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117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117화
WAC 각성자 등급 검정장.
이곳에선, 수만 명의 참가자의 등급 검정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금의 검사는 격투기 종목인 UFCA에서의 체중 검사와도 같다. A급 헌터가 C급 체급에서 우승하는 일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
띡. 띡. 띡.
스텟을 측정하는 기계음이 임시 차단막 너머로 계속해 들어온다. 나는 검사장 사이에 마련된 임시 차단막 안에 있다.
이곳에 있는 이유는 최태수를 비롯한 반목자들이 참여했나 미리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올까?’
다만, 거물급 반목자가 올 거란 기대는 다소 낮다.
애초에 세계 각성자 정상 대전의 참여하려면 각성자 협회에 등록이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칠악의 대다수는 협회에 본인을 등록하지 않는다. 한예리나 최태수처럼. 범죄를 저지르려면 그게 더 훨씬 편할 수밖에 없으니.
‘그래도 혹시 모르니.’
그들이 특별한 수를 내어 참여를 하고 그게 내게 들키길 바라는바. 혹은 협회에 등록한 반목자나마 색출하려는바.
나는 자리에 앉아 마력회로를 수련하며 대기하고 있다.
“혁예 클랜장님.”
묵직한 음성에 눈을 뜬다.
옆에 앉은 이는 이진우, 속칭 이 비서였다.
슬슬 클랜의 덩치가 커지며 할 일이 많아지자, 이가을이 그녀의 비서 팀 중에서 친히 보내준 인재.
TF 그룹의 비서팀에 뽑혔던 만큼, 능력에 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 수능 만점과 더불어 행정 고시와 사법 고시를 전부 통과했다 하니 객관적으로도.
“다음 참가자입니다.”
난 그가 알린 다음 참가자의 등장에, [레비아탄의 눈]으로 벽 너머를 확인한다.
“확인했습니다.”
정상이었다. 비정상적인 마력의 흐름은 아예 없다.
난 다시 눈을 감는다.
[보유 마력 +0.02]다시 회로를 돌리며 스펙을 올리던 중.
“혁예 클랜장님. 다음 참가자입니다. 이번엔 뒤편입니다.”
다시 눈을 뜨고서 뒤편을 투시한다.
그리고 물었다.
“저 참가자가 몇 번이죠?”
“32,181번입니다.”
이번엔 비정상적인 마력의 흐름이 있었다.
이가을의 엄마를 흉내 냈던 간호사에게서 이미 목격했던, [도플갱어의 가면]의 마력 작용이 저 참가자에게서 동일하게 나타난다.
“저 참가자는 A안에 넣으세요.”
나는 참가자를 3가지로 분류하고 있다.
아무 이상이 없는 자는 그대로 패스.
[도플갱어의 가면]을 쓰고서 신분을 숨긴 자는 A안, 그리고 미래에 범죄를 저지를 약탈자와 전향자는 B안, 나머지 의뭉스러운 자들은 C안에 넣고 있다.이 일은 장장 10일간 지속되었으며-
“이번이 마지막 참가자입니다.”
WAC의 개최를 4일을 앞둔 지금에서야 그 분류가 마무리되고 있다. 참여자가 워낙 많았던 탓이었다.
마지막 참가자까지 확인한 뒤, 이 비서에게 말했다.
“A안의 참가자를 전부 이가을 클랜원에게 보내세요.”
“네.”
“그리고 각 참가자의 본국에 확인해 출국 기록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 전해주세요. 한국인이라면 협회에 요청해 대회 참여 여부를 조사해 주시고요.”
과연 본인의 모습을 참여자에게 뺏긴 이들이 살아 있을지.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 비서의 표정을 살폈다. 대답하는 그의 얼굴엔 한 치의 표정 변화도 없었다.
눈앞에 외국인이 있는데 본국에 출국 기록을 하라는 엉뚱한 명령에도. 대회에 참여했는데 대회 참여 여부를 조사하라는 이해할 수 없을 명령에도.
“좋습니다.”
때때론 일을 맡길 때 군말 없이 수행해 주는 이가 편할 때가 있다. 그런 점에선 충분히 일을 맡길 만한 사람으로 보였다.
그리고 다음 날.
난 다시 이 비서를 데리고 WAC의 예선전 조 편성 추첨식 현장에 왔다.
“WAC의 예선 추첨식을 시작하겠습니다. 현재 많은 참여자로 인해 기존의 방식 대신 여러분에게 익숙한 로또의 추첨 방식을 본떠 만든……”
사회자의 말대로 WAC의 추첨은 로또의 추첨 방식과 유사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몇만 명에 이르는 인원의 추첨을 한 번에 하나씩 할 수는 없다. 그랬다간 추첨을 하다가, 본 대회가 시작하게 되는 규모였다.
구슬이 나오는 출구가 무려 50개에 이르는 것은 그러한 연유 때문이었다.
“처리는 했습니까?”
“네.”
내가 이 비서에게 부탁한 건 쉽다.
어차피 저 추첨 기구와 관련된 모든 것이 전부 TF 쪽에서 제공한 것.
-이가을 클랜원. 대진표 좀 조작하려고 합니다.
난 그 납품 과정에서 특정한 구슬에 아주 작은 마석을 부착해 달라 요구했다.
[레비아탄의 눈(左眼) : 에너지 가시화]“좋습니다.”
그 결과 왼쪽 눈만 뜬 내겐, 이제 오로지 마석이 부착된 구슬만이 보인다.
난 [공간의 팔찌]를 통해 그것들을 전부 인벤토리에 넣고서, 다시 꺼낸다.
“자! 이제 번호가 나옵니다.”
그 위치는, 구슬이 빠져나오는 불투명한 통로.
출구.
이윽고 내가 원하는 구슬이 그 출구로 나온다.
“첫 번째 확인 번호는 444번!”
나다.
내가 444번이다.
“두 번째 확인 번호는 27,308번!”
C안에 속한, 차후에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약탈자다. 이번을 계기로 죽일 생각이다.
“세 번째 확인 번호는 9,232번!”
[도플갱어의 가면]을 뒤집어쓴 자다. 현재 저 외양의 본 주인은 캐나다에서 한 달간 실종 처리가 되어 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가만히 둘 생각은 없다.“네 번째 확인 번호는…….”
점점 더 채워져 가는 대진표를 바라본다.
[444, 277,308, 9232, 3,746, 9,003……]“B급 예선전 1조의 명단이 모두 채워졌습니다!”
나를 포함한 예선전 1조의 명단 100명.
그 명단은 A안과 B안에서 추려낸 이들로 가득했다.
* * *
[TF Group Pool Party Invitation]성녀로부터 전해진 풀 파티 초대장.
이미 SNS와 기사를 통해 S급 헌터 전원과 잘나간다는 A급 헌터 그리고 극소수의 B급 헌터가 참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엠버 세리아드는 초대장을 펼쳐 가드에게 건넸다.
“여깄습니다.”
“확인했습니다.”
입장하기 전, 엠버는 사내에게 문득 물었다.
“그런데 가드이십니까?”
“지금은 그렇죠.”
“그럼 원래는……?”
“수호 길드 소속 헌터입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수호 길드의 이름은 당연히 안다. 박신혁 클랜장과 자주 엮이는 단체였다.
“혹시 직책이 팀장급이십니까?”
“그렇겠습니까? 반년 전에 들어왔는데 아직 멀었죠. 하하.”
저 사람이 고작 반년 차라고? 엠버는 땀을 삐질 흘렀다.
그도 그럴 게, 언뜻 풍기는 기세가 적게 잡아도 영국 1위 길드인 브릿지 길드의 간부와 비견될 만하다.
‘이게 대한민국 2위 길드라고? 왜? 규모가 작나?’
궁금증을 뒤로하고 엠버는 입장했다.
TF 그룹이 주관한 파티답게, 그 퀄리티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왼쪽 워터 파크엔 모락모락 김이 올라왔으며, 오른쪽 워터 파크엔 얼음이 둥둥 떠다닌다.
그 사이의 간격은 상당히 멀다.
애초에 넓은 공간이었다. 한데 가득 채워져 있기도 하다. 두 워터 파크 사이엔 바(BAR), 레스토랑, 대형 정원 등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허드만?’
그중엔 세계 1위라 평가받는 이가 수영복을 차림으로 물에서 나와 바에서 술을 즐겼으며.
‘블라디미르?’
세계 2위라 평가받는 이는 중간에 마련된 포커 테이블에서 돈을 뿌리고 있었다.
이 외에 이번에 S급 헌터로 승격되며 순위를 뒤집은 하대호며, 기존의 한국 1위를 고수하던 이혁건이며, 이곳에 있는 모두가 헌터 업계에 발을 담근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얼굴들이 지천이었다.
그 이름값 때문이었을까.
그래도 알음알음한 사이라지만, 직접 대면을 해본 사람은 없어서일까.
“…….”
엠버는 점점 더 구석진 곳을 향했다.
수영? 당연히 수영복은 챙겨 오지 않았지만, 중앙의 아비뉴(Avenue)엔 이미 포장도 뜯지 않은 수영복이 비치돼 있었고, 그 옆엔 탈의실도 있다.
그러나 엠버는 지나친다.
-와서 수영도 배우고, 승마도 배워야지. 네가 운동신경이 있잖니. 금방 배울 거야.
내키진 않았다. 가장 구석진 곳에 위치한 BAR로 들어간다.
광택이 나는 붉은 쿠션 의자엔 이미 선객이 있었다.
“엠버 세리아드? 영국의 기사? 반갑네.”
동양인 여성 각성자였다. 3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물론 이곳은 대다수가 A급인 각성자 파티이니, 실제론 더 많을 것이다. 저 여인이 A급 헌터라 치면 실제론 아마 40대는 되겠지.
기사, 세리아드는 연장자에게 먼저 고개를 숙였다. 나이도 그렇고 실력도 그렇고 저 사람이 위일 테니.
“반갑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난 임솔. 들어봤나 모르겠네?”
“죄송합니다.”
이곳에 초대될 만한 사람이면 유능하거나 유명한 사람일진대, 못 알아보는 건 실례다. 동양권에선 그렇다고 배웠다.
사과로 잇는 게 좋아 보였다.
“제가 거의 영국에서만 살아서 견문이 좁습니다.”
“아냐. 아냐. 반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길드는 길드가 아니라 클랜이었거든. 모를 만도 해.”
그녀가 술병을 바닥에 던지며 말했다.
“이능을 잘 쓰는 데에 좀 시간이 걸렸거든.”
그런데 술병은 자신이 앉은 테이블 위로 떨어진다. 뚝.
“?”
술병이 떨어진 곳을 본다. 허공에 웬 동그란 구멍이 뚫려 있다.
그리고 그 구멍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이게 무슨…….”
그 구멍으로 본인을 임솔이란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저기 1M 즈음 떨어진 곳에 앉아 있는 여인 말이다.
“뭐 이제 방송 탈 건데, 숨길 이유도 없지.”
임솔이 바닥에 뚫린 구멍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엠버는 허공에 생겨난 구멍을 통해서 손을 흔드는 임솔을 마주한다.
한 명은 천장을 보고 한 명은 바닥을 보며 대면하는 기이한 인사.
“이능은 ‘공간 연결’. 정확힌 웜홀은 아닌데, 웜홀이라고 보면 이해가 쉬울 거야.”
웜홀.
두 공간을 잇는 가상의 통로.
그렇게 이해한 엠버는 허공에 생긴 구멍으로 다시 술병을 던져본다.
그리고 바로 옆으로 고개를 틀자-
탁.
저만치 떨어져 있는 임솔이 바닥에서 올라온 술병을 잡아채는 것이 보였다.
“이해가 빠르네?”
“……놀랍네요. 진심입니다.”
“뭐. 이 정도야.”
이능이 유니크하다. 먼저 다가오는 만큼, 사교적으로도 보인다.
친해져서 나쁠 게 없는 각성자로 판단했다.
“옆에 앉아도 되겠습니까?”
“뭐. 상관없어.”
엠버는 한 걸음 다가갔다.
“엄청 좋은 이능으로 보이는데 왜 이제야-”
“이제야 유명해졌냐고?”
“……네.”
“그땐 이렇게 할 수 없었거든.”
임솔이 위스키 잔을 들어 얼음을 흔들었다.
“원래 물질은 웜홀을 통과 못 했거든. 그냥 눈으로 보는 게 전부였어. 쓰레기 이능인 줄 알았지. 공간 너머를 보면 뭐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데. 안 그래?”
들어 올린 술잔엔 과거를 회상하는 눈빛이 비쳤다.
“그러다 누가 A-187 게이트 브레이크에서 ‘물질 통과’라는 이능의 속성을 택하라더군.”
“물질 통과 말씀이십니까?”
“어. 술병 대신 화살이 통과한다고 생각해 봐. 나는 땅을 향해 쐈는데, 화살은 니 머리 위에서 떨어진다고.”
“아…….”
“그런 방법까지 추천해 줬어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겠습니까?”
엠버는 문뜩 떠오르는 사람이 있었으나, 확인차 물었다.
“누구긴 누구겠어? 당연히 혁예클랜. 혁예클랜의 박신혁 클랜장이지.”
그리고 예상한 이름을 들었을 때.
…….
대화에 집중하느라 몰랐던 것인지. 어느 순간 누가 음소거라도 누른 것처럼 사위가 조용한 것을 눈치챘다.
그 즉시 주변을 둘러본다.
“…….”
세계 1위 허드만도, 세계 2위 블라디미르도, 한국 1위 아라한 길드장도, 한국 2위 수호 길드장도, 일본 1위 이스 길드장도, 중국 1위 웨이보 길드장도…….
아니, 이곳에 초대된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한 곳만 바라보고 있다.
뚜벅.
충분히 그럴 만한 외모였다. 아름답다. 수려하다. 화려하다. 매혹적이다. 미려하다. 경외롭다. 등등의 모든 수식어를 가져다 붙여도 모자란 사람.
뚜벅.
그 외모만큼이나 대단한 능력을 입증한 사람.
뚜벅.
개인적으론 공포심을 심어줬으며, 이후 자신으로 하여금 본인을 동경케 만든 사람.
뚜벅.
혁예 클랜장 박신혁.
“저기 오네?”
임솔의 말마따나 그가 이리로 오고 있다.
엠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국으로 돌아갔을 때부터 기다리던 순간이자, 늘 인정받고 싶었던 이와 마침내 대면하는 순간이었다.
“흡.”
몸을 정립한 채로 크게 숨을 들이마시며, 그에게 어떤 것부터 말할까 고민하던 찰나.
휙.
그는 자신을 그냥 지나쳤다.
“…….”
엠버는 영문 모를 표정으로 그의 등 뒤를 쫓는다.
“반갑습니다. 바람살 길드의 임솔 길드장님.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네요.”
“반가워 투자자. 덕분에 이런 곳도 초대받네?”
그가 이곳에 온 이유는 자신 때문이 아니었다.
“아…….”
저 임솔이란 헌터 때문이었다.
* * *
난 임솔에게 손을 뻗었다.
“반갑습니다. 바람살 길드의 임솔 길드장님.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네요.”
거짓말이었다.
-뼈 빠지게 일하겠습니다. 보수는 없어도 되니 혹 시간이 될 때마다 궁술을 봐주시면, 아니, 어깨너머로라도 배울 수 있게 해주시면 길드에 진심토록 헌신하겠습니다.
난 몇 년간 바람살 길드의 몸을 담고서, 그녀에게서 궁술을 배웠었다.
비하자면, 하대호와 더불어 내게 스승과도 같은 존재.
“반가워 투자자. 덕분에 이런 곳도 초대받네?”
그래서 투자했다.
-우린 먼저 몬스터 사체로 시드 머니를 만듭니다. 그 돈을 고려 공방, 바람살 길드, 수호 길드…… 등등에 투자합니다.
이미 그녀의 실력도 알고, 그녀가속한 바람살 길드가 잘될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결과, 그녀는 몇 년의 시간을 앞당겨서 이미 잘 되어버렸다.
“잠깐 얘기 좀 할까요?”
“좋지.”
내가 추천하지 않아도, 이가을의 초대장을 스스로 받아낼 수 있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