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247
247화
“지금 쉬고 있는 것 같으니까 당연히 연락하려는 거지……. 하하.”
“와, VBS도 시우 찾는 거예요?”
VBS도?
수상한 그 말에 남진용이 은근히 자신의 아들에게 물었다.
“다른 곳도 찾고 있어?”
“그렇다니까요. 이것 좀 보세요.”
남연수는 청포도를 먹다 말고 씩씩거리면서 자신의 핸드폰을 찾아다가 통화목록을 남진용에게 보여주었다.
[LSB 김산호 피디님] [LSB 정미래 작가님] [KMB 정동만 피디님] [KMB 차일남 피디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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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는 남연수의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거의 모든 방송국 PD들의 이름이 다 적혀 있었다.
중간중간에는 특히 친한 작가들 번호도 있었다.
“요 한 달간 저를 엄청 괴롭힌다고요. 다들 안부 묻는 척하면서 시우 어디 있는지 아느냐. 차기작 소식이라도 아냐. 요즘 시우 뭐 하고 지내냐. 그런 거 엄청 물어봐요.”
“그, 그래……?”
왜 한시우의 소식을 자신에게 묻는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리는 남연수는 왜인지 모르게 아주 행복해 보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시무룩해진 얼굴로 남연수가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시우랑 친하게 지내냐고 묻는데…. 아니 당연한 거 아니에요? 나참.”
“……또래 배우들끼리 사이가 틀어지는 건 흔한 일이니까 그렇겠지.”
“저랑 시우가요? 그건 말도 안 되죠!”
남진용은 진심으로 분개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색한 웃음을 흘렸다.
저게 저렇게 화낼 일인가 싶었던 것이다.
“이제 시우 걔도 성인이 되잖냐. 아무래도 연기할 수 있는 폭이 확 늘어나니까 더 관심이 쏠리는 거지. 연수 너도 성인될 때 겪어봐서 잘 알지 않아?”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전 작년에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요.”
남연수는 답답하다는 듯이 고개를 내저으며 청포도를 한 움큼 집어 먹었다.
달콤한 청포도를 먹고 나서도 영 기분이 풀리지 않는지 남연수의 표정은 풀릴 줄을 몰랐다.
그 모습을 곁눈질로 지켜보던 남진용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왜…… 서운해? PD들이 다 시우만 찾아서?”
“아니, 그건 아니고…….”
남연수는 아니라고 하면서도 표정이 풀리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남진용은 작게 기대를 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아무리 친하다고는 해도 두 살이나 어린 후배한테 경쟁심리를 불태우지 않아 답답하게만 여겼는데.
저 모습을 보아하니 안심해도 될 것 같았다.
이 기회에 저 경쟁심리를 발판으로 삼아 더욱더 실력 향상을…….
“속상하잖아요.”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네가 시우랑,”
“제가 지금, 시우가 뭐 하고 지내는지도 몰라서. 할 말이 없다는 게.”
“…….”
뭐라고 말을 이으려던 남진용은 황급하게 입을 다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속상한 이유가 다른 것 때문이 아니라 한시우랑 연락이 안 되어서.
그것 때문에 저러는 것 같았다.
“아, 물론 알고 있어도 시우가 말하지 말아 달라고 하면 비밀로 하죠. 명색의 배우인데 그까짓 거짓말이 힘든 것도 아니고.”
“…….”
PD들에게 거짓말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동종업계 국장에게 늘어놓고 있는 남연수는…… 상당히 분해 보였다.
“근데 제가 친구 근황 하나 모르고 있다는 게……. 마치 시우랑 연락이 안 되는 PD님들과 동급이 된 것 같잖아요. 정말 속상해요.”
“허허……. 그, 그래.”
‘정말…… 나를 닮은 부분이 한 군데도 없군.’
남진용은 속으로 먼저 떠난 남연수의 모친을 찾으며 눈물을 삼켰다.
아마 저 성정은 제 어머니를 닮은 것이리라.
생전에 제 아내도 사람에게 한번 정을 붙이면 쉽사리 떼어내지 못하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늘 남들보다 빨리빨리를 외치며 이른 나이에 벌써 VBS 국장 자리에 앉은 남진용이다.
어쩜 자신의 아들인데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신기하게 남연수를 쳐다보고 있는데, 남연수가 자신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래서, VBS 부사장님은 왜 시우를 찾는 건데요?”
“어? 뭐…… 비슷한 이유지. 지금 한시우를 안 찾는 방송사가 있겠어? 다들 난리지.”
“흐음, 그래요?”
“어어, 그런 거지. 그런데…… 그, 크흠. 요즘 정말 시우랑은 연락이 안 되는 거냐?”
이 기세를 몰아 남진용도 내심 궁금했던 걸 입에 올렸다.
아닌 게 아니라 회사에서도 아들이 한시우랑 친하다는 걸 아니까 자꾸 물어보라고 성화인 것이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며칠 전 정말로 부사장실까지 호출되어서 한시우의 근황에 대해 아는 게 있냐는 질문을 들었을 정도이니 말이다.
“네……. 뭘 하고 있는 건지.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좋으니 연락 좀 달라니까 얘도 참…….”
남연수는 우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자주 통화도 했는데 요즘은 거의 핸드폰이 꺼져 있어서 안 한 지 오래되었다고 했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래요. 지 감독님한테 물어봤어요. 그냥 시우가 연락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셨지만…….”
그래도 자신에게는 무슨 일인지 말해줘도 되는 거 아니냐고 남연수가 궁시렁거렸다.
“됐어요. 저 시상식 볼래요.”
남연수는 퉁명스럽게 말을 마치고 TV로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을 보고 남진용도 아무 말 없이 함께 시상식을 시청했다.
아직 1부라서 신인상 외에는 눈여겨볼 수상이 없었다.
그런데도 남연수는 꿋꿋하게 TV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그 옆모습을 보던 남진용이 은근한 바람을 담아서 마지막으로 물었다.
“연수야. 이럴 때 방송국에서 시우만 찾으니까 질투라든가… 그런 거 나지 않아?”
그도 방송계에 몸담은 지 벌써 20년이 넘었다.
아무리 천성이 유해도, 그래도 배우인데 이번 일에 서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심 남진용은 남연수가 그런 심리를 가지고 있으면 하고 바랐다.
“네에? 질투요? 그럴 리가요.”
그러나 남연수는 또다시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그, 그래? 그런 것치고는 엄청나게 화나 보이는데…….”
남진용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버지의 심정은 전혀 모르는 건지 남연수는 아니라고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모자라 목에 칼이라도 찬 심청이처럼 비장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저도 연락이 안 되는데, 그쪽에서 연락이 되면 안 되죠. 제 체면이 안 서잖아요.”
팔짱을 끼며 당당하게 말하는 남연수.
그 말에 남진용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아들… 체면을 왜 그쪽에서 챙겨…….’
차마 할 수 없는 말은 포도와 함께 삼켜야 했다.
***
사람이 없는 한적한 납골당.
고급스러운 건물은 함과 함 사이의 간격이 넓고 아주 깨끗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 노백찬이라고 쓰여있는 유골함 앞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색 코트를 입고, 검은 생머리를 단정하게 내린 남자.
남자가 유골함의 사진 앞에 싱싱한 꽃을 내려둔다.
날렵한 턱선에 살짝 올라간 눈매.
선홍빛 입술이 부드러운 호를 그렸다.
이 남자는 어릴 때와 비슷한 깊이의 눈동자를 가진 한시우였다.
180cm가 훌쩍 넘는 훤칠한 키에 어린 시절의 소년미가 살짝 남아 있는 얼굴.
“할아버지, 잘 지내셨어요?”
한시우는 노백찬의 사진을 바라보며 자신에 대한 근황을 천천히 풀어놓았다.
자주 찾아오기에 그리 먼 근황은 아니었다.
“어제는 눈이 왔어요. 그거 보니까 어릴 때 일주일 내내 할아버지하고 뮤지컬을 보다가 나와서 눈을 맞을 때가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왔어요.”
그땐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이었는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기만 했다.
“할아버지 말대로예요. 와, 생각보다 시간이 진짜 빨리 흘렀어요. 저 벌써 성인이에요.”
물론 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래도 한시우는 개의치 않고 살짝 미소 지으며 마음속으로 물었다.
‘그래도 보고 계시죠.’
어딘가에서 그가 보고 있을 거라는 굳센 믿음이 있었으니까.
그런 한시우의 손 한쪽에는 대본으로 보이는 한 종이 뭉치가 들려 있다.
그 종이 뭉치를 꽉 쥔 한시우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이제 시작해요, 할아버지.”
그가 결국 보지 못하고 떠난, 자신의 새로운 시작을 알린 한시우는 미련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
“아, 그니까 한시우를 데려오라고. 한시우를!”
시끄러운 고함이 터져 나오는 곳은 다름 아닌 KMB 방송국 부사장실이다.
시간이 흘러 부사장이 된 유명주 앞에는 드라마국 부장 PD가 된 차일남이 앉아 있었다.
그러나 달라진 직급이 무색하게 둘의 사이는 변함이 없었다.
“아, 그렇게 쉽게 잡힐 놈이면 지금 왜 다들 쩔쩔매겠냐고? 안 그래요?”
차일남도 변함없이 유명주에게 뻔뻔하게 대답했다.
“네가 그러고도 잘나가는 PD라고 할 수 있냐? 너 지금 피 같은 월급 날로 먹냐?”
“저도 열심히 찾아보고 있어요! 근데 아무도 시우 소식을 모르는 걸 어떡해요 그럼!”
지금 모든 방송국은 성인이 된 후 한시우의 첫 행보에 대해 주목하고 있었다.
방송계는 물론, 한시우가 늘 발 담그고 있던 연극, 영화계까지도 그의 행보는 최대 이슈였다.
한시우를 찾는 잘나가는 업계 사람들이 차일남뿐이 아니라는 말이었다.
“한 해 동안 잠수탄 놈을 무슨 수로 잡냐고, 미쳐버리겠네.”
차일남의 말에 유명주가 입맛을 다셨다.
지난 7년간, 쉬지 않고 활동을 이어나가던 한시우는 거짓말처럼 2020년에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정말 아무것도.
화보 촬영, 광고를 포함해 그냥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았다는 소리다.
“히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번에 우리가 잡아 와야 하는데….”
이만하면 잠잠히 기다려볼 만도 하건만, 다들 혈안이 되어 찾으려는 이유가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한시우가 2019년에 했던 한 인터뷰 때문이었다.
한시우는 20살이 되면 첫 작품으로 로맨스를 하겠다 선언했다.
“로맨스 장르는 안 하시는데 언제 하실 거예요?”
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 것이다.
“제 로맨스를 팬들이 기다리는 거 잘 알아요. 스무 살 첫 작품으로 꼭 로맨스 하겠습니다. 저 뱉은 말은 지키는 거 아시죠?”
모두가 그토록 바라고 바랐던 한시우의 로맨스.
그걸 스스로가 스무 살 되는 해에 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팬들은 하루하루 날을 세어가며 한시우의 차기작이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에 방송가가 비상이 걸린 것이다.
약속했던 날짜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의 소식을 알 수가 없으니.
비주얼이며 연기며 빠지는 것 없는 한시우의 첫 로맨스를 가지겠다고 업계가 난리였다.
“아니이. 걔는 왜 그런 인터뷰를 해가지고. 하여간, 여우야. 여우,”
차일남이 고개를 내저었다.
“푸념할 시간에 빨리 가서 여우나 잡아 와. 무조건 우리 KMB가 잡아야 한다고!”
“네, 네. 아주 맡겨놨네, 맡겨놨어.”
건성으로 대답한 차일남은 도망치듯 부사장실을 빠져나왔다.
차일남이 부사장실을 나서자 밖에 있던 직원들이 차일남을 향해 깍듯하게 고개를 숙였다.
차일남은 익숙하게 인사를 받고, 드라마국 사무실로 향했다.
“자자, 모두 모여들 봐라.”
“부사장님이 뭐라셔요?”
“뭐라기는 한시우 잡아 오라고 하지.”
“아니, 그걸 저희가 무슨 수로…….”
밑에 PD들을 대여섯 명을 집합시킨 차일남은 어떻게 해서든 한시우와 컨택하라고 한 뒤, 자리로 돌아갔다.
이제는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아도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차일남도 손 놓고 있을 생각은 아니었다.
‘남연수도 모른다고 했고…… 하, 결국 지연화 감독한테 연락해야 되나?’
소문으로는 하도 한시우의 소식을 물어봐서 번호를 바꿨다고 하던데.
차일남은 답이 나오지 않아 머리를 부여잡았다.
한유주의 전화가 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어, 한 작가.”
-선배. 빨리 편성을 잡아줘요. 제작비 빵빵하게.
‘여보세요’도 없이 튀어나온 본론에 차일남이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아무리 이후로 네 작품 연속 대작을 터트렸다지만, 차일남도 이제 부장 PD다.
“야, 유주…… 아니, 한 작가. 너도 이제 체통을 지켜야지. 다짜고짜,”
잔소리를 하려던 차일남이 멈칫했다.
“그, 그게 진짜야? 진짜로?!”
-그래. 시우랑 같이하기로 했다고.
잔소리고 뭐고, 차일남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