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216
216화
“와아아!”
와다다다- 발소리가 사방에서 들리고, 바닥에는 팝콘까지 엎질러진 현장.
바다 엔터에서 한시우가 나우 스튜디오와 회의를 가지고 2주 정도가 지났을 무렵, 오늘은 애니메이션 관객시사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극장에는 사전예매로 시사회를 신청한 부모들이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북적북적하다.
“나 팝콘 먹을래!”
“그래, 그럼 팝콘 남기면 안 된다?”
“응! 큰 거랑 환타도 시켜주세요.”
아이는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간절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아이의 어머니는 그 얼굴에 넘어가지 않았다.
“음료수 먹으면 화장실 가고 싶어 할 거잖아. 안 돼. 엄마가 물 가져왔으니까 그거 마셔.”
“나 환타 오렌지이! 환타 먹을 거야아악!”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아이는 허리를 뒤로 젖히며 빼액 소리를 질렀다.
떼를 쓰기 시작하는 아이의 모습에 어머니는 한숨을 쉬며 아이를 어르려고 했다.
“얘가 또 시작이네. 아니면 영화 끝나고 엄마가 사줄게. 응? 그만, 어머…….”
아이를 달래던 아이의 어머니는 불쑥 끼어든 인기척에 놀라며 말을 멈췄다.
자신을 달래던 어머니의 음성이 그치자 아이는 무슨 일인가 싶어 실눈을 떴다.
“안녕, 친구?”
“헉!”
거기에는 강기동 캐릭터 탈을 쓰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가, 강기동이다!”
“맞아. 내 이름을 벌써 알고 있구나.”
강기동의 캐릭터는 이미 포털사이트 배너와 예고편, 포스터로 대대적인 홍보가 되어 있었다.
“헉, 강기동이다.”
“강기동이 나타났어…!”
“엄마, 강기동이에요.”
아이들은 갑자기 나타난 강기동의 모습에 모두 탄성을 지르며 이쪽으로 주춤거리며 다가왔다.
“넌 이름이 뭐야?”
강기동이 나카모토에게 이름을 묻는 극 중 장면을 이용해 아이의 이름을 물었다.
그러자 멍한 얼굴로 캐릭터 탈을 바라보고 있던 아이가 웅얼거리며 대답했다.
어느새 아이의 눈물은 쏙 들어가 있었다.
“음, 어… 이선재…….”
“음. 선재. 어머니가 말씀하시면 잘 들어야지. 떼를 쓰면 쓰나. 무작정 그러는 게 아니라 차분히 대화를 나눠봐.”
강기동이 척 손을 내밀며 말하자 아이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포스터에서만 보던 강기동이 실제로 움직이며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다니!
아이는 강기동에게 이미 홀딱 넘어가서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자, 이거 받아.”
그러면서 강기동은 감자 모양 캐릭터가 달려 있는 키링을 건넸다.
강기동과 나카모토의 첫 만남에서 나카모토에게 내미는 감자.
거기에 아이디어를 착안해 나우 스튜디오에서 만든 굿즈였다.
알감자 캐릭터에 귀여운 눈과 입이 그려져 있는 키링이었다.
이건 오늘 참석하는 아이들에게 모두 나눠주기로 되어 있었다.
“우와…….”
“그거 받고 울면 안 된다?”
“웅!”
씩씩하게 대답하는 선재에게서 돌아서자 이쪽을 향해 눈을 반짝이는 수많은 아이들의 모습이 보였다.
“와아, 감자네? 우리 선재 좋겠다!”
“헤헤…….”
뒤에서는 아이가 어머니와 함께 즐거운 듯이 웃는 소리도 들리고 말이다.
이거… 꽤나 성공인 거 같지?
서진아가 제안한 오늘의 특별 이벤트.
바로 나, 한시우가 강기동의 탈을 쓰고 입장하기 전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었다.
나는 로비에서 아이들과 놀아주다가 같이 상영관에 입장하기로 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맨 뒷자리에 숨어 있다가 영화가 끝난 후 짜잔! 탈을 벗고 정체를 공개할 예정이었다.
강기동 성우를 직접 맡은 데다가, 원작을 쓴 작가.
거기에 이미 유명한 톱스타인 나의 등장은 다른 이벤트보다 훨씬 효과가 좋을 거라는 것이다.
강기동이 사실 한시우다, 라는 이벤트.
극적인 등장을 함으로써 다른 이벤트가 필요 없을 거라는 박재준과 서진아의 설명이었다.
회의 때 들을 때만 해도 이게 정말 통할까 긴가민가했는데 제대로 통하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아이들이 벌써부터 몰려서 눈을 빛내는 걸 보니.
“강기동! 나도 해조!”
어떤 아이가 호기롭게 내게 두 팔을 쭉 뻗으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내가 살짝 몸을 굽혔다.
솔직히 나랑 별로 키 차이가 안 나는 아이였다.
하지만, 캐릭터 탈을 만들 때 강기동의 의협심 넘치는 성격을 고려해 꽤나 크게 만들었단다.
덕분에 다리에 키높이 깔창이 장난 아니었다.
나는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며 그 아이에게 말해주었다.
“오, 친구. 넌 이름이 뭐냐?”
“히히! 나는 김지석!”
“지석이. 좋아. 감자 받아라.”
감자를 받아든 아이는 희희낙락하며 자신의 보호자에게 가서 자랑을 했다.
그리고 그다음에 소심하게 쭈뼛이며 다가온 아이가 조용히 투덜거렸다.
“나 감자 별로 안 좋아하는데…….”
내가 주는 게 다름 아닌 감자 키링이라는 걸 알고 실망한 눈치였다.
뭐라? 감자가 싫다고?
나는 일부러 엄하게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버럭 외쳤다.
“너! 이 감자가 어떤 감자인 줄 알아?”
극 중에서 감자를 안 받으려 하는 나카모토에게 하는 말과 똑같았다.
내 말에 아이는 깜짝 놀라서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헉, 아, 아니…….”
“그래. 소중한 거니까 그렇게 받아가라고.”
“으응.”
아이는 우물쭈물거리며 감자를 받더니 작게 ‘고맙습니다…….’하고 도망갔다.
감자를 싫어할 뿐 나쁜 아이는 아닌가 보네.
“어이! 강기동! 네가 그렇게 세냐?”
“오호, 나에게 도전하는 도전자인가. 어디 덤벼라.”
“와하하!”
아이들은 생각보다 강기동을 엄청 좋아해 주었다.
그 모습을 보니 나도 점점 흥이 올라서 상영시간이 아슬아슬할 때까지 아이들과 신나게 놀았다.
챙겨온 감자 키링을 거의 다 나눠주었을 무렵, 상영관 입구가 열렸다.
“그럼 시사회 입장하겠습니다!”
직원의 안내에 아이들은 하나둘 보호자에게 이끌려 상영관으로 들어갔다.
“강기동 안녕!”
“그래, 좀 이따 또 보자고.”
아이들은 내 인사에도 꺄르륵 좋아하며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지.
내가 강기동의 성우이니까 극장 안에 들어가서도 나와 만나는 셈이다.
점차 로비가 한산해졌다.
나는 탈 안이 땀범벅이 된 걸 느끼며 무대 인사를 하기 전에 조금 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엄청 잘하는데?”
“박 대표님!”
그런 내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본 박재준이 한 말이었다.
“대기실에서 조금 쉬다가 들어가자고.”
“좋아요.”
이제 로비에 남은 아이가 없나 두리번거리는데, 극장 안으로 익숙한 사람이 들어왔다.
시끌시끌한 로비가 순간적으로 적막에 휩싸인 기분이 들었다.
나는 대기실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다 놀라서 멈춰 섰다.
“……!”
“헙,”
옆에서 마찬가지로 그를 알아본 박재준이 놀라서 입을 막았다.
나는 얼른 탈을 벗어버렸다.
“할아버지…….”
오늘 시사회에 깜짝 손님으로 등장한 사람은 다름 아닌, 노백찬이었다.
***
시사회를 마치고 나는 노백찬과 전통 찻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허허, 내가 등장해서 이벤트 다 망친 거 아니냐?”
내가 노백찬을 보고 너무 놀라 탈을 벗어버린 덕분에 극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 서 있던 아이들이 날 알아본 것이다.
같이 온 보호자들도 나를 알아본 건 물론이고 말이다.
“한시우다!”
“우와아! 진짜 한시우예요?”
“나, 나 한시우한테 감자 받았어!”
덕분에 관객들이 우르르 탈을 벗고 얼굴을 드러낸 나에게 몰려서 로비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예정된 시간보다 시사회는 조금 늦춰졌고, 무대 인사에서 깜짝쇼를 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이미 내가 여기 온 걸 알고 아이들이 내 이름을 부르며 난리가 나서 서둘러 무대에 오르기까지 했다.
깜짝 등장이 아니어도 엄청난 환호와 갈채를 받기는 했지만.
“연락도 잘 안 되고, 요즘 무슨 일 있으셨어요? 오늘 갑자기 나타나서 놀라서 그렇죠….”
아닌 게 아니라 나는 어제도 그에게 연락을 했었다.
항상 자신이 무슨 활동을 하고 있는지 관심이 지대한 노백찬이기에.
오늘이 애니메이션 시사회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도 없었던 양반 아닌가.
아닌 척하려고 해도 입술이 절로 비죽이게 되어버렸다.
그동안 얼마나 걱정을 했는데, 이렇게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 나를 놀라게 하다니…….
다행이라는 마음 이전에 조금 원망스러운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다.
“네 놈만 이벤트 하느냐? 나도 이벤트를 하려고 그랬던 거지.”
너스레를 떨며 하는 노백찬의 말에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그래도 무엇보다 이렇게 멀쩡해 보이셔서 참 다행이었다.
나는 후룩- 따듯한 차 한 모금을 마시고 입을 열었다.
“건강은…… 괜찮으신 거죠?”
“그럼. 이렇게 혼자 돌아다니지 않니.”
“……그래도 조심하셔야죠.”
“걱정 마라. 주치의한테 괜찮다는 소견 듣고 움직이는 게다.”
그렇다면 다행이긴 하다.
워낙에 남의 말을 잘 안 들으시는 분이라 아직 걱정이 많긴 하지만.
“그래서 연락도 안 되다가 이렇게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
“너도 참. 감이 떨어졌구나.”
“네?”
뜬금없는 노백찬의 서론에 내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감독이 왜 배우를 찾아왔겠느냐.”
“……네?”
나는 노백찬의 말에 놀라서 입을 작게 벌렸다.
이건 예전에 내가 노백찬에게 했던 말이었다.
“혹시…….”
나는 너무 놀라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설마, 정말로 이탈리아에서 남연수와 별똥별을 보며 빈 소원이 이루어지려는 걸까?
너무 믿기지 않는 상황이라 가설을 세우기에도 벅찼다.
넋이 나간 내 얼굴을 보고 작게 웃은 노백찬이 옆에 놔둔 가방에서 종이 뭉치를 하나 꺼냈다.
턱.
그리고 테이블에 둔탁하게 내려놓고는 중후하게 웃었다.
“배우를 뭐하러 만나겠냐. 캐스팅을 하러 온 게지.”
“……!”
나는 떨리는 손을 천천히 뻗어 테이블 위 종이 뭉치를 집었다.
두툼한 걸 보니 이미 완성된 시나리오인 듯했다.
겉면에 시나리오의 제목은 적혀 있지 않았다.
그 대신 한쪽에 적혀 있는 노백찬, 이라는 글자가 눈에 띄었다.
정말, 꿈에서만 그리던 일이 손에 잡히는 형태로 존재하다니.
멍하니 있다가 나는 퍼뜩 고개를 들고 노백찬에게 물었다.
그와 연락이 제대로 안 되었던 지난 몇 개월.
그동안 노백찬은 이 작업을 하느라 주변 사람들하고 연락도 변변히 하지 못했나 보다.
“……이걸, 하시느라 연락 없으셨던 거였어요?”
“왜 허전하더냐?”
“할아버지…….”
쑥스러운 건지 장난스럽게 말하는 노백찬의 말에 나는 그만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걱정한 줄 아느냐고.
그 눈빛이 그리 말하는 것만 같아서 노백찬은 조용히 웃음 지었다.
이 작은 아이가 자신을 얼마나 끔찍하게 여기는지 잘 알기에.
시나리오를 보고 울컥해서 나는 섣불리 그 겉면을 넘기지도 못했다.
내 모습을 보고 노백찬이 덤덤하게 말했다.
“그때 네가 감독이라고 불렀던 게 기분이 나쁘지 않더구나. 이제 그 소리를 현장에서 듣고 싶다.”
그러면서 후루룩 차를 들이켜는 노백찬.
나는 일렁이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말은…… 정말 같이 현장에 설 수 있다는 말인가?
“감독으로 한 평생을 살았는데, 가장 좋아하는 배우에게 아직 제대로 듣지 못한 말이더라고. 그건 듣고 죽어야 하지 않겠니?”
노백찬은 그렇게 말하며 내 얼굴을 보고 씨익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