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231
231화
“수정씨는 이렇게 보니까 정말 다르네요.”
“네, 네?”
열심히 산적꼬치를 꼬치째로 잡아서 덥석덥석 집어 먹던 강수정이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말에 불안하게 고개를 들었다.
그 바람에 나도 밥을 삼키다가 잘못 넘겨서 콜록거렸다.
“켁, 케헥.”
“어어? 시우야 물 마셔. 물.”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는 남연수가 당황해서 물잔을 건네주었다.
“고, 마워……. 형.”
나는 겨우겨우 물을 마시고 강수정과 어머니를 쳐다보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눈치채지 말걸 그랬다.
왜 내가 밥을 잘만 먹다가 저 둘의 눈치를 봐야 하는지.
힐끔 시선을 돌리자 삼촌도 젓가락을 입에 문 채로 눈알을 도로록 굴리고 있었다.
여기가 시댁도 아닌데, 우리 어머니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기 위한 강수정의 노력은 눈물겨웠다.
삼촌이 누이인 우리 어머니를 잘 따르긴 하지만, 외할머니도 아닌데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나올 줄 누가 알았겠느냔 말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오늘 집들이에 강수정이 온다는 걸 재고해보았을 것이다.
집들이 선물로 독일제 무쇠 냄비를 가져온 강수정은 자연스럽게 인사를 마치고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어머니랑 수다를 떨며 음식 준비를 도왔다.
아까부터 어머니를 집중 마크하더니 드디어 그 결실을 보려나 보다.
“아니, 그렇잖아요? TV에서 나오는 강수정씨 이미지는 약간 차갑고, 또 도도한 차가운 도시 여자 느낌이랄까……. 여배우에 대한 제 편견일까요? 그런 식으로 생각했는데 오늘 이렇게 먼저 다정다감하게 말도 걸어주고 도와주시고, 참 감사해서요.”
“아니, 그건 시우 어머님이 너무 편하게 해주셔서 그렇죠~”
“그런가요? 이제 TV 못 믿겠어요. 수정씨는 훨씬 이미지가 좋은데. 너무 밝고 좋으신 분 같아요.”
“…….”
“…….”
그리고 본의 아니게 식탁은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원래 촬영장에서 찬바람 쌩쌩 불며 사적인 대화는 한 조각도 하지 않는 강수정의 본모습을 아는 이들이었다.
문희성과 남연수는 멋쩍게 웃으며 입을 다물었다.
소문을 익히 들어 알고 있는 김상철과 강용휘, 그리고 김선우도 어색하게 젓가락을 움직여 반찬을 집었다 놨다 했다.
모두의 시선은 어머니와 강수정을 향해 있었지만 말이다.
분위기 왜 이래 진짜…….
내가 이마를 짚을 무렵, 아버지는 갑자기 모두들 입을 다물자 무슨 일인가 싶어서 갈비를 뜯어먹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말을 꺼낸 어머니는 눈치를 못 채신 건지 아니면 신경 쓰지 않는 것인지 환하게 웃으면서 강수정에게 말했다.
“저희 시우랑도 촬영장에서 엄청 친하게 지내셨다면서요.”
“아, 아! 그렇죠. 시우 어머님이 알아주셔서 정말 기뻐요. 제가 이래 봬도 원래 사석에서는 이렇게 밝고 말도 많거든요. 대중들은 모르는 제 본모습이에요. 호호.”
호호?
거기다 요조숙녀처럼 웃는 강수정의 모습에 나는 오싹함을 느꼈다.
촬영장에서 대본을 들고 폭풍 질문을 쏟아내던 강수정에게 느껴본 적 없는… 조신함이었다.
“하, 하, 하. 그렇지? 수정씨가 원래 알고 보면 어? 다정한, 스타일이야! 내, 내가 촬영장에서. 어… 지켜봐서 잘 알아!”
“그래?”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삼촌이 나름 지원사격을 하겠다고 말을 꺼냈다.
나란히 앉아 있던 비상철또 777 식구들이 숙연해졌다.
속으로 분명 저런 놈도 우리 극단 식구였다고 생각하는 중일 것이다.
어색하기 짝이 없다.
저 짧은 말을 하는데 왜 저렇게 더듬거리는지.
삼촌이 왜 연기로 성공하지 못했는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하하, 수정 누나가 좀 오해를 사긴 하죠. 그보다 여러분. 오늘 드셔야 하는 게 또 있어요! 아빠, 아빠. 그거.”
“아, 그거!”
결국 내가 나섰다.
나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급하게 아버지를 호출했다.
내 신호를 알아들은 아버지가 다행히 주방으로 급히 향했다.
“자, 희희치킨입니다~”
바로 막 튀겨낸 치킨이었다.
“어? 치킨?”
“이것도 치킨 아니에요?”
손님들은 의아한 마음에 상 한가운데에 있던 양념치킨을 가리켰다.
“이건 이번에 개발한 신메뉴인데. 이것도 양념치킨이거든요. 저희 집 오리지널하고 비교해주십사하고 가져와 봤습니다.”
“우와아! 잘 먹겠습니다.”
역시나 치킨이라면 환장하는 어린아이인 남연수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솔직하게 평가해줘야 한다. 연수야.”
“저만 믿으세요, 아저씨!”
우리 집에 몇 번 놀러 왔다고 남연수는 아버지에게 씩씩하게 말하고서 포크로 신메뉴 달콤쌉쌀불맛치킨을 찍었다.
“이건 무슨 맛이에요, 매형?”
“간장인데 그…… 불맛을 한번 가미해봤어. 다른 치킨이랑 다르게 오븐에 한번 구워서 튀겨낸 거야.”
“오오, 불맛!”
삼촌도 질세라 포크로 치킨을 가져갔다.
“우리 직원들은 일단 다 맛있다고 했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불안해서.”
“아빠 진짜 맛있어요. 자신을 가져요!”
아버지는 직원을 시켜도 될 텐데 아직도 주방에서 직접 닭을 튀기신다.
거기다가 사업이 체질에 맞으시는지 이번에 새로운 메뉴를 내야 한다며 본사 직원들과 메뉴 개발에도 열심이었다.
가맹점을 잔뜩 내고서 첫 신메뉴라 그런지 여느 때보다 긴장하신 모양이다.
“와…… 아저씨 진짜 맛있는데요?”
“그래……?”
감동한 표정으로 남연수가 말하자 아버지의 표정이 조금 환해졌다.
“어디, 나도 한번…….”
“잘 먹겠습니다.”
남연수의 반응이 아주 좋자, 김상철과 문희성을 비롯한 어른들도 다 같이 치킨을 시식했다.
“와, 맛있는데요?”
“이건 한 마리 다 먹어도 안 느끼할 것 같습니다.”
“불맛이라고 해서 엄청 매울 줄 알았더니 아니네요?”
“하하, 네. 불맛이 간장을 약간 태웠을 때 나오거든요. 간장 소스를 익혀서 불맛을 낸 겁니다. 다른 건 안 넣고 간장으로만 내는 불맛이에요.”
“안 물리겠어요. 이거 맛있네.”
다들 호평일색이었다.
“아저씨, 저 이거 나오면 맨날 시켜 먹을래요!”
“정말?”
모두의 칭찬에 마지막 남연수의 귀여운 카운터까지.
아버지는 완전히 마음을 놓으셨는지 입가가 풀어지셨다.
아주 다행이다.
“그런데 시우야, 친구는 아직이니?”
“아, 맞다.”
치킨 시식하느라 잊고 있었다.
어머니의 말에 시계를 보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친구?”
“시우 친구도 있냐?”
“당연하죠. 학교 친구예요.”
“그렇게 바쁜 와중에 친구도 챙겨? 시우 너 정말 대단하다.”
“이 정도는 기본이죠.”
감탄하는 어른들의 말을 대충 물리치고 한솔에게 전화를 걸어볼까 고민했다.
“시우 같은 학교 친구라…… 얼른 보고 싶다!”
그리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연수가 굉장히 기대 중이다.
오늘 선물 증정식 다음으로 내 친구 만나는 걸 고대하는 모습이었다.
좀 불안하다.
지금 남연수를 보면 진짜 궁금한 마음 반, 경계하려는 마음 반이 눈빛에 가득이다.
차라리 조금 늦게 오는 게 나을 수도…….
딩동-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인터폰이 울렸다.
“네-”
얼른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
그리고 현관으로 달려 나가자 남연수가 뒤로 따라붙었다.
“안녕하세요! 와, 시우야. 너네 집 진짜 좋다!”
“어서 와. 어, 안녕하세요.”
“안녕. 초대해줘서 고맙다.”
한솔은 혼자 온 게 아니었다.
전직 야구 선수인 아버지, 한찬희와 함께였다.
그냥 와도 된다고 했건만.
선물로 뭘 싸 들고 오셨는지 품에 짐이 가득이었다.
“들어오세요. 마침 치킨 먹고 있었어요.”
“그거 기대되는걸. 희희치킨이지?”
“당연하죠.”
내가 현관에서 비켜서자, 한솔과 한찬희가 집으로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뒤에 서 있던 남연수가 타이밍을 재다가 인사를 건넸다.
집에 들어오던 한솔은 남연수를 보고 딱 굳어버렸다.
“대박, 배우 남연수다…….”
“만나서 반가워! 나는 시우 친구 남연수라고 해.”
“네. 저는 한솔이에요.”
“으응. 그래.”
남연수는 어딘가 모르게 약간 김빠진 듯이 대답을 했다.
우리는 다 같이 거실로 향했다.
“아니, 이게 누구십니까. 반갑습니다. 이런 데서 뵐 줄이야.”
“안녕하세요. 문희성입니다.”
“강수정이에요.”
“와… 각오는 했지만 스타분들이 정말 많으시네요.”
“한찬희 선수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신기한데요?”
어른들은 훈훈하게 악수를 나눴다.
“이건 제 선물입니다. 집에서 쓰던 거라 좀 그렇겠지만.”
한찬희가 내민 것은 턴테이블과 LP판이었다.
그것도 꽤나 많은 양이라 박스 가득 들어있었다.
이것보다 저 집에 훨씬 많은 LP가 있다는 걸 알기에 나는 별로 안 놀랐지만 우리 집에 와 있던 손님들은 아니었다.
전직 야구선수가 갑자기 등장한 것도 신기한데, 거기에 선물로 의외의 것을 들고 왔으니.
거실은 금방 왁자지껄해졌다.
“우와! 턴테이블이군요!”
“이 브랜드는 외국에서만 취급하는 건데…….”
의외로 아버지가 이런 데 관심이 있는지 반가워하셨다.
그리고 슬그머니 다가온 김상철이 턱을 쓸며 나지막이 말했다.
“오, 그렇습니까?”
“네. 이건 외국 웬만한 골동품점에 가야 구경할 수 있는 겁니다. 와 이건 또 명반이네…….”
“하하, 알아보시는 분이 여기 계실 줄은 몰랐군요.”
한찬희는 김상철의 말에 기분 좋다는 듯 웃었다.
“이리 귀한걸……. 정말 감사합니다. 솔이 아빠.”
아버지는 김상철의 설명에 감격해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니 시우 너는 인맥이 뭐냐? 왕년의 좌완투수를 너희 집에서 볼 줄이야.”
“사인 받아가셔도 돼요.”
“되게 선심 쓰듯이 말한다?”
강용휘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을 동안 김선우는 침착하게 사인을 어디에 받을지 고민 중이었다.
야구를 좋아하는지는 또 몰랐네…….
“내가 시우 방 구경시켜줄까?”
“좋아요! 연수형.”
“바, 반말해도 돼.”
“정말? 좋아. 얼른 가 보자.”
친화력 좋은 한솔은 그새 남연수를 함락시켰다.
“그래서 제가 그때 당시 저희 감독님한테 말했죠. 차라리…….”
거실에서는 한찬희가 입을 열기 시작한지라, 나도 애들을 따라 내 방으로 피신했다.
어른들 틈에서 저 수다를 듣기는 조금 힘들 것 같았다.
“와, 그런 일이 있으셨구나.”
“신기하네요. 이렇게 뒷이야기를 들으니까.”
아직 초반이라 다들 호응이 좋다.
우리 어머니는 눈치껏 음식을 준비하신다며 주방으로 빠지셨다.
내가 평소에 한솔이네 다녀오면 지쳤던 걸 기억하시는 게 분명했다.
“이거 봐! 나랑 문희성 선배님이랑 같이 단 거야.”
“우와. 멋지다.”
“그렇지? 그리고 이 디퓨저는 내가 선물한 거야.”
“와우. 이건 시우한테 너무 고급진 거 아니에요?”
“그, 그런가? 시우는 마음에 든다고 했어.”
“쟤가 은근히 취향이 애늙은이 같을 때가 있잖아요.”
“그건 맞아.”
어쭈.
방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한솔에게 홀려서 고개를 끄덕이는 남연수의 모습에 혀를 찼다.
“내 방에서 내 험담하는 거야?”
“시, 시우야.”
“에이, 험담은 아니지.”
화들짝 놀라는 남연수와 다르게 한솔은 능글맞게 상황을 모면해버린다.
생각해보니, 남연수와 한솔이 못 어울리게 해야 할 것 같다.
이러다가 애 버릇 나빠지겠다.
지잉-
뭐라고 한마디 하려던 찰나, 핸드폰에 문자가 왔다.
“아, 장 감독님이다.”
“어! 늦으신대?”
원래 장진홍 감독도 오늘 집들이 손님이었다.
이제야 연락을 준 모양이다.
[미안하다. 시우야. 오늘 일이 있어서 못 갈 것 같아.]의아한 내용이었지만, 워낙 바쁜 사람이니 그러려니 했다.
이때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되었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