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122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122화
[본선 2차전, 256강의 경기가 곧 펼쳐지겠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박신혁 헌터의 경기 때문일까요? 정말 많은 분들이 TF돔에 찾아와 주셨습니다. 오늘도 만석이네요.] [여론이 어떻든 여전히 그가 화제의 중심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래도 이전의 경기에서 경기력 하나만큼은 볼만했다는 평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우우우우우우!”
공무원 류진호는 박신혁을 보며 야유했다.
“내 돈 물어내! 이 깡패 새끼야!”
박봉의 공무원 월급으로 영혼까지 끌어모아 구매한 티켓이다. 큰돈이 들어간 만큼 어떠한 기대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당연히.
보고 싶은 장면이 있었다. D급 헌터였던 박신혁이 B급으로 성장했다면 얼마나 달라졌을까. [인벤토리] 각성자가 다인전을 어떻게 풀어갈까. 하는 그런 것들.
그러나 박신혁은 보고 싶은 장면 대신-
-살아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잔혹합니다! 대중에 공개된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의 박신혁 헌터인데요!
도망치는 이들에게 화살을 쏘아내 하체를 터뜨리는 참상만을 보여 주었다.
“누가 인체의 신비나 보려고 여기 왔냐-!”
각성자의 내장이 비각성자의 내장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려고 이곳에 온 게 결코 아니었다.
[이미 가속 각성자와의 대결이 있었죠?] [D급에서 강혁과 대등하게 맞선 홍보 영상을 고려했을 때, 박신혁 헌터의 승리를 많은 이들이 점치고 있는 상황입니다.]정리하자면, 이곳에 있는 이유는 그저 티켓값이 아까워서.
상대가 외국인일지라도 같은 한국인으로서의…… 응원은 개뿔.
“우우우우우! 실력보다 인성 먼저 갖춰!”
“아 시끄러워요!”
“열등감 진짜. X나 혐오스러워.”
“우우우우우!”
주변에 있는 사람 중, 시종일관 박신혁을 응원하는 이들이 뭐라 한들, 류진호는 꿋꿋했다.
“우우우우우!”
마음 같아선 뭐라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지만, 공무원이 사고를 칠 수는 없는 법. 다만 경기는 시작될 때까지 무시하고 계속 소리를 질렀다.
[경기 시작합니다!]이윽고 시작한 경기의 양상은 저번 홍보 영상이랑 비슷했다.
[이능 표기를 가리고 보면, 누구라도 가속 각성자끼리의 대결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겠어요!]류진호는 박신혁의 패배를 바라며 눈을 부릅뜬다.
탕!
박신혁과 상대 [가속 능력자]를, 비각성자의 눈으로 좇을 수 없어서.
쾅!
저번 홍보 영상처럼 두 각성자가 격돌하는 순간에만 그들을 포착할 수 있었다.
쾅!
그러나 그가 B급에 이르러서 다른 점도 분명 있었다.
[예상대로 수 교환마다 박신혁 헌터가 이득을 가져옵니다!]박신혁의 외양은 경기 시작과 완벽히 동일한 것에 비해, 상대는 이미 크고 작은 상처가 여럿 생겼다는 것.
“와.”
그때 영문 모를 탄성이 주변에서 일었다.
“분명 아까는…….”
웬걸 아까 박신혁을 같이 욕하던 어느 사내였다. 저도 모르게 그의 시선을 따라간다.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전광판이었다.
[슬로우 모션 카메라, 0.01배속]그곳엔 충돌의 순간이 담겨 있었다.
“봐주는 거였어?”
상대의 검이 박신혁을 향해 아주 천천히 뻗어지는 반면.
박신혁은 그사이에 검로를 3번 뒤틀더니, 이윽고 상대에게 3개의 상처를 입히는 광경이.
[가속 능력자를 상대로 속도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합니다!]핏방울이 튀기도 전에 박신혁은 그냥 상대를 지나쳤고, 상대는 아직도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뒤늦게서야 고개를 돌리는 가속 각성자의 얼굴엔 당혹감이 짙게 배 있었다.
“더 빨라졌다?”
그리고 캐스터의 말이 끝나기도 전.
쾅!
박신혁에게 뒷목을 잡힌 [가속] 각성자가 땅에 처박히면서, 그들의 모습이 다시 육안(肉眼)에 잡혔다.
[박신혁 헌터! 이번에도 1분도 채 안 돼서 승부를 결정 짓습니다!] [가속] 각성자가 속도에 밀려 완벽하게 뒤를 잡혔다는 방증이었고, 경기는 박신혁의 압승으로 끝났다는 실증이었다.“와아아아아아아-!”
깔끔했다. 과한 손속은 없었다. 상대를 바로 처리한 것은 아니나, 얕은 상처를 입힌 건 충분히 쇼맨십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
게다가 주안점은 박신혁이 정면 대결을 고집해서 정면 대결로 끝냈다는 것…….
쩝.
류진호는 입맛을 다셨다. 박신혁의 인성이 어쨌거나, 보는 재미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당일 오후 경기, 본선 3차전 128강.
결국 류진호는 다시 박신혁의 경기를 찾아왔다.
“미운 놈한테 떡 하나 더 준다 했으니까.”
나름의 변명을 달고서.
이번엔 야유 대신에 차분히 경기 시작을 기다렸다.
“뭐 하는 거야?”
그리고 의문부터 터져 나왔다. 이번 경기는 시작부터가 의문이었다.
[왜일까요?]류진호는 저 캐스터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뭐 하는 거야? 포기하는 건가?”
왜냐하면 박신혁은 상대를 앞두고 그저 지켜만 보고 있으니까.
상대가 [비행] 각성자인데도.
[왜 저번 경기에 보여 줬던 가속 능력을 사용하지 않을까요?] [동감합니다. 비행 각성자가 날아오르기 전에 처리하는 게 여러모로 좋을 듯합니다만? 이번에도 박신혁 헌터의 의중은 알 수가 없습니다.]상대가 비상하는 것을 그저 멀뚱히 쳐다보고만 있다.
“뭐야. 포기하는 거야? 저를 보러 이렇게 많은 사람이 왔는데?”
컨디션 조절이라도 하나?
깔끔하게 B급 체전은 포기하고 무제한 급수의 경기에서 어떻게 비벼 보려고?
그리 속단하던 때였다.
[또! 또! 박신혁 헌터가 또 한 번 새로운 이능……? 을 꺼냅니다!]박신혁이 하늘로 치솟는다. 그는 허공을 걷는다. 성큼. 성큼. 한 걸음씩.
그러나 보폭은 단연 일반인의 것이 아니었다.
[후발선제(後發先制)! 그리 표현해도 과하지 않을 만치 빠르게 치솟는 상황!]비행 각성자보다 늦게 출발해, 비행 각성자보다 먼저 돔의 천장에 이르렀다.
“…… 미친.”
이윽고 그는 허공에서 [비행] 각성자를 마주 본다.
감히 [인벤토리] 각성자가, 허공을 딛고서 [비행] 각성자를.
대형 스크린엔 또다시 상대의 당혹한 감정이 클로즈업되었다.
[예상치 못한 공중전이 펼쳐집니다!]상대가 관성을 무시한 공중 곡예를 펼쳐보지만.
“말이 돼 저게?”
박신혁은 멀리서 봐도 어질어질한 3차원적인 기동을 펼치더니, 이번에도 육안에서 사라져 버렸다. 어째 그의 ‘가속’은 허공에서도 유효했다.
[박신혁 헌터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 곧 슬로우 모션 카메라가-]슬로우 모션 카메라를 쫓아 대형 스크린에 시선을 올려다보는 것도 잠깐.
쾅! 거센 충돌음에 곧바로 경기장으로 시선을 옮길 수밖에 없다.
[박신혁 헌터! 대체 어디까지입니까!] [비행] 각성자는 박신혁에게 붙잡힌 채로 이미 땅에 처박혀 있었다. [비행] 각성자가 강제로 추락되어진 순간이었다. [왜 인벤토리 각성자가 다른 이능의 영역을 마구 침범하는 겁니까!]캐스터는 소리를 질렀다. 류진호도 소리를 질렀다.
“왜? 대체 왜 날 수 있는 건데 인벤토리 각성자가? 왜?”
그는 더 이상 야유하지 않았다.
본선 4차전 64강.
“와아아아아아아!”
더 오를 수 있을까 싶던 박신혁에 대한 관심은 놀랍게도 더 오를 수가 있었다.
[오늘은 일본의 ‘바람’ 각성자를 상대하게 될 한국의 박신혁 헌터입니다.]이때부턴 그가 또 어떻게 싸울까 기대되긴 했다. 아무리 그라고 해서, 인벤토리 각성자가 [바람]까지 따라 할 수는 없겠지.
“원거리 타격자한텐 그라고 별수 없겠지.”
아마 가속을 이용해 적에게 도약한 뒤, 근접 전투를 펼치지 않을까?
[박신혁 헌터! 이번에도 정면 대결을 고집합니다!]그리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그는 원거리 타격자를 상대로 활을 꺼내 들었다.
[한 발! 승부를 결정 짓는데 화살 한 발이면 충분합니다!] [가속] 각성자가 전투 불능이 되기까지, 화살 한 발이면 충분했다.본선 5차전, 32강.
가장 화끈한 경기였다.
경기장엔 피와 살점이 난무했다.
[아니, 왜! 이번에도 대체 왜일까요!]상대는 [재생] 각성자.
[왜 박신혁 헌터가 스스로 상처를 치유합니까!]그런데 상처를 재생하는 속도는 박신혁이 더 빨랐다.
도리어 상대의 상처가 깊어질수록 박신혁의 재생 속도는 가일층 격화된다. 이제는 상체가 생기는 동시에 사라지는 수준이었다.
“반면 상대는…….”
아무리 [재생] 각성자라 하여도 그 한계는 있는 법. 조금씩 상대는 무너져 갔고, 결국 [재생] 각성자의 상처는 아물지 못했다.
[경기 끝납니다!]옷이 찢어졌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는 박신혁만이 넓은 경기장 위에 홀로 서 있게 된다.
[정말 화끈한 경기였습니다! 이번에도 상대의 이능으로 상대를 제압한 박신혁 헌터가 16강 진출에 진출합니다!]“와아아아아! 박신혁! 박신혁! 박신혁! 박신혁!”
류진호는 박신혁의 이름을 연호했다.
본선 6차전, 16강.
[이번엔 압도적인 공격력을 보여줍니다. 아라한 길드의 방패라 불리는 이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무너져 내립니다.]어찌 된 영문인지 [철갑]의 이능을 가진 탱커는 팔이 문자 그대로 녹아내렸다.
미친 [내구]를 자랑하던 상대는 그렇게 허물어졌다.
본선 7차전, 8강.
류진호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마왕! 마왕! 마왕! 마왕! 마왕! 마왕! 마왕! 마왕! 마왕! 마왕!”
새로운 박신혁의 별칭.
예선전에서 보였던 악랄한 손속으로 ‘악마’라 불렸던 그의 별호는 이제 ‘마왕’으로까지 진화했다.
“박신혁! 박신혁! 박신혁! 박신혁! 박신혁! 박신혁!!
그러나 이제 악의는 전무하다. 목이 터져라 그의 이름을 외치는 자신처럼.
“마왕! 마왕! 마왕! 마왕! 마왕! 마왕! 마왕! 마왕! 마왕! 마왕!”
소설 속에서나 나오는 마왕처럼, 상대를 정면 대결로 짓밟는 박신혁. 그에 대한 찬탄의 발로일 뿐.
[박신혁 헌터! 빠르게 마무리 짓고 가장 먼저 4강 대진표에 본인의 이름을 올립니다!]이번에도 경기는 빠르게 끝났다. 그러나 류진호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와아아아아아아!”
거리를 나와 다시 승리의 기분을 만끽한다. 술잔을 드니, 주변 사람들도 따라 들었다.
“우승까지 가자!”
그들과 자신은 똑같은 상의를 입고 있었다. TF그룹에서 굿즈로 판매한, 박신혁의 얼굴이 수놓인 티셔츠.
“오오오오오오오오.”
오늘 있었던 경기를 복기하며, 맥주를 들이켠다. 벌컥벌컥. TV에선 오늘의 WAC 하이라이트가 송출된다.
[지금까지 진행된 A급, B급, C급 체급에서 혁예 클랜의 전원이 4강에 오른 가운데…….] [그들을 이끄는 박신혁 헌터가 이번에도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습니다. 그가 선보이는 각각의 능력이 모두 본인의 헌터 등급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입증한 격인데요.] [그가 전력을 드러내면 그 한계가 어디일지, 그의 행보에 전 세계인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대한민국 전역에서, 아니,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이곳에서, 외신을 비롯한 모든 언론의 관심은 오로지 한 사람을 향해 있었다.
[마왕, 박신혁. 이제 혁예 클랜장이라는 직급보다 그 별칭이 더 익숙해지는 순간입니다.]다음 날, 본선 8차전, 4강.
류진호는 박신혁을 응원하러 이 자리에 섰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느덧 B급 체급의 우승으로 향하는 계단이 고작 2개만 남았습니다.]이번 상대는 영국의 기사, 엠버 세리아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