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219
219화
판타지적인 식당에서 과거의 주인공과 현재의 주인공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이야기의 노백찬 신작.
주인공인 남자는 자신의 어린 시절의 ‘나’에게 희망을 준다.
그리고 알게 모르게 어린 자신도 주인공에게 희망을 주게 된다.
주인공은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이 겪어왔던 모든 고통도 전부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자신이 겪어왔던 모든 고통이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라…….”
“어? 뭐라고 시우야?”
“아냐, 아무것도 아니야.”
혼잣말을 너무 크게 해버렸다.
삼촌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졸리다며 졸음껌을 다섯 개 털어 넣고 라디오의 음량을 높였다.
실컷 자신의 연애 이야기를 풀던 삼촌은 어린 내가 뭘 알겠느냐며 고독하게 운전을 하던 중이었다.
라디오에서 선곡해주는 신나는 음악을 들으면서 나는 다시금 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이 주인공의 모습은 마치 전생의 나 자신, 노아를 떠오르게 했다.
지나온 모든 삶이 고난과 고통으로 생각되었던 나의 전생, 노아 바텐베르크.
그리고 동시에 내가 이번에 맡게 된 아이 역할, 즉 본인의 어린 시절을 바꿔주려고 노력하는 그 모습은 내가 이번 생에서 만난 이들을 떠올리게 했다.
지금 한시우의 가족과 친구, 동료들의 모습 같달까.
극 중에서 주인공은 어린 자신에게 요리사의 꿈을 포기할 필요 없다고 자상하게 말해주니까.
그러면서 어린 자신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도와준다.
이렇게 보면 나에게 요리사는 마주하고 싶지 않은 기억인 전생의 노아인 셈이다.
그리고 어린 주인공은 나에게 있어 내 현생의 가족과도 같은 존재랄까.
나의 삶을 달라지게 해주었으니 말이다.
주인공이 어린 나에게 꿈을 포기하지 말라고 북돋아 주는 장면을 보면서 어찌나 부모님 생각이 나던지.
결국 참지 못하고 그저께는 안방에 쳐들어가 오랜만에 부모님과 한 침대에서 잤다.
내가 너무 커버린 탓에 침대가 조금 비좁은 듯했지만, 상관없었다.
오랜만, 아니 거의 처음으로 부리는 내 어리광에 부모님은 기뻐하며 나를 받아주셨으니까.
“우리 시우 무서운 꿈 꿨구나?”
“아니야, 그런 거.”
훅 들어온 어머니의 말에 나는 강하게 부정하며 고개를 휙휙 저었다.
그러자 뒤에서 나를 안아주는 아버지도 다 안다는 듯이 흐뭇하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 아직 엄마 품이 그리울 나이지. 많이 무서웠지?”
“아니! 아니라니까 그런 거?”
“그래그래.”
……덕분에 당치도 않은 오해를 사긴 했지만 말이다.
그다음 날 삼촌에게도 이 소리가 흘러 들어갔는지 아직도 무서운 꿈을 꾸고 엄마한테 달려가는 놈이라고 놀림을 받았다.
큰일이다.
지금까지는 별생각 없었는데.
삼촌이 알게 되면 이건 바로 강수정이 알게 된다는 소리였으니까.
잠시 잠깐 다음에는 강수정 얼굴을 어떻게 보지? 하는 고민이 들었지만 털어버렸다.
그건 다 오해였으니까, 오해.
휙휙 고개를 저어 그 기억을 떨쳐냈다.
그래도 이런 몽글몽글한 추억이 이번 삶을 채우고 있지 않은가.
나는 피식 웃으며 떠올리기도 싫은 기억과, 자신을 살게 해준 추억을 함께 떠올렸다.
과거를 잠시 떠올린 것뿐인데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해졌다.
다시, 한시우로 돌아와서.
우선, 이 주인공은 왜 이 어린 시절에 요리사라는 꿈을 가지게 되었을까.
캐릭터 파악을 위해 이걸 가장 먼저 생각해보기로 했다.
세트장이 완공될 때까지 아니, 어쩌면 그 전에 노백찬이 말한 대로 내 나름대로 ‘유정우’라는 주인공을 완성해야만 했으니 말이다.
주인공은 어른이 된 이후의 유정우지만.
내가 맡은 어린 유정우를 제대로 연기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어른 유정우를 분석하는 게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유정우는 왜 요리사가 되고 싶었을까…….
꿈이라는 것은 명백히 논리적인 설명해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나도 안다.
그렇기에 이 시나리오에 그 이유가 적히지 않은 것 또한 이해는 한다.
하지만, 분명 어떤 무의식을 통해 요리라는 것에 대한 동경을 품지 않았을까.
과거, 노아였던 내가 처음 연극을 보고 연기에 대한 동경을 품게 된 그때처럼.
주인공에게 요리란 무엇일까 곰곰이 떠올려 보았다.
“다 왔다, 시우야. 내리자!”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을 즈음, 벤은 어느 달동네에 도착했다.
***
열 대가 넘는 차들이 도착한 것은 경기도 외곽의 한 달동네였다.
바다 엔터의 사람들은 연탄을 가득 싣고 온 트럭 한 대 앞에 서서 달동네 지도를 들여다보았다.
“해가 지기 전에 이걸 다 옮기고 퇴근하는 게 우리 목표다!”
“각자 어느 집을 맡을 건지 먼저 정해야겠네요.”
김선우가 지도를 들여다보며 말하자, 직원들이 그렇게 하면 되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서 트럭이 들어가지 못하는 골목 초입에 연탄을 먼저 날라야 할 것 같아. 그다음에 가까운 집부터 배달을 하자고.”
매년 연탄 봉사를 하고 있기에 바다 엔터 식구들은 익숙하다는 듯이 헤매지도 않고 척척 역할 분배를 했다.
나와 삼촌 역시 그들이 하는 말을 잘 듣고 있다가 한 골목을 배정받았다.
“시우네는 여기 하면 되겠지? 너무 많나?”
“아니요! 할 수 있어요.”
내가 아직 어리기에 우리에게는 그리 많은 집이 배정되지는 않았다.
씩씩하게 할 수 있다고 대답하자 고독진이 장하다며 웃었다.
나와 삼촌은 직원이 나눠준 목장갑을 끼고 정해진 위치에 섰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가파른 골목 위로 연탄을 모두 나르는 것.
한 명이 연탄을 들고 오르막을 오르는 것은 쉽게 지치고 느리기 때문에 우리는 길게 일렬로 섰다.
트럭 위와 앞에 선 사람이 척척 연탄을 옮겨 주면 그걸 건네받고 건네받아서 위로 올리는 시스템이었다.
“으쌰.”
내가 힘들이지 않고 다음 사람에게 연탄을 건네자, 삼촌이 감탄을 했다.
“와, 시우야. 키가 작으니까 너는 허리 안 아파서 좋겠다.”
“조용히 해.”
나는 삼촌을 제대로 쳐다도 안 보고 다음 연탄을 건넸다.
조용히 하고 얼른 일이나 하라는 소리였다.
“아니, 이건 놀린 게 아니라 진짜 부러워서 한 말이잖아.”
“두고봐라. 내가 삼촌보다 커질 거니까.”
요즘 한창 키가 크는 것에 예민한 내가 눈을 부라리며 말하자, 삼촌이 찔끔했다.
“아니…… 거참 말이 안 통하는 놈이구만.”
삼촌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피식거리고 있었다.
저 봐, 결국 놀릴 생각이 있었던 거지.
한참 연탄을 옮기고 또 옮기다 보니 골목골목 초입에 연탄이 가득 쌓였다.
그 뒤에는 각자 맡은 집을 확인하면서 연탄 배달에 나섰다.
“어이구, 어머님. 나오지 마쇼. 저희가 안까지 들여 드릴게.”
바다 엔터 식구들은 하나같이 싹싹하게 말하며 연탄을 날랐다.
고독진 대표부터 말단 사원까지 예외 없이 봉사를 하고 있었다.
“할머니! 여기다 쌓는 게 편하시죠?”
거기에는 나나 김선우 같은 배우도 어김없이 포함되어 있었다.
내가 집집마다 돌면서 활짝 웃으며 말하자, 할머니, 할아버지가 대부분인 달동네 주민들이 엄청 반가워하셨다.
우선 연탄도 반가우시겠지만, 텔레비전에 나오는 내가 여기에 온 것이 여간 신기하신 모양이었다.
“그려! 집에 한시우가 왔다니깐?”
그중에는 나를 보고 감격해서 멀리 떨어져서 사는 식구들에게 전화를 하시는 분도 있었다.
덕분에 나는 그분들과 통화도 몇 번 해야 했다.
우리는 계획했던 대로 거의 모든 집에 연탄을 돌렸다.
그러다 보니 동네의 맨 꼭대기에 옹기종기 모이게 됐다.
“하! 좋은 일 하고 오랜만에 높은 데서 공기도 쐬고 좋네!”
고독진 대표가 허리에 손을 얹고 하는 말에 직원들이 작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던 김민석 팀장이 조심스레 고독진에게 가서 말했다.
“대표님. 허리에서 뚜둑 소리가 저 아래까지 납니다.”
“어, 어?! 언제 또 그렇게까지 났다고 그러냐.”
“허리 운동하셔야겠습니다.”
“너 지금 나 무시하냐?”
“아뇨? 그럴 리가요.”
바다 엔터에서 오래된 직원 중 한 명인 김민석 팀장의 너스레에 직원들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고독진도 결국 헛웃음을 같이 지었다.
“형아, 우리 집 현관에 연탄 좀 옮겨줘.”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누가 내 상의를 잡아당겼다.
뒤돌아보자 꾀죄죄해 보이는 아이였다.
나보다도 조금 어려 보이는 어린아이.
그 아이가 가리키는 집을 보고 나는 삼촌을 불러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어디에 쌓아줄까.”
“으응, 저 안쪽.”
집은 휑하기만 했다.
어른은 한 명도 안 보이고 아이 한 명만 덩그러니 있는 듯했다.
순수한 표정의 어린아이는 아무리 쳐줘봤자 내 또래인 것 같았다.
연탄을 다 옮기고 가려던 나는 아무래도 신경이 쓰여서 물었다.
“어른들은 안 계셔?”
“저어기, 할머니. 맨날 방에 누워있어.”
몸이 불편하신가 보다.
나는 그러냐고 석연치 않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 근데 이게 무슨 냄새지?”
옆에 서 있던 삼촌이 코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그러게. 어디선가 탄 냄새가 나는 거 같은데?”
나도 킁킁거리면서 말하자, 아이가 화들짝 놀라서 뛰어갔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따라가 보니, 아이가 주방으로 보이는 곳에 켈록거리며 들어갔다.
“부, 불난 거 아니야?!”
“뭐? 불?”
“여러분! 불이래요! 이쪽으로 와보세요!”
삼촌의 호들갑에 멀리 떨어져 있던 바다 엔터 직원들도 우르르 아이의 집으로 들이닥쳤다.
나는 손을 휘저으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큭, 켈록. 얘! 괜찮니?”
“으응…… 난 괜찮은데.”
내 목소리에 나와 삼촌, 바다 엔터 사람들이 모두 주방으로 들어왔다.
다들 들어오기에는 비좁기는 했지만 무슨 일인가 싶어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입구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는 사람도 많았다.
주방에는 매캐한 연기가 가득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 연기가 가시자, 냄비에는 다 타서 갈색이 된 죽이 보였다.
“아…….”
아이는 풀이 죽어서 그 죽을 긁어내고 있었다.
저 쌀도 나라에서 받은 것일 터였다.
그러나 분명 넉넉지는 않을 것이다.
“이거…… 오늘 하루치 양인데 어떡하지.”
아이는 다 타버린 죽을 내려다보며 울상을 지었다.
할머니가 약을 드시기 전에 먹었어야 할 죽이라며 울먹이는 아이.
그 모습을 보고 내가 얼른 직원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희 도시락 가져온 거 있지 않아요?”
“아! 맞다.”
내 말에 직원이 얼른 밑으로 뛰어 내려가 도시락 두 개를 집어 가지고 돌아왔다.
“오늘 우리가 도시락을 가져왔어. 밥은 걱정하지 마.”
나는 풀이 죽은 아이에게 도시락을 건넸다.
“우와…….”
그런데 아이는 얼른 도시락을 열더니 볶음밥의 채소를 전부 다른 그릇에 옮기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우리의 눈살이 자연스럽게 찌푸려졌다.
배가 고파도 편식은 하는 건가 싶어서.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는지 직원 중 한 명은 작게 혀를 차기도 했다.
“채소는…… 안 먹는 거야?”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내가 조심스럽게 묻자, 아이는 채소를 그릇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다가 멈칫했다.
그러자 뜨끔한 듯 멈춰선 아이가 잠시 망설이더니 조용히 읊조리듯 말했다.
“아, 아니…… 이걸로 다른 요리를 해보고 싶어서.”
그 말은 들은 나는 머리를 망치로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