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238
238화
며칠 뒤, 오늘은 학교가 끝나고 서둘러 갈 곳이 있었다.
딸랑-
“어서 오세요.”
장진홍의 단골집이라고 들은 중국집이었다.
그의 이름을 대자 다른 손님들은 이미 와 계신다며 자리를 안내받았다.
“저 왔어요.”
룸 안에는 문희성과 장진홍이 이미 와 있었다.
“시우 왔니.”
“학교 다녀온 거야?”
“네! 지금 아니면 학교 갈 시간이 없거든요.”
내가 고달프다는 듯이 한숨을 쉬자 학교를 졸업한 지 오래된 두 어른이 귀엽다는 듯이 웃음 지었다.
오늘 이 자리는 세 사람이서 한번 밥이나 먹자고 해서 마련된 것이다.
장진홍이 먼저 우리 두 사람을 초대했다.
“그럼. 건배부터 할까요?”
“좋습니다.”
두 사람은 중국집이니만큼 도수가 높은 술을 시켰고, 나는 음료수 잔을 들었다.
“두 분 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감독님도 고생하셨어요!”
우리 세 사람은 웃는 얼굴로 짠, 건배를 했다.
이미 전 스태프가 참석하는 뒤풀이는 마쳤다.
마지막 촬영날 노백찬이 비싼 횟집을 통째로 빌려서 그곳에 가서 부어라 마셔라 한 것이다.
오늘은 장진홍이 개인적으로 우리 두 사람에게 너무 고맙다며 만든 자리였다.
“정말 두 분 없었으면 저는 이 영화 끝까지 못 했을 겁니다.”
“약한 소리 하시기는요! 할아버지, 노 감독님만큼 감독님 현장에서 무시무시하셨잖아요!”
“제대로 안 하면 무슨 수모를 겪으려고. 휴,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정말 부담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그럴 만도 하죠. 거장의 빈 자리를 메워야 하셨으니.”
문희성이 정말 고생하셨다며 장진홍의 빈 잔을 채워주었다.
“사실 저도 잘 압니다. 제 주제를요. 제가 스승님의 자리를 대신하기에는 아직 한참 모자란 사람이란 걸 너무 알아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아직 요리가 하나 나왔는데, 장진홍은 벌써 술이 올랐는지 술술 고민을 풀어냈다.
촬영이 끝났으니 문희성과 나도 가벼운 마음으로 그의 넋두리를 들어주었다.
요새 편집을 서둘러서 하느라 편집실에 갇혀 산다는 그를 위로할 겸 모인 자리기에 오늘은 장진홍이 하자는 대로 다 해줄 생각이긴 했다.
확실히, 나도 주연배우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된다고만 생각해서 미처 생각 못 한 부분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전 국민이, 아니 어떻게 보면 전 세계가 주목하는 거장 노백찬의 마지막 작품.
그 작품을 촬영하는 데에 대타 감독으로 들어가게 되었으니 장진홍의 마음고생이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그런데 장 감독님 진짜 현장에서는 티 안 내시던데요. 멋졌어요.”
“하하, 보스가 고민을 드러내면 조직이 흔들리는 법이잖니. 안 그래도 불안해할 스태프들한테 약한 모습을 보일 수야 있나.”
하긴 그것도 그랬다.
덕분에 장진홍은 자신이 데려온 크루들한테도 고민 상담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혼자서 끙끙 앓았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알았는지 시우 너랑 희성씨가 끝내주는 연기로 날 위로해주더라고. 모니터 안에서 두 사람이 나한테 잘하고 있다고 말해주는 거 같아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저희야 저희 할 일을 제대로 한 것뿐인걸요.”
“맞아요. 주연배우가 제대로 일 안 하면 현장이 안 굴러가죠.”
문희성이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넘겨 나도 의젓하게 대답했다.
우리 두 사람의 말을 들으며 장진홍이 희미하게 미소를 흘렸다.
“정말 두 사람 덕분입니다. 이번 촬영을 무사히 마친 건.”
“그건 제가 할 소리입니다. 다른 분이 오셨다면, 이 이 정도로 훌륭하게 나오지는 못했을 겁니다.”
문희성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장진홍의 공을 세워주었다.
나는 그 모습을 잠자코 바라보다가 말을 보탰다.
“감독님. 감독님도 엄청 훌륭한 사람이에요.”
“어?”
뜬금없이 뱉어진 칭찬에 장진홍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이 두 눈을 끔뻑였다.
“물론 앞으로의 감독님은 더욱 성장하실 거지만, 그렇게 연연하지 않으셔도 된다고요. 노 감독님의 작품 촬영을 무사히 완수했다가 아니라, 감독님 작품을 잘 끝낸 거예요. 주변에서 뭐라 하면 그러세요. 노백찬 시나리오에 메가폰은 장 감독님이 잡은 거라고.”
“아이고, 시우야. 어디 가서 그런 말 하면 내가 돌 맞아.”
다소 과격한 내 말이 이어지자 장진홍이 그러면 안 된다며 고개를 저었다.
뭘 안 된다는 말인가.
애초에 노백찬은 이렇게 될 상황까지 예견하고 자신의 뒤를 장진홍에게 맡긴 것이다.
노백찬이 믿고 맡길 만한 감독이라는 것은 결국 저렇게 평가받아도 된다는 것과 같은 말이었다.
“그 정도로 잘하셨다는 거죠. 노백찬과 장진홍은 그냥 다른 사람이에요. 그냥 그렇다고요.”
어깨를 으쓱이며 말을 맺자, 장진홍이 여전히 어두운 낯빛으로 씁쓸하게 웃었다.
“말만이라도 고맙다, 시우야. 휴…… 무엇보다 결과가 좋아야 할 텐데.”
아, 저거 때문에 요즘 고민이구나.
나는 장진홍의 중얼거림에 가까운 말에 깨달았다.
다른 게 아니라 이렇게 힘들게 촬영을 마쳤는데,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봐 걱정인 듯했다.
그냥 자신의 차기작도 아니고 노백찬이 생전에 남기는 마지막 작품인데, 만일 성적이 안 좋기라도 한다면 그게 자신의 탓이 될까 봐.
자책하게 될지도 모를 상황을 가정하고 걱정하는 중인 듯했다.
장진홍의 걱정을 알아차리자마자 나는 노백찬의 말이 떠올랐다.
결과와 돈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다는 말이.
“그거에 대해서 할아버지의 전언이 있었는데요.”
“어? 스승님이?”
“노 선생님이 뭐라고 하셨는데?”
내가 운을 떼자 장진홍과 문희성이 득달같이 물어왔다.
“실은…….”
천천히 문희성과 장진홍에게 노백찬의 말을 전했다.
병실에서 들었던 노백찬의 진심이 담긴 바람을 전하자 두 사람은 멍하니 웃었다.
“참… 생각하시는 것도 스승님다우시네.”
“더 이상 돈은 필요없다, 라……. 아마 저렇게 말씀하는 감독은 노백찬 선생님밖에 없을 것 같군요.”
“그렇죠. 여러모로 특이한 분이시라니까요.”
장진홍과 문희성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말에 웃으며 술잔을 부딪쳤다.
이걸로 장진홍이 가진 마음의 부담이 좀 덜어졌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그래서 제가 생각한 방법이 하나 있거든요?”
“어? 무슨 방법?”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 말하는 거니?”
“네.”
나는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씨익 웃었다.
“이 방법 제안해볼 수 있을까요?”
“그게 뭔데?”
“시우 네 표정을 보니 상당히 자신만만한 거 같은데 말이야.”
호기심을 드러내는 두 사람을 보며 내가 입을 열었다.
“바로…… 너튜브 라이브방송으로 영화를 공개하는 거예요.”
며칠 전 학교에서 들은 한솔의 이야기 속에서 영감을 얻었던 방법이다.
“일시에 전 세계로 공개하는 거죠. 그럼 어마어머한 인원수가 저희 작품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내 말에 룸 안은 순간 정적이 흘렀다.
“너튜브…….”
“라이브?”
두 사람은 짠 것처럼 생소한 단어를 말했다.
너튜브는 아직 활성화된 사이트가 아니다 보니, 두 사람에게도 생소한 매체였다.
“그런데 그건…….”
장진홍은 너튜브가 무엇인지는 아는 듯 턱을 문지르며 고심했다.
“그게 뭐니, 시우야.”
그에 반해 문희성은 처음 들어본 단어인지 내게 설명을 요구했다.
“그게 뭐냐면요…….”
나는 한솔이 설명해준 것처럼 문희성에게도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설명을 모두 들은 문희성은 신세계를 알게 된 것처럼 아주 신기해했다.
“그런 게 있다고? 세상 참…….”
마치 내가 처음 너튜브 라이브를 알았을 때와 같은 반응이었다.
끄응, 내가 50대 아저씨와 같은 문화 능력을 지녔다니, 쩝.
인생 2회차라는 게 이럴 때 티가 나는 건가 싶어서 약간 씁쓸했다.
그래도 내가 신문물은 더 잘 습득하는 것 같은데 말이다.
400년 전에 살던 사람이 이 정도면 훌륭한 걸 넘어 천재적인 거 아닌가?
“어때요? 제 의견이.”
“잠깐, 잠깐만 시우야.”
장진홍은 열심히 머리를 굴리다가 생각 정리를 마쳤는지 팔짱을 낀 채 하나씩 질문을 던져왔다.
“그럼 너튜브 라이브로만 영화를 공개하자는 거니?”
“으음, 그건 아니에요. 처음 개봉하는 최초 공개로 라이브를 통해 영화를 보여준 뒤, 극장에 거는 거죠. 극장에 먼저 걸고 라이브방송으로 영화를 보여주면 소비자 기만이라는 소리가 나올 테니까요.”
“그건 그렇지.”
이미 돈을 내고 본 사람들이 크게 들고일어날지도 몰랐다.
“그리고 영화팬들은 스크린으로 작품을 보는 걸 특별하게 생각하니까요. 그 즐거움을 저희가 축소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은 좋지만, 시간을 내서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집중력과 영화에 대한 애정은 다르다.
집에서 너튜브로 영화를 보는 것과, 직접 집 밖으로 나와 표를 끊고 강제적으로 영화관 안에 갇히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후자가 훨씬 적극적인 행위이기에, 그들을 위한 상영도 중요하다는 게 내 판단이었다.
“그것도 일리가 있어.”
“정말 여러 가지로 생각한 거구나.”
“네. 너튜브 라이브방송이 유용한 방법인 거 같아서 이것저것 같이 생각해봤어요.”
두 사람은 일단 내 의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극장과의 이해관계를 생각하면 어려울 수도 있어.”
장진홍이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문희성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고려한 문제였다.
이미 공짜로 풀어버린 영화를 어느 영화관이 좋아할까.
상영관을 확보하는 데에 상당한 품이 들어갈 것이다.
이 일이 분명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이 자리의 모두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대중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게 큰데…. 그럼 결국 평범한 방식으로는 할아버지의 바람을 이루기 힘들 수도 있어요.”
“그것도 그렇지. 게다가…….”
무언가 말을 더 이으려던 장진홍은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가 하다가 만 말이 절로 연상되어서 괴로웠다.
‘노백찬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니. 그의 바람을 이루어주기 힘들 수 있다.’
아마 이런 식의 내용이었을 것이다.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적은…… 바로 시간이었다.
작품이 대중들에게 잘 먹힐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우리가 생각했을 때 훌륭한 작품이라 할지라도 세간의 평가는 혹독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다만, 노백찬이 바라는 대로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세상에 공개되고 웬만한 반응을 얻어내기 전까지 그의 몸이 버텨줄지가 문제였다.
천만 관객 같이 많은 관객들이 우리 작품을 찾아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만일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그렇게 되기까지 생각보다 많은 시일이 걸릴 테니 말이다.
너튜브 라이브방송 공개가 무리라고 할지라도, 무언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생각을 거듭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침울한 얼굴로 앉아 있었나 보다.
장진홍이 분위기를 환기시키려고 밝은 어조로 말을 꺼냈다.
“흐음, 우선 이 문제는 우리끼리 얘기해서는 어차피 해결 안 되는 문제지. 잠시만 기다려봐.”
장진홍은 조금 더 생각해보더니 우리에게 양해를 구하고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아, 예. 대표님. 저 장진홍 감독입니다.”
장진홍이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그림의 김화진 대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