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242
242화
여름방학을 맞이해 나는 간만에 어머니와 집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와, 쉬니까 좋다.”
“후후, 시우 네가 그런 소리 하니까 안 믿기는데?”
“왜. 엄마랑 이렇게 쉬는 게 짱이지.”
참고로 아버지도 오늘 같이 휴가를 보내고 싶어 했는데 본사에 일이 하나 터져서 어쩔 수 없이 출근을 하셔야 했다.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더욱 얼굴 보기가 힘들어져서 큰일이었다.
“아빠도 일찍 오시려나.”
“아마 그렇지 않을까? 오늘은 원래 쉬려고 한 날이니까.”
우리 두 사람은 한가로이 떠들면서 테라스에 앉아 쨍쨍한 동네를 바라보고 있었다.
테이블에는 어머니가 나를 위해 주문했다는 허브티가 놓여 있었다.
요즘에는 카모마일뿐만 아니라 이것저것 향 좋은 차를 마시는 데 취미를 붙이고 있는 중이었다.
매일 노백찬네 집에 가서 중국의 명차를 마시던 버릇을 해서 그런지 다른 차향에도 흥미가 간 것이다.
“이번에 시킨 차는 어때?”
“홍차랑 비슷한데 조금 다른 거 같아. 조금 더 산뜻한 느낌?”
“우리 아들 귀신이네. 코가 왜 이렇게 좋아. 맞아. 홍차의 한 종류랑 되게 비슷한 꽃향기가 나는 차래.”
“다른 것도 다 가져와 봐. 내가 다 맞혀줄게. 엄마.”
“알았어. 다음에는 다른 차도 시켜봐야겠다.”
이렇게 어머니와 단둘이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오후에는 삼촌 차를 타고 노백찬의 병문안을 가는 게 다였다.
원래 아침 일찍 가려고 했는데 노백찬이 무슨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오후에 가기로 한 것이다.
“학교 안 가니까 되게 좋다.”
“시우 너도 이제 고학년 형아인데 그런 말 하면 안 되지.”
“엄마. 솔직히 나는 내가 벌써 4학년이라는 게 믿기지 않아.”
“그건 시우 네가 학교를 너무 안 나가서 그런 거 아닐까?”
역시 우리 어머니.
자식의 아픈 부분을 사정없이 찌르는 데 주저하는 척도 하지 않으신다.
“…차향이 좋네.”
“2학기에는 출석 일수도 신경 써야지. 아무리 초등학교는 대충 다녀도 된다고 하지만. 선생님한테 매일 전화 온다고.”
“알았어요, 알았어. 어, 이 과자는 뭐지?”
나는 찻잔 옆에 못 보던 비스킷을 발견하고 어머니에게 외쳤다.
그러자마자 어머니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우리 아들 말 돌리는 것 좀 봐.”
“아몬드?”
“그래. 아몬드가 박힌 과자라고 해서 사봤어. 차랑 잘 어울린다고 하던데?”
결국 어머니가 피식 웃으면서 한번 먹어보라고 내 입에 넣어주셨다.
바삭바삭한 식감의 고소한 비스킷이었다.
“음! 맛있어. 엄마도 먹어.”
“그래. 차랑 잘 어울리는 거 같아?”
“응. 별로 안 달아서 먹기 좋다.”
많이 달았으면 은은한 허브티하고는 안 맞았을 텐데 아주 맛있었다.
한동안 고소한 비스킷을 씹고 있는데 바깥을 내다보면 어머니가 진지한 어투로 말을 꺼냈다.
“시우야.”
“응?”
이거 생각보다 맛있네.
나는 비스킷을 쉬지 않고 입에 넣으며 여상하게 답했다.
“실은… 엄마가 오늘 시우한테 할 말이 있어.”
“음?”
생각보다 진지한 어머니의 말에 나는 손에 묻은 부스러기를 털어내고 고개를 들었다.
어머니는 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작게 웃으시며 말했다.
“엄마가 뭘 좀 하게 됐어.”
“뭔데?”
안 그래도 아버지의 가게를 도우랴, 내 뒷바라지하랴, 이제는 사업도 도우랴 바쁘신 어머니였다.
또 무슨 일을 하게 되신 걸까 궁금한 마음에 얼른 물었다.
“실은 엄마가… 그림 제작사와 함께 노백찬의 다큐멘터리를 만들게 되었어.”
“어?! 정말?”
“응. 며칠 전에 시우 네가 한 말을 듣고 생각해 본 거야.”
어머니의 말에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떠올려봤다.
“아.”
노백찬의 일과 영화 이야기를 하면서 무언가 도움이 될 수 없을까 고민했더랬다.
설마 그 이야기를 듣고 어머니가 이런 결심을 해주셨을 줄이야.
놀란 눈으로 어머니를 쳐다보자 쑥스러운 듯이 고개를 살짝 숙인 어머니가 두 손을 맞잡으며 설명해주셨다.
“엄마도 우리 아들이랑 노백찬 감독님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찾은 방법이야. 나도… 노 감독님의 팬이거든.”
“와……. 왜 말 안 했어.”
그러면 노백찬의 저택에 갈 때 어머니도 데려갔을 것이다.
어머니는 말없이 웃으셨다.
아, 내가 그럴까 봐 일부러 말을 안 하셨나 보다.
괜히 코끝이 시큰해졌다.
나와 노백찬의 시간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지금까지 노백찬의 팬이라는 것도 말을 안 하시다니.
“감사하게도 그림 제작사에서 환영해준 덕에 이제 막 시작하는 참이야.”
“잘됐다. 엄마 다큐라면 진짜 온 세상 사람들이 좋아할 테니까!”
“뭐? 벌써부터 엄마 그렇게 띄우면 어떡해.”
“내가 할아버지랑 엄마 다큐 다 봐서 알아.”
“어휴……. 이거 부담이 크네.”
내가 열심히 응원하면 할수록 어머니가 쑥스러워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 뒤로도 장난스러운 대화가 오간 후에 어머니가 갑자기 미소를 띤 채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왜 그래? 엄마가 그렇게 보니까 약간 불안한데…….”
“뭐? …아들. 그런데… 엄마가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시우한테 너무 미안한 거 같아.”
“응?”
뭐가 미안하다는 거지?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어머니의 말에 뭐라고 반박의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어머니가 더 빨랐다.
“시우 너는 아직 초등학생이잖니. 한창 성장기인 시기에 엄마가 항상 따라다니는 아역들과 달리, 나는 그래 주지 못했으니까. 엄마랑 아빠는 가게 일로 바빠 오히려 동욱이가 네 케어를 다 해줬잖니. 그게 항상 미안했어…….”
줄줄이 이어지는 어머니의 말에 나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말 하지 마, 엄마. 엄마랑 아빠 바쁜 거 알지만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잖아. 난 그냥 엄마, 아빠가 내가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응원해준 게 너무 고마운걸.”
“시우야…….”
“오히려 어린 나이에 연기를 하며 많은 것을 배웠는걸. 즐거운 일도 많았고. 친구도 많이 생겼잖아.”
나는 집들이 때 얼마나 많은 손님이 왔느냐며 두 팔을 벌렸다.
어머니는 잠자코 내 말을 들어주셨다.
“그렇다고 봐봐. 엄마, 아빠가 가게를 다 때려치우고 나만 따라다니는 게 정답일까? 그건 아니잖아. 두 사람은 엄마, 아빠가 할 수 있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충분히 넘치도록 사랑해주고 있으니까 난 충분해!”
“…….”
결국 참지 못하고 어머니가 고개를 푹 숙이셨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어머니의 어깨를 꼭 안으며 말을 마쳤다.
“난 이런 일에 도전하려는 엄마의 모습이 더 멋져. 내가 친구들한테도 잔뜩 자랑할 거야. 노백찬 다큐를 만든 감독이 우리 엄마라고.”
“……흑. 고마워, 시우야.”
“내가 더 고마워요. 엄마가 다시 다큐를 찍어서 난 너무 좋아요.”
“이번에 내가 노백찬 감독님의 다큐를 만들 수 있는 기회도 시우가 준 것 같아서 고마워.”
“그건 지연화 감독님이 훌륭해서지.”
“후후, 그런가?”
“그럼!”
나는 찔끔 흘러나온 눈물을 훔치는 어머니를 잠시 바라보다가 어머니의 품을 파고들며 말했다.
“잘 부탁해요. 지연화 감독님. ……저희 할아버지 멋지게 찍어주세요.”
이건 엄마에게 하는 부탁이 아닌, 한 거장의 다큐멘터리를 책임질 감독에게 전하는 부탁이었다.
***
한 달 뒤.
제작사 그림의 작은 회의실.
이곳에 오늘 시우의 엄마 지연화와 장진홍, 김화진이 앉아 있었다.
“휴.”
지연화는 어둡게 변한 화면을 보며 한숨을 돌렸다.
오늘은 막 완성된 다큐멘터리를 그림 제작사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자리였다.
장진홍 감독은 영화 스태프들과, 그리고 김화진 대표는 그림 직원들과 이미 한 차례씩 완성된 지연화의 다큐멘터리를 본 참이었다.
“정말 훌륭하네요.”
“감사합니다.”
“이건 빈말이 아니라 저희 직원 중에서는 끝나고 운 친구도 있었습니다.”
장진홍과 김화진의 말에 지연화는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저도 선생님의 제자로서 정말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장진홍 감독이 지연화에게 마주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다큐를 보자마자 안도했거든요.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슬픔’에 키워드를 맞추지 않고 노백찬이 얼마나 위대한 사람인지, 그의 ‘위상’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가 나와서 정말 기뻤습니다.”
“네. 그렇게 보셨다니 다행이네요.”
장진홍의 말대로 그게 바로 지연화가 이번 다큐멘터리를 찍은 의의였다.
떠나는 이의 뒷모습이 초라하지 않았으면 하는 지연화의 마음을 그대로 담은 것이다.
“저희 그림에서도 직원들이 하나같이 영상미며 연출이며 어디 하나 버릴 게 없다고 얼마나 극찬을 하던지. 웬만한 영화 상영회보다 더 반응이 좋았다니까요?”
“하하, 정말요?”
“네. 정말입니다. 저도 정신없이 집중해서 봤을 정도예요. 60분 분량이 아쉽게 느껴질 줄은 몰랐습니다.”
김화진은 진심이라는 듯이 재차 몇몇 장면을 언급하며 자신의 감상을 풀어놓았다.
실로 오랜만에 다른 이의 입에서 듣는 평이기에 지연화는 한 마디의 말도 놓칠세라 진중하게 의견을 귀담아들었다.
“아, 저희 쪽도 좀 놀랐습니다. 몰랐는데 자신의 스태프 중 지연화 감독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감독을 꿈꿔온 스태프가 있더라고요. 그 친구가 지연화의 복귀를 아주 반가워했어요.”
“그런 분이 있다니 다행이네요.”
“다큐계의 살아있는 전설 아닙니까. 이렇게 돌아와 주셔서 저희가 감사하죠.”
김화진이 말도 말라며 고개를 저었다.
“항상 지 감독이 다시 만들 작품이 궁금했었는데, 다시 한번 그 열풍이 시작될 것 같아요.”
“감을 하나도 안 잃으셨네요.”
“시우군이 괜히 천재적인 게 아니라니까.”
지연화는 극찬이 줄줄이 이어지자 민망한지, 겸손하게 답했다.
“손 놓은 지 오래됐는데 제작사와 장진홍 감독님이 도와주신 덕이죠. 정말 감사해요.”
“자, 그럼 이 다큐멘터리를 어떻게 활용해볼까요.”
다큐멘터리의 감상은 이제 끝이었다.
본격적으로 다큐멘터리의 활용방안에 대한 미팅이 시작될 차례였다.
“저는…….”
이번 작품의 감독인 만큼 지연화는 작품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먼저 의견을 냈다.
아닌 게 아니라, 김화진과 장진홍 두 사람 다, 지연화의 의견이 가장 궁금한 눈치였다.
“영화를 처음으로 무료로 공개하는 날에, 영화 시작 전 자신의 다큐를 앞부분에 붙이는 게 어떨까요. 젊은 친구들 중에서는 노백찬 감독님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노백찬이 어떤 마음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노백찬이라는 거장의 삶에 대한 다큐를 보여줌으로써 거장의 마지막 작품에 대한 몰입도와 기대감을 높이자는 의견이었다.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부터 생각한 것인지 의견을 내는 지연화는 거침이 없었다.
다큐 이후 바로 영화를 상영하면, 다큐를 보며 느꼈던 그 감성을 그대로 영화에 몰입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렇죠. 그게 가장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그건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
김화진과 장진홍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이 다큐멘터리를 극적으로 사용하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인 것 같다며 좋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