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108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108화
띵!
-문이 열렸습니다.
정지석은 즉시 명령했다.
“공격해-!”
부길드장이 [빙결]의 냉기를 엘리베이터 안으로 밀어 넣는다.
마찬가지로 원거리 타격이 가능한 각성자들이 저마다의 이능을 엘리베이터 쪽으로 구사한다.
탕탕탕! 근접 밀리 계열들은 밀수한 총을 난사한다.
쿠와아아아아-!
전장을 방불케 하는 굉음은 장장 1분간이나 30층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마안!”
[염력]으로 엘리베이터를 난자한 정지석은 어떠한 기대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주시한다.‘이쯤이면 죽었겠지.’
복도에 빼곡히 밀집한 길드원들의, 백에 가까운 각성자들의 총공격이었다.
죽었을 거다, 죽을 수밖에 없다. 얼어버린 상태로 총탄에 깨져 버렸거나, 보이지도 않은 염력에 갈기갈기 찢겼거나.
‘멍청한 새끼.’
덕분에 일이 쉽게 풀렸다.
놈이 어떻게 비상용 엘리베이터의 위치를 알았는지는 몰라도, 그것을 타고 올라온 것은 분명 실수였다.
그 비좁은 공간에서 방금의 집중포화를 버티거나 피할 방법은 존재할 수가 없다.
실제로 엘리베이터는 더 이상 엘리베이터라 할 수 없었으니.
천장만 빼고 모조리 박살 나 아래로 전부 떨어져 내린 그것은 이제 본래의 기능을 잃었다.
‘흉수 또한 박살 났겠지.’
정지석은 그런 심정으로 정찰대 하나를 보냈다.
“황기진. 가봐. 시체 확인해.”
“네.”
보낸 이의 이능은 [광휘]. 속칭 빛 각성자.
그가 손을 아래로 뻗자, 곧 그의 손에서 산란한 빛의 일부가 그의 등 뒤로 새어 나왔다.
“길드장님?”
그리고 그는 아래뿐만이 아니라 좌우 그리고 위까지 살피더니, 이내 떨리는 목소리로 결과를 말했다.
“어, 없습니다.”
“없어? 잘 살펴봐.”
“그게…… 처음부터 타고 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확실해?”
“네. 엘리베이터 파편은 분명히 아래에 떨어져 있는데, 유기물 같은 건 없습니다. 핏방울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왜? 정지석은 그런 의문이 들었다.
화력을 소비시키기 위함이라면 큰 의미가 없으리라.
어차피 엘리베이터가 박살 난 덕에 소비는 단발로 그칠뿐더러, 본디 각성자의 소비된 마력조차 시간이 지나면 다시 차오르는 것이다.
-그마안!
게다가, 애당초 적당한 시기에 공격을 중단시켜 필요 이상으로 낭비시키도 않았고.
‘함정?’
그렇다면 하다못해 폭탄 같은 거라도 실어놨어야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폭발하게.
“다시 찾아. CCTV부터 다시 확인-”
그러다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려는 순간에 알았다.
놈이 원한 건 단순한 유인이었음을.
“놈이다!”
뒤를 돌아보니, 묵빛의 피부를 한 흉수는 이미 모종의 경로로 이미 이곳에 와 있었다.
“전부 지휘 통제실!”
엘리베이터로 전부가 몰린 덕에, 텅텅 비어 있는 지휘통제실에.
그 여전한 광택이 도는 검은 피부로.
이미 검을 빼어 든 채로.
“저깄다! 죽여!”
그리고 놈은 멀리서 검을 휘둘렀다.
다만 그 방향은 자신이 있는 전방이 아니었다.
벽을 향해서였다.
더 정확힌 지휘통제실의 차단기가 설치된 쪽.
콰득.
이내 철제물이 부서지는 소리 뒤엔.
텅. 텅. 텅. 텅. 텅.
수많은 모니터의 화면이 순차적으로 꺼졌고.
피시이이이이.
이윽고 천장에 달린 조명마저 그 빛을 잃었다.
“……길드장님?”
인공조명이 전부 꺼진 지하 30층엔 짙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황기진. 전부 황기진 주변으로 모여.”
이제 광원은 오직 [광휘] 각성자 하나뿐.
정지석은 그를 중심으로 원형진을 구축했다.
“눈 크게 뜨고 살펴. 뭐라도 보이거나 들리면 바로 공격해. 이후 공격 신호는 없으니 각자가 알아서 판단하도록.”
“……네.”
길드원들의 대답 소리가 작았다. 길드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찾아온 어둠은 모두의 전의를 상실케 하기에 충분했다.
정지석 역시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였다.
‘놈은 몬스터가 아니야.’
지능 없는 몬스터가 차단기부터 노렸을 리가 없다.
저 검은 피부가 뭔지 몰라도, 놈은 제 피부색을 이용할 줄 아는 거다.
그 증거로 놈은 쉽사리 드러나지 않았다. 마치 어둠을 배경으로 그곳에 녹아든 것만 같았다.
“…….”
핏!
그때 갑작스레 전방에서 형성된 환한 빛줄기.
탕탕탕탕!
확인 즉시 사살하라는 제 명령에 따라, 총소리와 함께 모든 길드원의 공격이 그곳으로 향했다.
“으아아아악! 나야! 쏘지- 쿨럭!”
짙은 어둠으로 인해 피아 식별이 거의 불가능하기에, 중간에 아군이 희생되었지만, 상관은 없었다.
누군가를 죽이기엔 충분한 화력이었음에 놈 또한 죽었겠지. 형성된 의문의 빛줄기 또한 소멸했음에 정지석은 그리 확신했다.
“황기진. 아까 그곳을 비춰.”
이내 황기진이 그곳을 비추자 빛줄기의 정체가 드러난다.
그리고 정지석은 당황했다.
“스탠드?”
스탠드였다.
고작 스탠드 조명.
“어떤 병신이 저기에 스탠드 가져다…… 놨을 리가…….”
지휘 통제실에서 감히 길드원이 그랬을 리는 없다.
“검은 피부가 뭔진 모르겠지만…… 흉수는 박신혁이다.”
수호 길드가 급습하기 직전, 면회를 하고 있던 [인벤토리] 각성자.
“그러니…….”
문제는 놈의 인벤토리에 몇 개의 스탠드가 더 있을진 모른다는 것.
정지석이 어떤 명령을 내려야 할지 고민하던 참.
핏!
다시 어떠한 빛줄기가 형성되었고.
탕탕탕탕! 으아아아악! 으아아아악! 으아아아악!
또다시 아군이 죽었다. 이번엔 셋이었다.
“……황기진.”
“……네.”
그 희생으로 고작 스탠드 하나만 더 깼을 뿐.
교환비를 따졌을 때 막심한 손해였다.
“모두 들어라. 명령을 철회하겠다. 공격 명령이 하달되면, 그때 타격하도록.”
“……네.”
정지석은 결국 아까의 명령을 번복했고, 이에 대한 길드원의 대답은 사위가 조용하지 않았다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다.
“…….”
이후 모든 길드원은 다시 이상 신호를 기다린다. 귀를 활짝 열고, 눈을 크게 뜨고.
그렇게 5분은 지났을까, 팽팽한 긴장감이 점점 느슨해질 때였다.
핏.
그때 또다시 저 멀리서 형성된 빛줄기.
“잠시 대기. 황이진, 확인하도록.”
그러나 이번엔 스탠드가 아니었다.
핑-!
웬 파공음과 함께 공간을 가른 그 푸른 빛은, 순식간에 날아와-
퍽-!
그대로 황이진의 머리를 터뜨렸다.
“……!”
머리가 터져 버린 그의 손에서 [광휘]가 꺼지기 직전. 정지석은 그 물건이 웬 화살이라는 것만 확인할 수 있었다.
“기, 길드장님?”
그렇게 [광휘] 각성자가 죽었다.
“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빛 한 점 없는 공간에 겁에 질린 길드원 하나의 목소리가 쓸쓸히 울려 퍼졌다.
“…….”
정지석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주 조용하게 염력으로 몸을 띄우고서, 천장에 붙어 은밀히 이동한다.
“길드장님? 어디 계십니까?”
“…….”
다행히 보이지 않아도 익숙한 공간이었다. 손으로 더듬으면 대략적으로 여기가 어딘지는 알 수 있었다.
“정지석 길드장님? 듣고 계십니까?”
“…….”
듣고 있지만, 여전히 소리 내지 않았다. 길드원들이 시간을 끌어주어야 한다. 박신혁 그 새끼가 저들을 처리할 시간에 자신은 이곳을 탈출해야 하고.
그렇게 어둠을 더듬어 도착한 아까의 비상용 엘리베이터.
이제 저 천장만 걷어내면, 위로 올라갈 수 있다.
‘위로.’
밑으로 내려가는 것은 고민치 않았다. 어둠 속에서 마음껏 활보하는 박신혁을 상대로 도망칠 자신이 없었다.
‘위로 가야 해.’
그러니 수호 길드에게 잡히는 게 낫다. 위로 올라가서 수호 길드와 조우하는 게 낫다. 자수하는 게 낫다. 사법의 심판을 받는 게 낫다. 그러면 적어도 목숨만은 부지할 테니까.
그렇게 조심스레 엘리베이터의 천장에 달린 위로 향하는 쪽문을 열고서-
몸의 절반이 천장 위로 올라간 순간이었다.
“커컥!”
뾰족한 무언가가 발 뒤꿈치를 뚫고 체내로 들어온다.
멈추지 않고서 무릎을 통과해 허벅지로 나오기까지.
“아아아아아악.”
극심한 자상과 관통상에 아래를 내려다본다. 허벅지를 뚫고 나온 건 날붙이였다.
청광을 머금은 검극.
“박신혁…….”
그리고 그 미약한 푸른빛에 말미암아 언뜻 보이는 흉수는 예의 그 검은 피부 놈이었다.
“…….”
놈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갑작스레 그의 검극에 매인 마력만 거칠게 진동할 뿐이다.
웅웅웅웅웅.
몸 안에서 느껴지는 그 마력의 진동.
“!”
그것은 격통으로 이어진다.
고출력 전자레인지에 몸을 넣고 돌리면 이럴까.
식인 개미가 발끝에서부터 몸을 파먹고 올라오면 이럴까.
“으으으으으으!”
정지석이 핏물로 화(化)하기 전까지 느낀 것은-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형용할 수조차 없는, 가장 끔찍한 격통이었다.
* * *
이틀 뒤.
장례식장.
“아이고~ 아이고~”
옆 조문실의 곡소리가 구슬프다.
반면 한예리는 공허한 눈이었다.
“엄마. 어떻게 하지?”
그리고 혼자였다. 이는 상주석에 국한된 내용이 아니었다.
엄마가 죽고 난 뒤 이틀.
아니, 엄마의 죽음을 인지하고 난 뒤의 이틀.
조문객 하나 없는 그 시간 동안 한예리는 늘 혼자였다.
5년 전.
게이트가 열린 날.
처음으로 인류가 마력이라는 에너지를 접한 날.
동시에 엄마는 마력 중독이라는 불치병을 앓기 시작한 날에 한예리는 중학교 1학년이었다. 지금의 시간을 대비하기엔 너무 어린 나이었다.
이후 학교도 그만두고, 정경 길드에 들어간 뒤엔 더욱 그러했다.
어린 자신이 알음알음했던 친구들은 서서히 멀어졌고, 지금에서는 친구가 아닌 동창으로만 남았다.
“친구…… 아니, 동창.”
5년간 연락을 끊은, 톡의 프로필 사진엔 모르는 얼굴이 들어선, 기억 속에만 남아 있는 동창.
“미안. 엄마. 엄마 가는 길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 주진 못할 것 같아. 대신 내가 엄마한테 자주 들를게.”
아는 사람은 정경 길드원이 대다수인데, 엄마를 죽인 그들은 아주 다행스럽게도 이틀 전에 전부 죽어버렸다.
그리고 그 외의 사람이라 하면…….
“와.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생겼지?”
저 건너편에 있는 접객실에서 이는, 장례식장과는 어울리지 않은 미(美)에 대한 찬탄.
“아니, 왜 남자한테 아름답다는 말이 어울리지?”
그 발언을 한 조문객의 시선은 접객실의 TV를 향해 있었고, TV 화면엔 박신혁이 송출되고 있었다.
[2차 브레이크. 납치된 류성근 박사의 구출. 한국 2위 길드와 12위 길드와의 전쟁. 정경 길드의 드러난 부정과 몰락. 대형 사건들이 연달아 터졌으니 많은 분들이 혼란스러우실 거라 예상합니다. 밝힐 수 있는 부분에 관해선 모두 솔직하게 답해 드릴 테니, 기탄없이 질의해 주시길 바랍니다.]“…….”
한예리의 입장에서 그나마 인연이라 하면 인연이라 할 수 있는 박신혁은, 저기 공식 석상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 소개되는 혁예클랜 부지 앞에서.
“저기지? 2차 브레이크에서 유일하게 인명 피해가 아예 없는 곳이? 어디 저기로 입주할 방법이 있을까?”
“하. 돈 있다고 되겠니? 연이 있어야 되지.”
화면 속엔 5개의 의자가 놓여 있었고, 각각의 인물들은 각자의 자리에 착석해 있었다.
[먼저 주진헌 헌터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이번에 정경 길드와의 전투에서 홀로 지부 하나를 반파했다고 들었는데, 이는 혁예클랜에 입단하고서 생긴 능력인지 궁금합니다. 또한 세계수라는 별칭이 붙었는데, 이 별칭에 대해서 마음에 드시는지도 여쭙겠습니다.]가장 왼쪽엔 주진헌.
[이번엔 예언자님께 질문드리겠습니다. 정경 길드의 범죄 색출에 있어서 어느 정경 길드원의 양심 제보와 더불어, 예언자님께서 제공한 정경 길드에 대한 정보가 가장 큰 승리의 요인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하면 앞으로 정경 길드와 같은 범죄 집단이 재발할 시에 해당 사건에 대한 예언이 가능할지 궁금합니다.]두 번째에 강예빈.
[……성녀님께도 하나 질문해도 됩니까?] [해.] [정경 길드의 대부분이 사망한 가운데에, 수호 길드와 혁예 클랜의 피해는 거의 전무하다 들었습니다. 전투에 참여한 이들의 대다수가 최전방에서 활동한 성녀님의 치유를 그 이유로 꼽고 있는데, 이에 대해 원래부터 수호 길드와 합을 맞췄는지, 만약 그렇다면 다른 길드와의 협업도 고려하고 있는지 답변해 주실 수 있습니까?]네 번째엔 이가을.
[혁예 클랜의 기자회견임에도 따로 시간을 내어주신 강혁 부길드장님께 감사드립니다.] [별말씀을.] [이번에 혁예 클랜의 부지 안으로 수호 길드의 사옥이 들어선다고 들었습니다. 단순한 지부의 건립인지 아니면 본부의 이전인지가 궁금합니다. 또한 관련된 수호 길드의 차후 계획 역시, 공표가 가능하면 부탁드리겠습니다.]다섯 번째엔 강혁.
[혁예 클랜장에게 질문이 있습니다!]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
다섯 자리의 가운데.
박신혁.
“…….”
현재 한예리가 정경길드와 관련된 이들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지인이라 할 수 있는 사람.
[정경 길드의 본부를 거의 홀로서 반파하셨다고-] [혁예 클랜 부지에 입주하려면 어떤 조건을-] [곧 있을 세계 각성자 정상 대전에 참여할 의사가-] [각성자 납치 사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이곳에 올 수 없는, 저 TV 속의 그에게 무수한 질문이 쏟아지는 순간.
“한예리.”
아주 이상하게도.
그의 목소리가 이곳에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