해지자 작업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정말 아버지가 많은 걸 준비하고 계셨나 보다.
알고 보니 김민석 팀장도 이 사실을 알고 바다 엔터 측과 협력하여 이 모든 걸 꾸며놓았단다.
김민석 팀장은 어떻게 알았냐고?
김상철에게 전해 들었단다.
몰랐는데, 부모님과 김상철은 퍽 친한 사이였다.
비상철또 777의 극단장으로서 혜화에서 회식 같은 모임이 있다면 무조건 아버지네 가게로 찾아왔단다.
거기서 광고를 찍을까 한다는 아버지의 고민을 듣고 바로 바다 엔터 측에 말을 전해준 모양이었다.
스태프들은 지나가면서 솔솔 풍기는 고소한 치킨 냄새에 침을 꼴깍꼴깍 삼키는 중이었다.
매끈한 테이블보에 치킨이 종류별로 놓여있었다.
오늘을 위해 더욱 신경 써서 아침 일찍 아버지가 준비해 가져다 놓은 치킨들이었다.
희희치킨의 시그니처 메뉴인 희희 양념치킨은 물론이고, 이번에 새로 나온 신메뉴인 다이너마이트 치킨까지.
붉은빛의 자태가 지나가는 모든 스태프들을 유혹하고 있는 중이었다.
다이너마이트 치킨은 영화 에 희희치킨이 등장한 후, 새롭게 출시한 신메뉴였다.
이름처럼 아주 매운 치킨인데 외국인이 많이 방문하다 보니 이 치킨에 도전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고 한다.
다이너마이트 치킨을 먹으면서 영화에 나왔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게 유행이라나?
그래서 외국인들이 몰려오면 노래를 따라부르는 사람들 덕에 시끌벅적해진다고 들은 적이 있었다.
“감독님. 여기 이거 이렇게 놓는 게 먹음직스러워 보이는데 어때요?”
“오오, 아주 좋은데? 역시 치킨집 아들이라서 그런가? 노하우가 장난 아니네요, 시우 군.”
“하하. 제가 이래 봬도 희희치킨 명예 직원이라고요. 바쁠 때는 저도 많이 도와드리고 그랬어요.”
나는 광고 감독과 진지하게 치킨 세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서 그동안 아빠 가게에서 열심히 도왔던 노하우를 방출했다.
닭다리는 이렇게 놓아야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고.
양념치킨은 빛을 제대로 받아야 더 맛깔스럽다.
실제로 서빙할 때도 이렇게 플레이팅을 한다면서 열과 성을 다했다.
“어! 그리고 디핑 소스들은 흰 그릇에 하는 것보다 투명하고 작은 그릇에 넣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혹시 있나요? 테이블이 하얀 테이블이라서.”
“잠시만요, 찾아올게요!”
내 피드백에 소품팀 스태프가 창고로 달려갔다.
“어어, 양념치킨에 그렇게 땅콩을 많이 뿌리면 안 돼요. 너무 텁텁해 보이잖아요. 그리고 여기 양념의 윤기가 부족해 보이지 않아요?”
나는 아주 열정적으로 희희치킨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