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returner who brought memories of a destroyed world RAW novel - Chapter 13
멸망한 세계의 기억을 담아온 회귀자 13화
5일 뒤, 이른 새벽.
인덕원 근처의 어느 C급 게이트.
메인 몬스터는 브로(BROO). 양 머리를 한 인간형 몬스터다.
크아아아아-!
난 브로 하나를 베어낸 뒤, 마석을 깨뜨렸다.
[보유 마력 : 0/18.9]마력이 텅 비어버린 육체에, 마석서 터져 나오는 마력을 공급한다.
[블런트 마스터리] (S급, 57%) : 적 저항 중폭 무시, 충격량 대폭 증가.이후 철퇴를 휘둘러 브로의 방패를 부숴 버리고, 그대로 창으로 스위칭.
무방비하게 서 있는 흉물의 몸에 창을 찔러 넣었다.
푸우우욱.
마력을 머금은 창은 어떠한 저항도 없이 그대로 흉물의 몸에 박혔다.
난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창에 흉물을 매단 채 다리에 마력을 주입한다. 마력을 계속해서 아래로 인도하여, 고인 마력을 발뒤꿈치 쪽에 터뜨렸다.
쏜살같이 앞으로 나아간다.
텅. 하고 전장을 가로지르는 질주.
순식간에 시야 뒤로 넘어가는 절목, 게이트 안 풍경.
턱. 턱. 턱.
하나, 둘, 셋.
빨리듯 뒤로 넘어가던 풍경이 멈춰졌을 땐, 어느새 창에는 흉물 세 마리가 꿰뚫린 채 매달려 있었다.
난 굳이 창에서 흉물을 빼내려 하지 않았다.
그저 흉물이 꽂힌 창을 옆으로 내던진 뒤, 활을 꺼내며 몸을 돌렸다.
이제 남은 건 하나.
화르륵.
어느새 흉물이 뿜어낸 불덩이가 꽤 접근한지라, 불덩이에 가려 놈의 위치가 보이진 않았지만.
난 침착히 돌진하기 전 보았던 위치를 떠올린다.
‘거목 아래.’
놈의 위치를 가늠하며 시위를 놓았다.
콰과강-!
한발 늦게 쏘아진 화살은 날아오던 불덩어리를 터뜨렸다.
다만 폭발 이후에도 화살은 앞으로 나아간다.
어긋남 없이 곧게 나아가, 예상한 위치에 서 있던 흉물의 목에 박혔다.
아니, 터뜨렸다.
후두둑. 쏟아지는 피 분수.
“아니, 사체 아깝게 왜 터뜨려요?”
뾰족한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그때였다.
전투를 끝낸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깔끔히 죽여달라니까요!”
지난 오 일간 부쩍 성장한 강예빈이 보였다.
공간을 격한 채 행해지는 이능에 성공했고, 교육용 마력회로에도 익숙해졌을뿐더러, 오 일 만에 C급으로 승격한 것과 더불어 F급이라지만 [대거 마스터리]까지 체득한 재능충.
특히나 그녀가 독보적인 성장을 한 부분은 마석을 캐는 데에 있다.
줍줍.
얼마나 잘하면 그런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불덩이 때문에 마력을 담아야 했습니다. 안 그러면 화살이 녹아버렸을 테니까요.”
“피한 뒤에 쏘면 되지! 내가 브로는 처음 본다고, 깔끔히 처리해 달라 몇 번이나 말했는데!”
“말로는 S급 몬스터도 한 방이죠.”
“뭐예요?”
말하는 와중에도 그녀의 손은 꾸준히 움직였다.
미약한 푸른빛을 띠는 단검을 들어, 익숙하게 사체를 개복한 뒤 마석을 추출한다.
이후 푸른빛은 다리로 옮겨갔다.
그 마력의 작용으로 C급 헌터치고는 꽤 빠른 속도로 다음 사체로 이동한 강예빈은, 다시 허리를 굽혔다.
줍줍.
이제 그녀가 전장을 정리하는 데엔 일 분도 걸리지 않는다…….
“이젠 많이 익숙해지셨네요.”
“네.”
우리는 지난 5일간 일정한 루틴을 반복했고, 그 루틴은 지금도 진행 중이었다.
“여기, C급 마석 6개요.”
내가 전투를 마치면 강예빈은 마석을 캐와, 본인이 쓸 것을 제한 뒤 나에게 건넨다.
그녀의 성정을 아는바, 그녀가 따로 주머니에 넣을 것을 걱정하진 않았다.
휙. 휙.
이후 휴식을 취하면서, 난 그녀의 단검술을 봐주었다.
“아까 보니까, 막 이렇게, 이렇게, 하던데요?”
“그건 검신이 긴 장검에 어울리는 검로고, 단검일 땐 좀 더 직선적인 경로를 택하는 게 좋습니다.”
어차피 종국엔 그녀가 후방에서 이능을 부릴 테지만, 그 시기가 아직은 요원하다.
당장을 위해 단검술을 익히는 게 나쁠 건 없었다.
“저 잘하고 있는 거 맞아요?”
“훈련 중에 자꾸 입을 여는 것만 빼면.”
“……쳇.”
이후엔 정비할 겸 마력회로를 돌릴 겸 사체도 잠시 살필 겸 너른 자리에 가 각자의 시간을 갖는다.
“전 잠시 눈을 붙일게요.”
“일어난 지 두 시간도 되지 않았습니다만?”
“오늘 저녁에 브레이크 터진다면서요~ 컨디션 조절. 컨디션 조절.”
“……뭐 오늘만이니.”
이후 우리는 다시 전투를 재개한다.
크아아아악-!
난 다시 마력회로, 마스터리, 마석, 그리고 여러 아티팩트를 사용해 전투를 치렀고.
그렇게 눈에 보이는 마지막 브로마저 베었을 때.
[게이트 클리어!] [조건 : 게이트 내 몬스터 전멸.]목전에 점멸한 시스템 메시지와 함께, 게이트 내에서의 루틴은 끝이 난다.
“끝났습니다.”
“네. 이제 C급도 클리어하는 데 오래 걸리진 않네요.”
“고생하셨습니다.”
“신혁 씨도요. 보자~ 전 요새 이 시간이 제일 설레더라고요.“
보상은 대개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처럼 게이트 내에서 조건을 만족시키면, 펑! 마지막으로 처리한 사체의 복부가 터진다.
어떠한 미지의 작용으로 훤히 드러난 사체의 복부.
그 안에 있는 무언가는 마석이 아니다.
괴랄한 문자가 새겨진 동전, 클리어 보상인 코인이었다.
“굳이 현물…….”
참고삼아 말하면, 난 이 지급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왕 시스템을 통해 그 보상을 주고, 사용도 시스템을 통해 하게 했다면, 보상 역시 어떤 시스템적인 것이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런데 시스템은 굳이 코인, 현물로 보상을 지급한다.
-요새 신분증을 누가 믿습니까? 약탈자, 전향자라고 신분증에 쓰여 있는 것도 아닌데?
즉, 지금이 15년 후라면, 이때가 동료를 가장 의심해야 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약탈자.’
몬스터보다 더 날카롭게 등 뒤를 찌르는 동료.
속칭 약탈자 때문에 말이다.
줍줍.
“여기요.”
물론 지금의 동료는 강예빈이라 그럴 일은 없지만.
“역시 이번에도 미공략 게이트라 그런지 보상이 엄청나네요. 원래는 막 동전 몇 개 밖에 안 나온다고 들었는데.”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일 겁니다. 사전 정보가 전무한 게이트를 클리어한 것이니.”
물론 숨겨진 게이트의 위치와 더불어 사전 정보까지 알고 있는 내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었다.
난 자약히 그녀가 건네는 코인을 받아내었다. 현물이어서 좋은 점도 있긴 했다. 빼앗아 가기도 편하고, 동시에 양도도 편하다는 것.
“필요한 스킬이나 아티팩트 있으면 말씀하세요.”
“네. 한번 살펴보고 말씀드릴게요.”
우리는 코인 역시도 마석과 같은 방법으로 분배한다.
전투를 전담한 내가 전부를 갖되, 클랜원인 강예빈이 요구하는 만큼 내어주는 것으로.
“고마워요.”
“투자입니다. 갚으라고는 안 할테지만, 어쨌든.”
일단 나도 보상을 확인해 보았다.
[보상을 선택하세요.] [힘 +0.1 : Coin : 1] [민첩 +0.1 : Coin : 1] [체력 +0.1 : Coin : 2] [내구 +0.1 : Coin : 2] [보유 마력 +0.1 : Coin : 1]스텟마다 소모값이 다른 이유는 ‘소모값’이 재능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해당 영역에 재능이 있다면 올리는 데에 드는 소모값이 낮았다.
고로 난 체력과 내구에서의 내 육체적 재능이 나머지만 못하다는 뜻.
‘뭐, 그렇다고 남들보다 못한 것은 또 아니지만.’
일단은 보류하였다. 스텟 향상이야 모든 게이트마다 동일하게 주어지는 보상이니 항상 마지막에 선택하는 게 옳다.
다시 보상 목록을 살폈다. 스크롤을 쭈욱 내리다 문득 거슬리는 게 보였다.
[브로 사체 전신(全身), Coin : 20.]난 강예빈을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설마 이전의 실수를 반복하진 않겠죠?”
“아! 그땐 제가 눈이 돌아가서…… 이제는 안 그래요! 스킬 위주로 살피고 있어요!”
내가 곧 사체를 가지고 나갈 수 있다고 누누이 말했건만, 이틀 전 강예빈은 무려 30Coin이나 가져가 놓고서 웬 몬스터 전신 하나를 보상으로 선택했었다.
변명을 들어보자면, 인어(mermaid)의 사체는 처음 봐서 눈이 뒤집혔다나 뭐라나.
“며칠 뒤에 공짜로 준다는 것을 구매하는 사람이 무려 연구소장일 줄이야.”
“……아, 알아요. 그땐 실수였다니까요! 이제 진짜 아니까 또 말하지 마요!”
강예빈은 과장된 손짓으로 귀를 막았다.
“그리고 파, 팔면 되잖아요!”
참고로, 이왕 얻은 ‘시스템에 등록된 사체’는 버리기 아까워 내 인벤토리 안에 고이 보관 중이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입니다.”
협회의 연구소장인 강예빈도 고작 팔 한 짝으로 연구하는바, 현시점에서 전신 사체는 아주 비싸고 귀했다.
사체는 팔 것이고 그 돈으로 스텟 대신 장비를 구매하면 될 것이라 가까스로 위안 중이었다.
오브젝트 이후론 스킬이다.
[뜨거운 피부, Coin : 15.] [화염 친화, Coin : 20.]몇몇 스킬은 거의 이능과 맞먹는 성능을 보여주곤 하는데, 그런 건 아주 드물었다. C급 게이트를 클리어해서 얻는 경우는 아예 없다고 봐도 될 만큼.
하여 난 이번에 나온 스킬도 택할 생각이 없었다.
“화염 친화는 이능, [화염]의 제어에 관련된 스킬이고, 뜨거운 피부는 화염 저항을 소소하게 올려줍니다.”
“화염 친화야 저랑 무관할 테고, 뜨거운 피부는…… 없는 것보다야 낫긴 하겠지만. 그래도 전위가 아니면 굳이 선택할 필요는 없어 보이네요.”
내가 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설명은 해주었다.
강예빈은 종종 나와 다른 선택을 해 더 좋은 결과를 만들 때가 있었으니.
“일단 알아만 두세요.”
당장에 그녀가 그런 결과를 만들 거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차후에 지식이 쌓이다 보면 언젠가 그녀가 그런 쪽으로도 도움이 될 거라 믿었다.
“선택할 게 없으시다면, 이제 전부 쓰겠습니다.”
“네.”
난 다시 스크롤을 위로 올렸다.
“이번엔 되겠죠?”
“될 겁니다. 스텟 하나만 올리면 되니.”
목록을 전부 훑은 뒤, 난 보상을 선택했다.
[체력 +0.1] [체력 +0.1]……
[체력 +0.1] [체력 +0.1]시스템 메시지가 갱신될 때마다 손안에서 증발하는 코인들.
[체력]이 올라감에 따라, 5일간 쌓였던 피로가 점점 엷어지는 것을 체감하던 중-모든 코인을 소모하자, 마침내 원하던 메시지가 떴다.
[D급 헌터로 승급합니다. 이능에 속성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E급 헌터로 승급한 지 고작 5일.
브레이크가 터질 당일.
그리고 계획했던 게이트를 이제 하나만 남긴 시점에서, 난 이로써 D급 헌터가 되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마지막 게이트로 가죠.”
이제 세상으로 나갈 때이다.
* * *
JBS 방송국.
박 기자는 정문 근처의 흡연 장소에서 담배를 꼬나물었다.
후우우우.
뿌연 연기를 내뿜으며 동행한 후배에게 물었다.
“강예빈은?”
“감감무소식입니다. 집에도 없고, 직장에도 없고, 심지어 제가 돈 좀 찔러봤는데, 카드 사용 내역도 전무하다 하더라고요.”
후우우우.
탁탁. 박 기자는 담뱃재를 털어낸 뒤 다시 한 대 꼬나물었다.
“쫄린 거지.”
“네?”
“쫄려서 숨은 거라고. 방송 좀 해보겠다고 어그로 좀 끌어봤는데, 일이 이렇게 크게 될 줄 몰랐던 거지.”
“아…… 네. 실제로 각성자 대부분은 믿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뭐 마력이 어쨌다나 뭐라나.”
“그래? 자세히 말해봐. 기사로 그거라도 좀 써보게.”
“에이. 선배. 저도 먹고살아야 하는데-”
그때였다.
정문으로 차량 한 대가 지나간다.
익숙한 차량 외양에 둘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 차량 번호 1234. 얼마 전 막내를 벗어난 송 기자였다.
“송 기자? 어디 가지?”
“글쎄요? 아깐 취재할 게 없다고 울상이던데? 사우나 가나?”
“뭐? 이게 요새 후임 들어왔다고, 빠져 가지고.”
박 기자는 군기라도 잡을 생각에 바로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그런데 길어지는 통화 연결음.
“왜 안 받아? 이 새끼 진짜 빠졌구만? 제보 전화면 어쩌려고 이렇게 늦게 받아-!”
받기만 해봐라. 박 기자가 뭐라 뒤집어놔야 이 얼빠진 놈이 정신을 차릴까 고민하던 중-
차량 한 대가 더 밖으로 나간다. 마찬가지로 이 역시 아는 차량이었다.
“이 기자?”
그리고 또다시 아는 차량.
“최 기자?”
“김 기자?”
“임 기자?”
그리고 또 다른 김 기자까지.
“뭐야? 뭐 터졌어?”
송 기자가 전화를 받은 것은 그때였다.
-아, 네. JBS 방송국 송 기자입니다. 지금은 통화가 어려워, 혹 제보를 원할 경우 문자로 주시면 감사하……
급한 마음에 박 기자가 말을 끊어내었다.
“뭐야? 너 어디 가?”
-선배님?
“어, 그래. 너 어디 가냐고!”
-선배님. 왜 그러고 계십니까? 강예빈 떴어요!
“뭐? 어딨는데!”
-그건 모르죠. 걔 잠수 탄 지 오래잖아요.
이게 미쳤나…….
장난 똥 때리나…….
예정대로 한바탕 소리라도 지를 참, 송 기자가 말을 이었다.
-근데 곧 어디로 갈지는 알아요.
“그게 뭔 개소리야?”
-협회 홈페이지 가서 게이트 출입 예약 현황 보세요. 저 운전 해야 해서 이만 끊습니다. 죄송합니다.
뚝. 통화가 끊겼다.
“선배. 무슨 일이래요?”
“아. 좀 조용히 해봐. 지금 급하니까!”
박 기자는 바로 핸드폰으로 검색했다.
송 기자가 말한 대로 게이트 출입 예약 현황을 바로 뒤져보았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원하던 이름을 찾아내었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 C-127 게이트.] [출입 명단 : F급 헌터 박신혁, D급 헌터 강예빈.]강예빈.
그리고 D급 헌터인 그녀가 F급 헌터 하나를 데리고, C급 게이트에 들어간다는 사실도.
“이 새끼들 돌았네?
“네?”
“야. 카메라 챙겨.”
“왜요? 무슨 일인데요?”
박 기자가 씨익 웃었다.
“특종이다. 강예빈 자살하러 간다.”