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208
208화
기자 앞에서 한껏 당황 중인 임수호를 구해준 것은, 역시나 데뷔 이후 처음으로 국제 영화제에 초청을 받은 김선우였다.
임수호와 김선우가 동갑인 터라 김선우가 알게 모르게 임수호를 잘 도와주곤 했다.
멀리서 그 상황을 본 나도 도우러 가고 싶었으나, 내 앞을 막아선 기자들을 헤치고 나가기에 내 신장이 너무 작았다.
“자아, 그만. 우리 감독님 그만 괴롭히세요.”
김선우 역시 엄청난 질문 세례를 받다가 임수호의 처지를 보고 이쪽을 막아선 것이다.
“제 소감은…… 젊은 감독님의 감성에 반해서 시작한 영화로 밀라노에 가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제 그만 지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완 좋게 기자들의 질문을 물리친 김선우가 임수호를 데리고 먼저 공항으로 들어섰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기자들의 카메라가 가운데에 나란히 서 있는 남연수와 나에게로 향했다.
두 명이나 인터뷰할 사람을 놓친 기자들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라도 더 들어야겠다는 듯 의지가 대단해보였다.
“평소에는 거의 형제처럼 붙어 지내는데 이번에는 라이벌이 된 두 사람! 소감이 어떻습니까.”
가장 무난한 질문이 가장 먼저 들이쳤다.
“시우와 나란히 밀라노에 가게 되어 기쁩니다.”
“한국의 영화가 두 작품이나 밀라노에 가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차분히 준비한 답을 하자, 옆에서 우리 나이대를 고려한 귀여운 질문도 던져왔다.
“두 사람 다 이탈리아어 공부는 좀 했나요?”
“전 이탈리아어는 못하겠더라고요.”
내가 이탈리아어는 무리라는 말을 하자, 남연수가 얼굴이 환해졌다.
“정말? 저는 시우보다는 좀 할 것 같아요! 회화 열심히 연습했거든요.”
남연수의 귀여운 말에 기자들이 아빠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님들이 두 사람에게 당부한 말 같은 건 없나요?”
“두 사람 다 수상 소감 준비했습니까?”
“소감은 한국어로 할 겁니까, 영어로 할겁니까?”
그 뒤로도 정말 정신없이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
지금까지 많은 작품에 출연하면서 해본 인터뷰만 몇 개던가.
이 정도 질문에는 당황하지 않고 술술 답변을 할 수 있었다.
“그럼 혹시 둘 중 한 팀만 상을 받거나 한 명만 상을 받게 되면 어떨 것 같습니까?”
‘시우와 연수가 같은 영화제에 라이벌로 참여한다.’
이 구도 자체를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질문이 다소 자극적이지만, 사람들이 이것을 궁금해하는 것 또한 이해는 갔다.
그렇다고 이 질문이 편하다는 건 아니지만.
“헤헤, 둘 다 받으면 너무 좋겠지만 시우가 받는 것만 봐도 좋을 것 같아요.”
먼저 대답한 것은 남연수였다.
얼핏 보면 누군가가 미리 준비시킨 것 같은 기계적인 답변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연수는 진심일 것이다.
내가 아는 남연수는 그런 아이니까.
“한시우 군도 남연수 군과 똑같습니까?”
다소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신 기자가 나에게 마이크를 들이밀고 물었다.
나는 거기다가 씨익 웃으며 답변했다.
“저도 둘 다 받으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심심한 대답에 기자들의 안색이 어두워지려는 찰나였다.
“하지만 둘 중 한 명만 받는다면…… 전 제가 받겠습니다.”
“뭐어?!”
옆에서 남연수가 경기를 일으키듯 소리쳤다.
나의 솔직한 답변에 듣고 있던 공승조 감독이 멀리서 풉, 하고 웃음이 터져버렸다.
그리고 그런 공승조 감독의 모습도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카메라에 담겼다.
거기다가 나는 밀라노에 가는 내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섭섭하다고 징징거리는 남연수의 투정을 받아줘야겠다.
다음에는 애 앞에서 이런 이야기는 자중해야겠다고 다짐했다.
***
밀라노 영화제 당일은 아주 맑았다.
야외에서 진행되는 개막식에 이보다 좋은 소식은 없을 것이다.
홀에 입장하기 위한 레드 카펫 위에 유명 배우들이 화려한 정장 드레스를 입고 섰다.
기자를 포함한 다른 관계자들은 전부 검은 정장 차림이었다.
“후아, 다들 엄청나게 쟁쟁하네.”
그런 기자들 사이 긴장된 표정의 스테이지, 이가은 기자의 모습도 보였다.
등장하는 배우들의 사진을 찍으며 기자들이 여유롭게 오늘 나올 수상작을 점쳤다.
“이번에 황금여우상은 어디 쪽에 돌아갈까?”
“프랑스 쪽? 이탈리아는 이번에 영 변변찮은 작품들이 나왔지.”
“프랑스라면 말하는 거지? 그거 가능성 놓지. 하지만 이번에는 한국에서 온 공이 있다고.”
기자들은 다른 외국 영화들과 황금여우상 경쟁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공승조 감독의 영화 에 대한 이야기했다.
밀라노에 단골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자주 초청되는 공이기에 그의 이름을 다들 알고 있었다.
“ 말이지. 그것도 기대가 크지. 벌써 세 번째이니 공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다들 짐작하고 있고 말이야.”
다른 자잘한 상은 그들의 관심 밖인 듯했다.
기자들은 하나같이 밀라노 국제 영화제의 가장 영예로운 상인 ‘황금여우상’에 대해서 떠드는 중이었다.
이번에 노미네이트가 된 영화들은 전 세계에서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그중에 같은 나라에서 두 개 이상 출품된 나라는 한국이 유일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밀라노에서는 한국인으로 보이는 동양인 기자들도 꽤나 모습이 많이 보였다.
국제 영화제에 이렇게 뜨거운 취재 열기가 몰리는 것은 드문 일인데 말이다.
이가은은 그동안 갈고 닦은 영어 듣기 실력으로 다른 기자들 말에 귀를 쫑긋 기울이며 고개를 주억였다.
“그보다 한국? 거긴 정말 대단하네. 공도 그렇지만 하나 더 초청받았잖아.”
“그래? 나는 공만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동양 파워도 이제는 무시 못 하겠어.”
웃으면서 절레절레 고개를 내젓는 기자들 사이에서 끝내 기다리던 영화 제목이 나오질 않았다.
이가은은 결국 참지 못하고 그들 사이에 껴들어 말했다.
“프레스코 부분에 초청된 임수호 감독의 이에요.”
밀라노 영화제의 신인상 격인 프레스코 부문.
비록 와 같이 황금여우상에 노미네이트 되지는 않았지만, 입봉작이 여기에 초청된 것만으로도 아주 센세이션한 일이었다.
갑자기 끼어들어 한국 영화 이야기를 하는 이가은 기자의 모습에 다른 기자들이 경계하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뭐?”
“누구야?”
깜짝 놀라 묻는 기자들에게 이가은이 방긋 웃으면서 자기소개를 했다.
“전 한국에서 취재차 온 기자입니다. 다른 한국 작품의 이름을 모르시는 것 같아서요. 참고로 전 이 영화가 아주 유력한 후보라고 생각해요.”
“흐음, 그래? 아주 자신이 넘치는군.”
들어본 적 없는 영화 이름인지.
그 말을 듣는 기자의 얼굴이 회의적이라는 듯 미묘해졌다.
“하지만 우리 촉을 무시해서는 안 될걸? 우리는 매년 이곳에 와서 이 감만으로 가장 처음 헤드라인을 맡아온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라고.”
밀라노 영화제에 매번 출장을 나온다는 기자는 이번에도 자신의 촉이 빗나갈 일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낄낄거리며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듯한 다른 기자들의 말에 이가은은 그저 생긋 웃으며 말했다.
“이런, 그러면 이번에 그 명예로운 타이틀을 잃을지도 모르겠네요.”
“뭐야?”
“허허, 아주 자신만만한데? 좋아요, 우리도 그 초청작을 눈여겨보지.”
“헤드라인을 미리 준비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이가은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웃으며 다른 프레스석도 기웃거렸다.
말없이 사진만 찍거나 아니면 어김없이 공승조 감독의 이야기뿐이었다.
“. 재밌는 어감이네.”
그러다가 다소 한적한 프레스석에서 드디어 원하는 영화 제목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죠? 한국에서 온 재밌는 영화라고요.”
“아, 깜짝이야. 아가씨는 그 한국에서 온 모양이군?”
백인의 푸근한 인상의 기자는 이가은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
이가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전 가은이에요.”
“난 테일러. 여기서 취재할 건가?”
테일러가 자신의 주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 쭉 둘러봤지만 여기만 한 자리가 없네요. 사람도 적고.”
“밀라노에 처음 와보나?”
이가은이 하는 말에 의미심장한 눈으로 이가은을 보던 테일러가 물었다.
“네, 사실 그래요.”
잠시 멈칫한 이가은은 결국 사실대로 실토했다.
한시우를 취재하기 위해 밀라노까지 날아왔다.
사실 스테이지는 연극판을 주력으로 취재하는 곳이기에 국제 영화제까지 매년 취재를 나가지 않는 작은 언론사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시우와 이가은의 친분을 아는 편집장이 가도 좋다고 허락해줘서 이렇게 밀라노에 올 수 있었다.
“하하! 이거 참. 나는 10년째 이곳에 출석 도장을 찍고 있지. 그래서 한눈에 보면 경력이 보인다우. 그나저나 처음인 것치고 꽤 괜찮은 자리를 찜한 거야. 내가 장담하지.”
“정말요?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사실 제가 꼭 찍어야 하는 배우가 있거든요.”
테일러의 당당한 대답을 듣고 이가은의 화색이 밝아졌다.
겨우 출장비를 따내서 왔는데 한시우의 제대로 된 레드카펫 사진도 못 건진다면 잔소리가 장난이 아닐 것이다.
“그 재밌는 어감의 영화에 나오는 친구인가 보지? 잘 아는 사이인가?”
“네. 제 기자 인생 팔자를 활짝 펴준 사람이기도 하죠.”
이가은은 말도 말라는 듯이 대답하며 이름을 외우지 못한 외국 배우들의 레드카펫 드레스 모습을 사진을 담았다.
“이거 참 대단한 인연이군. 여기서 이렇게 구도를 잡으면 입장과 저기 메인 포토존에 선 모습까지 보여.”
“와, 정말이네요!”
“그렇다고. 행운을 빌지.”
테일러는 아낌없이 자신의 팁을 말해주었다.
이곳에 자리 잡기 잘했다고 다시 한번 생각한 이가은이 웃으며 덧붙였다.
“고마워요, 테일러. 그리고 시간 있으면 꼭 을 봐줘요. 거기 나오는 주연들의 연기가 끝내준다고요.”
“하하, 알았어. 눈여겨보지.”
이가은은 자신의 말을 잘 들어주는 기자를 만나 눈을 빛냈다.
테일러의 태도를 확인한 이가은은 거기에 한시우라는 배우가 있는데 눈빛과 몰입감이 남다르다며 팔불출을 떨기 시작했다.
전체적으로 한국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상황인지라 테일러는 주의 깊게 이가은의 말을 들었다.
옆에서 대기 중인 다른 기자들도 아닌 척 이가은의 말에 귀를 기울일 정도였다.
그때, 레드카펫으로 공승조 감독의 영화 의 배우들과 본인이 차례대로 올라왔다.
“어, 공이다!”
“가만 있어 봐. 저 사람은 꼭 찍어야 한다고!”
“저도요.”
한시우도 한시우지만, 밀라노까지 가서 공승조 감독의 턱시도 차림을 안 담을 수야 없었다.
이가은은 테일러와 다른 기자들을 따라 얼른 카메라 구도를 잡고 셔터를 눌러댔다.
주연 배우 두 사람.
그리고 유일한 아역 배우인 남연수.
공승조 감독 순으로 레드카펫에 이들이 올라서자 곳곳에서 플래시가 크게 터지고 함성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공! 여기 봐줘요!”
“팬이에요!”
프레스석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와 외국인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도 그를 부르며 열렬히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밀라노에서도 공승조는 인기 스타였다.
엄청난 함성.
그 가운데 여유로운 표정의 공승조 감독이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