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40
40화
“와하하.”
“으하하하.”
광화문 문화센터 대극장 객석에서는 오늘따라 웃음소리가 끊이지를 않는다.
지금까지 공연에서 이렇게 웃음소리가 컸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오늘 마지막 공연에 붙은 특별 부제는 ‘RUN :앙코르’.
모든 공연이 마무리되는 마지막 공연이니만큼 배우들도 무대 위에서 즐기기로 했다.
앙코르라는 부제가 붙은 만큼 이번 공연은 특별할 것이라는 공지도 미리 있었다.
[배우들의 특별한 공연으로 러닝 시간이 공지된 것보다 길어질 수 있습니다]마지막 티켓팅에서 이런 공지가 올라간 것이다.
제시카와 배우들은 성황리에 끝나게 된 공연을 기리기 위해 평소와는 다른 구성을 가미하기로 했다.
본래의 스토리라인을 해치지 않으면서 조금씩 애드립을 섞기로 한 것.
이 특별 공지 때문에 마지막 공연을 향한 티켓팅 전쟁은 지금보다도 더욱 치열했다.
마지막 티켓팅 때는 무려 전석 공연이 단 2분 만에 매진되는 신화를 썼다.
“아아니! 이건 우리 조니가 가장 좋아하는 페퍼로니······!”
“닉슨, 조니가 가장 좋아하는 게 정말 페퍼로니 피자니?”
“어, 어머니.”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봐라. 그 말을 정말 확신하니?”
원래 그냥 넘어가는 대사인데 벨라(노영희)는 새침하게 닉슨(유정석)의 말에 딴지를 건다.
예상치 못한 노영희의 애드립에 유정석은 쩔쩔 매며 상황을 수습하려 한다.
“으음······. 치즈 피자?”
“흐음.”
“핫치킨 피자!”
“너의 아들이 정말 매운 걸 잘 먹었었니?”
“······역시 콤비네이션인가요.”
“페퍼로니가 맞단다.”
“이런, 벨라!”
아들인 닉슨을 가지고 노는 벨라의 능청스러운 대사에 객석의 관객들은 피식피식 웃음을 지었다.
미리 협의를 한 것이 아니라 닉슨 역을 맡은 유정석이 정말로 쩔쩔매는 게 그대로 보였기 때문에 더욱 웃음을 자아냈다.
그밖에도 물을 달라고 해야 하는 배우가 갑자기 당근을 요구하질 않나.
그에 맞춰 물통을 들고 있던 배우가 당황하며 맞받아치는 모습에 관객들이 자지러졌다.
수많은 애드립과 사고가 아닌가 싶은 배우들의 능청스러운 연기가 이어지자 공연의 진도는 어느새 1시간이나 느려졌다.
관객들은 특별 공연이 될 거라는 공지에 맞춰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애드립의 향연에 맘껏 마지막 공연을 즐겼다.
“할머니, 이게 뭐예요. 정말, 내가 조심 좀 하라고 그렇게······.”
“오오······. 조니.”
당연하게도 이 유쾌한 공연의 중심에도 두 명의 주연이 있었다.
마지막 공연의 마지막 장면.
마라톤에 도전하다 쓰러져 상심한 채 병실에 누워있는 할머니 노영희와 그 앞에 앉아있는 손자 시우다.
이 객석의 절반은 이미 이 극의 내용이 무엇인지 아는 이들이었다.
마지막 공연이 특별하리라는 소문을 듣고 다시 이 대극장을 찾은 이들이 많았기에.
두 번, 세 번째 공연을 보는 관객들은 앞으로 나올 대사의 반은 애드립이라는 걸 예측하고 기대 어린 눈으로 무대를 바라보았다.
본래 마지막 장면은 서로를 향한 사랑을 확인하고 훈훈하게 마무리되는 결말이다.
“마라톤 말고 다른 건 없어요? 할머니 버킷 리스트는 너무 하드한 경향이 있어요.”
“사정 봐가면서 쓰는 게 어디 버킷 리스트니?”
“그러다가 마라톤으로 중국, 일본, 한국까지 가겠어요.”
“왜······ 다 동아시아니. 조니. 여덟 살이나 됐으면서 아는 나라가 그게 다냐? 네 방에 걸린 세계 지도가 울겠구나. 난 스리랑카, 카자흐스탄, 팔레스타인, 마다가스카르, 파라과이, 오스트레일리아까지 갈 거다. 두고 봐라.”
“윽, 다음 버킷리스트는 래퍼가 되는 건가요?”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온 벨라의 대사에 이어 당황한 조니의 모습에 객석에서는 또 한 번 웃음소리가 잔잔하게 터진다.
“래퍼가 되도 좋으니까, 건강만 하시라구요.”
분해하던 조니는 병상에 누워있는 벨라를 보고 왈칵 눈물이 고인다.
“아이고, 조니. 얘야. 다리 좀 아픈 거 가지고 그렇게 울면 어쩌니.”
벨라는 당황해서 자신의 손자를 열심히 달랜다.
씩씩하게 눈물을 닦아낸 조니는 기나긴 애드립을 돌고 돌아 이 공연의 마지막 대사에 도달한다.
“그러니까 할머니······ 오래오래 같이 달리자고요. 아프지 말고.”
RUN.
어떤 머나먼 곳이든 함께 달리자는 조니의 말에 벨라는 환하게 웃음 짓는다.
서서히 꺼지는 조명.
두 사람은 손을 마주 잡으며 서로를 향해 따뜻하게 미소 짓는다.
완전한 암전.
객석에서는 커다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온다.
***
와아아-!
공연이 모두 끝나고 객석에서 뜨거운 함성과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광화문 문화센터 대극장은 어떤 공연 때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꺼졌던 무대가 서서히 밝혀지고 방금 전까지 있었던 병원 침대와 세트가 깨끗이 치워져 있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빈 무대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곧 메인 테마곡이 다시금 잔잔하게 흘러나오면서 단역들과 조연들부터 커튼콜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와아! 너무 좋았어요!”
“수고했어요, 모두!”
객석의 관객들은 울컥 솟아오르는 감정을 애써 내리누르며 배우들을 향해 뜨거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조연들이 꾸벅 인사를 하고 들어가자 차례차례 배우들이 나와서 인사를 했다.
그리고 드디어 유정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닉슨! 꼭 슈퍼스타 돼서 조니 부양해라!”
어떤 관객의 큰 소리에 유정석이 그쪽을 향해 장난스럽게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사람들은 친근한 유정석의 모습에 크게 환호하며 기분 좋아했다.
유정석이 무대 뒤편을 가리키자, 이번 공연의 두 주역.
노영희와 한시우가 손을 맞잡고 무대로 나왔다.
빠르게 달려 나오지 못하는 노영희의 손을 잡고 조심조심 무대 한가운데로 와서 선 한시우.
두 사람은 손을 꼭 잡은 채로 관객들을 향해 꾸벅 인사를 했다.
그 모습에 지금까지 앉아있던 관객들까지도 모두 일어서서 기립 박수를 보냈다.
1층의 좌, 우, 중앙을 향해 세 번.
또 이어서 2층과 3층을 향해 인사를 하고 손을 흔들어주는 두 주연의 모습에 눈물을 터트리는 관객들도 있었다.
“조니! 벨라! 행복하세요!”
“우리 조니 꽃길만 걸어!”
관객들은 공연 도중에는 꺼내지 못하던 플래카드도 꺼내서 흔들었다.
머리 위로는 흔들지 않고, 무대에서 잘 보이도록 흔드는 플래카드에는 한시우의 웃는 얼굴이 박혀 있었다.
그걸 발견한 것인지 한시우는 더 밝게 웃으며 관객들을 향해 고사리 같은 손을 재차 흔들었다.
관객들은 웃으면서 계속 박수를 보내주었다.
“어떡해. 시우 우나 봐. 눈물이 그렁그렁해. 진짜 연기 너무 잘하더라.”
“한시우? 그렇지. 거기에 맞춰주는 노영희도 역시라는 생각이 절로 들던데?”
“진짜 신의 캐스팅이었다.”
“RUN은 두 번 세 번 봐도 돈이 안 아까워.”
그 옆으로 유정석이 와서 한시우의 나머지 손 하나를 잡았다.
모든 배우가 손과 손을 맞잡고 일렬로 선 다음, 마지막으로 관객석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크흡, 진짜 좋았다! 좋았어!”
그리고 오늘 객석에는 지난번 공연을 본 뒤로 한시우의 팬이 되어버린 차일남 PD도 있었다.
차일남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무대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그 밖에도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2부에 들어서면서 오열을 하는 바람에 차일남의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한유주에게 이 공연을 보라는 소리를 듣고 나서 차일남은 벌써 다섯 번째로 공연을 보러 온 참이었다.
세 번째까지만 해도 한시우의 연기력에 놀라느라 바빴다면, 그 뒤로는 정말 공연 내용에 흠뻑 빠져서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특별하게 펼쳐지는 오늘 마지막 공연 역시 놓칠 수 없었고.
“아이씨, 휴지 더 가져올걸.”
이미 가져온 휴지를 다 쓴 바람에 눈물을 닦을 수가 없었다.
차일남은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배우들을 보면서 연신 눈물을 훔치며 박수를 쳤다.
“어떻게 된 애가 애드립까지 완벽하냐.”
차일남은 팔이 떨어지도록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제 시우의 진정한 팬으로 완전히 동화된 모습이었다.
평소보다 배는 길었던 커튼콜이 끝나고 배우들이 모두 퇴장했다.
관객들은 웅성거리면서 하나둘 대극장을 떠났다.
여운에 젖어 객석에 도로 앉아있던 차일남은 텅 빈 무대를 보며 정말 좋았다고 혼자 곱씹는 중이었다.
그런데,
“어, 어? 차 피디?!”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놀란 차일남은 자신의 몰골이 어떤지도 모른 채 휙 고개를 돌렸다.
누구인지를 확인한 차일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어? 상철이 형!”
반갑게 차일남을 부른 사람은 다름 아닌 김상철이었다.
김상철이 한창 방송계를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을 하던 당시, 차일남은 그와 함께 작품을 한 적이 있었다.
톡톡 튀는 감초 역할로 현장 분위기까지 책임지던 김상철과 차일남은 호형호제하며 엄청나게 가까워졌다.
김상철이 자신은 기본으로 돌아간다며 방송계를 떠나 대학로로 간 다음 연락이 두절됐었다.
“아니, 오늘도 온 거야?”
“그러는 형이야말로! 몇 년 동안 얼굴도 못 보다가 요새 너무 자주 만나는 거 아냐 우리?”
두 사람은 이 극장에서 처음 마주친 것이 아니었다.
차일남이 세 번째로 이 연극을 보러왔던 날, 그 날도 둘은 마주쳤고 오랜만의 재회를 반가워했었다.
“아니, 너는 어째 내가 공연 볼 때마다 여기 있냐. 이럴 게 아니라 밖에 나가서 얘기 좀 하자.”
김상철은 이 상황이 어이가 없는지 피식거리면서 출입문 쪽을 가리켰다.
“그래, 좋지.”
“그런데 너. 오늘 엄청 울었나 보다? 눈이 시뻘건데.”
“그러는 형은. 형도 지금 눈물 자국 다 보이거든요.”
“······우리 화장실부터 좀 갔다가 얘기할까?”
“좋지······.”
극장을 빠져나온 두 사람은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본 다음, 각자 거울을 보면서 몰골을 체크했다.
세수도 좀 하고 눈도 여러 번 깜빡여서 충혈된 게 조금 가신 걸 확인하고 두 사람은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아니, 너 저번에 만났을 때도 이 공연 세 번째 보는 거라고 그러지 않았냐?”
“맞아. 그때 형도 처음 아니라고 그랬잖아.”
“아니, 나야 볼일이 있으니까 그런 거고. 너 오늘 이 공연 몇 번째야?”
김상철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물었다.
자신이 알기로 차일남은 아직도 KMB 방송국 드라마국 소속이었다.
스타PD로 유명한 그가 어디로 이적했다는 소식도 못 들었고, 아직도 계속 작품 맡고 있다고 아는데······.
그런 놈이 같은 공연을 계속해서 보러 온다?
이건 아무래도 수상한 냄새가 났다.
“다섯 번째야, 다섯 번째. 아니, 나도 처음에는 일 때문에 보러 왔지. 왔는데, 보다 보니까 너무 재밌는 걸 어떡해.”
“그건 그렇지? 이번 공연 진짜 잘 만들긴 했어. 나도 내가 키우는 배우가 여기 나와서 보러 오는 건데. 보러 올 때마다 재밌더라고. 그래서 오늘은 그냥 폭 빠져서 봤잖냐.”
김상철은 그게 무슨 느낌인지 안다며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동의했다.
그러자 차일남이 커피를 후룩 마시며 대꾸했다.
“어? 형도? 나도 그런데.”
“재밌었다고?”
“아니, 아아. 어 재밌기도 했고. 나도 눈여겨보는 배우가 한 명 있어서 그 배우 보려고 온 거야. 나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니라우?”
드디어 본색이 나왔다고 생각하며 김상철이 짙게 미소 지었다.
그럼 그렇지.
차일남 정도 되는 스타 PD가 이곳을 그냥 왔을 리가 없었다.
“아아, 당연히 그러시겠지. KMB 방송국 PD께서 다섯 번이나 보는 데 이유가 있을 거라고 했다. 그런데 네가 누굴 점찍었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키우는 아이만큼은 절대 아닐 거다.”
“어어? 이 형 보게. 내가 누굴 말하는 줄 알고. 나야말로. 내가 형 안목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찍은 배우도 장난 아니라고?”
“허, 참. 야, 차일남. 이번 RUN이 인재 밭이긴 하다만, 여섯 살 아이가 이 큰 무대에 서는 게 보통 일인 줄 아냐? 어디 댈 게 없어서 우리 시우한테······.”
“어?! 한시우?”
“뭐, 뭐야. ······어? 너도 한시우 보러 온 거냐?!”
한창 신경전을 부리던 두 남자는 서로가 같은 사람을 말하고 있었다는 걸 깨닫고 멍하니 굳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