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225
225화
연극이 무사히 마무리되고 난 후, 나와 삼촌은 조이수로부터 극단 뒤풀이에 초대받았다.
그래서 우리는 열 명이 넘는 조이수의 연극팀원들과 함께 조이수가 예약한 피자집에 도착했다.
우리의 등장으로 가게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원래 웨스트엔드에서 일하는 연극인들의 단골집인 곳이지만, 최근 조이수의 연극이 입소문을 타면서 피자집의 직원들부터 우리를 알아본 것이다.
“오우, 세상에. 빅 스타가 오셨네. 여러분 여기 한시우가 방문한 피자집이 되었어요!”
유쾌한 한 직원의 말에 먼저 피자집에 앉아 식사를 하던 손님이 우리를 보며 환호를 질렀다.
한국만 아니라 웨스트엔드에서도 이렇게 알아보는 이들이 많아지다니.
역시 인생은 두 번 살고 볼 일이었다.
‘황금가면’으로 살 때는 누리지 못한 환호까지 맘껏 들으며 살 수 있으니 말이다.
“하하, 홀이 너무 시끌벅적해지니 이쪽에 자리를 마련했어요.”
“감사해요, 마담.”
조이수가 가게 매니저에게 말하며 우리는 한쪽에 가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테이블로 안내되었다.
아주 커다란 테이블에 20명 정도가 둘러앉았다.
“시우는 여기 앉아!”
나는 아이린의 말대로 그녀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럼 오늘의 주역들이 우리에게 피자를 골라줄래?”
“그거 좋지!”
“우리는 맥주만 충분하다면 뭐든 상관없으니까!”
“오늘은 하와이안 피자를 시킨다고 해도 오케이야!”
조이수가 나와 아이린에게 메뉴판을 건네며 하는 말에 연극팀원들이 환호를 지르며 말했다.
팀원들의 극성맞은 말에 조이수를 비롯한 삼촌과 어른들은 주류 메뉴판을 부여잡고 각자 맥주를 시켰다.
“사람이 많으니까 여기 있는 모든 메뉴는 하프 앤 하프로 시켜도 좋을 것 같은데? 그중에서 아이린이 먹고 싶은 피자를 덜어줄게.”
내가 피자 메뉴판을 들여다보며 아이린에게 말하자, 고민이 가득하던 아이린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거 아주 멋진 생각이야, 시우! 이수, 들었어요? 우리 다 시킬 거예요. 사이드 메뉴도 모두요.”
우리의 말에 테이블에 둘러앉은 일행들은 정말 현명한 판단이라며 신나서 주문을 마쳤다.
잔뜩 시킨 음식이 나오기 전, 배우들은 나에게 보고 싶었다며 반갑다고 아우성을 쳤다.
“시우, 정말 보고 싶었어요!”
그중에서 잽싸게 내 맞은편 자리를 맡았던 숏컷의 여자 배우가 들뜬 목소리로 외쳤다.
옆에 앉은 배우가 그녀의 성량에 귀를 막으며 나에게 미안하다는 듯이 웃었다.
“좀 시끄럽죠? 하하, 캐서린은 브로드웨이 때부터 시우가 왔나 안 왔나 객석을 훑던 애거든요.”
“그러는 모두들도 시우가 언제 오나 이제나저제나 기다렸잖아.”
캐서린으로 불린 여자는 왜 나한테만 그러냐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 말에 다들 그건 맞다며 미리 나온 생맥주를 기울였다.
“그건 그렇지. 나 의 광팬이었다고. 알잖아? 타미를 실제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라고.”
“나는 RUN의 조이를 아직도 잊지 못해. 제시카랑 친하지 않아요? 미국에서 한 번 더 공연할 예정은 없어요?”
아니, 정정한다.
아무래도 조이수랑 같이 일한다고 나를 아는 수준이 아닌 것 같았다.
아까부터 모든 이의 입에서 내 필모그래피가 줄줄 흘러나오는 걸 보니 말이다.
나는 작은 팬사인회가 된 것 같은 분위기에 생긋 웃었다.
“맞아, 맞아. 레인보우 픽처스는 DVD를 내는 것에도 야박하단 말이에요.”
“OST를 듣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단 말이지.”
“나는 한국의 RUN 공연을 다시 보고 싶어. 시우의 모국어로 연기하는 모습…… 끝내줄 거 같거든.”
한 남자의 말에 다들 너는 웨스트엔드에서 영국의 RUN 공연을 봐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거라며 야유가 쏟아졌다.
이들의 반응을 보자 조만간 RUN의 공연을 다시 열어야 하나 싶었다.
옆에서 아이린이 자신도 내가 조이로 나오는 RUN 공연을 보고 싶다며 말을 보탰다.
새삼 미국인들에게 제시카와 레이보우 픽처스의 영향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내 팬이라고 말하는 이들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게 와 장진홍 감독의 인데 말이다.
“아니, 의 순회공연은 안 하나요? 밴드 노래가 진짜 하나하나 다 주옥같았는데…….”
“얘 아직도 밤마다 타미의 드럼 소리를 들으면서 자요.”
다이너마이트를 찬양하기 시작한 배우와 같은 방을 쓴다는 배우의 증언이 이어졌다.
이건 좀 놀라운데.
나는 놀라서 정말이냐고 그 배우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걸 듣지 않으면 하루가 마무리된 기분이 아니란 말이야.”
“하하, 정말 감사해요.”
“그 드럼도 직접 다 친 거죠?”
“네. 엄청 열심히 연습했죠. 여기…… 아 많이 사라졌나? 아직도 굳은살이 조금 남아있어요. 보세요.”
나는 타미의 팬이라는 배우에게 쭉 손을 뻗어서 보여주었다.
희미하게 남은 드럼 스틱을 쥐었을 때 남은 굳은살.
그 모습을 보고 배우는 감격이라는 듯이 얼굴을 와락 구겼다.
“하하, 리처드! 얼굴이 그게 뭐야.”
“나 이제 정말…… 평생 타미의 곡을 들을 거 같아.”
“푹 빠졌네, 푹 빠졌어!”
다들 조이수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니 나에 대해서는 알고 있을 것이라 여겼지만, 이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해줄 줄은 미처 몰랐다.
“은 또 어떻고. 한국에서 그토록 잘 만들어진 판타지 영화가 나올 줄 누가 알았겠어?”
오, 심지어 이들은 내 최근 작품까지 봐준 모양이었다.
외국인들의 반응은 밀라노 국제 영화제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본 게 마지막이었기에 나는 흥미롭게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거 스턴트맨 하나 없이 촬영했다던데 사실이에요?”
“진짜?! 와이어 액션이 꽤나 많이 들어갔을 것 같은데.”
“네. 그것도 선우 형이랑 연습 꽤나 했어요. 워낙 많아서 마지막에는 사타구니의 고통이 익숙해질 정도였죠.”
내 말에 남자 배우들이 그 고통 잘 안다며 표정을 찡그렸다.
그리고 다른 이들은 그것도 다 직접 한 거냐고 감탄을 터트렸다.
“저…… 거기 같이 나오는 마법사 배우분은 같이 안 왔죠?”
내가 김선우의 이름을 꺼내자 조용히 맥주를 홀짝이던 한 배우가 슬쩍 손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
응? 선우 형 말하는 건가?
“세상에, 티아. 이제 그만 포기해. 시우 이것 좀 봐요. 그 신기루 같은 마법사를 보고서 사랑의 열병을 앓는 미국인 팬마저 있다고요. 이거 꼭 그, 선우에게 전해줘야 해요.”
옆에서 그녀와 룸메이트인 배우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나에게 김선우의 행방을 물은 배우는 황홀하다는 듯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A는 정말 완벽한 캐릭터야……. 나는 그가 아니면 이제 결혼을 꿈꿀 수 없을 것 같아.”
“하하! 못 살아, 정말.”
“그전에는 어떤 슈퍼 히어로 아니었어? 티아?”
아, 저 사람의 이름이 티아인가 보다.
티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제 자신에게는 오직 마법사 A밖에 없노라고 선언했다.
“저건 티아의 병이야. 다른 피앙세가 나타나기 전까지 저럴 거라고.”
“같은 방을 쓰는 나는 어떻겠어. 하루종일 마법사의 매드무비를 돌려보고, 또 돌려본다고!”
“하하, 그 마법사가 연기는 잘하잖아?”
그래도 그걸 하루종일 한번 봐보라며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다고 동료 배우가 비명을 질렀다.
나는 유쾌하게 들으며 이 이야기를 김선우에게 꼭 전해줄 거라고 말했다.
“나는 그 영화에서 나오는 시우의 오열씬이 정말 굉장하다고 생각해.”
한 배우가 진지하게 던진 말에 한동안 배우들은 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이토록 생생한 감상평이라니.
감격스러웠다.
나는 조이수가 우리 둘을 위해 시켜준 콜라를 홀짝이며 그들의 이야기를 재밌게 들었다.
조금 이따가 임수호에게 연락해서 이들의 말을 전해줄 예정이었다.
마음 약한 우리 감독님이 또 울음을 터트릴지도 모르겠다.
하나같이 호평 일색이었으니 말이다.
“제시카하고 영화를 찍을 생각은 없어?”
“오,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이네. 미국에 다시 한번 와줘, 시우.”
그러다 몽블랑의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한 배우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물었다.
그 말에 나는 콜라를 먹다가 사레들릴 뻔했다.
“크, 크흠. 흠흠, 네 아쉽지만 아직은 예정이 없어요.”
내가 안타깝다는 듯 말하자 배우들이 이마를 짚으며 아쉬워했다.
“으아, 정말 굉장하다. 벌써부터 이름만 대면 어마어마한 거장들이랑 친분이 있다니. 내가 시우였으면 정말 인생이 살맛 날 거 같아.”
“그건 네가 시우만큼 끝내주는 연기를 한다면 달라지지 않을까?”
“팩트만 나열하는 건 멈춰줄래?”
배우들은 나를 보고 나처럼 되고 싶다며, 존경심을 보였다.
그러면서 서로 아주 친한지 투닥거리는 그들의 수다 소리를 배경으로 속속들이 도착하는 피자를 바라봤다.
“시우, 한국에서 먹었던 불고기 피자 먹고 싶어.”
“하하. 하긴. 아이린은 어렸을 때도 불고기를 좋아했었지.”
“영국에는 왜 그런 음식이 없는지 몰라.”
나에게만 들릴 듯한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는 아이린의 말에, 나는 웃으며 그녀 접시에다가 치즈 피자를 덜어주며 속삭여줬다.
“그래도 이 정도면 영국에서 먹는 음식치고 상당히 괜찮은 편이지.”
그 뒤로 몇 시간 동안 배우들과의 유쾌한 대화는 그치지 않고 계속되었다.
배우들의 눈빛을 보니, 내가 전생에 처음 연극을 봤을 때가 떠올랐다.
내가 노아였던 시절, 리처드 버비지의 연기를 처음 봤던 그 날의 일.
내가 리처드를 바라보던 눈빛으로, 이 배우들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화 중간중간에 마치 내가 아직도 있는지 확인하듯이 이쪽으로 시선을 보내는 배우들.
무언가 신기하면서도 오묘한 기분이다.
“맞아, 시우. 우리들 사이에서는 나을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음? 뭔데요?”
내가 의아해서 묻자, 배우들이 장난스럽게 눈을 맞추다가 말했다.
“셰익스피어!”
연기도 하고 극작도 하는 영국이 낳은 극작가 셰익스피어.
그는 배우로서도 인정받았던 사람이었다.
나, 자신은 이미 실제로 만나보기도 한 사람이자 이제는 전설이 되어버린 사람이었다.
최고의 극찬이지만, 이들이 간과한 게 하나 있다
나는 웃으며 한마디 덧붙여주었다.
“셰익스피어보다, 제가 연기는 더 잘했는데.”
내 말에 우리 테이블에 있던 이들이 모두 테이블을 치며 박장대소를 했다.
끝내준다는 환호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오우, 젊은 천재의 말이라 그런가? 무게감이 엄청난데.”
“하아… 우리는 언제 시우와 같은 무대에 서보게 될까.”
“그리 머지않았을지도 모른다고?”
연기라는 것이 이렇게 사람과의 깊은 유대를 만들어주는구나.
몇백 년의 차이가 있는 사람들이지만, 나에게는 같은 위로와 응원이 되는 사람들이다.
연기라는 같은 ‘꿈’을 가진 사람들.
내가 노백찬의 작품을 보고, 전생을 돌아봤던 것처럼.
지금 나처럼 되기를 바라는 이들도,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언젠가 그 꿈을 이루었으면 좋겠다.
나는 문득 조이수의 배우들, 그리고 조이수와 아이린에게도 을 보여주고 싶어졌다.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에게 이 메시지를 들려주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꿈에 대한 확신과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의 쓸모도 알았으면 했다.
아마 노백찬의 영화라면 영어 자막 버전이 나오지 않을까.
그럼 그때 번역은 꼭 내가 하고 싶다.
사람들에게 언젠가 내가 나오는 의 영어 자막을 선물하겠다고 조용히 다짐하는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