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229
229화
어린 유정우는 식당 앞 미닫이문 앞에서 한참을 고민한다.
그 어린아이의 손에 들린 것은 꾸깃한 천 원짜리 한 장.
“…….”
해가 뉘엿뉘엿 저물 무렵이다.
또래 아이들 모두가 엄마의 부름으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갈 때.
유정우는 일주일에 한 번 동네 식당을 찾는다.
어린 유정우는 우물쭈물하다가 멍한 얼굴로 식당을 올려다본다.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식당 굴뚝의 연기로 시선이 간 것이다.
그와 함께 코끝을 간지럽히는 고소하고 따뜻한 갓 지은 밥 냄새.
꼴깍.
옆에 누군가가 있었다면 들렸을 정도로 마른침 삼키는 소리를 낸 아이는 결심했다는 듯이 미닫이문을 조심스럽게 연다.
드르륵.
오래된 시골 건물을 개조한 식당이라 문은 어린아이의 팔 힘에 약간 힘겹게 열린다.
유정우는 상당히 굶주린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유정우는 동네 다른 친구들의 눈을 피해 동네 구석진 곳까지 걸어온 참이었으니까.
혹여나 동네 다른 친구들을 만날세라 가장 구석진 식당으로 찾아, 그곳의 문을 연 것이다.
“……아, 안녕하,”
새로운 식당이라 그런지 어린 유정우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간다.
원래 매주 가던 가게가 폐업하는 바람에 유정우는 꽤나 낙심했었다.
그리고 같은 자리에 얼마 뒤 새로 생긴 가게가 문을 열었단다.
이전 식당에서는 백반이 천 원이었는데 지금은 식당 주인이 바뀌었을 테니 가격도 걱정이었다.
끙끙대며 조심스레 드륵, 문을 닫고 들어간다.
식당 주인이 놀란 눈으로 자신을 보는 것이 보인다.
“안녕하세요…….”
툭.
식당 주인은 어린 유정우의 말에 두부를 찌개에 넣으려다 말고 이쪽을 보다가 두부를 엄한 데에 떨어뜨린다.
유정우는 그런 식당 주인을 탐탁지 않게 쳐다본다.
‘전의 주인의 밥이 더 맛있지 않을까.’
마치 그렇게 쓰여있는 듯한 얼굴이다.
하지만, 어린 유정우는 곧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걸 깨닫고 구석진 자리를 찾아 앉아 메뉴판을 두리번거린다.
식당 주인이 자꾸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에 불편함을 느끼지만, 앞으로 올 식당은 여기밖에 없지 않나.
집에서 가까운 시내에 있는 식당에 갈 수는 없었다.
손님이 많은 식당들은 가족끼리 가는 애들이 많았으니까.
그 사이에 끼어 혼자 먹을 수는 없었다.
“저기, 백반 정식 하나 주세요.”
그러니 최대한 자연스럽게 식당 주인에게 가장 저렴한 백반 정식을 주문한다.
식당 주인은 그런 유정우를 넋 놓고 바라보다가, 겨우 입을 연다.
“그래, 백반정식.”
방금 전까지 버벅거리던 게 무색할 만큼 그는 재빠르게 재료를 꺼내 백반을 준비한다.
치이익, 소리와 함께 고소한 기름 냄새가 그리 넓지 않은 식당 가득 퍼진다.
그 냄새를 따라가며 프라이팬을 움직이는 식당 주인의 몸놀림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어쩌면, 전 주인만큼은 아니어도 꽤나 맛있는 식사를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정정하면서.
“자, 밥 나왔습니다.”
이내 어린 유정우의 앞에 제육 정식이 놓인다.
그 밥그릇 위에는 자신이 주문하지도 않은 달걀 프라이까지 있다.
“하하, 달걀 프라이는 서비스야.”
“…….”
식당 주인은 천연덕스럽게 서비스라고 둘러대는데 어린 유정우는 기분이 나쁘다.
바라지도 않은 동정.
혼자 밥 먹으러 식당에 들어가면 종종 이런 일이 생겼다.
그리고 이런 동정이 매번 그 가게를 찾아가기 어렵게 만들곤 했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서비스를 줬으니 감사 인사는 잊지 않고 한다.
수저를 들어서 크게 한입 밥을 퍼서 입에 넣으려는데, 식당 주인은 할 일도 없는지 자신이 밥 먹는 걸 빤히 쳐다보고 있다.
“아까부터 왜 자꾸 쳐다보세요?”
그 시선이 처음부터 괜히 기분이 나빠서 묻는다.
식당 주인이 깜짝 놀라 대답한다.
“어, 어? 나, 나랑 이름이 똑같아서.”
이름?
그 말에 어린 유정우는 더 이상하다는 눈빛으로 식당 주인을 바라본다.
“내가…… 언제 내 이름을 말했는데요?”
식당에 들어와서 백반정식 하나 달라는 소리밖에 안 했는데 무슨 소리일까 싶다.
심지어 이제 이 동네에 식당을 열었으니 동네 사정에 어두울 텐데 혼자 밥 먹고 다니는 어린아이 이름이 ‘유정우’인 것을 알 턱이 있나.
수상하다.
아까보다 더욱 경계해서 식당 주인을 쳐다보자, 식당 주인이 찔끔한 표정을 짓는다.
그 표정이 꼭 실언을 했다는 표정이다.
“크흠! 아, 아니…… 아까 장 보러 나갔다가 친구가 이름 부르는 걸 들었거든. 유정우…… 맞지?”
“흐음? 네. 맞아요.”
급하게 둘러대는 식당 주인이 조금 이상하지만,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지금은 일단 주린 배가 먼저다.
조용히 떠 놓은 밥을 한입 먹는데, 눈이 절로 커진다.
“……!”
분명 똑같은 밥일 텐데, 밥이 달다.
이어서 다른 반찬도 먹어보는 유정우의 눈이 커진 걸 넘어서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한다.
어린 유정우는 식당 주인의 요리 솜씨에 반하고 만다.
고소한 제육볶음과 감칠맛 나는 된장국.
거기에 깔끔하게 볶아낸 멸치볶음과 새콤하게 무친 미역 줄기까지.
평범한 재료에 평범한 메뉴지만 하나하나의 맛이 예사롭지가 않다.
열심히 밥을 먹던 어린 유정우는 주방으로 돌아간 식당 주인을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본다.
***
“컷!”
한시우가 어린 유정우로 분하고 이어진 첫 번째 촬영.
호랑이 같은 눈빛으로 한 번도 끊지 않고 메인 모니터 화면을 보던 노백찬의 입에서 컷 소리가 나왔다.
오케이가 아니었다.
같은 장면을 처음부터 다시 가자는 뜻이다.
긴장하고 있던 모두가 촬영을 서둘러 다시 준비한다.
좋다, 어떻다, 말도 없다.
한시우는 스태프이 백반정식이 담긴 쟁반을 가져가는 사이, 노백찬을 바라보았다.
팔짱을 낀채 카메라 감독의 말을 듣고 있지만, 한시우의 눈에는 다 보였다.
컷, 이라고만 말했지만 묘하게 올라간 한쪽 입꼬리가 한시우가 둘러준 목도리에 가려지는 것을.
‘나쁘지는 않은가 보네.’
한시우는 어깨를 으쓱하고 다가온 스타일리스트에게 얼굴을 맡겼다.
“……해서, 이번에는 조명을 조정할까요? 해가 생각보다 빨리 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게 하지. 여기서 조금 더 해가 지는 정도는 상관없네.”
“네. 알았습니다. 감독님.”
조명 감독, 카메라 감독과 상의를 끝낸 노백찬이 돌아가고 있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턱을 문질렀다.
아까 강수정과 문희성이 연기를 할 때는 분명, 처음에 강수정이 문희성에게 잡아먹힌 포지션이었다.
훨씬 도도하고 기가 살아야 하는 연예인 역할을 맡은 강수정이 대선배 문희성에게 기로 눌린 모습이 노백찬의 눈에는 훤했던 것이다.
다른 스태프들은 몰랐을 것이다.
순수하게 연기력으로만 따지자면 강수정도 문희성에게 밀리지 않는 배우니까.
그러나 거장의 눈에는 기의 흐름이 보이는 법이다.
문희성이 한시우에게 너랑 연기할 때는 내가 더 긴장된다며 농담 같은 말을 던지는 걸 노백찬도 안다.
그리고 그 말이 결코 농담이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두 눈을 반짝이며 자신보다 몇십 센티나 큰 대선배를 바라보는 한시우의 모습에 결코 두려움이란 없었으니 말이다.
자신이 늙어가며 잃고 만 생기, 용기, 패기가 모두 저 아이가 아직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노백찬의 마지막을 떠올렸을 때 늙고 병든 노인네가 아닌, 저 생생한 영혼으로 기억되기를 바랐다.
그 염원을 담은 노백찬의 카메라에 다시금 한시우가 선명하게 들어온다.
“곧 다시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네.”
현장 스태프이 돌아다니며 외치는 말에도 한시우의 집중력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고요하게 앉은 상태 그대로 어린 유정우로 프레임 한구석에 오도카니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묘하게 배우에게 재촉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거장이라는 타이틀을 짊어지고 나서는 한 번도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없는데 말이다.
‘집중력이 깨지기 전에 얼른 카메라를 돌려달라.’
이쪽을 응시하고 있지도 않은 한시우에게서 그런 호소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저 부름을 무시하는 건 감독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었다.
다시 한번 번뜩이는 노백찬의 입에서는 어김없이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레디, 액션.”
***
그로부터 한달간 촬영은 쉬지 않고 순조롭게 이뤄졌다.
애초에 화려한 라인업으로 어마어마한 액수의 투자금액을 받고 노백찬의 이름 아래 제작사가 소집되었기 때문에 촉박한 일정은 아니었다.
다들 노백찬이 컴백만 할 수 있다면 뭐든 해도 좋다는 입장이었으니 말이다.
특히 그림 제작사의 대표 김화진의 입김이 거셌다.
노 감독님이 무리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이번 촬영의 목표라고 못을 박았으니 말이다.
그러니 더욱 무리하지 않는 일정으로 계속되던 촬영이었지만, 그러던 중에도 길게 쉬는 시간이 생겼다.
모든 스태프들이 매일 살다시피 하던 세트장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장면이 많은 이번 작품에서는 세트장 없이 촬영을 하기에는 애로사항이 많았다.
덕분에 3월 중순인 지금, 일주일 정도 촬영을 쉬기로 했다.
세트장이 워낙 크다 보니 보수 문제는 작게든 생길 수 있는 법이지.
소식을 들은 나도 얼른 이 상황을 납득했다.
매일 같이 문희성과 노백찬, 두 사람하고 부딪치며 촬영을 할 수 있는 호사를 잠시 못 누리는 게 아쉬웠지만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었다.
그 까다롭기로 유명한 최대웅 미술감독의 작품인 세트장이니 더 신경 쓸 게 뻔했다.
아마 일주일이라고 기한을 잡았지만 더 걸릴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이번 작품은 그런 최대웅을 재촉할 사람이 한 명도 없는 환경이었으니 말이다.
덕분에 모든 스태프과 배우들에게 일주일이라는 휴식 기간이 생겼다.
“시우야. 그쪽 정리는 다 됐니?”
“웅! 지금 나갈게.”
기나긴 휴가를 맞이해, 우리 집은 계속해서 계획하고 있던 이사를 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계속 집을 보러 다니고 자질구레한 일을 처리해두셨기 때문에 내가 시간이 빌 때 이사만 하면 되었다.
“좋아. 됐어.”
과거 바텐베르크에 있던 내 방만큼은 아니었지만 이제는 꽤나 넓어진 방 정리를 끝냈다.
나는 흐뭇한 표정으로 넓은 창 아래 놓인 침대를 바라보았다.
이사를 한 것은 어제였다.
그래도 아직 정리할 짐이 산더미였기에 오늘 세 가족이 모두 힘을 합쳐 정리 중이었다.
삼촌도 나도 계속 일을 하고, 어머니 아버지도 계속 바빴으니 경제적 여건은 되어도 섣불리 이사할 생각은 못 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휴가를 받아서 다행이었다.
“이야, 독립하지 말 걸 그랬나?”
“마음에도 없는 소리 또 한다.”
삼촌은 이번 기회에 독립을 하게 되었다.
한남동의 넓은 아파트로 이사 온 우리 집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아담한 아파트를 구했단다.
곧 삼촌네 집도 집들이를 할 예정이다.
딩동-
“시우야! 손님들 오셨나 보다!”
“헉! 벌써 시간이 됐나 봐.”
“얼른 나가, 삼촌.”
안방 쪽에서 들리는 어머니의 말에 삼촌과 내가 후다닥 현관으로 나갔다.
저번 집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져서 현관까지 나가는데 복도가 참으로 길기도 했다.
세 배는 넓어진 신발장을 건너 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이사 축하한다, 시우야.”
그리고 오늘은, 촬영 쉬는 기간을 맞아 우리 집 집들이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