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ired player is good at soccer RAW novel - Chapter 181
181. 최고의 날
쿠당탕탕!
거칠게 잔디 위를 구르는 소음과 함께 순간 찾아온 정적.
그런 정적 속에서 경기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캐스터가 놀란 얼굴로 입을 벌렸다.
샬케는 거친 팀이었다.
그 중에서도 샬케의 미드필더는 강인한 피지컬을 특징으로 상대 선수들을 짓누르는 플레이에 특화된 거친 팀이이었다.
따라서 보통 몸싸움이 벌어지면 균형을 잃고 잔디를 뒹구는 건 샬케를 상대하는 상대팀 선수들의 몫이었는데···.
“—베베 투리토! 샬케의 베베 투리토 선수가 Lee와의 몸싸움에서 균형을 잃고 쓰러집니다! 그리고 심판의 판정은 노 파울! 파울이 아닙니다!”
“정당한 어깨싸움이었습니다! 오히려 투리토 선수가 팔을 벌리면서 반칙을 시도했습니다만, Lee가 그걸 강하게 이겨내고 공을 뺏었습니다! 그러면서···.”
“곧 바로 역습! Lee의 발끝에서 역습이 시작됩니다!”
캐스터의 외침과 동시에 공을 뺏는데 성공한 강후의 드리블.
그리고 그 드리블을 확인한 샬케 선수들이 바로 윽박을 지르면서 반응했다.
절대로 당해선 안 될 녀석한테 공을 뺏긴 마당이었다.
이런 상황이라면···.
“저 자식을 막아! 죽여서라도 막아!”
“발을 묶어! 더 이상 올라오지 못하도록 묶어버려!”
자연스레 거친 목소리들이 튀어나왔고, 그 목소리들 속에서 공을 쫓아 움직이는 샬케 선수들.
그 사이에서 센터 서클 안으로 전진하는 강후의 앞을 먼저 가로막는데 성공한 샬케의 미드필더는 잠시 숨을 고르면서 눈을 얇게 떴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 다른 목적은 없었다.
그가 집중하는 생각은 오직 한 가지, 그저 강후를 막겠다는 생각뿐.
그리고 그 생각을 위해.
콰각!
단단하게 무게 중심을 잡은 뒤 강후를 향해 다리를 길게 뻗으면서 비릿한 얼굴로 입술을 꼬았다.
확실하게 잡았다, 그런 확신에 찬 미소였고.
파앙—!
“‼”
그랬던 미소는 오래지않아 산산조각이나 부서졌다.
분명하게 막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의 예상을 벗어나는 공의 움직임에 놀라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것이다.
‘다···, 다리 사이로 공이 빠졌다?!’
“Nutmeg! 간결한 드리블로 또 다시 돌파에 성공하는 Lee! 빠릅니다, 빨라요! 이렇게 되면···.”
“샬케, 위기입니다!”
—이 자식들, 뭣들 하는 거야?!
—막아, 막으라고! 저 동양인한테 더 이상 뚫리지 말라고!
—안 돼! 이미 하프 라인을 넘었어! 게다가 하프 스페이스를 타고 들어오는 드리블이라면···!
뻐어엉—!
묵직한 임팩트와 함께 낮게 깔린 강후의 킥.
그 킥의 존재를 확인한 이들은 하나같이 커다란 느낌표가 얼굴에 떠올랐다.
프리 시즌에서 1승 3무 1패를 기록한 SV 베르더 브레멘의 성적표.
그 성적에 많은 이들이 비웃었으나, 항상 한 가지 생각이 갈고리처럼 걸려있었다.
만약, 그 경기들에서 이강후의 패스가 있었다면 결과가 어떻게 바뀌었을까?
그리고···.
—투웅!
지금 이 패스가 그런 상상 속의 결과를 증명하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경기를 지켜보던 관중들 중 누군가의 비명이었다.
그리고 그 비명의 끝에서 강후의 패스를 받아 전진하는 헤네수스는 속에서 차오르는 기쁨에 만연한 미소를 숨길 수 없었다.
브라질 대표팀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라 평가되는 동료들과 수차례 호흡을 맞춰봤다.
하지만 그 어떤 누구도 지금 강후가 보여준 패스와 같은 수준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아니···.
‘여기에 근접한 수준도 보여주질 못 했어! De Classe Mundial!(월드 클래스!) 이게 바로 세계 최고의 패스야! 그리고—.’
파아앙!
‘—이런 패스를 그냥 날려버린다면 지금까지 Lee를 기다려온 보람이 없다고!’
짧고 간결하게 이강후의 패스를 슈팅으로 연결하는 헤네수스.
헤네수스의 발등을 떠나 골대로 꺾여 들어가는 슛을 바라보면서 관중들은 잠시간 숨을 삼켰고, 샬케 선수들도 굳은 얼굴로 길게 꼬리를 그리면서 날아가는 슈팅을 눈에 담았다.
그렇게 머지 않아···.
철썩—!
“—우와아아아아아아!”
여태껏 가까스로 참고 있던 커다란 굉음을 베르더의 팬들이 쏟아내며 환호했다.
골대 구석을 가르는 기가 막힌 슈팅!
득점의 주인공인 헤네수스는 즉각 검지를 길게 펼치면서 세레머니와 동시에 한 선수를 찾아가며 소리쳤다.
“LEE! 봤어? 네 패스를 내가 완벽하게 살려냈어!”
자신에게 패스를 찔러준 강후.
그를 가리키면서 헤네수스가 달려나갔고, 그 외에 또 다른 동료들까지 강후가 있는 장소를 덮치면서 경기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애써 숨을 토해낸 뒤 쓴웃음을 흘린 이강후.
설마 첫 패스부터 어시스트로 기록될 줄은 몰랐지만, 경기는 이제 막 시작된 참이었다.
오늘 경기를 준비하면서 떠올린 각오를 다시 한번 다진 강후가 칼이 있는 방향으로 엄지를 치켜세워 준 후 읊조렸다.
“잊지 못 할 경기를 반드시 보여주마.”
겨우 어시스트 하나로 오늘 경기를 마무리 지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
“이건···, 꿈이야···.”
경기를 지켜보던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뇌까렸다.
샬케를 응원하기 위해 그들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남성이었다.
그는 처참한 얼굴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뜬 눈을 파르르 떨었다.
한 골을 빼앗겼을 때만 하더라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축구에서 한 골정도가 우연하게 골망에 걸리는 건 언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앞으로 이어질 경기에서 실수를 줄이고, 빼앗긴 한 점을 되찾아오면 될 일이었다.
그는 샬케의 축구라면 분명 가능할 것이라 믿었다.
그렇게 믿고 이어지는 경기를 쭉 지켜보았는데···.
“벌써 세 골을 먹혔다고? 그것도···, 전반전에만···?”
—와아아아아아!
남성의 혼잣말이 끝나기 무섭게 또 한 번 요동치는 관중석.
이 파장의 원인을 파악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모든 지역에서 바로 보이는 장소에서 공을 몰고 전진하는 선수의 모습이 수만 관중들의 눈동자로 날카롭게 박히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드리블의 주인공은···.
“LEE! 이번에도 Lee가 샬케의 수비 그물을 단번에 꿰뚫고 전진하고 있습니다!”
“대체 뭘하고 있는 거야?! 단 한 명이잖아! 겨우 한 명이라고! 어떻게 한 명한테 계속해서 뚫릴 수가 있는 건데!”
관중들과 마찬가지로 경기를 주시하고 있던 샬케 감독도 결국 참지 못하고 격한 어조로 속에 담고 있던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는 터질 것처럼 잔뜩 붉어진 얼굴과 핏발이 솟아난 두 눈으로 강후를 노려보면서 손톱을 뜯었다.
오늘 경기를 준비하면서, 특히 이강후에 대해 대비책을 여러 가지 준비했던 샬케였다.
하지만 그 모든 게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전술의 대상이 되는 이강후.
‘녀석을 상대로 준비한 전술들이 단 하나도 들어맞질 않았다. 아니, 들어맞지 않는 수준이 아니야. 이건···.’
“완벽한 우위! Lee가 만들어내는 모든 플레이가 샬케의 허점을 파고들면서 잔인하게 도륙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엔 환상적인 드리블로 찬스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합니다!”
해설자의 설명처럼, 샬케는 모든 기량에서 이강후를 감히 상대할 수 없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강후를 얕잡아 보던 이들이라던가, 베르더의 경기력을 의심했던 이들.
그들은 모두 한 가지 후회를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처참한 얼굴로 눈을 감아야만 했다.
‘역시···,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지난 시즌의 트레블이며, 월드컵에서 독일을 꺾고 손에 쥔 우승 메달이며.
어느 것 하나 단순한 우연으로 완성된 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강후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진짜였으며, 전반전이 막바지에 이르는 이 시간, 다시 한번 모두를 상대로 밝은 빛을 뿜었다.
촤아아악!
자신을 향해 거칠게 날아드는 슬라이딩 태클을 가뿐하게 벗겨내면서 드리블을 이어가는 이강후.
태클을 시도한 샬케의 선수도,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관중들도, 대체 저런 축구가 어떻게 가능한 지를 의심하면서 고개를 젓고 있을 때, 강후의 발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투웅, 투웅, 투웅—!
빠르게 공과 함께 전진하면서 필드를 누비기 시작한 강후의 전진은 거침이 없었다.
마치 모든 걸 읽고 있다는 듯, 여유롭게 주변 흐름에 대응했고, 필요할 땐 과감한 돌파를 섞은 플레이로 공간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파이널 써드까지 전진하는데 성공한 지금은.
사악, 투웅!
간단한 발기술로 눈앞의 수비를 가볍게 벗겨낸 뒤.
뻐—어엉!
직접 골문을 노리는 슈팅으로 플레이를 마무리 지었다.
슈팅과 동시에 온몸이 쏠리는, 체중이 실린 단단한 슈팅.
그런 슈팅을 상대로 샬케의 골키퍼는 즉시 슈팅 궤적을 눈에 담은 뒤 몸을 날리면서 양손을 뻗었다.
이번엔 절대 안 된다.
어떻게든 막겠다는 각오로 몸을 날린 골키퍼는···.
“Scheiße···!”
짧은 욕설과 함께 눈을 감아버렸다.
분명 제대로 궤적을 읽고 몸을 날리는 펀칭이었거늘.
슈팅 방향이 정반대로 꺾이는 이런 슛을 대체 어떻게 대응해야 한단 말인가?
이후 쿠당탕, 거칠게 잔디를 구르면서 골키퍼가 무너졌고, 비어있는 골대 구석에 꽂힌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한 강후는 가볍게 쥔 주먹으로 하늘을 찔렀다.
수많은 사람들이 의심한 경기였다.
몇몇은 자신이 무너지길 기대하며 경기를 기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을 상대로 당당하게 실력으로 증명한 강후는 주변을 돌아보면서 조그맣게 뇌까렸다.
“이걸로···, 기다림은 끝났다.”
“—고오오오오오올! 골입니다! 이강후 선수의 환상적인 득점! 얀데르폰 골키퍼의 눈을 완벽하게 속이는 슈팅으로 골망을 가르는데 성공합니다!”
“저런 슛은 못 막죠. 막고 싶어도 막을 수가 없죠!”
“이렇게 되면 전반전에만 네 골 차이입니다! SV 베르더 브레멘이 샬케를 상대로 전반전동안 무려 네 골을 터트리면서 경기를 압도합니다!”
“그리고···, 주심이 휘슬을 부는군요! 하프타임입니다. 짧은 휴식 이후 이제 후반전이 남았습니다만···.”
“샬케를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자리를 떠나고 있군요! 네, 끔찍한 현실이겠죠. 어느 누구라도 이렇게 처참하게 무너지는 팀을 눈앞에서 응원한다면 마음이 부서질 듯 아플 겁니다.”
“하지만 동시에···, 베르더를 응원하는 관중들의 목소리는 한없이 커지기만 합니다!”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특히 모두가 기다려 온 10번, Lee! 오늘 Lee는 자신이 왜 월드클래스인지를 확실하게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후반전이 시작되는데요. 베르더의 선축으로 시작된 경기에서···, 계속해서 득점쇼! 이걸로 다섯 골째를 성공시키면서 베르더가 샬케를 완벽하게 무너뜨립니다!”
“끔찍한 날입니다. 샬케에게는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을 끔찍한 날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고의 날이기도 하죠! SV 베르더 브레멘의 Lee! 그가 다시금 화려하게 비상하면서 브레멘에 최고의 날을 선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