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incarnated genius wants to be an actor RAW novel - Chapter 51
51화
2007년의 5월 5일.
이 시대에는 이날이 어린이를 위한 날이라고 했다.
오늘만큼은 나도 비상철또 777 식구들과 삼겹살집에 앉아 있었다.
내가 올해 어린이날 선물로 뒤풀이에 가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의 마지막 공연 날이었다.
마지막 공연까지 기분 좋게 만석으로 성공리에 마친 공연.
모든 공연이 끝나고 무대 위에 서자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기립 박수를 보내주었다.
는 잔잔한 유머와 감동을 모두 잡은 극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연극 좀 안다는 사람들은 역시 강용휘라는 말을 내뱉었고, 귀여운 나를 보기 위해 공연을 보러 온 팬들은 눈물을 흘리면서 기뻐해 주었다.
때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나는 열심히 퇴근길에 팬들을 맞았다.
때는 공연 자체가 너무 늦게 끝나기도 하고, 또 밀려드는 관객들이 너무 많아질 것을 우려해 나이가 적은 나는 퇴근길 팬들 맞이를 하지 못했다.
덕분에 이번 공연에서는 원하는 만큼 무대를 휘젓고 팬들도 만나고 아주 만족스러웠다.
무사히, 또 성공적으로 끝난 마지막 공연.
오늘을 기념하기 위해 김상철은 이번 공연에 참여한 전 스태프를 고깃집으로 불러 모았다.
“자자, 잔들 드시고. 오늘 모두 수고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시우도 많이 먹어라!”
“녜!”
환한 얼굴의 나는 다른 배우들과 둘러앉아, 삼촌이 구워주는 삼겹살을 날름날름 집어 먹었다.
뒤풀이에서 먹어서 그런지 더욱 꿀맛인 것만 같았다.
중간중간 연극 얘기, 연기 얘기도 허물없이 오고 갔다.
아 이런 게 진정한 회식이란 말이지.
행복하다, 행복해.
“자, 다들 주목!”
어느 정도 모든 이들이 술과 고기를 즐기고 나자, 김상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다들 알음알음 알고 있겠지만, 우리 막내 시우가 이번에 KMB 드라마에 출연하기로 했다. 무려 차일남 PD 작품에, 문희성과도 같이 출연한단다. 모두 박수!”
뿌듯한 얼굴을 한 김상철이 전한 소식은 나의 드라마 합류 소식이었다.
그 소리에 소문으로만 알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들 크게 환호해주었다.
그중에 문희성의 합류 소식은 모르고 있던 이들은 엄청 놀라워했다.
“와아아!”
“우리 막내 출세했네! 문희성이랑 같은 드라마라니.”
“장하다! 우리 시우는 내가 잘될 줄 알았어!”
나는 갑작스러운 발표에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머리를 내주어야 했다.
나한테는 말도 없이 이런 깜짝 발표를 하다니.
봉변을 당해 머리가 잔뜩 헝클어진 나는 흰 눈으로 김상철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미 볼이 벌겋게 될 정도로 기분 좋게 마신 김상철은 흐뭇한 미소를 흘리며 옆에 앉은 배우를 붙잡고 내 자랑을 하기 바빴다.
“봤지? 내가 떡잎을 알아봤다니까. 따악. 어? 내가 시우를 우리 극단에 데리고 있었던 이유가 있다고오……!”
음, 지금 저기로 따지러 가면 내가 더 피곤해진다.
나는 쌈박하게 항의하러 가는 것은 그만두고 계란찜을 공략했다.
이상하게 고깃집 계란찜은 집에서 한 것과는 다른 맛이 났다.
어머니가 해주신 것도 보들보들하니 아주 맛났지만 이건 더욱 입맛을 당기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와, 이제 시우는 문희성이랑 드라마 들어가는 거야?”
“진짜 짱이다. 첫 드라마를 문희성이랑 하다니.”
“웅, 기대돼요.”
나는 입안 가득 차 있던 계란을 삼키고 대답했다.
다른 배우들은 모두들 문희성과 함께 연기를 한다는 것에 꽂혀서 부럽다고 난리였다.
“근데 시우야……. 너는 RUN 같은 큰 무대에 선 다음에 여기처럼 작은 데 서서 괜찮았니? 하핫, 너무 비교됐던 거 아닌가.”
그중 한 배우가 조심스럽게 꺼낸 말에 회식 테이블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얼큰하게 취한 사람들이 모두 내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다니.
뭐야, 이 분위기.
당연히 내가 그렇게 생각했을 거라는 듯 다들 말이 없다.
나한테 티를 안 내서 그렇지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휴, 어쩔 수 없지.
오해를 풀어주어야겠다.
“우움? 저한테 무대는 다 똑같은 무대예요. 그리고 제가 여기에 오르지 않았다면, RUN도 못 했을걸요? 전 비상철또 777 무대가 더 좋아요!”
분위기를 쇄신할 겸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나에게 비상철또 777은 특별했다.
다른 어떤 무대와 이 무대를 비교할 수는 없으리라.
나의 가능성을 제일 먼저 인정해주고 받아들여 준 곳을 어찌 잊는단 말인가.
“시, 시우야…….”
“크흡, 봤냐? 어? 봤냐고. 저 어린 애가 지금….”
내 말에 말을 꺼낸 배우는 미안한 낯이 되었고, 김상철은 울음을 삼켰다.
감동했나 보다.
“이것들이. 너네 애한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괜히 배우들에게 소리를 치는 강용휘는 귀가 붉어져 있었다.
딱 보니까 알 수 있었다.
좋으면서 아닌 척하나 보다.
나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강용휘를 올려다봤다.
“뭐, 인마.”
“쌈 싸주세요. 감동님.”
나는 민망해하는 강용휘를 놀리려고 더욱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내 모습에 강용휘는 뭐라고 하려다가 한숨을 푹 내쉬고 상추에 깻잎을 집어 들었다.
“너는 하는 짓은 서른 살 먹은 놈처럼 굴면서, 손도 작아서 쌈도 혼자 못 싸고. 야, 동욱아. 시우 마늘 먹을 줄 알아?”
“생마늘은 매워해요. 구운 거.”
삼촌의 말에 순순히 불판 위에서 노릇하게 구워진 마늘까지 올린 쌈이 탄생했다.
강용휘는 내 입가에 쌈을 손수 가져다 대주었다.
“입맛은 또 왜 이리 까탈스러워. 자.”
“와앙.”
강용휘는 투덜거리면서도 내 입에 쌈을 넣어주었다.
나는 절로 피어나는 웃음을 삼키지 않으며 쌈을 우물거렸다.
“우리 시우는 어디 가도 잘할 거야!”
“그래, 그 말도 우리가 절대 잊지 않으마.”
김상철에게 옮았나.
배우들은 다들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는 내 앞길을 축복하고 있었다.
뒤풀이는 원래 이런 분위기인가 싶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안 볼 것처럼 말해요?”
내 말에 또 한순간 정적.
오늘따라 다들 왜 이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기울이자 강용휘가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내 앞접시에 덜어주며 설명해주었다.
“TV로 한번 나간 놈들은 연극판으로 잘 안 돌아와. 그래서 다들 이번이 너랑 마지막으로 공연한 거라고 생각해서 더 그러는 거야.”
“으응? 나는 돌아올 건데요?”
“허, 참. 그러냐.”
단박에 돌아올 거라는 내 말에 강용휘의 입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그리고 우리의 말을 듣고 있던 배우들이 참고 있던 말을 외쳤다.
“진짜? 시우야, 삼촌들 여기서 딱 기다린다?”
“삼촌도 시우랑 또 무대 하고 싶은데…….”
나는 걱정하지 말라고 돌아올 거라는 말을 백번쯤 말한 후에 풀려날 수 있었다.
그나저나 갑자기 삼촌이 너무 많이 생겼는데?
***
서울 시내의 한 중식당.
“어서 오세요. 문희성 배우님. 처음 뵙겠습니다. 차일남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PD님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이번 작품을 쓴 한유주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초면인 세 사람은 화기애애하게 인사를 나눴다.
문희성의 손을 잡고 들어온 한시우는 그런 어른들은 내버려 두고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의 눈에는 지금 눈앞에 놓인 뱅글뱅글 돌아가는 중식당 테이블이 더 신기한 모양이었다.
“뭐든지 시키십쇼. 오늘은 저희가 감사한 마음에 대접하려는 거니까요. 하하!”
“감사합니다. 시우야, 뭐 먹을래?”
차일남에게 인사를 건넨 문희성은 메뉴판을 진지하게 정독하고 있는 한시우에게 물었다.
그림과 설명을 주의 깊게 보던 한시우가 한 음식을 콕 가리키며 물었다.
“요거는 뭐예요?”
“깐풍기는 조금 매울 수 있는데 괜찮겠니?”
고추가 송송 썰려 올라가 있는 깐풍기를 보고 한유주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맵다는 말에 한시우의 손이 슬그머니 내려갔다.
“그럼 이건 어떠니. 유린기라고, 이것도 닭고기를 튀긴 거란다. 고추가 올라가 있으면 아저씨가 걷어줄게.”
“좋아요!”
화기애애하게 음식을 주문한 뒤, 차일남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문희성과 한시우를 돌아보며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하하, 두 분 덕분에 편성도 잘 되고. 캐스팅도 완료되고. 제가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오늘 이 자리에 모시게 됐습니다.”
“제가 뭘 한 게 있습니까. 저는 그냥 시우가 나가는 작품을 우연히 봤는데, 작품이 너무 좋아서 나가려고 한 거죠.”
“우웅! 한 작가님 짱.”
두 사람의 말에 한유주는 감동을 받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활짝 웃었다.
“이번에 대본이 좀 잘 나오긴 했죠?”
차일남은 기어이 주말 저녁 시간대의 편성을 얻어냈다.
한시우로 인해 문희성을 얻고, 문희성 덕분에 편성을 얻었다.
덕분에 요즘 기분이 날아갈 것처럼 좋은 차일남은 문희성에게 요리를 권하면서 호탕하게 웃었다.
“아, 드세요. 드세요. 배우님은 술이라도 한잔하시겠습니까?”
“아뇨, 오늘은 시우 보호자로 온 것도 있어서 술은 사양하겠습니다.”
모든 게 잘 풀린 건 한시우와 문희성 덕분이었다.
고량주라도 한 잔 대접할까 했는데, 어린아이가 있다고 문희성이 거절하는 바람에 차일남은 내심 아쉬워했다.
“제 작품에 설마 문희성 씨가 나오실 줄이야. 너무 영광이에요.”
한유주는 꿈만 같다며 식사를 하다가도 연신 문희성을 바라보았다.
“하하,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대본이 너무 좋더라고요.”
“헉……. 감사합니다. 제가 문희성 씨를 생각하고 그 역할을 썼나 싶을 정도로 잘 어울리세요. 정말로.”
한유주는 평소와는 다른 살가운 어조로 문희성에게 이것저것 말을 붙였다.
그 모습에 식사를 하던 차일남이 경악 어린 눈으로 자신의 후배를 쳐다보았다.
한유주는 신경도 안 썼지만.
“하하, 두 분이 원래 친하신가 봐요?”
“예? 아아, 네. 한 작가가 원래 제 대학 후배라서 알고 지낸 사이였습니다.”
“글세, 제가 딱 입사를 했는데 PD님으로 차 선배가 있지 뭐예요?”
두 사람의 스토리를 들으면서 문희성도 편안하게 웃었다.
“저희도 설마 시우 군이 문희성 씨랑 친분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엄청 놀랐습니다. 시우 군한테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설마 문희성 씨를 바꿔줄 줄이야…….”
“네. 희성 아조씨가 부탁했어요.”
한시우는 문희성이 덜어준 큼직한 유린기 조각을 베어먹다가 차일남의 말에 대꾸했다.
“잘됐네. 시우 군은 첫 번째 드라마 도전인데 아는 사람이랑 함께 해서?”
“네! 아조씨랑 같이 작품을 해서 좋아요. 앞으로 더 아조씨한테 배우고 싶은 게 많거든요.”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한시우의 말에 문희성이 미소 지었다.
“시우야, 넌 도대체 얼마나 가져야 만족할 거니. 지금도 네가 내 뒤를 바짝 쫓아오는 기분이란 말이다.”
“훗, 아조씨. 저의 입신양명이 두려우신 거죠?”
거들먹거리며 말하는 한시우지만, 그래봤자 어린아이라서 그 모습도 귀여울 뿐이다.
문희성이 새롭게 튀어나온 고사성어에 크게 웃었다.
“하하, 시우야. 너 집에서 고사성어 책이라도 따로 읽니? 그건 내가 가르쳐 준 적이 없는데.”
“수학의 길은 멀고도 험한 것이죠.”
한편, 두 사람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던 한유주와 차일남은 너무 놀라 음식 먹는 걸 잊고 말았다.
“…시우가 대본을 술술 잘 읽는 이유가 있네요. 원래 여섯 살에 저런 말을 막 하나요?”
“몰라, 나도. 그보다 두 사람 진짜 친한가 본데?”
***
비상철또 공연이 끝난 후 조금은 한적한 시간을 보내던 5월의 어느 날.
드디어 새로운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과 스텝들이 한자리에 전부 모이는 날이 밝았다.
“안녕하세요!”
“어머, 안녕. 시우야. 오늘도 미팅하러 온 거니?”
“녜. PD님이랑 다른 감독님이랑요.”
나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KMB 로비를 가로지르다가 안내데스크 누나들에게 인사를 했다.
캐스팅이 확정되고 미팅을 하기 위해 몇 번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내 배꼽 인사에 넘어가는 팬을 확보한 김에 매일 팬서비스를 해주는 중이었다.
“귀여워라. 오늘도 힘내렴 시우야.”
“아, 이거 가져가서 먹을래?”
“우웅! 감쨥니다.”
귀여워-!
나는 로비에 메아리치는 누나들의 비명을 들으며 다시 어머니랑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휴, 오늘 아침도 아주 보람차군.
“안녕하세요.”
“시우 왔니?”
“아유, 오늘도 아주 멋지네.”
처음 방송국이라는 곳에 들어왔을 때는 뭐가 이리 넓고 복잡한지.
예능국, 시사교양국, 라디오국을 지나쳐 드라마국에 왔을 때는 진이 다 빠졌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제법 익숙해져서 마주치는 직원들에게 여유롭게 인사를 하며 다니는 수준이 되었다.
지나가면서 만나는 시큐리티 직원들과 청소부 아주머니들에게까지 귀엽다는 소리를 삼십 번쯤 들은 후 도착한 회의실.
오면서 아주머니들에게 받은 요구르트 한 잔을 시원하게 들이켰다.
“캬하.”
“우리 시우, 오늘 첫 대본 리딩인데 긴장되지는 않아?”
어머니는 내 옷매무새를 다시 한번 다듬어주며 물었다.
그 어투에 기특함과 걱정스러움이 모두 담겨 있었다.
나는 어머니를 안심시켜드릴 겸,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아니요! 나 잘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