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127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127화
세계 2위의 헌터 블라디미르는 비싼 돈을 주고 구매한 WAC의 영상을 틀었다.
[하대호 길드장이 속성의 상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허드만 헌터에게 패배한 와중에 현재 한국에선 2명의 선수가 아직 8강에 남았습니다.]화면엔 박신혁이 잡혔다.
[그러나 한국 팬분들의 입장에선 아쉽게도, 그 두 선수가 이번 8강에서 맞붙게 되었네요. 한국 1위 헌터 이혁건 대 B급 헌터로 출전해 아직까지 패하지 않은, 마왕 박신혁 헌터.]경기가 끝난 지금, 블라디미르는 이미 경기의 결과를 알고 있다.
[지금 두 선수의 대결 시작됩니다!]그래서 의문이다. B급과 S급엔 어마어마한 격차가 있다. 아니, A급과 S급에서부터가 어마어마한 격차가 있다.
“그런데 왜?”
4강에 이르는 과정에서 S급 헌터는 오로지 S급 헌터에게만 패배했다.
“왜 박신혁이 이긴 거야?”
단, 박신혁만 빼고.
“이혁건이 방심했나?”
치밀하게 경기를 살핀다. 곧 4강에서 만날 박신혁을 면밀히 분석한다.
분명 B급 헌터에게 손색은 있었다.
“조금씩 밀려.”
[박신혁 헌터. 가까스로 장외 패를 모면합니다!]S급 헌터의 피지컬에 비하면 확실히 손색이 있다. [힘], [민첩], [체력]에서.
다만 그는 분명 장점이 있었다.
박신혁의 저것이 과연 이능인지 모르겠지만.
“이능이 저렇게 많으면 반칙이지.”
[박신혁 헌터! 버텨냅니다!] [내구]는 [철갑]의 이능과 비견됐으며.공중을 떠다니는 속도는 A급 [비행] 각성자와 맞먹었으며.
땅에서든 허공에서든, 이동의 방향을 전환하는 불규칙성과 그때의 속도는 가히 [가속 각성자]와 맞먹었다.
[이혁건 헌터가 멈칫합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이는데요!]심지어 거리에 따라 두 개의 단검을, 두 개의 장검을, 창을, 화살을 바꿔가며 사용한다.
“마왕…….”
물론 박신혁에게 저런 면모가 있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차원이 다르다.
여태까지 보았던 각기 다른 속성의 능력들을 그가 동시에 펼치니, 마치 밀리들의 장점을 한데 몰아넣은 괴물로 보였다.
그래서일 거다.
[이혁건 헌터 조금씩 밀립니다!]박신혁이 전력을 드러내자, S급 헌터가 B급 헌터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S급 헌터도 마왕도 결국 인간이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호흡이 거친 게 확연히 보이네요!]쾅! 쾅! 쾅!
수백 번의 격돌.
그리고 시간이 흘러서, 고대하던 마지막 수.
이미 미튜브 클립으로 미리 10번은 봤던 그 장면.
[스크린을 봐주십시오. 이혁건 길드장에게 결정타를 가했던 순간을 돌려 보겠습니다.]이내 중계 당시 화면 안, 송출된 슬로우 모션에 마지막 수가 잡혔다.
슈우우우욱-!
서로를 향한 무기가 부딪히기 직전.
[박신혁 헌터의 창이 검으로 스위칭됩니다.]갑작스럽게 짧아진 상대의 사정거리. 순간 늘어난 절대적 무기의 간격.
이에 이혁건의 검은 한발 앞서 허공을 갈랐고-
[박신혁 헌터의 검이 이혁건 어깨에 박힙니다!]박신혁의 공격은 유효했다.
“근데 저게 어떻게 그렇게…….”
사실 이혁건이 어깨를 찔릴 건 치명적이지 않았다. 박신혁이 그리 깊게 찌르지 못했으니까.
문제는 그 후였다.
[원인 모를 현상입니다. 분명 찌르고 들어간 깊이는 얕은데, 어째 이혁건 헌터의 어깨가 문자 그대로 무너져 내립니다.]무너져 내린다.
이건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사람의 몸이 분해돼서 흘러내렸다. 이혁건의 몸의 1/3이.
여기가 끝이 아니다.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능력이 또 있다.
[이로써 대한민국 1위의 칭호를 박신혁 헌터가 가져갑니다!]치열했던 대련과 달리, 경기가 끝나니, 어느새 박신혁의 상처는 전부 재생되어 있었다는 것.
그의 ‘재생력’은 어째 S급 헌터를 만나니 더 완벽해져 있었다.
[이번에 한국 1위를 노리겠다던 하대호 헌터의 지금 표정이 문득 궁금해지네요.]그렇게 영상은 끝났다.
이를 본 소감은 간단했다.
“마지막 수만 안 당하면 돼.”
분명 치열했다. 마지막 수를 제외하곤, 오히려 이혁건이 우세한 시간이 더 길었다고도 할 수 있다.
“나라면 이혁건을 상대로 저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분명 이혁건은 자신의 밑이다.
그러면 박신혁도 자신의 밑이어야 한다.
“근데 왜…….”
그런데 불길한 예감이 계속 든다.
그리고 그 불안은 다음 본인의 경기까지 따라왔다.
WAC 본선 4강.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블라디미르가 이능을 구사합니다!]파아아아아아악-!
[산성].블라디미르는 금속마저 일시에 녹여 버리는 지독한 산성용액을 내뿜었다.
“뭐야?”
촤아아아악.
그런데 멍청한 박신혁은 피하지 않았다.
[그대로 산성용액을 뒤집어쓰는 박신혁 헌터!]경기는 끝났다. B급 헌터는 절대로 자신의 이능을 버틸 수 없으니까. 놈은 지금 마왕이란 허명에 취해 있다.
“쯧. 마왕이라 불리더니. S급 헌터 앞에서 자만하는 꼴이란.”
그리 판단하고, 곧 죽어가는 박신혁을 살리러 이곳에 올 이가을에게 인사라도 건넬 겸, 진행석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덕분에 결승은 편하게 가네요.”
옆에서 들려오는 박신혁의 목소리.
“……?”
결국 그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다시 고개를 돌리니, 박신혁은 러시아어로 말했다.
“대진운이 안 좋았다고 생각하시길. 안타깝지만, 완벽히 역상성 잡히셨네요.(Думайте об этом как о невезении. Извините, но у вас все наоборот.)”
그는 지독한 산성 용액에도 끄떡없었다.
산성용액은 그저 그의 묵빛 피부를 타고 흘러내릴 뿐.
블라디미르는 당황을 그대로 뱉었다.
“왜?”
어깨를 으쓱하는 박신혁의 상태는 조금의 부식도 없었으니.
“왜 인벤토리 각성자가 S급 헌터도 견디질 못하는 산성용액을 버티는 건데?”
[박신혁 헌터! 세계 2위 블라디미르를 꺾고 결승으로 갑니다!]이어진 경기는 짧았다.
블라디미르의 패배는, 본인의 예상과는 반대로, 이혁건보다도 빨랐다.
* * *
WAC 마지막 경기.
나는 대기실을 나와 경기장에 입장한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평소의 함성도 작진 않았지만, 오늘은 특히 더했다.
[WAC 무제한급 대망의 결승전! 몇 달 전부터 많은 분들이 이 순간을 기다렸을 거라 생각됩니다!]S급 아티팩트와 세계 1위라는 명예가 걸린 경기.
[첫 번째 선수 먼저 소개해 올리겠습니다.]내게도 조그만 감격은 있다.
아마 다시 없을 순간이다.
몬스터가 창궐할 3차 브레이크 이후에는, 이렇게 전 세계인의 관심이 한곳에 모이기 힘들 것이다.
이렇게 많은 카메라가 날 향하긴 힘들 것이고, 이렇게 많은 관중이 한자리에 모이긴 힘들 것이다.
“와아아아아아!”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어떤 경기에 열광하긴 힘들 것이다.
앞으로 이런 세계적인 행사는 없을 것이다 아마도.
[혁예 클랜장! 혁예 클랜 사옥과 부지의 절반 이상을 소유한 세계적 대부호! 최초의 S급 게이트 브레이크 공략자! TF 타임즈 선정, 가장 매력적인 남자 1위! 가장 연애하고 싶은 남자 1위! 마왕 박신혁-!]이 순간만큼은, 기록으로 남길 가치가 있긴 하다.
나는 손을 한번 흔들어주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환호가 거대한 울림이 되어 내게 돌아왔다. 관중을 훑었다. 홈 경기인 데다가 한국인이 결승에 올라가서 그런지 유독 한국인이 많이 보였다.
오늘따라 유독 커진 함성 속에서, 나는 천천히 걸어가 경기장 한쪽에 섰다.
[이어서 두 번째 선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그 함성에 묻히지 않기 위해서인지, 오늘 캐스터의 성량도 언성도 유독 거셌다.
[세계 1위 길드의 길드장! 세계 1위의 랭커! 반대로 S급 게이트 브레이크를 공략을 제외하고, 모든 최초의 타이틀을 거머쥔 남자! 통곡의 허드만-!]곧 허드만도 경기장으로 나온다.
여유로운 걸음으로 걸어 나온 그는, 세상 모든 관심을 받는 게 익숙한 남자였다.
손을 들고 관중을 향해 한 바퀴 핑그르르 돈, 그는 내게 와 손을 내밀었다.
“좋은 경기 한번 해봅시다.”
신사다운 사내다.
애초에 난 이 자를 호평한다. 이번엔 그가 오래 살았으면 한다.
“네.”
칠악, 리철만에게 잡아먹히지 않았으면 한다. 이번 생에선 그의 제물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오래 살아남아서 끝까지 든든한 우방이 되어주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다치지 않는 게 중요하죠. 페어플레이 합시다.”
미소 지으며 나 역시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손은 잡은 순간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거대한 함성이 일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르게.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저러다 목이 다치지 않을까 격하게.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성대가 찢어져라.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러다 서서히 줄어든다.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
와아아.
…….
이내 뚝 끊겼다.
“…….”
언제 소리를 질렀냐는 듯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다, 여기서 멈추자고 약속이라도 한 듯이.
나는 관중을 본다.
허드만도 관중을 본다.
“미, 미친.”
그리고 그는 거친 욕설을 뱉었다.
스르륵.
왜냐하면 저 많은 관중의 절반이 벌떡 일어나 있었기에.
일어나서, 똑같은 행위를, 동시에 행하기에.
“…….”
관중의 절반이.
우리를 보며, 동시에 성호를 긋는 행위는.
그 부자연스러운 현상은, 분명 소름 끼치도록 기이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십만도 넘을 저 수많은 사람은, 이번에도 미리 약속이라도 했다는 듯이, 동시에 입을 열었다.
“““““성직을 위하여-!”””””
성직.
성스러운 임무를 위하여. 라고.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요?]캐스터는 물었고.
[성직을 위하여!]해설자는 답했다.
[김현우 해설자님? 혹 저 현상에 대해 아는 바가 있습니까?] [성직을 위하여! 성직을 위하여! 성직을 위하여! 성직을 위하여! 성직을 위하여!]그리고 그때였다.
[시, 시청자 여러분. 이는 현재 실제로 일어나는…….]대형 스피커에서 나오는 캐스터의 목소리가 조금씩 조금씩 사그라들더니.
그리고.
위이이이이이이이잉-!
해설 방송은 거친 사이렌 소리로 대체된다.
[실제 상황입니다. 다시 한번 알립니다. 실제 상황입니다.]민방위였다.
[국민 여러분, 여기는 행정안전부 민방위 경보 통제소입니다. 실제 공습경보를 발령합니다.]공습경보.
곧 이곳에 공습이 있을 거라는 경고.
[현재 연합 훈련 중이던 전투기 다섯 대가 무단이탈해 이곳 TF A돔 방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사고로 한 대도 아니고, 무려 다섯 대씩이나 무단이탈해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모두 신속히 이탈해 주시길 바랍니다.]“““““끼아아아아아아악-!”””””
성호를 긋지 않은 절반의 관중은 패닉에 빠졌고.
“…….”
나는 천천히 몸을 풀었다.
드디어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박신혁 헌터 혹시 아는 게 있습니까?”
“네. 아마 우리는 오늘 경기를 치르지 못할 겁니다. 상품을 노리는 미친놈들이 있으니까요.”
드디어 최태수가, 혹은 최진혁이 모습을 드러낼 순간.
“이런 방식인 줄은 몰랐지만, 다행히 아티팩트 수여 날이 위험할 거라 짐작은 했습니다.”
직접 등판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할 거다.
전력을 드러내야만 저 상품을 가져갈 수 있게, 마땅한 대비 정도는 해놨으니.
“임솔 길드장!”
나는 크게 말했다.
관중석 어딘가에 있을 임솔에게.
“전부 데려오세요.”
그녀의 웜홀을 통해 혁예 클랜원과 수호 길드원을.
“지금부터 우리는 이 사태를 수습합니다.”
곧 그들이 나타날 이곳으로 데려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